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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생활의 지혜

두 아이 엄마, 주생활 컨설턴트 이현숙씨가 들려준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환기 잘 시키고 화초, 숯 활용하면 쾌적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5. 05. 10

누구나 주거 환경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집을 건강한 환경으로 꾸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런 주부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는 주생활 컨설턴트 이현숙씨로부터 콘크리트 아파트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두 아이 엄마, 주생활 컨설턴트 이현숙씨가 들려준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좋은 집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나 좋은 학군에 있는 집이 아니에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죠.”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주생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숙씨(42)는 건강한 아파트는 돈이 아닌 관심으로 만들어진다는 조언부터 한다. 그는 집을 선택할 때 살(buy) 만한 집인가보다 살(live) 만한 집인가를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예로 마감이 잘된 거실 바닥재는 압착과 시공, 코팅 과정에서 최소 6~7겹의 화학 접착제를 사용해 다량의 포름알데하이드가 발생돼요. 또 거실과 침실 벽을 아름다운 실크벽지로 도배했다면 합성수지로 만든 실크벽지와 도배에 사용된 합성 풀에서 발암위험성이 강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방출되고요.”
눈 코 목 등의 점막에 악영향을 끼치는 포름알데하이드는 발암 물질로 알려진 독성 물질. 이씨는 천연 목재 느낌이 나도록 무늬목으로 마감된 가구는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포르말린(포름알데하이드 수용액) 처리를 하고, 침실 바닥을 반짝반짝 윤기나게 하는 데 쓰인 바닥용 왁스, 주방과 베란다에 칠해진 페인트에서는 자이렌이나 톨루엔 등과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끊임없이 스며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건강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결혼 후 미술 학원을 운영했던 이현숙씨는 94년 제1회 현대건설 주부설계 공모전에서 1등을 하며 주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뒤로도 몇몇 공모전에서 입상한 그는 주생활 컨설턴트로 변신, 현재 주생활 컨설팅 회사 ‘하우스토피아’를 운영하며 집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짚어 그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년간 주생활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터득한 방법들을 모아 최근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49가지 방법’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건축 자재의 유해물질은 길게는 10년 동안 배출된다고 해요. 특히 집을 지은 직후 3년 동안 가장 많이 배출되죠.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처음 6개월 동안 가장 많이 배출됐다가 6개월 이후에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데, 포름알데하이드는 시공 후 5~6년이 지나야 배출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죠. 5~6년 후에도 배출량이 줄어들 뿐 여전히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어요.”
새 아파트 입주 시기는 최대한 늦추고, 베이크 아웃으로 유해물질 제거해야
두 아이 엄마, 주생활 컨설턴트 이현숙씨가 들려준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이현숙씨는 집을 꾸밀 때 집먼지진드기가 좋아하는 패브릭 대신 보기에 좋고 건강에도 좋은 화초를 활용해 보라고 권한다. 국화나 싱고니움은 욕실에서 기르면 좋다고. 숯은 공기청정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집증후군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 아파트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소 3년이 지난 아파트를 골라 이사하는 것이 좋다고. 만일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라면 아파트 입주를 최대한 늦추면서 유해물질 제거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콘크리트에서는 라돈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발생될 수 있는데, 라돈은 무색무취한 가스 상태로 공기 중에 떠돌다 호흡기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는데 일부가 폐에 달라붙어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보고서는 새로 지은 집에서 살 때 하루 흡입하는 라돈의 양이 담배 두 갑을 피우는 곳에서 사는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고.

두 아이 엄마, 주생활 컨설턴트 이현숙씨가 들려준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입주 시기를 늦추는 또 하나의 이점은 대개 입주 초기에 단지 전체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확장공사나 이사 등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피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일찍 입주하면 이웃에서 베란다 확장 공사나 인테리어 개조를 할 때 날리는 분진과 소음, 이삿짐을 운반하고 푸는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먼지 등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잖아요.”
입주 시기를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면 여름철에 이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여름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낼 수 있어 통풍이 잘 되고, 새집증후군 예방에 필수적인 ‘베이크 아웃(Bake-Out)’에 유리하기 때문. 베이크 아웃은 빈집에 난방 시스템을 한껏 가동시켜 벽지, 바닥재 등에 배어 있는 유해물질들을 신속하게 배출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 그는 베이크 아웃을 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주말마다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집을 비운 사이 베이크 아웃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정기적으로 환기만 잘 시켜도 실내에 떠다니는 세균 50% 이상, 진균류는 2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나 연소 가스, 라돈, 악취 등을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환기를 자주 하면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가 번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애초에 아파트를 고를 때 환기가 잘되는 구조인지 살피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환기의 포인트는 마주 보는 창을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맞바람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환기를 시킬 때는 블라인드나 커튼, 가구, 화분 등 공기의 흐름을 막는 물건들을 치우고, 20~30분씩 하루 세 번, 일정 간격을 두고 해야 한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보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9시 사이에 나누어 하는 것이 좋다고. 오존주의보가 내려졌거나 황사가 있는 날은 피하고 에어컨, 가습기, 난방기 등을 가동시키는 중에는 적어도 한두 시간에 한 번씩 환기를 시켜야 실내가 지나치게 습하거나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씨는 대부분의 가정이 거실에서 주로 생활하고, 침실에서는 잠만 자기 때문에 환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 침실의 공기 오염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가스와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주방 또한 마찬가지. 그는 이러한 곳엔 숯을 활용해보라고 권했다. 숯은 공기 중에 떠도는 온갖 유해 성분과 불쾌한 냄새를 흡수하고 습도를 조절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 집안 곳곳에 놓아두면 청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새 가구에 참숯이나 양파 넣어두면 냄새 제거에 효과적
“숯의 정화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1평당 1~3kg 정도가 적당해요. 숯을 구입하면 먼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묻은 먼지와 불순물을 제거한 뒤 햇볕에 바싹 말려야 해요. 숯에 먼지가 쌓이면 정화 기능이 떨어지거든요. 집안 곳곳에 둔 다음에도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정도 이런 방법으로 씻어 말린 다음 다시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천이나 종이로 감싸지 말고 그대로 사용해야 효과가 있고요.”


두 아이 엄마, 주생활 컨설턴트 이현숙씨가 들려준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조리할 때는 반드시 후드를 켜고 후드와 에어컨, 욕실 환풍기는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숯은 새 가구에서 나는 냄새를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새 가구를 장만했을 경우 가구 제작과정에 쓰인 접착제와 광택제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을 휘발시키기 위해서는 가구를 한동안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문과 서랍을 활짝 연 상태로 뒀다가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집안에 들여놓은 다음 가구 안에 참숯이나 양파 등을 넣어두면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주부들이 직접 집을 꾸미는 경우가 많은데 인테리어 소품으로 패브릭을 사용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적당한 습기와 먼지가 있고 따뜻하며 촉감이 부드러운 패브릭은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 그는 “정전기가 잘 일거나 세탁하기 어려운 패브릭 제품은 되도록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꼭 카펫을 깔아야 한다면 세탁을 자주 할 수 있는 면 소재 러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두 아이 엄마, 주생활 컨설턴트 이현숙씨가 들려준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그는 화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것을 권했다. 식물은 전자파와 오존 등의 유해물질을 흡수하고 공기를 맑게 해주며 음이온을 발생시켜 신진대사를 돕기 때문. 저마다 다른 화초의 기능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하게 배치하면 청정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현관에 잎이 아름다운 벤자민 고무나무를 두면 잡냄새를 없애줘요. 잎이 작지만 많아서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나죠. 현관 신발장 위에 테이블야자 화분을 올려놓으면 신발장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없애주고요. 가족들이 자주 모이는 거실에는 키가 큰 식물이 잘 어울려요. 산세비에리아나 담배 냄새를 없애주는 네프롤레피스 등이 적당하죠.”
TV 옆에는 전자파를 차단하고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산세비에리아가 어울리고, 베란다 천장에 아이비 화분을 걸어 잎을 늘어뜨리면 외관상 좋을 뿐 아니라 커튼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 제거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주방에는 벤자민 고무나무나 거베라를 놓으면 좋은데 거베라는 주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에서 배출되는 포름알데히드 제거 효과가 탁월하다고. 특히 주방에는 향이 좋고 요리에도 쓰이는 작은 허브 화분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두 아이 엄마, 주생활 컨설턴트 이현숙씨가 들려준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말린 은행잎은 바퀴벌레의 접근을 막아 살충제를 대신할 수 있다. 산세비에리아는 전자파를 차단하고, 음이온을 발생한다. 잡냄새를 없애는 벤자민 고무나무는 현관에 두면 좋다. 선인장은 전자파를 차단하고 관엽식물이 밤 사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대개 방에는 화분이나 꽃을 들여놓지 않는데 이씨는 환기가 잘 안되는 침실이나 아이들이 생활하는 방에는 공기정화 식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침실에는 산세비에리아나 네프롤레피스 등이 적당한데 산세비에리아는 특히 음이온을 많이 발생해 불면증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고. 아이 방에는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방바닥보다 선반 위에 작은 화분 몇 개를 배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컴퓨터 등 사무기기 주변에는 행운목이나 선인장, 산세비에리아 등을 놓고, 배수구와 변기 등에서 악취가 나는 욕실에는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관음죽이나 국화, 싱고니움이 어울리는데 어둡고 습기 많은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고. 관엽식물과 선인장을 함께 키우면 관엽식물이 밤에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선인장이 흡수해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씨는 바퀴벌레 등 해충을 없애는 데도 독성이 강한 살충제 대신 쓸 수 있는 친환경적 방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잘 말린 은행잎이나 마늘을 가루로 만들어 싱크대, 서랍 등에 뿌려놓으면 바퀴벌레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오렌지와 레몬 껍질을 모아 그릇에 담아 태우면 날아다니는 해충을 박멸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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