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 2 목장 관리 애플리케이션 ‘키우소’도 농협이 자사의 프로그램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키우소는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후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방성보 씨가 직접 제작한 앱. 농협이 자사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이후 아이디어와 운영 방식을 학습한 뒤 베껴 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의 제품.
공교롭게도 피해를 주장하는 스타트업이 말하는 대기업의 아이디어 도용 방식은 유사하다. 대기업이 투자 또는 업무협약을 제안하며 접근해 아이디어와 제품 작동 방식을 스타트업으로부터 넘겨받는다. 이후 대기업은 무리한 요구를 해 협상을 결렬시키거나 연락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비슷한 상품을 시장에 내 놓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들은 모두 도용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디어 도용은 아니다”라며 “개인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는 2020년 이스라엘에서 출시된 바 있는 일반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말했다.
송창석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러한 분쟁이 잦아진 배경에 대해 “과거 대기업의 기술 탈취는 하청을 도맡았던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자주 일어났는데 산업 환경이 변화하며 그 피해가 스타트업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창업하는 이른바 ‘본 글로벌기업’은 2020년 37%, 2021년에는 46%, 지난해에는 51%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 적을 두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고객 유치나 자금조달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창업 환경도 한몫한다고 지적했다.
알고케어의 경우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아래 롯데헬스케어와 기술분쟁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알고케어가 소송이 아닌 조정을 택한 이유는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상대로 장기간 법적 분쟁을 벌일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들고, 법적으로 도용을 증명해내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승소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 도용 분쟁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송창석 교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처벌을 강화해야겠지만 ‘기업 활동 위축’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아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은 단체에서 기금을 마련해 스타트업에게 법적 지원을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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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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