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 플랫폼 마케팅팀 마케팅실 매니저, 선우정 플랫폼 디자인 팀 카피라이터(오른쪽).
그중 상품이 아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공감으로 팬덤을 형성한 편의점이 있으니, 바로 GS25. 그 중심에는 갓생기획팀이 존재한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god’과 삶을 의미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남들보다 하루를 열심히 알차게 살아내는 걸 말한다. MZ세대인 대학생, 직장인은 물론이고 요즘은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도 갓생 열풍이 불고 있다.
갓생기획팀은 편의점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의 유입을 위해 만든 것이다. GS25의 2030 세대 직원, MZ세대로 구성됐다. 이 팀은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상품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제작한다. 한마디로 ‘MZ세대의 마음은 MZ세대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이다.
팀장 없이 오직 팀원들끼리 회의를 진행하고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갓생기획팀은 결성 이래 ‘노티드 우유’ ‘팝잇진주캔디’ ‘바프 허니버터뻥이요’ ‘틈새 오모리김치찌개라면’ ‘갓생청과’ 등 히트 상품을 꾸준히 내놓았다. 이 중 노티드 우유는 출시 첫 달 가공유 상품 매출 2위에 올랐다. 갓생기획팀이 기획한 상품의 전체 매출은 약 171억 원이라고.
갓생기획팀의 모토는 ‘아이디어의 No가 없게 하자’다. 팀장이 없고, 누구나 제약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 및 마케팅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유롭게 소통한 것이 통통 튀는 신상품을 만드는 데 주효했다. 팀 멤버이자 GS리테일 플랫폼 마케팅 부분 디자인팀과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선우정(31), 이은진(29) 매니저를 만나 갓생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상상한 것들을 직접 기획해 만들고 놀라운 성과를 이뤘는데도, 이들은 자칫 들뜨거나 자만해보이지 않았다. 또 MZ세대 직장인의 가장 큰 모토로 여겨지는 ‘워라벨’이 흔들려도 개의치 않아하는 분위기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갓생기획 시즌 3의 전개 방향과 좀 더 세심한 세계관 구축을 위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과자,라면, 음료, 책, 캐릭터 ‘무무씨’ 굿즈 등 갓생기획팀이 기획한 상품들.
선우정(이하 선) 2021년 MZ세대가 이슈가 되면서 회사에서도 니즈가 있었어요. 편의점을 자주 찾는 MZ세대를 타키팅해서 상품 제작과 마케팅 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죠. 처음에는 MZ상품협의체를 만들어서 매주 정기 회의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회의를 하고 연구를 해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회의 중에 팀장님들이 모두 나가시고 또래들만 남게 되자 “우리가 MZ세대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모두 좋다는 반응이었고, 뜻을 모아 회사에 선제안했죠. 보고서 같은 건 그만 쓰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면서 관련된 일을 해보겠다고요. 네이밍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당시 ‘갓생’이라는 단어가 뜨고 있어서 ‘갓생기획’으로 정하게 됐어요.
회사 반응은 어땠나요.
선 새로운 도전에 대해 굉장히 흥미로워했어요.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밀어주셨죠. 처음에는 6개월만 할 예정이었는데 예상보다 화제가 되고 매출도 잘 나와서 시즌 2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지금은 정식 브랜드가 됐고요.
의외네요. GS25는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일 것 같았는데.
이은진(이하 이) 젊은 층이 많아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에 큰 제약이 없어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편이죠.
선 이전에 스타트업에 다녔었어요. 의견 교류가 자유롭고 수용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메리트였죠. 대기업은 안정적인 프로세스를 믿고 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고요. 스타트업은 선례가 없어서 어떤 일을 할 때 프로세스 파악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GS25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장점만 쏙쏙 뽑아놓은 것 같아요.
팀은 어떻게 구성됐나요.
선 각 팀의 MZ 20~30명 정도가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고정 멤버는 5명 정도고요. 정기적으로 매주 모이는 건 아니고 진행이 필요할 때마다 각자 팀의 MZ를 소집하는 형태로 진행돼요.
회사에서는 본업이 따로 있는 거네요.
선 맞아요. 다들 본업이 우선이라 처음에는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뭔가를 하자고 했을 때 갓생기획팀이 뒷전인 경우가 있었죠. 지금은 각 팀 팀장님들의 배려로 많이 극복했어요. 멤버들에게 “갓생기획팀의 일도 중요하고 진행하면 어떤 이익이 있을 거다”라고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시거든요. 팀장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갓생기획팀이 지금까지 유지되지 못했을 거예요.
본업과 갓생기획팀 일을 병행하고 있는 건가요.
이 모두 다 하고 있어요. 갓생기획팀은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느낌이에요. 원래는 수요일에 정기 모임을 했는데 이제는 유동적으로 모여서 미팅을 해요. 굳이 회의실이 아니라 탕비실이나 복도에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잠시 10분 미팅하시죠” 이런 식으로 가볍게 만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죠,
본팀에서는 갓생기획팀 업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나요.
이 상황에 따라 달라요. 팝업스토어 같은 큰 프로젝트가 있을 땐 갓생기획팀이 1순위고, 본업에 집중해야 하면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요. 유동적으로 일의 비중을 조절하고 있어요.
두 분은 각각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선 소속은 플랫폼 마케팅 부분 디자인팀 카피라이터예요. 브랜드, 제품 네이밍을 하거나 카피를 쓰고 있죠. 갓생기획팀에서는 기획자로 일하고 있어요. 갓생기획의 세계관을 만들거나 팝업스토어 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 마케팅팀에서 SNS 채널과 유튜브 관리, 운영에 집중하고 있어요. 신제품이 나오면 홍보 기획을 하거나 관련 캠페인 등을 만들죠. 갓생기획팀에서는 SNS 모든 채널을 담당하며 기획자님이 만든 세계관을 널리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적으로 나가는 온라인 홍보들도 전담하고 있고요.
갓생기획팀에는 팀장이 없다고 하던데, 맞나요.
선 맞아요. 대신 도움이 필요할 땐 각 팀의 팀장님들께 자문을 구하죠. 아주 디테일하게 답변해주시고요. 그걸 참고로 계획을 재정비하거나 프로세스를 교체하기도 합니다.
선택과 책임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이 두려움이 없다는 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직감을 믿고 가는 거죠. 저희가 믿지 않으면 고객들도 믿지 않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시장조사를 많이 하고 백그라운드를 쌓아둔 다음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요. 세세한 것 하나까지 철저히 준비해두면 자신감이 상승하는 것 같아요.
위와 같은 조직 구성이 개인적인 업무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선 카피라이터로 입사했지만 갓생기획 업무를 하면서 일의 수용 범위가 커진 건 확실해요. 팝업스토어 기획, 운영, 굿즈 제작 등 제 직무에서 접하기 힘든 일들을 많이 했거든요. 무언가를 새롭게 해나가면서 일을 대하는 방법이나 태도 등도 성장했고요.
이 갓생기획은 소규모 스타트업처럼 느껴져요.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챙겨야 하거든요. 이런 디테일한 것들이 쌓이면서 하나의 조그마한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 같아요. 또 개인적으로는 엄청 계획적인 사람으로 변했어요. 원래 MBTI에서 극 P였는데 J력이 상승한 거죠(웃음).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니까 일의 우선순위 정하는 노하우가 생기고, 계획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됐어요.
GS25는 국내 유명한 기업이에요. 타이틀을 얹고 가는 것이 갓생기획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선 GS25라는 타이틀이 있으면 오히려 더 고루해 보일 것 같았어요. 갓생기획 상품에 GS25가 붙어 있으면 재미없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이 회사에도 처음부터 저희가 보여드릴 상품 종류와 로고 등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큰 트러블이 없었던 것 같아요. GS25 안에 유어스(YOUUS)라는 브랜드가 있듯이 갓생기획이라는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처음 시작 단계에서 정말 준비를 많이 했어요. 추구하고 싶은 상품류의 가이드라인과 로고, 세계관 등을 회사에도 알리고 설득해야 하니까요. 자료조사, 시장조사, 회의 등 갓생기획을 탄생시키기 위해 멤버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움직였어요.
시장조사는 주로 어떻게 하나요.
선 새로운 브랜드가 오픈하면 꼭 가보는 편이에요. 특히 신상품들은 트렌드를 반영해 디자인하고 요즘 유행하는 재료나 성분 등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보면서 유행을 파악하고 어떤 방법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했는지 관찰하죠. 다음 기획을 위한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또 2주에 한 번씩 빵 모임에 나가요. 빵집 사장님, 기획자, 기업 F&B 직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이거든요. 만나서 빵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트렌드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시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해요.
이 다른 분야의 마케터분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어요. 특히 스타트업 같은 자유로운 기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많아요. 시야가 넓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마케터분이 많거든요. 그들에게 생각을 전환하거나 트렌드를 읽는 방법, 감각 등에 대해 한 수 배우기도 하죠. 또 SNS나 사람들이 찐(진정성)으로 올리는 플랫폼 속 유명인들을 리스트업해서 계속 지켜봐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밀고 있는지 등을 분석하면 트렌드가 보이거든요. 그중 저희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분들에게는 컬래버레이션 제안도 하고요.
선 회사도 자유롭게 나가서 시장조사하라고 권하는 분위기예요. 그 시간이 단지 노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이 월말에 정기적으로 ‘케찹데이(Catch up day)’를 실시하고 있어요. 요즘 팝업스토어가 많이 열리니까 나가서 시장조사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배워오라고 하시죠. 그날은 오전에만 근무하고 오후에는 나가서 자유롭게 시장조사를 해요.
‘오픈런’ 부른 갓생기획 첫 프로젝트
2022년 5월 업계 최초로 브랜드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을 운영했다.
선 갓생기획 멤버들이 초창기부터 항상 해왔던 말이 “첫 상품이 대박 나야 한다”였어요. 고객에게 ‘갓생기획=잘 팔리는 상품’이라는 인지도를 심어주고 싶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갓생기획이라는 타이틀로 출시될 앞으로의 상품들이 고객 눈에 띄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기획하고 있던 것 중 가장 자신 있는 상품인 노티드 우유를 제일 먼저 선보였고요.
노티드 우유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선 누군가의 “노티드를 가봤다”는 말에서부터 시작됐어요. 노티드는 당시 SNS에서 젊은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도넛 맛집으로 유명해지고 있었거든요. 이 도넛을 대중화해서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죠. 하지만 당시 회사에 노티드를 접하지 못한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티드가 왜 인기 있는지, 컬래버레이션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데이터를 쌓기 시작했죠. SNS 포스팅 개수와 유튜브 바이럴광고를 모아서 요즘 세대가 노티드에 이렇게 관심이 많으니까 모르셔도 진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흔쾌히 “한번 해봐!”라고 대답해주시더라고요.
협업 과정은 순탄했나요.
이 노티드와 접촉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진 않았어요. 연락을 드리고 계속 기다려야 했죠. 어느 회식 날 노티드 케이크를 구매해서 SNS에 올렸는데 팀원 한 명이 댓글을 단 거예요. “나 거기 대표님 아는데!” 이게 웬 떡이냐 싶었죠. 그래서 팀원을 통해 노티드 대표님을 만나게 됐고 서로의 니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당시 대표님은 노티드 매장을 전국적으로 대중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계셨어요. 보통 F&B 매장은 한정적인 지역에만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소비자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GS25는 전국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노티드 제품을 판매하면 브랜드 대중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죠. 저희는 노티드의 두꺼운 팬층인 MZ세대를 유입할 수 있는 기회였고요. 결과적으로 서로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었던 거죠.
선 노티드 외에도 HBAF(바프), 금돼지식당 등의 브랜드와 최고심 작가처럼 골수팬을 지니고 있는 인플루어서와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어요. 과자, 도시락, 젤리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죠. 노티드만큼은 아니지만 반응도 꽤 괜찮았고요. 갓생기획팀이 직접 개발한 상품도 있어요. 참깨수제비, 틈새 오모리김치찌개라면, 갓생청과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협업에는 특별함을 부여한다면 독자 상품에는 신뢰성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고객들에게 믿고 먹는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죠. 갓생기획만의 유머러스한 느낌을 담기 위해 네이밍에 신중을 기합니다. 갓생청과 시리즈 중 ‘방토야, 사과할게’ ‘오늘도 정신체리라’가 그 예고요.
트렌디한 제품이 당시에는 인기를 끌 순 있지만 스테디셀러가 되기는 힘들지 않나요.
이 갓생기획이 편의점과 잘 맞는 이유는 편의점 상품 진열 주기가 짧고 빠르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처음부터 MZ이라는 명확한 타깃을 잡고 시작했고, 이에 걸맞은 핫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물론 스테디셀러가 되면 좋겠죠. 하지만 GS25의 많은 직원이 이미 스테디셀러 상품 출시를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결과로도 보여줬고요. 갓생기획팀은 그 안에서 좀 더 핫하고 반짝이는 상품을 기획하죠. 팀 자체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목표도 다른 거죠.
팝업스토어에 갓생기획 캐릭터인 가상 인물 ‘김네넵’의 세계관이 반영된 공간을 구현해냈다.
선 지금 갓생기획은 시즌 2까지 진행됐어요. 시즌 1에서의 김네넵은 열정 넘치는 INFP 신입사원이에요. 상사가 시키면 무조건 “네넵!” 하며 최선을 다하죠. 말 그대로 갓생을 사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김네넵도 직장 권태기가 옵니다. 시즌 2에 오면 매너리즘에 빠진 김네넵의 모습이 자주 등장해요. “갓생은 살고 싶은데··· 오늘 할 일 그냥 내일 하자” “오늘 일어나서 출근한 것만으로도 갓생이지” 이렇게 중얼거리죠. 김네넵도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것 같아 만들어낸 캐릭터가 무무씨예요. 무무씨는 ISFP 반려 여우입니다. 티베트여우를 모티프로 구상했어요,
이 파이팅 넘치는 위로보다는 평온한 위로를 원했거든요. 티베트여우 특유의 나른한 표정만으로도 위로받는 느낌이었어요. 무무씨 이름도 무념무상의 ‘무’를 따서 지었어요, 이름처럼 미련도 걱정도 없는 캐릭터예요.
김네넵은 얼굴이 없어요.
선 김네넵을 특별한 누군가로 설정하지 않은 건 각자가 머릿속에 자신만의 김네넵을 그려봤으면 해서예요. 그 대상에 나 또는 친구를 투영해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요. 사람들이 김네넵을 보며 ‘나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의도적으로 성별도 설정하지 않았어요.
이 김네넵 스토리는 갓생기획팀의 실제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냈어요. 직원들과 밥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 등을 조금씩 가져와 스토리화했죠. 그래서 더 공감을 잘해주시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이야기 같으니까요. 출근하기 싫고 빨리 퇴근하고 싶고, 이건 모두의 바람이잖아요.
SNS에 올라오는 그림 속 텍스트도 너무 재미있어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이 저와 제작팀이 매주 모여 요즘 유행하고 있는 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요. 그걸 참고로 기획하거나 다른 멤버가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죠. 수많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갓생기획의 결로 바꿔서 제작하는 건 제 몫이고요. 저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개인 SNS에 사진 올리듯 자유롭게 업로드하면 되거든요. 모든 게 다 제 권한이에요. 컨펌도 없습니다. 관련 멤버들이 사진 리스크만 체크해주죠. 콘텐츠에 대한 평가도 일절 없고요. 그만큼 책임감이 커지긴 했지만 여러 아이디어를 갓생기획 스타일로 재창조하고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건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제가 갓생기획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앞으로 더 잘하고 싶어요.
SNS에 갓생의 삶을 위트있게 인증하고 기록하며 MZ세대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선 젤파세대(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출생한 세대)가 오고 있는 거요. 갓생기획의 타킷은 MZ예요. 멤버들이 MZ세대이기 때문에 저희가 잘 알고 좋아하는 걸 하면 됐죠. 하지만 저희가 항상 메인이 될 순 없잖아요. 이제 젤파세대가 올 텐데 그들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요. 그래서 일부러 학원 근처를 찾아가 아이들이 먹고 입고 있는 것, 사용하는 단어들까지 유심히 관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씩 그들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갓생기획팀을 표본으로 팀을 구성하는 회사들이 있다고 해요. 이들을 위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요.
이 조언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매몰되지 않는 거예요. ‘우리는 나이가 들었으니까 트렌디한 건 안 어울릴 거야’ 같은 생각에 고립돼서는 안 됩니다. 미리 겁먹고 거부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선 맞아요. 젊은 것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젊으니까 트렌디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콘텐츠가 점점 산으로 가더라고요. 무엇보다 말랑한 사람들을 잘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게 터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요.
이 SNS 담당자로서 꿀팁을 드리자면 본인 알고리즘을 탄 계정이 아닌 신규 계정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계정 속에서 또 다른 알고리즘을 만들어 다양한 것들을 접해보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관심 있어 하는 것들도 탐색해야 시야가 확장되면서 트렌드도 빨리 캐치할 수 있어요.
갓생기획은 시즌 3을 앞두고 있어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선 갓생기획은 지금까지 MZ가 만든 MZ 협의체라는 식의 타이틀로 소개됐어요. 하지만 이제는 젤파시대가 다가오고 있죠. 만약 갓생기획이 MZ만을 위한 브랜드였다면 없어지는 것이 맞아요. 세대가 변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MZ에서 젤파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시즌 1은 상품 위주여서 제품을 정말 폭발적으로 많이 출시했었어요. 시즌 2는 브랜드 구축을 목표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세계관도 훨씬 정교하게 다듬었죠.
이 시즌 3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할 것 같아요. 시기를 정확하게 언급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는 고객과 일방적으로 소통했다면 시즌 3부터는 쌍방 소통을 중심으로 상품을 출시하고 세계관을 넓혀갈 생각이에요. 얼마 전 ‘천하제일 갓생대회’를 열어서 초중고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를 했었어요. 젤파세대가 가지고 있는 말랑말랑한 소스들을 활용해서 갓생기획을 함께 만들어나가자는 취지였죠. 이런 식으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을 많이 만들 계획이에요. 아직 시즌 3의 틀이 완벽하게 잡히진 않았지만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드릴 거라는 건 확신합니다.
#갓생기획 #김네넵 #GS25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갓생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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