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차원의 아이돌들이 등장했다. 보통의 신인과 보법이 다른 올데프(위)와 코르티스.
자기소개이자 목표를 담은 올데이프로젝트(이하 올데프)의 데뷔곡 ‘FAMOUS’를 올여름 꽤 열심히 들었다. 지난 6월 23일 데뷔한 올데프는 애니, 타잔, 베일리, 우찬, 영서 총 5명으로 구성된 혼성 그룹이다. 처음에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총괄회장의 손녀이자 신세계 정유경 회장의 딸인 문서윤(활동명 애니)이 속한 그룹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그 그룹이 K-팝에서 금기에 가까운 혼성 그룹이라는 부분에 한 번, 신인 같지 않은 여유로운 무대 매너에 두 번 놀랐다. 서슴없이 똥 얘기를 꺼내는 타잔에 기겁하는 애니나 투닥거리는 영서와 우찬의 모습이 담긴 자체 콘텐츠에서는 추억의 ‘투애니원 티비’ 무드가 느껴졌다.
만약 올데프가 힙합 음악을 추구한다고 해서 과격하고 다크한 분위기를 내거나, 세상의 ‘억까(억지로 까내리다)’를 딛고 성공해 재력을 과시하는 힙합 단골 레퍼토리를 들고 나왔다면 지금만큼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과도한 저항 정신과 폭력성 짙은 힙합 음악은 대중 전반에서 호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 또 재벌 3세 멤버가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인생을 노래하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정유경 회장의 허락을 받고자 열심히 공부해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 입학한 애니의 집념, 2023년 아일릿을 탄생시킨 ‘R U Next?’에 출연해 최종 2위를 기록했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 빌리프랩과 계약을 해지한 영서의 서사가 더 진정성 있다. 여기에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보여준 멤버들의 소탈한 매력과 구김살 없는 모습까지. ‘모든 경계를 허무는 창조적 실험’이라고 소속사가 붙인 팀 설명처럼 올데프에겐 세련됨과 투박함이 공존한다. 그래서 올 11월 컴백하는 올데프의 두 번째 활동이 더 기대된다. 이번 활동에선 SBS 예능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 비서진’을 통해 배우 이서진과 김광규가 일일 매니저로 나선다. 과연 ‘할배들’ 수발 들던 이서진은 야생의 타잔도 견뎌낼 수 있을까.

올데프가 올해 신인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될 즈음 막강한 날것의 경쟁자가 등장했다. 8월 18일 데뷔한 5인조 보이 그룹 코르티스는 빅히트 뮤직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신인이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 규칙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한다’는 팀명의 의미에서 느껴지듯 코르티스도 톡톡 튄다. 일단 전원이 10대인 코르티스는 음악, 안무, 영상 등을 직접 만드는 ‘영 크리에이터 크루’를 지향한다. 2년간 약 300여 곡을 만들며 데뷔를 준비했고, 이번 앨범 제작 전반에 참여해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를 드러냈다. 멤버들이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직접 한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공식 뮤직비디오 원형으로 삼을 만큼 감도 좋다.
패션은 코르티스를 논할 때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바지를 골반에 걸치듯 내려 속옷이나 이너 팬츠가 보이도록 입는 새깅(sagging) 스타일을 일상에서도 즐긴다. 그래서 상의, 중의(속옷을 지칭), 하의라는 자신들만의 용어도 만들어냈다. 얼마 전 ‘추석 패션’이란 제목의 자체 콘텐츠에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새깅 한복 스타일을 창조하는 코르티스를 보면서 웃었지만, 그들이 우스워 보이진 않았다. 그 이유는 패션에 나름의 철학을 담았기 때문이다. 코르티스의 노래에는 패션에 관련된 내용들이 제법 있다. 아예 제목부터가 ‘FaSHioN’인 곡에는 ‘내 티, 5 bucks/바지는, 만원/My vision, 몇 억s/몇 조s, Bezos’란 가사가 나온다. 5달러짜리 티셔츠와 1만 원짜리 바지를 입어도 꿈은 아마존 창립자인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 못지않다. 어떤 옷을 입어도 자신이 넘친다. ‘GO!’의 가사 ‘바지 내려 입고 우린 studio로 가지’ ‘우린 모자 눌러쓰고 new era 추진해’처럼 말이다.
파격과 논란 복잡미묘한 경계
하루가 멀다고 아이돌 컴백 소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올데프와 코르티스는 “아이돌 같지 않다” “이런 아이돌 처음 봤다” 등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아이돌이지만 아이돌 같지 않은’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일단은 아이돌다워져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기본 실력을 갖춰놓고 응용문제를 푸는 것과 기본도 안되면서 응용에 도전하는 건 천지 차이 결과를 낳는다. 세상에 없던 아이돌이 목표여도 아이돌로 데뷔하는 이상 팬들이 바라는 기본 자질은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올데이프로젝트 #코르티스 #여성동아
사진출처 올데이프로젝트 코르티스 박재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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