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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한경 기자의 연예파일

“김도진, 정용준, 전해림이 누군지 아세요?”

■ 글·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3. 02. 03

지난해 강산에가 발표한 7집 앨범의 제목은 ‘강영걸’이었다. 강영걸은 세살 때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가 지어준 본명. 하지만 어릴 때부터 촌스럽다며 그 이름을 지독히도 싫어했던 그는 대학 때 친구가 강산에라는 예명을 지어주자 미련 없이 본명을 버렸다. 그러다 나이 마흔을 코앞에 두고 불현듯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면서 아버지가 유일하게 남겨준 그 이름이 소중하게 느껴져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김도진, 정용준, 전해림이 누군지 아세요?”

이유는 다르지만 이렇게 연예계에는 자신의 본명을 버리고 예명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이 많다. 중견 연예인의 경우 예명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명이 촌스럽다는 것. 윤정희(손미자)와 금보라(손미자), 김지미(김명자), 주현(주일춘), 강석우(강만홍), 패티 김(김혜자), 설운도(이영춘), 김지애(동길영), 이은하(이효순), 김보연(김복순), 선우용녀(정용례)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 젊은 연예인 가운데는 본명이 자신의 이미지에 안 맞아 예명을 쓰는 경우는 별로 없다. 황신혜(황정만), 심혜진(심상군), 송승헌(송승복), 최지우(최미향), 이본(이본숙), 쿨의 유리(차현옥), 신화의 신혜성(정필교), 강타(안칠현) 정도다.
그렇다고 예명을 쓰는 연예인들이 이들밖에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원빈(김도진)을 비롯해 장혁(정용준), 채림(박채림), 전지현(왕지현), 하지원(전해림), 예지원(이유정), 김규리(김문선), 주진모(박진태), 김지수(양성윤), 신민아(양민아), 송채환(권소연), 윤다훈(남광우), 정선경(김성희), 김민(김민정), 추자현(추은주), 비(정지훈), 탁재훈(배성우), 채리나(박현주), 채정안(장정안) 등이 예명을 쓰고 있다.
이들이 특별히 하자가 없는 본명 대신 예명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확실하게 기억시키기 위해서다. 원빈은 처음 자신을 발탁한 매니저로부터 이름 바꾸기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김도진이라는 이름이 너무 평범하다는 이유였다. 만화 주인공의 이름 같은 원빈은 ‘으뜸으로 빛나라’는 의미. 결국 그는 그 이름처럼 뭇사람의 사랑을 받는 톱스타가 되었다.
매니저의 첫사랑 이름 본떠 예명 지은 하지원
최근 영화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하지원 역시 매니저의 권유로 이름을 바꿨다. 전해림이라는 본명을 지닌 그의 예명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데 처음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소속사 사장의 첫사랑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것이다.
또 매니저와 관련된 예명을 갖고 있는 연예인으로는 장혁과 주진모가 있다. 각각 본명이 정용준과 박진태인 이들은 예명을 자신의 매니저의 이름과 똑같이 지은 것. 다만 장혁은 매니저의 이름 최장혁에서 성을 빼고 이름만 선택했다는 차이가 있다.
송채환(권소연)과 추자현(추은주)은 각각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신들이 맡았던 인물의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송채환은 90년 데뷔작이었던 영화 <장군의 아들 2>, 추자현은 99년 방영된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송채환과 추자현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어감이 좋지 않거나 쉽게 귀에 와 닿지 않아 성을 바꾸거나 성만 떼버린 경우도 있다. 전지현(왕지현), 신민아(양민아), 채정안(장정안), 채림(박채림) 등이다. 이들 모두는 한때 본명으로 활동한 적도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름을 바꾸고 난 뒤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명이라고 해서 무조건 세련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본명이 이유미인 개그우먼 이영자는 자신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촌스러운 예명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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