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4567명으로 확정했다. 27년 만에 1509명이 늘어난 것. 여기에 1만 명 수준인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정원과 4000명 수준인 나머지 메디컬 계열(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을 합산하면 총 2만여 명이 대한민국 입시에서 최상단에 놓이게 된다. 아무리 학령인구가 줄었다지만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 숫자(44만4870명)를 감안하면 최소 상위 5%에는 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학생의 꿈과 끼를 개발한다는 자유학기제가 실시됐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 폭을 넓혀주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교육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누가 오르느냐로 성패가 결정된다. 최상위권에 도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병훈 소장은 지난해 말 최상위권 솔루션을 표지에 내건 책 ‘SKY 로드맵’을 출간했다. 이 소장은 2004년 서울대 동문들과 함께 자기주도학습 기관 에듀플렉스를 설립한 뒤로 20년째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고 있다. 현재 이병훈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이병훈청담에듀컨시어지 대표를 맡고 있다. ‘SKY 로드맵’은 그의 멘토링 역사가 고스란히 집적된 책으로 13쇄를 돌파했다.
자본주의 영향력이 더 커지며 학벌주의는 많이 옅어졌어요. 이제는 적당한 대학을 나오더라도 돈 많이 벌면 된다는 인식이 더 팽배해요. 그렇다고 학벌의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아직도 회사에서 학벌을 보는 건, 학벌 좋은 사람이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거죠. 요즘 학생들은 꿈과 끼가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아요. 하지만 그게 명확한 친구가 얼마나 될까요. 사회에 나가기 전 나를 보호할 방패가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해요. 집에 돈이 많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좋은 대학이라는 방패가 필요하죠.
고소득자가 많은 강남 지역에서도 유효한가요.
대치동의 경우엔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요. 학부모가 청소년기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를 바탕으로 부와 명예를 축적한 거죠. 그래서 그 경험 자체를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물론 다른 강남 지역의 경우 상속 등을 통해 부를 물려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의대나 스카이에 대한 열망은 지금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부모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겁니다.
결국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할 텐데요.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공부를 안 해도 될 이유가 확실하지 않으면 공부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해요. 차은우처럼 생겼다든가, 1000억 원 있는 집이거나, 예체능 쪽 능력이 정말 탁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부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요. 앞선 사례가 아니라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자신을 입증할 도구는 학벌일 가능성이 커요. 물론 예전만큼 학벌만으로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니죠. 경제 저성장 속에서 기성세대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고 수명도 길어지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 학생들 기준에서는 스카이 나와도 별 볼 일 없는 게 아니라 스카이에다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의지를 불태웠다면 그다음엔 뭘 하면 되나요.
목표 설정이 중요해요. 특정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 특정 대학 어떤 학과에 가겠다 같은 큰 목표와 이번 시험에서 몇 점을 받겠다 같은 단기 목표도 정해야죠. 목표가 없으면 일상에서 절박감을 갖고 노력하기 어렵습니다. 그다음은 앉아서 공부하는 건데요. 아무리 목표를 세워도 공부하려고 하면 몸이 뒤틀리거든요. 이때는 MBTI 성격유형 검사나 웩슬러 지능검사가 도움이 됩니다. 학생의 공부 스타일과 약점, 강점을 파악해서 공부 전략을 세우는 거죠.
언제 하면 되나요.
사춘기 전과 후 시점의 검사를 한 번씩 추천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며 공부 스타일이나 성격이 바뀌기도 하거든요. 성격 검사나 지능 검사는 건강검진과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건강검진을 해봐야 어떤 운동이 맞는지,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듯 공부할 때 검사를 해서 객관적 이해를 돕고 방법 등을 설계해보는 거죠.
본인도 타고나야 하고요. 부모의 도움과 환경 조성도 중요합니다. 학생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죠. 좋은 대학에 간 학생들은 자기 노력만으로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게 자신과 잘 맞았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거죠.
최상위권 학생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목표 의식이 투철하고 승부사 기질이 강합니다. 간과되는 건 수용성이 높다는 특징입니다. 공부는 잔인한 일입니다. 특히 한국 입시에서 학생은 수험생이죠. 앉아서 버티고, 암기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맞춰야 해요. 현실이 그렇다는 걸 일단 받아들여야 하죠. 그러려면 심리적으로 수용을 잘해야 하는 거예요.
인내심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점점 아이들이 버티는 걸 힘들어하고 있어요. 수학 문제는 풀이 과정을 써야 하고, 영어 단어도 쓰면서 암기해야 하죠. 국어 실력은 어려운 책에 도전하고 이를 이해할 때까지 읽어봐야 늡니다. 그걸 해내는 학생이 최상위권이 되는 거죠. 해마다 사교육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그만큼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늘지는 않잖아요. 공부는 태도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지능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중학교 때까지는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체감상 80%는 지능이 좌우합니다. 재밌는 건 고등학생이 되면 지능만큼 노력이 중요해집니다. 지능은 평범한 학생이 내신과 모의고사 모두에서 높은 성적을 받는 일이 훨씬 늘어나요. 물론 괴수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소수 있죠. 하지만 노력의 값어치가 고등학교로 갈수록 훨씬 커집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노력으로 최상위권을 만들 수 있나요.
학생도 타고나지 않았고, 부모도 공부를 잘한 경험이 없어요. 그리고 거주지도 학군지가 아니라고 가정해보죠. 그런 상황에서 자녀가 공부로 성공할 확률이 적은 건 팩트입니다. 중요한 건 그래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입시에서 최상위권이 되는 건 오펜하이머나 아인슈타인이 되는 게 아니에요. 비슷비슷한 또래 집단에서 경쟁한 결과가 우위에 있는 겁니다. 최근에는 비학군지나 비수도권에서 “개천용은 없다” “정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오히려 그 말이 패배주의를 부추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으로 일타강사를 만날 수 있고 EBS에도 좋은 강의가 많아요. 물론 부모가 다 떠먹여주는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불편하고 어렵겠죠. 하지만 역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최상위권 학생을 둔 부모님의 공통점도 있나요.
자녀와의 관계가 좋아요.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될 순 있겠죠. 관계가 좋아서 성적이 좋아진 건지, 성적이 좋아서 관계가 좋은 건지 모르니까요(웃음). 하지만 제가 수많은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를 보면서 느낀 건 서로 소통이 잘된다는 겁니다. 아이는 부모 의견을 수용하고 부모는 아이 의견을 경청해요.
원만한 관계가 공부에 어떤 도움을 줄까요.
직장에서 일할 때 상사나 동료가 나를 믿고 신뢰해야 일할 맛이 나지 않겠어요. ‘저 팀장과 일하면 고생하겠구나’ ‘쟤한테 일을 맡기면 불안하다’고 생각하면 일이 안 풀리겠죠. 부모 자식 관계도 같아요. 부모도 자녀에게 투자하면 잘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고, 자녀도 조금 실패하거나 실수해도 부모가 지지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죠.
선행 학습은 필수인가요.
선행 학습은 현실적으로 조장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3가지입니다. 우선 과학고, 영재고, 좋은 자사고를 지망하는 학생 그룹이 선행 학습을 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대학 수준 공부를 가르치니 미리 배워두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두 번째로는 고등학교에서 나가는 진도 속도입니다. 고1 때는 비교적 천천히 진행됩니다. 하지만 고2 때부터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고3 때는 수능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진도를 빨리 나가는데 이걸 한 번에 알아듣기는 매우 어렵죠. 마지막으로, 고1부터 내신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에 미리 해두지 않으면 수시 전형에서 불리해집니다.
보통의 기준에서 얼마나 해야 하나요.
수학 기준으로 1~2년 선행은 예의 수준입니다(웃음). ‘예의’라고 하면 과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치동에선 이과를 희망하려고 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 말에 고등학교 선행 학습을 시작하는 게 막차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말 빠른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고등 선행을 시작하고요. 그러니까 학군지가 아니더라도 중학교 2학년 말에는 고등 선행을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내신을 잘 따야 하기 때문이죠.
수학 외 다른 과목도 그런가요.
과학도 마찬가지죠. 초등학교 말에 고등 과학을 시작해요. 국어나 영어는 선행이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어렵지만, 영어 문법이나 읽기 능력은 초등학교 때 수능 수준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국어의 경우 초등학교 말에 고1~2 비문학 독해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두려고 하고요.
그게 통하면 대치동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진학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이 다른 이유는 사춘기 계곡에서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은 사춘기라는 변수를 잘 인지하지 못해요. 특히 자녀가 한 명이면 더 그렇죠. 사춘기가 되면 부모의 설득이 아니라 스스로가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해요. 공부 필요성을 깨닫지 못한다거나, 일단 닥치고 한다는 마음이 없으면 고민에 빠져들죠. 어릴 때부터 공부를 많이 한 경우에 번아웃도 겹치고요. 자녀는 지지와 격려가 필요한 스타일인데 부모가 목표를 제시하기만 하는 스타일이라면 이때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 부모가 무서워서 공부했던 경험은 반감으로 바뀌게 되거든요. 또 세상에 얼마나 재밌는 게 많아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게임에 빠져들기도 하죠.
사춘기가 지나고 공부를 제대로 시키기 시작하는 건 어떤가요.
문제는 사춘기 이전부터 인지 성장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어릴 때 아예 공부를 시키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고 나중에 공부를 잘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공부 머리를 발달시키는 시기가 있고 그때 공부를 해야 합니다. 사춘기가 지나서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인지 능력과 더불어 앉아 있는 엉덩이 힘, 그러니까 인지 능력을 집중력 있게 써보는 경험이 없다면 힘들 수 있어요. 모든 게 그렇듯 밸런스 문제죠.
그럼 사춘기 때는 아이를 좀 내버려둬야 하나요.
현실적으로는 부모 성미에 달렸어요(웃음). 성격이 느긋하고 기다려줄 줄 알면 참고 격려해주겠지만 성급한 부모는 그게 힘들어요. 그래서 오히려 부모가 자녀 사춘기 시절에 화병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이길 수는 없어요. 그 시기를 지혜롭게 통과해야 아이들이 심기일전해서 다시 공부할 수 있거든요.
학군지 이사에 대한 고민도 큽니다.
대부분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이르면 이사 고민이 시작됩니다. 보통 부모는 아이가 저학년 때는 마일드한 교육관을 갖고 있어요. 아이들이 좀 뛰어놀고 숨도 쉬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더 불안해집니다. 여기서 중학교에 진학해도 괜찮은 건가. 그래서 학군 배정 기준이 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를 많이 고려하는데, 기왕 할 거라면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사 가서 적응하는 기간도 거치고 친구도 사귈 수 있게 하는 것이 낫죠. 늦어도 초등학교 6학년 말에는 이사하는 게 좋고요.
중학교 때 이사하면 늦나요.
그때는 이미 또래 집단이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고요. 사춘기 때 경쟁이 심한 그룹에 갑자기 놓이면 당황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래서 중학교 이후에 학군지로 이사하려면 적어도 비학군지에서 톱을 찍어야 합니다. 그래야 회복탄력성을 갖고 학군지에서 등수가 떨어지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죠.
어떤 학생이 학군지에 적합한가요.
공부를 잘하거나, 적어도 공부를 잘하려는 아이여야 합니다. 공부 의지가 없는데 학군지로 이사한다고 해서 의욕이 생기긴 어렵고요. 또 대치동은 과학고 아니면 영재고 진학이나, 자사고또는 일반고 진학 후 의대에 가려고 하는 게 주요 트랙입니다. 그러니까 이과 진학을 목표로 둔 학생이 승부욕과 수용성이 있다면 학군지 공부가 잘 맞을 겁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도 학군지 이사를 권합니다.
이 소장은 어디에서, 무엇을 공부하더라도 적정한 시기의 ‘공부 독립’을 강조한다. 특히 사춘기 전에 스스로 공부하려는 자세를 갖추지 못한 채로 사춘기를 맞이하면 다시 공부하려고 마음먹는 데 짧게는 1~2년, 길게는 5~6년이 걸려 N수생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반대로 말하면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없으면 학군지와 사교육도 무용하다는 뜻이다.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하는데 시켜서 공부를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결과가 좋기 힘듭니다. 결국 의사결정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학원이든 과외든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다면 자기주도학습이고, 혼자 공부하더라도 엄마가 시키는 거라면 엄마주도학습이죠.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부모님이 제공하고 학생이 능동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역시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어떻게 가이드를 줄 수 있나요.
대부분 아이가 다치는 게 싫어서 부모님이 자전거 뒤를 계속 잡아주는 형국이 펼쳐지거든요. 하지만 넘어져봐야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결과를 본 뒤 책임을 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결과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부모님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마냥 “너는 어리니까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라고만 하면 아이가 중학교 이후에도 혼자 의사결정을 못 합니다. 그러면 정말 잘 풀려서 아이가 의대에 가더라도 의대 학원에 다녀야 하고, 나중에는 결혼 학원, 직장 학원까지 생길 판입니다.
언제쯤부터 손을 떼기 시작하면 되나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에는 스스로 계획도 짜고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해요. 이를 조금씩 연습시키는 건 초등학교 3~4학년부터고요. 부모님이 계속 붙들고 있으면 아이가 마흔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적어도 스스로 공부하는 태도는 완성돼 있어야 합니다. 태도를 갖춘 학생은 중학교 때 다양한 스킬을 써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기 방식을 찾게 됩니다. 그걸 고등학교 때 적용해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면 어떡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안 시켜도 알아서 하는 학생의 부모님은 고민이 없죠. 대부분의 아이는 그래서 일상을 관리해줘야 합니다. 운동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좋은 몸을 만들어줘야 한다면 식단 관리와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는 것처럼요. 공부도 일상에 개입해서 매일 코칭하고 방법을 알려주고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해야 해요.
부모님이 도와줘야 하나요.
그걸 학교가 할 거냐, 학원이 할 거냐, 과외 선생님이 할 거냐, 부모가 할 거냐의 문제죠. 아이가 태생적으로 공부 잘하는 걸 타고나지 않았다면 도움을 받는 게 요령입니다. 특히 초중학교 때 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관리형 학원이나 관리형 스터디 카페, 학습 매니지먼트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만일 부모님이 직접 하지 않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해요. 성과를 냉철하게 판단해서 방법을 바꿔주는 일도 하셔야 하고요. 맡겨놓는다고 해서 결과가 담보되지 않습니다.
결국 부모가 노력해야 하네요.
그러니까 부모는 그냥 내버려두기만 했는데 알아서 해서 잘됐습니다 케이스는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좋은 성취를 거둔 학생들의 부모님은 상당히 디테일하게 아이와 협의하고 의사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죠.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해야 스스로 하기 시작할까요.
아이가 스스로 바뀌어서 그 관성으로 계속 갈 수 있게 하려면 1년은 관리가 필요합니다.
학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부모님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가 나중에 효도할 거라고 생각하시잖아요. 하지만 공부는 못해도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잘해냈던 자녀와 더 잘 지냅니다. 결국 자식은 어릴 때는 아이지만 성인이 되면 함께 늙어가는 어른이죠. 그걸 감안해서 왜 자녀를 교육하는지, 자식이 30대가 지났을 때는 어떤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아이 공부시키기에만 몰두하는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훈 #최상위권 #최강입시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학생의 꿈과 끼를 개발한다는 자유학기제가 실시됐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 폭을 넓혀주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교육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누가 오르느냐로 성패가 결정된다. 최상위권에 도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병훈 소장은 지난해 말 최상위권 솔루션을 표지에 내건 책 ‘SKY 로드맵’을 출간했다. 이 소장은 2004년 서울대 동문들과 함께 자기주도학습 기관 에듀플렉스를 설립한 뒤로 20년째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고 있다. 현재 이병훈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이병훈청담에듀컨시어지 대표를 맡고 있다. ‘SKY 로드맵’은 그의 멘토링 역사가 고스란히 집적된 책으로 13쇄를 돌파했다.
스카이 나와도 별 볼 일 없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자본주의 영향력이 더 커지며 학벌주의는 많이 옅어졌어요. 이제는 적당한 대학을 나오더라도 돈 많이 벌면 된다는 인식이 더 팽배해요. 그렇다고 학벌의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아직도 회사에서 학벌을 보는 건, 학벌 좋은 사람이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거죠. 요즘 학생들은 꿈과 끼가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아요. 하지만 그게 명확한 친구가 얼마나 될까요. 사회에 나가기 전 나를 보호할 방패가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해요. 집에 돈이 많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좋은 대학이라는 방패가 필요하죠.
고소득자가 많은 강남 지역에서도 유효한가요.
대치동의 경우엔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요. 학부모가 청소년기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를 바탕으로 부와 명예를 축적한 거죠. 그래서 그 경험 자체를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물론 다른 강남 지역의 경우 상속 등을 통해 부를 물려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의대나 스카이에 대한 열망은 지금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부모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겁니다.
결국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할 텐데요.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공부를 안 해도 될 이유가 확실하지 않으면 공부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해요. 차은우처럼 생겼다든가, 1000억 원 있는 집이거나, 예체능 쪽 능력이 정말 탁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부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요. 앞선 사례가 아니라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자신을 입증할 도구는 학벌일 가능성이 커요. 물론 예전만큼 학벌만으로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니죠. 경제 저성장 속에서 기성세대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고 수명도 길어지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 학생들 기준에서는 스카이 나와도 별 볼 일 없는 게 아니라 스카이에다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의지를 불태웠다면 그다음엔 뭘 하면 되나요.
목표 설정이 중요해요. 특정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 특정 대학 어떤 학과에 가겠다 같은 큰 목표와 이번 시험에서 몇 점을 받겠다 같은 단기 목표도 정해야죠. 목표가 없으면 일상에서 절박감을 갖고 노력하기 어렵습니다. 그다음은 앉아서 공부하는 건데요. 아무리 목표를 세워도 공부하려고 하면 몸이 뒤틀리거든요. 이때는 MBTI 성격유형 검사나 웩슬러 지능검사가 도움이 됩니다. 학생의 공부 스타일과 약점, 강점을 파악해서 공부 전략을 세우는 거죠.
언제 하면 되나요.
사춘기 전과 후 시점의 검사를 한 번씩 추천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며 공부 스타일이나 성격이 바뀌기도 하거든요. 성격 검사나 지능 검사는 건강검진과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건강검진을 해봐야 어떤 운동이 맞는지,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듯 공부할 때 검사를 해서 객관적 이해를 돕고 방법 등을 설계해보는 거죠.
학생·부모·환경의 3박자
최상위권 학생들은 타고나는 건가요.본인도 타고나야 하고요. 부모의 도움과 환경 조성도 중요합니다. 학생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죠. 좋은 대학에 간 학생들은 자기 노력만으로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게 자신과 잘 맞았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거죠.
최상위권 학생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목표 의식이 투철하고 승부사 기질이 강합니다. 간과되는 건 수용성이 높다는 특징입니다. 공부는 잔인한 일입니다. 특히 한국 입시에서 학생은 수험생이죠. 앉아서 버티고, 암기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맞춰야 해요. 현실이 그렇다는 걸 일단 받아들여야 하죠. 그러려면 심리적으로 수용을 잘해야 하는 거예요.
인내심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점점 아이들이 버티는 걸 힘들어하고 있어요. 수학 문제는 풀이 과정을 써야 하고, 영어 단어도 쓰면서 암기해야 하죠. 국어 실력은 어려운 책에 도전하고 이를 이해할 때까지 읽어봐야 늡니다. 그걸 해내는 학생이 최상위권이 되는 거죠. 해마다 사교육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그만큼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늘지는 않잖아요. 공부는 태도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지능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중학교 때까지는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체감상 80%는 지능이 좌우합니다. 재밌는 건 고등학생이 되면 지능만큼 노력이 중요해집니다. 지능은 평범한 학생이 내신과 모의고사 모두에서 높은 성적을 받는 일이 훨씬 늘어나요. 물론 괴수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소수 있죠. 하지만 노력의 값어치가 고등학교로 갈수록 훨씬 커집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노력으로 최상위권을 만들 수 있나요.
학생도 타고나지 않았고, 부모도 공부를 잘한 경험이 없어요. 그리고 거주지도 학군지가 아니라고 가정해보죠. 그런 상황에서 자녀가 공부로 성공할 확률이 적은 건 팩트입니다. 중요한 건 그래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입시에서 최상위권이 되는 건 오펜하이머나 아인슈타인이 되는 게 아니에요. 비슷비슷한 또래 집단에서 경쟁한 결과가 우위에 있는 겁니다. 최근에는 비학군지나 비수도권에서 “개천용은 없다” “정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오히려 그 말이 패배주의를 부추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으로 일타강사를 만날 수 있고 EBS에도 좋은 강의가 많아요. 물론 부모가 다 떠먹여주는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불편하고 어렵겠죠. 하지만 역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최상위권 학생을 둔 부모님의 공통점도 있나요.
자녀와의 관계가 좋아요.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될 순 있겠죠. 관계가 좋아서 성적이 좋아진 건지, 성적이 좋아서 관계가 좋은 건지 모르니까요(웃음). 하지만 제가 수많은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를 보면서 느낀 건 서로 소통이 잘된다는 겁니다. 아이는 부모 의견을 수용하고 부모는 아이 의견을 경청해요.
원만한 관계가 공부에 어떤 도움을 줄까요.
직장에서 일할 때 상사나 동료가 나를 믿고 신뢰해야 일할 맛이 나지 않겠어요. ‘저 팀장과 일하면 고생하겠구나’ ‘쟤한테 일을 맡기면 불안하다’고 생각하면 일이 안 풀리겠죠. 부모 자식 관계도 같아요. 부모도 자녀에게 투자하면 잘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고, 자녀도 조금 실패하거나 실수해도 부모가 지지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죠.
1~2년 선행은 예의?
5월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4567명으로 확정했다.
선행 학습은 현실적으로 조장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3가지입니다. 우선 과학고, 영재고, 좋은 자사고를 지망하는 학생 그룹이 선행 학습을 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대학 수준 공부를 가르치니 미리 배워두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두 번째로는 고등학교에서 나가는 진도 속도입니다. 고1 때는 비교적 천천히 진행됩니다. 하지만 고2 때부터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고3 때는 수능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진도를 빨리 나가는데 이걸 한 번에 알아듣기는 매우 어렵죠. 마지막으로, 고1부터 내신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에 미리 해두지 않으면 수시 전형에서 불리해집니다.
보통의 기준에서 얼마나 해야 하나요.
수학 기준으로 1~2년 선행은 예의 수준입니다(웃음). ‘예의’라고 하면 과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치동에선 이과를 희망하려고 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 말에 고등학교 선행 학습을 시작하는 게 막차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말 빠른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고등 선행을 시작하고요. 그러니까 학군지가 아니더라도 중학교 2학년 말에는 고등 선행을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내신을 잘 따야 하기 때문이죠.
수학 외 다른 과목도 그런가요.
과학도 마찬가지죠. 초등학교 말에 고등 과학을 시작해요. 국어나 영어는 선행이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어렵지만, 영어 문법이나 읽기 능력은 초등학교 때 수능 수준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국어의 경우 초등학교 말에 고1~2 비문학 독해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두려고 하고요.
그게 통하면 대치동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진학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이 다른 이유는 사춘기 계곡에서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은 사춘기라는 변수를 잘 인지하지 못해요. 특히 자녀가 한 명이면 더 그렇죠. 사춘기가 되면 부모의 설득이 아니라 스스로가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해요. 공부 필요성을 깨닫지 못한다거나, 일단 닥치고 한다는 마음이 없으면 고민에 빠져들죠. 어릴 때부터 공부를 많이 한 경우에 번아웃도 겹치고요. 자녀는 지지와 격려가 필요한 스타일인데 부모가 목표를 제시하기만 하는 스타일이라면 이때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 부모가 무서워서 공부했던 경험은 반감으로 바뀌게 되거든요. 또 세상에 얼마나 재밌는 게 많아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게임에 빠져들기도 하죠.
사춘기가 지나고 공부를 제대로 시키기 시작하는 건 어떤가요.
문제는 사춘기 이전부터 인지 성장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어릴 때 아예 공부를 시키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고 나중에 공부를 잘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공부 머리를 발달시키는 시기가 있고 그때 공부를 해야 합니다. 사춘기가 지나서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인지 능력과 더불어 앉아 있는 엉덩이 힘, 그러니까 인지 능력을 집중력 있게 써보는 경험이 없다면 힘들 수 있어요. 모든 게 그렇듯 밸런스 문제죠.
그럼 사춘기 때는 아이를 좀 내버려둬야 하나요.
현실적으로는 부모 성미에 달렸어요(웃음). 성격이 느긋하고 기다려줄 줄 알면 참고 격려해주겠지만 성급한 부모는 그게 힘들어요. 그래서 오히려 부모가 자녀 사춘기 시절에 화병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이길 수는 없어요. 그 시기를 지혜롭게 통과해야 아이들이 심기일전해서 다시 공부할 수 있거든요.
학군지 이사에 대한 고민도 큽니다.
대부분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이르면 이사 고민이 시작됩니다. 보통 부모는 아이가 저학년 때는 마일드한 교육관을 갖고 있어요. 아이들이 좀 뛰어놀고 숨도 쉬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더 불안해집니다. 여기서 중학교에 진학해도 괜찮은 건가. 그래서 학군 배정 기준이 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를 많이 고려하는데, 기왕 할 거라면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사 가서 적응하는 기간도 거치고 친구도 사귈 수 있게 하는 것이 낫죠. 늦어도 초등학교 6학년 말에는 이사하는 게 좋고요.
중학교 때 이사하면 늦나요.
그때는 이미 또래 집단이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고요. 사춘기 때 경쟁이 심한 그룹에 갑자기 놓이면 당황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래서 중학교 이후에 학군지로 이사하려면 적어도 비학군지에서 톱을 찍어야 합니다. 그래야 회복탄력성을 갖고 학군지에서 등수가 떨어지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죠.
어떤 학생이 학군지에 적합한가요.
공부를 잘하거나, 적어도 공부를 잘하려는 아이여야 합니다. 공부 의지가 없는데 학군지로 이사한다고 해서 의욕이 생기긴 어렵고요. 또 대치동은 과학고 아니면 영재고 진학이나, 자사고또는 일반고 진학 후 의대에 가려고 하는 게 주요 트랙입니다. 그러니까 이과 진학을 목표로 둔 학생이 승부욕과 수용성이 있다면 학군지 공부가 잘 맞을 겁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도 학군지 이사를 권합니다.
자기주도학습 희망 편 vs 현실 편
2025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모집정원은 3697명이다.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하는데 시켜서 공부를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결과가 좋기 힘듭니다. 결국 의사결정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학원이든 과외든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다면 자기주도학습이고, 혼자 공부하더라도 엄마가 시키는 거라면 엄마주도학습이죠.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부모님이 제공하고 학생이 능동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역시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어떻게 가이드를 줄 수 있나요.
대부분 아이가 다치는 게 싫어서 부모님이 자전거 뒤를 계속 잡아주는 형국이 펼쳐지거든요. 하지만 넘어져봐야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결과를 본 뒤 책임을 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결과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부모님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마냥 “너는 어리니까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라고만 하면 아이가 중학교 이후에도 혼자 의사결정을 못 합니다. 그러면 정말 잘 풀려서 아이가 의대에 가더라도 의대 학원에 다녀야 하고, 나중에는 결혼 학원, 직장 학원까지 생길 판입니다.
언제쯤부터 손을 떼기 시작하면 되나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에는 스스로 계획도 짜고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해요. 이를 조금씩 연습시키는 건 초등학교 3~4학년부터고요. 부모님이 계속 붙들고 있으면 아이가 마흔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적어도 스스로 공부하는 태도는 완성돼 있어야 합니다. 태도를 갖춘 학생은 중학교 때 다양한 스킬을 써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기 방식을 찾게 됩니다. 그걸 고등학교 때 적용해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면 어떡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안 시켜도 알아서 하는 학생의 부모님은 고민이 없죠. 대부분의 아이는 그래서 일상을 관리해줘야 합니다. 운동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좋은 몸을 만들어줘야 한다면 식단 관리와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는 것처럼요. 공부도 일상에 개입해서 매일 코칭하고 방법을 알려주고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해야 해요.
부모님이 도와줘야 하나요.
그걸 학교가 할 거냐, 학원이 할 거냐, 과외 선생님이 할 거냐, 부모가 할 거냐의 문제죠. 아이가 태생적으로 공부 잘하는 걸 타고나지 않았다면 도움을 받는 게 요령입니다. 특히 초중학교 때 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관리형 학원이나 관리형 스터디 카페, 학습 매니지먼트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만일 부모님이 직접 하지 않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해요. 성과를 냉철하게 판단해서 방법을 바꿔주는 일도 하셔야 하고요. 맡겨놓는다고 해서 결과가 담보되지 않습니다.
결국 부모가 노력해야 하네요.
그러니까 부모는 그냥 내버려두기만 했는데 알아서 해서 잘됐습니다 케이스는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좋은 성취를 거둔 학생들의 부모님은 상당히 디테일하게 아이와 협의하고 의사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죠.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해야 스스로 하기 시작할까요.
아이가 스스로 바뀌어서 그 관성으로 계속 갈 수 있게 하려면 1년은 관리가 필요합니다.
학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부모님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가 나중에 효도할 거라고 생각하시잖아요. 하지만 공부는 못해도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잘해냈던 자녀와 더 잘 지냅니다. 결국 자식은 어릴 때는 아이지만 성인이 되면 함께 늙어가는 어른이죠. 그걸 감안해서 왜 자녀를 교육하는지, 자식이 30대가 지났을 때는 어떤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아이 공부시키기에만 몰두하는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훈 #최상위권 #최강입시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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