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EY

생화학 테러 버금가는 차이나 커머스의 공습

장혜정 프리랜서 기자

2024. 06. 24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운 차이나 커머스가 유해 물질,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소비자의 눈 밖에 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매출액과 회원 수가 두 달 연속 크게 감소했는데…. 

어떤 소비든 가성비를 먼저 챙기는 회사원 정수아(가명) 씨는 테무에서 옷을 구매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스커트, 블라우스 등 출근복은 물론이고 트레이닝복, 속옷까지 거의 대부분의 옷을 테무에서 구매했다. 국내 쇼핑몰에서 두어 벌 살 돈으로 네댓 벌까지 살 수 있으니 만족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얼마 후 품질에 큰 의구심을 품게 됐다. 한두 번의 세탁에도 보풀이 일고 실밥이 삐져나와 금방 헌 옷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양쪽 어깨의 봉제선이 다르다거나 지퍼가 잘 올라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뻑뻑한 지퍼와 씨름하다 결국 손에서 피를 본 날도 있었다. 순간 미국의 한 여성이 테무에서 12달러 주고 산 부츠를 신다가 발이 찢어져 27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들었다는 뉴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싼 맛에 이것저것 사 모았던 옷들은 결국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한 채 폐기됐다.

3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 김지희(가명) 씨는 얼마 전 뉴스를 보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알리에서 구매한 아들의 스티커 북에서 기준치의 269배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된 것. 함유된 유해 물질은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정자 수 감소, 불임, 조산 등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눈과 피부 등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제품이라 아이와 여러 번 가지고 놀았는데 너무 걱정이 된다”며 “주변 친구들에게도 선물해서 너무 난감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호기심에 테무, 알리 등의 C커머스를 이용했다 낭패를 본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품질이 떨어지고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며 인기가 식어가는 추세. 국내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는 “지난 4월 298만143건에 달하던 테무와 알리 앱 신규 설치 건수가 6월 223만6729건으로 약 25%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애플리케이션·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도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한국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전월 대비 각각 3.4%, 3.3% 줄었다”고 발표했다.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어린이용 스티커 북, 시계, 목걸이서 유해 물질 기준치 약 270배

초저가 마케팅을 내세우며 거센 공습을 이어가던 C커머스는 한때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 끌기에 제대로 성공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중국 직구 거래액은 3조2873억 원으로 전년(1조4858억 원) 대비 121.2%나 폭증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던 테무, 알리에 제동이 걸린 건 품질성과 안정성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직구 제품 93개를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40개 제품에서 최대 428배의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검사 물품의 43%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대상이 보행기, 학용품 등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물건이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비슷한 조사 결과는 또 있다. 최근 인천본부세관이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성분을 분석한 결과 404개 제품 중 96개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알리, 테무, 큐텐에서 판매하는 88개 제품(화장품·어린이 제품·차량용 방향제·이륜자동차 안전모 등)을 조사한 결과 27개가 국내 안전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 발암물질인 크롬과 납을 함유한 아이섀도, 카드뮴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된 수영 튜브, 머리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안전모 등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같은 사실이 연일 뉴스로 보도되자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C커머스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무단 활용, 가품 판매 등의 이슈가 함께 불거지자 실적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5월 “알리와 테무가 과대·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유인·유혹해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및 무단 활용을 방치·방관하지 말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5월 80개 품목에 대한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소비자들의 반발로 불과 사흘 만에 입장을 철회해 혼선을 일으킨 바 있다.



품목별로 다른 가격, C커머스라고 모두 저렴하진 않아

초저가를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하는 C커머스.

초저가를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하는 C커머스.

다양한 논란으로 C커머스의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저렴한 가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엄청난 무기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내놓은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이용 현황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중국 쇼핑 플랫폼 이용 이유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93.1%(복수 응답 허용)가 ‘제품 가격이 저렴해서’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C커머스의 초저가 정책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중국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5%의 성장률을 달성할 목적으로 과잉생산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배송해 중간 마진을 최대한 없앴으며, 선진국에서 우편 비용을 국가가 보조해준다는 점을 이용해 국제 물류비도 아끼고 있다. 덕분에 국내 이커머스와 비교해 가끔 0이 하나 빠지는 수준의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것. ‘재벌처럼 쇼핑하자’는 테무의 슬로건처럼 단 10만 원으로도 많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테무, 알리에서 물건을 잔뜩 구매한 뒤 언박싱하며 하나하나 물건을 품평하는 콘텐츠가 인기다. 파손된 컴퓨터 마우스, 사람이 입을 수 없는 작은 옷 등 ‘실패템’이 속출하지만 갓성비를 챙길 수 있는 제품도 여럿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대량으로 물건을 산 뒤 반은 버리고 반은 취하자는 태도로 C커머스를 이용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으로 고가 상품을 살 수 없으니 싼 물건을 산 뒤 놀이처럼 즐기는 문화가 유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알리와 테무는 국내 쇼핑몰과 비교해 얼마나 더 저렴할까? 정말 0 하나가 더 붙고 빠질 정도일까? 비교를 위해 몇 가지 품목을 검색해봤다. 먼저 휴대용 노래방 기계다. 마이크와 스피커로 구성돼 집에서도 노래방에 온 기분을 낼 수 있는 이 제품은 쿠팡에서 4만1400원, 테무에서는 9140원에 판매하고 있다. LED 무드 등과 시계가 합쳐진 또 다른 제품은 쿠팡에서 2만6200원, 테무에서는 1만1878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곰돌이 모양 그립 톡은 쿠팡 5610원, 테무 1664원으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C커머스 제품이 항상 저렴한 것은 아니다. 생필품을 대상으로 알리와 국내 E커머스의 최종 표시 가격을 비교하니 안성탕면 20개 묶음을 쿠팡은 1만3070원, 알리는 1만9000원에 판매했다. 켈로그 콘푸로스트(600g) 3개 묶음은 쿠팡 1만2920원, 알리 1만3390원이었다. 또 리스테린 토탈케어 플러스(750㎖) 4개 묶음은 쿠팡 2만5600원, 알리 3만6800원을 기록했다.

G마켓, 11번가와의 비교도 흥미로웠다. 알리는 G마켓보다 물티슈 베베숲 프리미어(70매 20팩)를 3060원, 다우니 아로마 플로럴 섬유유연제(8.5L)를 530원 더 비싸게 판매했다. 깨끗한나라 순수 프리미엄(27m 30롤 2팩)도 G마켓은 3만1790원이었지만 알리는 3만8900원으로 더 비쌌다. 그 외에 빙그레 맛있는 콩두유(200㎖ 24개)와 스팸 닭가슴살(200g 10개) 역시 알리의 가격이 더 높았다. 초저가를 내세워 ‘혹’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덮어놓고 어디가 더 싸다기보다는 품목별, 종류별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C커머스 #알리 #테무 #여성동아

사진 언스플래쉬 AP뉴시스 
사진출처 알리 테무 쿠팡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