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이다.
2022년 OECD가 발표한 성별 임금격차에서도 한국은 31.1%로 OECD 가입국 38개국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1996년 가입 이래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라는 타이틀을 26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발표한 38개 OECD 가입국 평균 성별 임금격차는 12%로, 한국 다음으로 성별 임금격차가 큰 나라는 이스라엘(24.3%),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는 벨기에(3.8%)였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성별 임금격차가 30%가 넘는 국가다.
30대 女 경력 단절, 임금격차 주요 원인
2021년 기준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연령별 여성 고용률 수치를 비교한 그래프. 30대 한국 여성 고용률이 OECD 평균과 달리 급감했다.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30대 여성의 경력 단절이다. 한국 여성 고용률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20대 후반 생애 최고 고용률을 기록하다 30대에 급락한다. 2021년 기준 OECD 가입국 여성 평균 고용률(표 참고)을 보면 20대와 비교해 30대 고용률 급감이 없는 반면, 한국은 25~29세 70.9%에서 30~34세 65.7%로 5.2%p 급락한다. 25~29세 한국 여성 고용률은 OECD 가입국 평균 여성 고용률보다 높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경력 단절의 영향으로 50대까지 평균보다 낮아진다. 반면 60대 고령층에서는 한국 여성 고용률이 OECD 평균 여성 고용률을 상회한다. 이러한 ‘M 자형’ 그래프는 세계에서 유독 한국에서만 도드라지는 현상이다. 한국의 30대 여성 경력 단절은 성별 임금격차와 함께 유리천장지수 평가 항목 중 4개 노동 지표를 최하위로 이끄는 핵심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여성의 30대 경력 단절은 기업에서 관리자와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승진 사다리가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19년 여성가족부의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7.8년이다. 경력이 단절된 지 7.8년이 경과된 여성이 그만둔 일자리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고, 이 여성이 관리자와 임원으로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도 매우 낮으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는 다시 말하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의 30대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는 2008년 제정된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2022년 6월부터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여성경제활동법)’으로 개정해 시행 중이다. 법명대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뿐만 아니라 취업 상태인 여성들을 대상으로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전면적인 예방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30대 여성 경력 단절 주요 사유는 육아 및 자녀 돌봄에 대한 부담이다. 이는 돌봄의 사회화를 통해 경감할 수 있다. 돌봄 일자리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통해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서비스가 늘어나야 한다. 돌봄 일자리 종사자 처우 개선은 양질의 돌봄 서비스 공급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저평가된 여성 집중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44번째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와 46번째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 환경 조성’으로 돌봄 서비스 인력의 보수 체계, 근로 여건 개선과 보육 서비스 질 제고가 차질 없이 추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성 임원 비율 확대 조치 절실
여성 관리자 비율 제고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Affirmative Action)’ 여성 고용률 기준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현행법은 AA 여성 고용률이 동종 산업 유사규모 여성 근로자 및 여성 관리자 비율 평균의 70%에 미달하는 기업은 시행계획서, 이행실적보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애초에 여성 고용률이 낮은 업계의 경우 수치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 가령 ‘2022년 AA 남녀근로자 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2(전문)’ 업종 1000명 이상 여성고용기준은 5.62%, 1000명 미만은 5.71%에 불과하다. 건설업 같은 여성고용기준 자체가 낮은 업종은 평균 70%로 여성 고용률에 연동하는 기준이 아닌 절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여성 임원 비율 확대를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2022년 8월부터 주권상장법인 여성 임원 의무화 대상 기업은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이다. 2021년 8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은 152개 사로 전체 2246개 주권상장법인 중 6.8%에 불과하다. 주권상장법인은 2246개 사인데, 여성 임원 비율은 5.2%에 불과하다. 2022년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OECD 국가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28%인데 한국은 8.7%로 순위가 가장 낮다. 격차 해소를 위해 여성 임원 의무화 대상 기업을 자산 총액 2조 원 미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성별 임금 현황 공개가 필요하다. 이는 새 정부의 50번째 국정과제인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및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의 실천 과제인 ‘성별근로공시제’에 임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권상장법인은 다트(DART), 공공기관은 알리오, 지방 공기업은 클린아이를 통해 성별 임금 현황이 이미 공개되고 있다. 성별근로공시제 플랫폼을 구축해 제공 중인 정보를 통합하거나 2014년부터 제공 중인 고용 형태별 공시제 사이트에 근로자 성별 임금 정보를 추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새 정부는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와 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 성별근로공시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여성경제활동법의 실효성 있는 추진과 함께 목표로 하는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이행돼 남녀 간 임금격차가 해소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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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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