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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무대 오르기 전 대기실에서 수학 문제집 풀었어요” 대치동 수학강사 된 걸그룹 ‘7공주’ 막내 박유림

조지윤 기자

2024. 04. 19

하나만 잘하기도 벅찬 세상. 박유림 강사는 방송, 음악, 공부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소 되는 날~”

평균 나이 7.8세의 걸 그룹 ‘컬러링 베이비 7공주’(이하 7공주)의 히트곡 ‘Love Song’을 기억하는가. 2018년 JTBC ‘슈가맨’ 시즌 2 최초로 100불을 달성할 만큼 세대를 막론하고 포근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곡이다. ‘Love Song’ 앨범이 발매된 지도 올해로 20년째다. 귀엽게 노래를 부르던 소녀들도 어엿한 숙녀가 돼 각자의 자리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대다수가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독특한 행보를 보이는 이가 있다. 만 5세 때 데뷔한 막내 박유림 씨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한 그는 카이스트 전산학부에 진학한 후 수리과학부로 전과했다. 주간지 ‘대학내일’ 표지 모델을 하고, 2019 미스 인천 선(善)에 입상하는 등 연예계 진출 가능성을 보이는 듯했지만 그는 돌연 수학 강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9년도에 스카이에듀 대학생 수학 멘토로 나서 2년 뒤 본격적으로 인터넷 강의 수학 강사로 데뷔했다. 이어 2022년 대성마이맥과 강남대성학원이 공동 주최한 수학강사 공개선발대회 ‘매쓰코리아(Math Korea) 2’에서 입상한 후 대치 두각학원에서 현장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유림 강사는 유년 시절에 방송 활동 외에도 가야금, 플루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기 때문에 “공부를 하겠다”고 하자 집안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가장 재미있는 분야가 수학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악기 연주 등 취미 활동을 놓지 않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모델 활동도 이어왔다. 하나만 잘하기도 벅찬 세상에서 그가 공부 말고도 여러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시간 관리’에 있다.



7공주, 첫 번째 꿈의 시작

키즈 모델로 활동할 당시(위) 7공주 활동 당시의 박유림 강사(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키즈 모델로 활동할 당시(위) 7공주 활동 당시의 박유림 강사(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7공주로 데뷔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한글을 읽지 못할 때부터 집에서 혼자 노래 부르고 춤을 췄어요. 제가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어느 날 오디션장에 데려가 주셨는데, 바로 7공주 2기 오디션이었어요. 운 좋게 눈에 띄어서 5세 때 막내로 합류하게 됐죠.

7공주 활동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너무 어렸을 때라 사실 단편적인 기억만 남아 있지만, 좋은 추억인 건 분명해요. 당시 동방신기 오빠들이 옆 대기실을 썼어요. 그때는 같이 놀아주는 오빠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커서 보니 대단한 분들이었더라고요(웃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나고 나니 특별한 추억이었어요.

대기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요.
어릴 때부터 방송 활동을 하면 학교에 나가기 힘들어요. 어머니께서 수학 문제집을 하루에 3장씩만 풀어보자고 하셔서 틈틈이 공부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수학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루에 6장도 넘게 풀곤 했어요. 집에서는 제가 예체능 쪽으로 진로를 잡길 바라셨기 때문에 ‘이러다가 공부한다고 하면 어쩌나’ 불안해하셨어요. 나중에는 제가 정확히 3장만 푸는지 확인하고 더 많이 풀려고 하면 문제집을 가져가시기도 했죠(웃음). 요즘도 가끔 그때 공부시킨 것을 후회하고 계세요.

본인은 어릴 때부터 공부 쪽으로 진로를 생각했나요.
전혀요. 4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9세 때는 플루트, 10세부터 가야금을 시작하면서 예체능 쪽만 준비했어요. 발레도 오래 했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연예계 활동을 계속하거나 음악을 전공하거나 무용수가 되는 미래를 그렸죠.

9세 때 7공주를 탈퇴한 이유는 뭔가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부담이었어요.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도 고학년 선배들이 저를 보려고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부모님께 평범한 학생으로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그때부터는 학교생활에 집중했어요. 간간이 키즈 모델 활동은 했지만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부에 집중했나요.
중학교 1학년 때 악기를 그만뒀어요. 플루트나 가야금을 계속 배웠는데 현실적으로 음악 전공자로서 승부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학이 떠올랐어요. 어릴 때 방송 활동을 하면서도 수학 학습지 푸는 게 재미있어서 시중에 나온 시리즈를 모조리 다 풀었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수학 학원을 안 다녔는데 학습지만으로 중학교 1학년 수학까지 다 뗐죠. 누가 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다음 학년 과정이 궁금해서 자꾸 공부하고 싶더라고요. 이후 수학을 더 디테일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목표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고등학교에서도 가야금 연주를 이어갔다(왼쪽). 대학 시절 한 주간지 표지 모델로도 활약했다.

고등학교에서도 가야금 연주를 이어갔다(왼쪽). 대학 시절 한 주간지 표지 모델로도 활약했다.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는데, 공부법이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학교(내신) 수학 시험을 준비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한번 배울 때 다시 보지 않아도 될 만큼 확실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려 애썼거든요. 대체로 수학 공부에 쓰는 시간이 가장 많은데, 저는 시험 기간에 다른 과목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절대적인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점수도 잘 나온 것 같아요(웃음).

수학 선행학습을 추천하나요.
‘일단 진도만 빼놓는다’는 식의 선행학습은 추천하지 않아요. 본 학년이 됐을 때 수학 공부를 또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초를 확실히 다지고 넘어가야 선행학습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신 공부를 할 때 제일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과목이 수학인 만큼, 여기서 시간을 아끼면 다른 과목에 투자할 기회가 더 늘어나거든요. 수학을 배우면서 본인 의지로 더 상위 개념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도 선행학습을 추천합니다. 재미있어서 더 공부하고 싶다면요.

한국과학영재학교 입시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가장 중요한 건 내신이에요. 과학 영재를 선발하는 학교기 때문에 이과 과목 성적이 특히 중요하고요. 한국과학영재학교의 목표가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포트폴리오를 많이 쌓아야 한다고들 생각하시는데 내신이 절대적입니다.

영재학교에서 좋은 성적 받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요.
저는 수학이랑 과학 과목의 편차가 심했어요. 수학 같은 경우는 경시대회 수준까지 공부해놓았지만 과학은 공통과학까지만 보고 입학했거든요. 현실적으로 친구들을 따라잡기 어려웠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과감하게 과학은 포기하되 수학과 인문 과목에 집중해서 내신을 방어했습니다. 2학년 때부터는 대학교처럼 각자 전공을 선택해 들으면 돼서 과학보다는 수학 중심으로 수강했고요. 그 덕분에 내신이 점차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서 수시를 전략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생 때도 악기를 계속 연주했어요. 어떻게 공부와 취미 2마리 토끼를 잡았나요.
하루 계획을 세울 때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으로 나누었어요. 해야 할 것을 달성해야만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습관을 들였죠. 물론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고 당장 해야 할 일부터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놓지 않으면 놀면서도 ‘공부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해야 할 것을 모두 끝내놓으면 지금 후회 없이 놀아야 내일 또 힘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편하게 휴식에 집중할 수 있고요. 또 어차피 해야 할 일인 만큼 빨리 마무리하고 쉬자는 생각에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새벽에 해외 축구 보기, 오케스트라 연습하기 등 취미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균형 잡힌 고등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수험생들은 공부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쉬운데요.
수험생 시기는 자기 자신한테 엄격해야 하는 것이 맞아요. 특히 본인의 현재 수준보다 목표나 꿈이 훨씬 더 높은 상황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많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지 ‘공부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수험생들을 보면 과도한 목표를 잡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해도 목표치에 이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거죠. 그런 경우에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어요. 한 단계씩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적절히 숨통을 틔워가며 공부하시길 추천해요.

수험생 때 멘털 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어릴 때부터 방송 일을 하다가, 예체능을 전공하다가, 또 공부를 했습니다. 이른 나이부터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걸 여러 차례 겪다 보니 삶이 늘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체득한 것 같아요. 목표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항상 최후의 수단을 마련하는 게 버릇이 됐습니다. 플랜 A부터 F까지 짜두었죠.
공부할 때도 성적이 목표했던 것에 비해 낮게 나오면 어떤 입시 전략을 취할지를 모든 가능성을 열고 세워뒀어요. 그러다 보니 성적이 조금 낮게 나와도 ‘괜찮아, 플랜 B로 가자’는 식으로 멘털 관리가 됐어요. 못하더라도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다른 길을 가면 된다고 다잡았죠. 멘털이 약한 학생이라면 꼭 대비책을 다양하게 만들어두길 바랍니다. 저도 ‘위기를 기회로’를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웃음).

23세에 시작한 강사,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

박유림 강사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카이스트를 졸업했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이공계가 아닌 다른 방향의 진로를 염두에 뒀다. 스포츠 기자를 목표로 대한축구협회(KFA) 인턴 기자 면접을 보고 스포티비 블로그 기자 활동을 하던 그는 2019 미스 인천 선으로 입상한 후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 진출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갔다.

공부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네요.
사실은 처음부터 학문 관련 진로를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커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던 거죠. 카이스트에 진학한 이유도 고등학교 때 들은 수업이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였어요. 조기 졸업하고 다양한 진로를 알아보려는 생각이었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왔는데,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해요.
학생들 가운데서도 “선생님은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찾으셨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솔직하게 학원을 줄이라고 말해요(웃음). 특히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할 시간 없이 학원 숙제에 허덕이고 있다면요. 자신이 어떤 성향이고 취향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당장 해야 할 것에 급급한데 스스로를 탐구하는 일이 쉽지 않죠. 공부 자체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단, 정말 공부를 하고 있는지, 주어진 일을 해치우고만 있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해요.

수학 강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2019년도에 스카이에듀에서 강사 전환을 전제로 한 대학생 멘토 활동 제안이 왔어요. 알바 자리를 고민하고 있기도 했고, 과외를 했을 때 가르치는 즐거움이 커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멘토를 하면서 간절하게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많이 만났어요. 수학에 발목 잡혀서 재수, 삼수를 하는 학생도 많았는데, 공부법을 제대로 알려주고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또 저는 인천에서 자랐는데 서울이 아닌 지역의 학생들도 물리적인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질 좋은 수업을 들을 기회를 균등하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어요. 그래서 2년 뒤인 23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강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를 것 같아요.
확실히 달라요.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모두 수학을 영어로 배웠어요. 강사 일을 시작하면서 ‘수학의 정석’을 펴고 한국 용어로 다시 공부했죠. 또 강의 초반에는 제가 대학 수학까지 고려해서 풀이하다 보니까 일반적인 입시에서의 수학 풀이와는 결이 달랐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들을 설득할 수 없는 풀이는 결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리 빠르게 풀 수 있는 화려한 풀이라 해도 학생이 이해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죠. 그래서 학생 입장에서 설득력 있고 편한 풀이를 찾기 위해 한 문제라도 5가지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어요. 잘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내가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보다 정말 10배는 더 힘들더라고요.

어떤 도전을 해보고 싶나요.
요즘에는 F1에 푹 빠져 있어요. 언젠가 국내 최초 여성 F1 칼럼니스트로서 새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다시 연예계 문을 두드릴 생각도 있나요.
연예계 쪽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는데, 제가 항상 그만뒀을 때를 떠올려요. 물론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 정도로 자유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면 또다시 하고 싶진 않아요.

#박유림 #수학공부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박유림 사진출처 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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