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그가 지난 2018년 펴낸 ‘슈퍼개미의 왕초보 주식수업’을 다듬어 ‘초보자를 단숨에 고수로 만드는 주식투자 핵심 수업’이란 제목으로 새롭게 내놓았다. 무려 542페이지에 달한다. 서울 강남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윤 대표는 질문마다 책 두께만큼이나 자세한 답을 하면서도 “아무도 믿지 말아라. 나도 믿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정윤 대표 역시 대학생 때부터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같은 책을 읽으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정립해나갔다. 그는 “주식은 객관적 분석과 주관적인 결정이 혼용돼야 한다”며 “어떤 재료가 나왔는데 차트를 비교해보며 주가에 반영이 됐는지 안 됐는지조차 확인 안 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안타까워했다.
하반기 한국 증시 역사적 신고가 경신 가능성 높아
초판 낼 때와 지금, 주식 분야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뭔가요.시장의 시스템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건 없어요. 이용하는 사람이 바뀌었죠. 정보의 교류 속도가 빨라졌어요. 이런 정보가 주식 시장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나만 느리게 움직일 수 없어요. 저는 모니터를 사무실에 4대, 집에 6대를 놓고 HTS(홈트레이딩시스템), DART(다트·전자공시시스템) 등을 살핍니다. 지금 주식을 손해 보고 있는 분 중에서 PC에 HTS를 안 설치했거나 DART를 모르는 분이 있다면 손해나는 게 당연한 거예요. HTS에서 훨씬 많은 메뉴를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어떤 정보가 중요한가요.
업종의 변화를 빨리빨리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종목의 변화는 한 종목 한 종목 깊게 들어가야 해서 연구 시간이 필요한데, 업종의 변화는 그날그날 장 마감 후 둘러보면 ‘요즘 이런 업종이 좋구나, 그 이유는 무엇이구나’ 식으로 바로 판단할 수 있어요. 이렇게 분석하는 방식을 ‘톱다운 분석’이라고 합니다. 2000개가 넘는 종목 중에서 선정하는 것보다는 산업을 먼저 분석하다 보면 주도산업에서 종목을 선정할 수 있고,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이번 책에서 성장산업으로 반도체, 제약 바이오, 5대 K-산업 (엔터·푸드·패션· 뷰티·게임), AI와 로봇산업을 꼽았잖아요. 중요하다고 생각한 순서인가요.
중요보다는 산업의 크기 순서라 할 수 있어요. 저에게 많은 분이 삼성전자 또는 반도체 업종, 2차 전지를 물어봅니다. 그 이유는 규모가 크고 관심이 많기 때문이에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만 해도 400조 원이 넘으니 아마 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 보유 투자자가 가장 많을 겁니다. 다만 국내 반도체는 올해 들어 주가가 많이 오른 섹터는 아니에요. AI 시대에 CPU(중앙처리장치)보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더 중요하고, 그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이긴 한데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비메모리 반도체보다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였기 때문에 상승 버프에서 조금 소외돼 있었어요. 그나마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주가가 올랐죠. 비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어떤 산업이 성장성이 큰가요.
단연 K-뷰티라고 봅니다. 미래의 성장산업을 체크할 때 특히 소비주들은 우리나라에서만 히트하면 시가총액의 상승에 한계가 있어요. 홈 뷰티 디바이스 기업인 에이피알을 예로 들면, 막 상장할 때는 시가총액이 1조 원이었어요. 그런데 미국 아마존에 순위가 계속 올라가 있더니 8월 6일 기준 8조 원을 돌파해 아모레퍼시픽을 넘어 뷰티업계 시총 1위를 차지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의료 관광을 많이 오는데, 그 사람들의 80%가 피부 미용 관광이에요.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만든 파마리서치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000억 원 이상을 기록했어요. 그래서 텐배거(10배 이상 오른 주식이나 종목)가 나오는 업종에 미용·의료 기기, 화장품이 포함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약 바이오 업종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잖아요.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평소 어떤 종목을 살 때 재무제표와 차트, 재료가 좋은가를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제약 바이오 업종은 신약을 개발한다는 재료가 나오면 차트가 좋을 수 있어요. 그런데 재무제표는 안 좋은 회사들이 대다수입니다. 신약 연구개발비를 엄청 쓰기 때문에 이익으로 전환하는 회사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초보 투자자는 신약 개발 위주의 제약 바이오는 아예 터치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래도 투자하고 싶다면 특히 미국 FDA 관련 재료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다만 예외가 있어요. 파마리서치나 클래시스, 휴젤 같은 의료 기기 제약 바이오 종목들은 K-뷰티 인기로 재무제표가 좋아요. 또 비만 치료제 업종도 재무제표가 괜찮습니다. 위고비를 만드는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가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시총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니까요. 거의 예언 수준인데, 한 10년 후면 미국 시총 1위 기업도 제약 바이오가 될 수 있어요.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뤄주는 약이 현실화한다면 그 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세계 1등이 되지 않겠어요.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은 어떤가요. 7월 31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주식 시장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단 평도 있었죠.
말 그대로 개편안이잖아요. 투자자들이 실망한 부분들이 재검토 또는 재수정된다면 악재는 없어지는 거니까 세제개편안이 어떻게 될지가 하반기 시장의 첫 번째 관건이고요. 두 번째는 미국 시장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에요. 그런데 최근 고용 지표가 안 좋게 나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올라갔어요. 이 얘기는 악재가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큰 틀에서 저는 상승 추세가 유지될 확률이 높다고 봐요. 코스피 전 고점이 4년 전 3316인데, 상승 추세가 유지된다면 역사적 신고가를 돌파한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타이밍보다 훨씬 중요한 종목 선정
초보 주식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고민은 바로 살 때와 팔 때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정윤 대표는 주식 투자에 있어서 종목 선정 80%, 매수 타이밍 5%, 매도 타이밍 15%의 비율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정윤 대표는 수십 년째 장 마감 후 매일 3시간씩 종목 분석을 하는 생활을 해오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거래대금 상위 종목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보고 상승률 상위 30종목을 분석한다. 거래대금 상위 종목을 통해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업종을 알 수 있고, 상승률 상위 종목을 통해서는 시총이나 거래대금 상위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인기 있는 작은 테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또 강조하는 방법은 이른바 ‘삼박자 분석법’이다. 가치(재무제표), 가격(차트), 정보(재료) 3가지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는 최적의 종목을 찾아 매수 여부를 결정한다.
다트에서 판매·공급 계약 체결을 통한 매출 규모, 액면병합이나 분할 이유를 알아보면 좋다.
톱다운 방식으로 분석하는 이유는 업종을 고르기 위해서입니다 그 업종에서 어떤 종목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성향, 투자 금액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내가 주식 초보자고 매매에 자신이 없다면 내가 정한 업종 중에서 시가총액이 크고 주가 변동성이 높지 않은 종목을 고르는 거예요. 그러면 좀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고요. 내 투자 성향이 공격적이라면 중소형주가 아무래도 올라갈 때 빨리 움직여 수익이 크게 날 수 있어요. 다만 중소형주는 떨어질 때도 빨리 떨어지니까 바로 손절해야 합니다.
세무사로서 재무제표를 볼 때 팁을 알려준다면요.
일단 일차적으로 걸러야 하는 기업 유형이 2가지 있어요. 자본잠식 기업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관리종목에 속하거나 상장폐지, 감자, 유상증자에 들어가는 종목들의 공통점은 자본잠식 기업이라는 것이에요. 부채가 너무 많아서 자본금이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깡통 아파트처럼요. 내 돈 1억 원으로 90% 대출을 받아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부채 비율이 900%잖아요. 그런데 이 아파트가 20억 원이 되면 11억 원이 내 돈이고 9억 원이 부채니까 부채 비율이 50%로 내려갑니다. 반면 아파트값이 8억 원으로 떨어지면, 나는 대출을 9억 원 받았으니까 이 아파트에서 내 자본은 없어지고 전부 은행 몫이 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부채가 너무 커서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을 걸러야 하고, 그다음은 적자 지속 기업을 피해야 합니다. 매년 적자인 기업은 턴어라운드돼서 흑자로 바뀌지 않는 이상은 가능성이 없어요. 반대로 재무제표상 좋은 기업을 고르려면 매출액이 매년 늘어나는지, 영업이익률이 높은지를 보세요. 영업이익률이 30%, 40%면 엄청 이익이 높은 거예요.

이정윤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예처럼 완전 정배열 상태에서 직전 최고가를 돌파하면서 신고가를 갱신하는 차트 유형을 가장 선호한다.
저는 완전 역배열에서 바닥을 잡으려는 노력보다 완전 정배열에서 신고가를 잡으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신고가는 미지의 세계가 열리는 거예요. 신고가를 뚫고 거기서 끝나는 종목이 있을 수도 있지만, 거기서부터 한참 더 가는 종목이 있을 수 있잖아요. 신고가 종목들을 계속 체크하면 그중에서 텐배거가 나올 수 있죠. 무엇보다 신고가를 돌파했다는 얘기는 아무도 그 종목을 사서 물린 사람이 없다는 의미예요. 주식 투자자 10명 중 8명은 매도 타이밍을 놓쳐서 손절하지 못해 물린 종목이 있고, 본전만 되면 팔겠다는 생각으로 갖고 있어요. 그 ‘매물벽’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신고가가 나오면 그 매물벽을 뛰어넘고 ‘목표가’가 없어져요. 어디까지 올라갈지 예측을 못 하니까 팔려는 사람도 없죠.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때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까요.
분산투자 측면에서는 업종과 종목 숫자가 중요해요. 이는 투자 금액, 투자자의 나이, 리스크를 얼마나 짊어질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업종은 2~3개 정도, 종목은 적어도 3개에서 많으면 15개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봐요.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비중은 금액이 많다면 당연히 국내외 다 하는 게 낫고, 중장기 투자일수록 미국 주식을 하는 게 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재테크에서 포트폴리오도 중요하지만 경제학의 기본은 선택과 집중이에요. 요즘 재테크 정보가 많다 보니 젊은 투자자 중에 금, 달러, 채권 등 여러 곳에 투자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내가 가진 돈과 시간에는 한계가 있단 말이에요. 모든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내가 실행할 능력이 있다면 굳이 여러 분야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 100억 원 이상 있고 50대인 지금은 지키는 투자를 하나요.
젊은 시절보단 확실히 보수적이지만, 이 정도 투자 금액을 가진 또래 중에선 엄청 공격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 있죠. ETF 투자는 안 하고 코인 투자는 합니다만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아요. 재테크는 잘하는 분야를 더 잘해야 하니까요.
#이정윤 #주식투자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출처 다트 네이버주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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