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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이름 빼고 다 바꿔” Z세대 겨냥한 리브랜딩, 결과는?

정세영 기자

2024. 04. 09

로고 변화, 광고모델 교체, 새로운 메시지 전달 등 다양한 쇄신으로 리브랜딩을 성공으로 이끈 기업을 소개한다.

MZ 고객 유입을 위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블랙핑크 로제를, 네파는 아이브 안유진을 모델로 기용했다.

MZ 고객 유입을 위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블랙핑크 로제를, 네파는 아이브 안유진을 모델로 기용했다.

요즘 기업들의 화두 중 하나는 리브랜딩이다. “내가 알던 그 브랜드 맞아?” 할 정도로 180° 달라진 분위기를 어필하는 브랜드가 많다. 40대 여배우에서 블랙핑크 로제로 모델을 교체한 설화수, 근사한 쇼룸을 오픈하며 단순 판매를 넘어 다양한 경험과 감각을 유도하는 모나미 등의 사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리브랜딩이란, 말 그대로 브랜딩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타깃 소비자의 니즈나 특성을 반영해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과정이 동반된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로고나 디자인 등을 바꾸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신선한 광고모델을 기용하기도 한다. 긴 시간 공들여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주는 것은 분명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지만, 기업에서 리브랜딩에 힘을 쏟는 건 달라진 시대와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수록 브랜드가 성장하고 성공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근사한 쇼룸으로 탈바꿈한 모나미 매장

근사한 쇼룸으로 탈바꿈한 모나미 매장

리브랜딩의 핵심은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유지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솔루션 그룹 ‘미디어팔레트’를 운영하는 김혜인 대표는 자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높은 인지도를 가진 기업들도 기존 고객 외에 새로운 충성 고객인 Z세대가 좋아할 브랜드가 되기 위해 리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리브랜딩을 위해서는 브랜드 헤리티지는 유지하되,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정체성을 변화해가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CASE 1 
로고, 패키지 등 과거 흔적 싹 지우기

로고, 패키지 변화를 단행한 백설과 한샘.

로고, 패키지 변화를 단행한 백설과 한샘.

브랜드가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과감한 리브랜딩을 시도하는 기업도 있다. 지난해 탄생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한 백설이 대표적이다. 1953년 국내 최초로 설탕을 생산한 이래 밀가루, 햄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 백설은 지난해 ‘오늘의 요리’라는 브랜드 비전을 세운 뒤 과감한 혁신을 단행했다. 별 모양으로 로고가 바뀌었고 모든 제품군의 패키지를 새로 단장했으며, 다양한 양념장과 드레싱 제품군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백설의 이러한 행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싱글족이 늘어남에 따라 가볍고 맛있게 즐기는 한 끼 식사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 이에 발맞춰 백설은 과정은 심플하고 결과는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되기로 결심했다. 로고에서 ‘SINCE 1953’이란 헤리티지를 덜어내는 등 유구한 브랜드 역사를 내세우기보다 변화된 소비자들의 생활양식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리브랜딩을 한 셈이다.

32년 만에 로고를 바꾼 한샘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한샘은 영문 ‘HANSSEM’을 좀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BI(Brand Identity)를 교체했다. 매장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 쇼핑백, 영업 사원 명함까지 모두 교체해야 하는 만큼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한샘은 현대적인 기업 이미지나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한다. 김유진 한샘 대표는 “BI 리뉴얼을 통해 최신 트렌드의 주거 환경 가치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전달하는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공고히 하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참고로 지난해 8월 한샘에 취임한 김유진 대표는 과감한 경영 혁신으로 취임 반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큰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CASE 2 
블랙핑크, 에스파, 르세라핌··· 아이돌 얼굴 내세워

에뛰드의 새로운 얼굴로 발탁된 르세라핌의 카츠하.

에뛰드의 새로운 얼굴로 발탁된 르세라핌의 카츠하.

기존 고객 유지에서 나아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면 기업의 이익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힙한 분위기의 팝업스토어, 독특한 감성의 광고 등으로 MZ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시몬스 역시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한 끝에 신혼부부와 중장년층을 넘어 MZ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 리브랜딩을 통해 타깃 연령층을 넓히려는 시도도 자주 엿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대표적이다. 주로 중년층을 타깃으로 삼았던 설화수는 2022년 블랙핑크 멤버 로제를 새로운 모델로 발탁해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젊고 세련된 감각을 불어넣었다. ‘엄마 화장품’에서 ‘딸의 화장품’으로 이미지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후 2023년에는 ‘옥자’ ‘설국열차’ 등의 작품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배우 틸다 스윈튼을 글로벌 모델로 내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 아모레퍼시픽은 블랙핑크 제니를 헤라 모델로, 에스파 윈터를 마몽드 모델로, 르세라핌 카즈하를 에뛰드 모델로 세우는 등 K-팝 스타를 대거 기용해 눈길을 끌었다.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시장이 예전 같은 영예를 안겨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리브랜딩이 추후 실적 개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통했던 아웃도어 브랜드 역시 젊은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등린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산을 타는 MZ’가 늘었으니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네파는 이 기류를 적극 이용해 성공적인 리브랜딩 성과를 이뤄냈다. 리브랜딩 첫해부터 괄목할 만한 결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네파는 감각적으로 로고를 변경하고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아이브 안유진과 배우 이준호를 모델로 기용했다. 또 공식 온라인몰을 개편해 아웃도어 전문 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리브랜딩을 진행한 결과 2022년 네파 매출은 327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리브랜딩 전인) 전년 대비 6% 신장한 수치이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나 오른 264억 원을 기록했다.

CASE 3 
서비스, 시스템 등 내부 변화 어필

서비스 개설, 신설 홍보를 목적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한 직방과 아프리카TV.

서비스 개설, 신설 홍보를 목적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한 직방과 아프리카TV.

기업은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신설하는 등의 변화를 어필할 목적으로 리브랜딩을 한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부동산 정보 앱 직방은 사이트 오픈 10년 만인 2022년 CI(Corporate Identity)를 ‘직방’ 대신 영문 ‘zigbang’으로 변경해 이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당시 안성우 직방 대표는 ‘리브랜딩 미디어 데이’를 통해 “CI를 교체하면서 ‘Beyond Home’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게 됐다”며 “그동안 집을 찾는 경험을 제공해왔다면 이제는 집에 사는 경험을 기술로 혁신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설명했다. 당시 직방은 몇 달 전 약 1000억 원에 삼성SDS 홈 사물인터넷(IoT) 사업 부문을 인수한 상태였고, 이를 통해 삼성페이와 연동되는 스마트 도어록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에 삼성페이 디지털 키를 발급했다면 굳이 도어록에 스마트폰을 태그하지 않아도 문이 열리는 편리한 기술이었다. 또 당시 본격적인 홈 IoT 기반의 스마트홈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중이었다. 이런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리브랜딩을 택한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TV는 시스템 개선과 함께 리브랜딩을 예고했다. 경쟁 관계였던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하며 해당 플랫폼에서 활동했던 상당수의 스트리머와 시청자까지 흡수하게 됐기 때문. 호재를 맞은 아프리카TV는 이에 발맞춰 시스템을 개선하고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리브랜딩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기업에서 리브랜딩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신규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며, 새로운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등 다양한 목적하에 이뤄지는 변화지만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라는 본질은 같다. 좋은 브랜딩의 핵심은 단순히 로고나 슬로건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새롭고 신선한 ‘알던 브랜드’의 출현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장혜정 프리랜서 기자 #리브랜딩 #한샘 #아프리카TV #직방 #설화수 #여성동아

사진출처 유튜브 CJ제일제당 네파 아모레퍼시픽 직방 한샘 모나미 아프리카TV 백설 에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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