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시가총액 순위 집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2조420억 달러(약 2890조 원)를 기록하며 금(17조8290억 달러), 애플(3조6730억 달러), 엔비디아(3조554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3조2520억 달러), 아마존(2조2293억 달러), 알파벳(2조1430억 달러)에 이어 7위에 올랐다. 코인 가격 급등에 힘입어 업비트와 빗썸을 포함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도 주식 시장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금리의 예금, 연일 신저점을 기록하는 주식 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코인 거래소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빌딩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 사이에선 가상자산 투자로 수백억 원을 번 사람들이 건물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코인 수익이 부동산 시장을 들어올리고 수많은 파이어족(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조기 은퇴자)을 양산해낸 2021년 불장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계기로 대규모 기관 투자 자금이 유입되었고,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2024년 4월 말)가 도래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서게 된 것.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반감기 도래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본격적으로 코인 불장이 시작된다는 점에 비추어, 2024년 말 불장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러한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대선 당시 비트코인을 미국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는 실제로 내각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정부 효율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상무부 장관),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재무부 장관), 데이비드 삭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AI·암호화폐 차르) 등 암호화폐 친화적인 인물들을 요직에 대거 발탁해 상승장에 기름을 부었다.
코인은 과연 언제까지, 얼마나 오를까. 자고 일어나면 돈이 복사되는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는 법은 무엇일까. 구독자 24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박작가의 크립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암호화폐 분석가 박종한 제이블록 대표에게 물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비트코인 반감기를 중심으로 하는 코인 시장의 사이클과 큰손들의 움직임, 데이터와 거시경제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는다는 평을 얻고 있다. ‘10년 후 100배 오를 암호화폐에 투자하라’ ‘암호화폐 트렌드 2023’ ‘슈퍼코인 투자지도’ 등을 펴내기도 했다.
관점에 따라서 좀 차이가 있다. 2017년 모델과 2021년 모델이 다르다. 2017년은 가파르게 상승해서 한 번에 꼭지를 찍고 내려왔는데, 2021년은 다른 요인들의 영향으로 두 번 천장을 찍고 내려오면서 상승 추세에 힘이 빠졌다. 이번 사이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암호화폐에 대해 우호적이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돼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으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2017년 모델을 따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2021년 상승장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반면 규제에 의해 시장이 타격을 받을 거라는 불안감이 컸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 후 SEC 위원장이 가상자산에 비판적인 개리 겐슬러에서 우호적인 폴 애킨스로 바뀌었다. 그 외에도 내각 지명자들을 보면 시장에 우호적인 움직임이 완연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사이클상 상승장으로 올라가는 초입이고, 비트코인 가격은 허리보다 조금 높은 명치 정도에 도달했다고 본다. 본격적인 대세 상승장에 진입하면 알트코인이 지금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다. 트럼프 당선 후 순식간에 4~5배 오른 코인들도 있었는데, 그 흐름이 2025년에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다만 그 흐름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좀 어렵다고 본다.
이번 사이클에서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오를 것으로 보나.
기관들의 분석을 살펴보면 달러 기준 20만~25만 달러, 한화로는 약 3억~3억5000만 원이다. 나 또한 그 정도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비트코인 상승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가 가상자산 친화적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만약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위치가 되면 트럼프의 스탠스가 바뀌지 않을까.
트럼프가 비트코인에 애착을 갖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그는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본다. 트럼프 1기 내각은 비트코인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2024년에는 트럼프가 직접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트럼프의 차남인 에릭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비트코인 행사에서 “아버지는 지금 비트코인에 관해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암호화폐 친화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 100만 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보면 비트코인이 달러의 대척점이 아니라 금의 대척점으로 포지셔닝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원래 결제 및 거래의 용도로 구상이 됐지만, 지금은 기관 투자자들이 계속 매집을 하고 그와 관련된 수요가 일어나면서 가치 저장 수단 및 인플레이션 헤지 용도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달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현재 미국의 부채가 굉장히 많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가져갈 거라고 말하는데, 그 배경에는 가치가 급등하는 비트코인이 미국의 부채를 헤지 해줄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건 맞지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가 암호화폐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시장의 기대치에서 약간 어긋나는 발언이나 정책이 나왔을 때 그 실망감이 패닉 셀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가되, 미국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발표하는지 등을 유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닥터 둠’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얼마 전 “자산을 지키길 원한다면 암호화폐를 멀리하라”고 조언했는데, 이런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루비니 교수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 등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도 많다. 전통 경제학에 비추어 비트코인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오래전부터 “비트코인은 망할 거야”라고 얘기했는데 15년 동안 이어져온 결과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그분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결국 투자의 관점에서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투자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수많은 잡음이 들린다. 조금만 오르면 “불장”이라고 환호성을 지르다가 또 조금만 떨어지면 “시즌 종료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것들에 흔들리기보다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세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를 발표하던 날 비트코인 가격이 4% 이상 하락했다.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암호를 풀면 가상자산의 근거가 무너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양자컴퓨터 이슈는 코인 시장에서 몇 년 전부터 나왔다. 양자컴퓨터는 0과 1로 계산이 이뤄지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까지 계산할 수 있어 연산력이 월등하게 높다. 윌로가 105큐비트(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를 확보해서 시장을 긴장시켰는데,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돌파하려면 수백만 큐비트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비트코인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에 열기가 더해질 때 뭔가 제동을 걸 만한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기관들이 매집을 위해 틈을 만들어야 하는데, 때마침 구글에서 발표한 양자컴퓨터가 시장에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틈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앞서 말한 것처럼 양자컴퓨터 이슈를 이미 숙지하고 있었고,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양자컴퓨터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다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 암호화폐도 더 발전하면서 서로 간에 티키타카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본다. 또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상용화되면 비트코인보다 은행 같은 전통 금융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결론은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면 인류는 모두 힘을 모아서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알트코인 불장은 언제쯤 올 것으로 보나.
대세 상승장 초입에는 비트코인 점유율(도미넌스)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자본이 많이 모여야 시장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직전에는 도미넌스가 61%까지 올랐다가 당선 후 알트코인들이 펌핑하면서 현재는 55~56%로 떨어졌다. 비트코인이 급등하고 나면 잠시 횡보하면서 알트코인들이 상승하기를 기다리는데 이를 ‘키 맞추기’라고 한다. 지금은 대세 상승장 초입에 자본들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왔다 갔다 하는데, 2025년 1월을 기점으로 이 흐름이 본격적으로 알트코인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이클에서도 늘 그런 움직임이 나왔다.
알트코인은 종류가 굉장히 많고, 시세 변동도 심하다. 선별 기준을 어디에 두는 게 좋은가.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다. 나는 장기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량한 것들을 모아나가다가 대세 상승장 정점에서 한 번에 털고 나올 계획이다. 그래서 펀더멘털이 받쳐주는 프로젝트들을 많이 담는 편이다. 그런데 만약 단기적인 흐름을 따른다고 하면 밈코인처럼 빠르게 상승하고 빠르게 하락하는 코인들이 투자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는 모두 스캠(사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암호화폐에도 실제로 내재적 가치가 존재한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디앱이라는 앱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이 앱을 사용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 수수료가 계속해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는 거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지 혹은 얼마나 많은 신규 주소들이 만들어지는지, 또 기관이나 개인들이 여기에 얼마나 자본을 많이 예치하는지 등의 지표를 살피는 게 투자에 도움이 된다. 펀더멘털이 약하더라도 새롭게 상장되는 코인이나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코인들이 있는데, 이런 코인들은 단기적으로 급등할 수 있지만 급락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잘 살펴 비트코인에 장기 투자하면서 펀더멘털이 안정적인 알트코인과 내러티브가 있는 코인들을 일부 공격적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낫다. 그렇게 한다면 대세 상승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며 좋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코인 투자법이 다르다.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고, 한번 큰돈을 넣는 사람도 있다. 바람직한 투자법을 추천한다면.
비트코인은 지금부터 꾸준히 모아나가는 전략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장 저평가된 구간에서 사는 게 좋겠지만,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알트코인 대비 가격 방어를 잘할 가능성이 높다. 알트코인 역시 2025년 대세 상승장이라고 하지만 마이너스 30%, 마이너스 50% 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알트코인은 반드시 저평가 구간에서 사야 한다. 가격이 크게 하락해서 ‘이 코인 사라지는 거 아닌가?’ 이런 불안감이 나올 정도가 되면 그때가 매수 타이밍이다. 반면 차트를 봤을 때 상승 움직임이 시작돼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그 코인은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많은 분이 가격이 오르면 천정부지로 더 뛸 것 같아서 고점에 올라타는데, 결국은 대부분 마이너스가 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고점에 진입하는 이유 중 하나가 포모(FPMO), 즉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다들 돈을 버는 장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 같은 느낌을 견디기 힘들지 않나.
최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투자자들이 포모에 시달리는 건 100%고, 포모 때문에 마우스까지 클릭해서 매수나 매도로 이어진 사람이 85%나 됐다. 그만큼 무서운 감정이다. 차라리 퍼드(FUD·가짜 뉴스)에 의해 공포감이 형성되면 매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데 포모는 완전히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다 해도 포모를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알트코인 시장의 기본적인 생리는 순환매다. 하나의 코인이 펌핑되고 나면 그다음 코인, 또 그다음 코인으로 이어진다. 특정 코인이 급등하면 포모를 느낄 게 아니라 저평가된 것들을 담아 다음 펌핑을 준비해야 한다. 매도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내가 팔고 나면 더 오를까 봐 매도를 못 하는데,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면 다음에 오를 코인을 찾아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야 한다. 포모를 100%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순환매를 염두에 두고 리밸런싱을 통해 빠르게 대응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매입은 기술, 매도는 예술’이란 말이 있는데 여기에 동의한다. 온체인 지표를 사용하면 매수 타이밍 잡는 건 비교적 쉽다. 그런데 매도는 아무리 많은 지표를 봐도 “여기가 매도 구간이야”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투자자 자신이 어느 정도 기준이나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지표상으로 봤을 때 그래도 고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신호들이 어느 정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선물 거래 지표에서 미결제 약정이 너무 심하게 올라갔다거나, 펀딩 레이트 히트 맵에서 과열 구간에 있다거나, 레버리지가 많이 끼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럼에도 고래(코인 대량 보유자)들이 작정하고 가격을 펌핑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분할 매도를 하는 게 좋다. 공포 및 탐욕 지수도 참고할 수 있다. 이 지수가 고점으로 가면 보통 조정이 온다. 그럴 때는 자신의 투자 원칙에 따라 30~50% 정도는 먼저 매도하고 나머지는 정점 찍고 내려오는 걸 보면서 다음 스탠스를 취하는 방법도 있다.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말도 있다. 보통 호재 소문에 가격이 오르는데, 막상 호재 소식이 발표되는 날은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들을 참고해서 자신만의 가이던스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코인 투자로 수익을 낸 사람 중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전향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주변 사람들이 내게 “전업 투자자를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한다. 왜냐면 이미 전업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 질문을 안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암호화폐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일하는 건 굉장히 좋다고 본다. 그런데 전업 투자는 다르다. 다른 소득 없이 이 일만 하려면 투자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계속 단타를 쳐야 하고 결국은 무리하게 된다. 그러다 선물 거래까지 손댄다면 대부분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런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무척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비트코인을 꾸준히 모아나가는 투자법을 DCA(Dollar Cost Average)라고 하는데, DCA를 3~5년 정도 한 결과 굉장히 뛰어난 트레이더들의 3~5년 평균 수익률과 거의 비슷했다. 노련한 트레이더들과 비교해 비트코인 적립식 매수가 장기적으로 괜찮은 결과였던 셈이다. 훈련받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로 비트코인 적립식 매매보다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바로 그 적립식 투자로 비트코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 됐다. 놀랍게도 상승장에서 계속 매집만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떨 것으로 보는지.
2020년 말부터 매집을 시작해 상승장, 하락장을 가리지 않고 DCA를 펼쳐 지금 엄청난 결과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은행을 만들어 코인이 실제 금융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흐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현금이 아니라 전환사채를 발행해 사실상 ‘빚투’로 코인을 사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대세 상승장이 끝날 때 혹은 어떤 돌발적인 규제와 맞물릴 경우 하락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그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기사들도 있는데, 현재까지 전문 기관의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코인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대세 상승장의 정점은 언제 오고, 언제부터 팔기 시작해야 하나’인데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과거 사이클을 참고했을 때 길게는 2025년 9~11월, 짧게는 5~6월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2025년 2분기에 접어들면 암호화폐를 공격적으로 매수하기에는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는 거다. 노련한 투자자들은 시장이 펌핑하기 시작한다고 거기에 막 올라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런 흐름들을 잘 살펴보면서 타이밍을 잡아나가고,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이 코인이 어떤 코인인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공부하면 좋겠다.
#비트코인 #알트코인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뉴시스 뉴스1
사실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계기로 대규모 기관 투자 자금이 유입되었고,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2024년 4월 말)가 도래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서게 된 것.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반감기 도래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본격적으로 코인 불장이 시작된다는 점에 비추어, 2024년 말 불장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러한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대선 당시 비트코인을 미국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는 실제로 내각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정부 효율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상무부 장관),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재무부 장관), 데이비드 삭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AI·암호화폐 차르) 등 암호화폐 친화적인 인물들을 요직에 대거 발탁해 상승장에 기름을 부었다.
코인은 과연 언제까지, 얼마나 오를까. 자고 일어나면 돈이 복사되는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는 법은 무엇일까. 구독자 24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박작가의 크립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암호화폐 분석가 박종한 제이블록 대표에게 물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비트코인 반감기를 중심으로 하는 코인 시장의 사이클과 큰손들의 움직임, 데이터와 거시경제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는다는 평을 얻고 있다. ‘10년 후 100배 오를 암호화폐에 투자하라’ ‘암호화폐 트렌드 2023’ ‘슈퍼코인 투자지도’ 등을 펴내기도 했다.
비트코인 단기 전망은 3억~3억5000만 원이 대세
투자와 관련된 격언 중에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다. 지금 비트코인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나.
관점에 따라서 좀 차이가 있다. 2017년 모델과 2021년 모델이 다르다. 2017년은 가파르게 상승해서 한 번에 꼭지를 찍고 내려왔는데, 2021년은 다른 요인들의 영향으로 두 번 천장을 찍고 내려오면서 상승 추세에 힘이 빠졌다. 이번 사이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암호화폐에 대해 우호적이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돼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으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2017년 모델을 따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2021년 상승장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반면 규제에 의해 시장이 타격을 받을 거라는 불안감이 컸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 후 SEC 위원장이 가상자산에 비판적인 개리 겐슬러에서 우호적인 폴 애킨스로 바뀌었다. 그 외에도 내각 지명자들을 보면 시장에 우호적인 움직임이 완연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사이클상 상승장으로 올라가는 초입이고, 비트코인 가격은 허리보다 조금 높은 명치 정도에 도달했다고 본다. 본격적인 대세 상승장에 진입하면 알트코인이 지금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다. 트럼프 당선 후 순식간에 4~5배 오른 코인들도 있었는데, 그 흐름이 2025년에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다만 그 흐름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좀 어렵다고 본다.
이번 사이클에서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오를 것으로 보나.
기관들의 분석을 살펴보면 달러 기준 20만~25만 달러, 한화로는 약 3억~3억5000만 원이다. 나 또한 그 정도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비트코인 상승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가 가상자산 친화적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만약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위치가 되면 트럼프의 스탠스가 바뀌지 않을까.
트럼프가 비트코인에 애착을 갖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그는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본다. 트럼프 1기 내각은 비트코인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2024년에는 트럼프가 직접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트럼프의 차남인 에릭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비트코인 행사에서 “아버지는 지금 비트코인에 관해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암호화폐 친화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 100만 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보면 비트코인이 달러의 대척점이 아니라 금의 대척점으로 포지셔닝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원래 결제 및 거래의 용도로 구상이 됐지만, 지금은 기관 투자자들이 계속 매집을 하고 그와 관련된 수요가 일어나면서 가치 저장 수단 및 인플레이션 헤지 용도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달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현재 미국의 부채가 굉장히 많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가져갈 거라고 말하는데, 그 배경에는 가치가 급등하는 비트코인이 미국의 부채를 헤지 해줄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건 맞지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가 암호화폐 친화적이라는 이유로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시장의 기대치에서 약간 어긋나는 발언이나 정책이 나왔을 때 그 실망감이 패닉 셀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가되, 미국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발표하는지 등을 유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닥터 둠’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얼마 전 “자산을 지키길 원한다면 암호화폐를 멀리하라”고 조언했는데, 이런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루비니 교수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 등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도 많다. 전통 경제학에 비추어 비트코인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오래전부터 “비트코인은 망할 거야”라고 얘기했는데 15년 동안 이어져온 결과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그분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결국 투자의 관점에서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투자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수많은 잡음이 들린다. 조금만 오르면 “불장”이라고 환호성을 지르다가 또 조금만 떨어지면 “시즌 종료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것들에 흔들리기보다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세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를 발표하던 날 비트코인 가격이 4% 이상 하락했다.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암호를 풀면 가상자산의 근거가 무너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양자컴퓨터 이슈는 코인 시장에서 몇 년 전부터 나왔다. 양자컴퓨터는 0과 1로 계산이 이뤄지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까지 계산할 수 있어 연산력이 월등하게 높다. 윌로가 105큐비트(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를 확보해서 시장을 긴장시켰는데,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돌파하려면 수백만 큐비트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비트코인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에 열기가 더해질 때 뭔가 제동을 걸 만한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기관들이 매집을 위해 틈을 만들어야 하는데, 때마침 구글에서 발표한 양자컴퓨터가 시장에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틈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앞서 말한 것처럼 양자컴퓨터 이슈를 이미 숙지하고 있었고,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양자컴퓨터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다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 암호화폐도 더 발전하면서 서로 간에 티키타카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본다. 또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상용화되면 비트코인보다 은행 같은 전통 금융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결론은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면 인류는 모두 힘을 모아서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알트코인 불장은 언제쯤 올 것으로 보나.
대세 상승장 초입에는 비트코인 점유율(도미넌스)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자본이 많이 모여야 시장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직전에는 도미넌스가 61%까지 올랐다가 당선 후 알트코인들이 펌핑하면서 현재는 55~56%로 떨어졌다. 비트코인이 급등하고 나면 잠시 횡보하면서 알트코인들이 상승하기를 기다리는데 이를 ‘키 맞추기’라고 한다. 지금은 대세 상승장 초입에 자본들이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왔다 갔다 하는데, 2025년 1월을 기점으로 이 흐름이 본격적으로 알트코인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이클에서도 늘 그런 움직임이 나왔다.
알트코인은 종류가 굉장히 많고, 시세 변동도 심하다. 선별 기준을 어디에 두는 게 좋은가.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다. 나는 장기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량한 것들을 모아나가다가 대세 상승장 정점에서 한 번에 털고 나올 계획이다. 그래서 펀더멘털이 받쳐주는 프로젝트들을 많이 담는 편이다. 그런데 만약 단기적인 흐름을 따른다고 하면 밈코인처럼 빠르게 상승하고 빠르게 하락하는 코인들이 투자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는 모두 스캠(사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암호화폐에도 실제로 내재적 가치가 존재한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디앱이라는 앱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이 앱을 사용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 수수료가 계속해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는 거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지 혹은 얼마나 많은 신규 주소들이 만들어지는지, 또 기관이나 개인들이 여기에 얼마나 자본을 많이 예치하는지 등의 지표를 살피는 게 투자에 도움이 된다. 펀더멘털이 약하더라도 새롭게 상장되는 코인이나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코인들이 있는데, 이런 코인들은 단기적으로 급등할 수 있지만 급락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잘 살펴 비트코인에 장기 투자하면서 펀더멘털이 안정적인 알트코인과 내러티브가 있는 코인들을 일부 공격적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낫다. 그렇게 한다면 대세 상승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며 좋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코인 투자법이 다르다.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고, 한번 큰돈을 넣는 사람도 있다. 바람직한 투자법을 추천한다면.
비트코인은 지금부터 꾸준히 모아나가는 전략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장 저평가된 구간에서 사는 게 좋겠지만,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알트코인 대비 가격 방어를 잘할 가능성이 높다. 알트코인 역시 2025년 대세 상승장이라고 하지만 마이너스 30%, 마이너스 50% 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알트코인은 반드시 저평가 구간에서 사야 한다. 가격이 크게 하락해서 ‘이 코인 사라지는 거 아닌가?’ 이런 불안감이 나올 정도가 되면 그때가 매수 타이밍이다. 반면 차트를 봤을 때 상승 움직임이 시작돼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그 코인은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많은 분이 가격이 오르면 천정부지로 더 뛸 것 같아서 고점에 올라타는데, 결국은 대부분 마이너스가 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고점에 진입하는 이유 중 하나가 포모(FPMO), 즉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다들 돈을 버는 장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 같은 느낌을 견디기 힘들지 않나.
최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투자자들이 포모에 시달리는 건 100%고, 포모 때문에 마우스까지 클릭해서 매수나 매도로 이어진 사람이 85%나 됐다. 그만큼 무서운 감정이다. 차라리 퍼드(FUD·가짜 뉴스)에 의해 공포감이 형성되면 매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데 포모는 완전히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다 해도 포모를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알트코인 시장의 기본적인 생리는 순환매다. 하나의 코인이 펌핑되고 나면 그다음 코인, 또 그다음 코인으로 이어진다. 특정 코인이 급등하면 포모를 느낄 게 아니라 저평가된 것들을 담아 다음 펌핑을 준비해야 한다. 매도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내가 팔고 나면 더 오를까 봐 매도를 못 하는데,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면 다음에 오를 코인을 찾아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야 한다. 포모를 100%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순환매를 염두에 두고 리밸런싱을 통해 빠르게 대응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비트코인 적립식 투자는 노련한 트레이더의 수익률과 비슷
매도 타이밍은 어떻게 잡는 게 좋은가.
‘매입은 기술, 매도는 예술’이란 말이 있는데 여기에 동의한다. 온체인 지표를 사용하면 매수 타이밍 잡는 건 비교적 쉽다. 그런데 매도는 아무리 많은 지표를 봐도 “여기가 매도 구간이야”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투자자 자신이 어느 정도 기준이나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지표상으로 봤을 때 그래도 고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신호들이 어느 정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선물 거래 지표에서 미결제 약정이 너무 심하게 올라갔다거나, 펀딩 레이트 히트 맵에서 과열 구간에 있다거나, 레버리지가 많이 끼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럼에도 고래(코인 대량 보유자)들이 작정하고 가격을 펌핑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분할 매도를 하는 게 좋다. 공포 및 탐욕 지수도 참고할 수 있다. 이 지수가 고점으로 가면 보통 조정이 온다. 그럴 때는 자신의 투자 원칙에 따라 30~50% 정도는 먼저 매도하고 나머지는 정점 찍고 내려오는 걸 보면서 다음 스탠스를 취하는 방법도 있다.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말도 있다. 보통 호재 소문에 가격이 오르는데, 막상 호재 소식이 발표되는 날은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들을 참고해서 자신만의 가이던스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코인 투자로 수익을 낸 사람 중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전향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주변 사람들이 내게 “전업 투자자를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한다. 왜냐면 이미 전업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 질문을 안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암호화폐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일하는 건 굉장히 좋다고 본다. 그런데 전업 투자는 다르다. 다른 소득 없이 이 일만 하려면 투자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계속 단타를 쳐야 하고 결국은 무리하게 된다. 그러다 선물 거래까지 손댄다면 대부분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런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무척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비트코인을 꾸준히 모아나가는 투자법을 DCA(Dollar Cost Average)라고 하는데, DCA를 3~5년 정도 한 결과 굉장히 뛰어난 트레이더들의 3~5년 평균 수익률과 거의 비슷했다. 노련한 트레이더들과 비교해 비트코인 적립식 매수가 장기적으로 괜찮은 결과였던 셈이다. 훈련받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로 비트코인 적립식 매매보다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바로 그 적립식 투자로 비트코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 됐다. 놀랍게도 상승장에서 계속 매집만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떨 것으로 보는지.
2020년 말부터 매집을 시작해 상승장, 하락장을 가리지 않고 DCA를 펼쳐 지금 엄청난 결과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은행을 만들어 코인이 실제 금융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흐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현금이 아니라 전환사채를 발행해 사실상 ‘빚투’로 코인을 사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대세 상승장이 끝날 때 혹은 어떤 돌발적인 규제와 맞물릴 경우 하락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그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기사들도 있는데, 현재까지 전문 기관의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코인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대세 상승장의 정점은 언제 오고, 언제부터 팔기 시작해야 하나’인데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과거 사이클을 참고했을 때 길게는 2025년 9~11월, 짧게는 5~6월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2025년 2분기에 접어들면 암호화폐를 공격적으로 매수하기에는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는 거다. 노련한 투자자들은 시장이 펌핑하기 시작한다고 거기에 막 올라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런 흐름들을 잘 살펴보면서 타이밍을 잡아나가고,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이 코인이 어떤 코인인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공부하면 좋겠다.
#비트코인 #알트코인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뉴시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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