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운동선수들이 보석을 사랑하는 이유

김명희 기자

2026. 04. 24

그라운드 위에서 반짝이는 것은 기록만이 아니다. 선수들이 몸에 지니는 작은 주얼리 하나에도 각자의 이유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MLB에서 알함브라 목걸이의 유행을 이끈 미겔 로하스와 WBC 대회에 알함브라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온 이정후. 알함브라를 착용한 주니어 카미네로. 체인 목걸이를 즐겨 착용하는 켄 그리피 주니어(왼쪽부터).

MLB에서 알함브라 목걸이의 유행을 이끈 미겔 로하스와 WBC 대회에 알함브라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온 이정후. 알함브라를 착용한 주니어 카미네로. 체인 목걸이를 즐겨 착용하는 켄 그리피 주니어(왼쪽부터).

“엄마한테 양보해요, 정후 씨.” “야구 선수와 반클리프아펠이라니, 생각도 못 한 조합이네.”얼마 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한국 대표팀 주장 이정후 선수의 목걸이가 화제가 됐다. 그가 착용한 제품은 반클리프아펠의 ‘빈티지 알함브라 네크리스 10 모티브’. 18K 골드 체인에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 모양의 오닉스 10개가 연결된 디자인으로, 가격은 1500만 원 상당이다. 이정후는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이면서, 소속 팀의 상징색인 블랙 컬러와도 어울려 오닉스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케이트 미들턴, 그레이스 켈리 같은 우아함의 아이콘들이 즐겨 착용하던 알함브라 컬렉션이 이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최애’ 아이템이 됐다. 유행을 주도한 주인공은 LA 다저스 소속 유격수 미겔 로하스 선수다. 그는 지난해 ‘아버지의 날’(6월 셋째 주 일요일)에 아내에게 선물 받은 이 목걸이를 착용한 이후 그 기운 덕분인지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2, 7홈런, 27타점, 5도루를 기록했고,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는 9회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팀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해의 맹활약에 힘입어 올해 550만 달러(약 81억 원)에 팀과 재계약을 한 로하스는 격렬한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도록 체인을 짧게 조절하고, 귀걸이까지 세트로 맞추는 등 주얼리에 진심인 모습이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유격수 주니어 카미네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외야수 작 피더슨 역시 알함브라 오닉스 계열 제품을 선호한다.

사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목걸이는 액세서리를 넘어 거의 ‘유니폼’에 가깝다. 시애틀 매리너스 최초 영구 결번 선수인 켄 그리피 주니어는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크게 흔들리는 체인 목걸이로도 기억된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금과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화려한 목걸이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인 시절 작은 목걸이로 시작해 계약 규모가 커질수록 더 비싸고 화려한 제품으로 바꿔가며 성공을 과시하기도 한다. 

진주 초커를 즐기는 노아 라일스,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소속 시디 램은 까르띠에 러브 브레이슬릿을 여러 개 겹쳐 착용하고,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저스틴 제퍼슨은 총 151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진주 초커를 즐기는 노아 라일스,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소속 시디 램은 까르띠에 러브 브레이슬릿을 여러 개 겹쳐 착용하고,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저스틴 제퍼슨은 총 151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없던 힘도 나는 느낌”

축구나 농구처럼 신체 접촉이 많은 종목은 안전 문제로 경기 중 액세서리 착용이 제한되지만, 테니스 등 개인 종목은 비교적 자유롭다. 1978년 US오픈에서 크리스 에버트가 경기 도중 다이아몬드 팔찌를 잃어버려 게임이 중단된 일화는 유명하다. 이 사건 이후 해당 스타일은 ‘테니스 브레이슬릿’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지금도 테니스 여자 세계 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를 비롯한 많은 선수가 목걸이와 귀걸이로 개성을 드러낸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3개의 금목걸이를 겹쳐 착용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이를 입에 물며 집중력을 유지한다. 그는 각각의 목걸이가 할머니, 아버지, 형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육상 트랙은 보석의 향연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스프린트’에서 보이듯, 세계적인 선수들은 기록뿐 아니라 스타일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금메달리스트 노아 라일스는 질주 중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맞춤 제작한 다이아몬드와 진주 초커를 번갈아 착용한다.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소속 시디 램은 까르띠에 러브 브레이슬릿을 여러 개 겹쳐 착용하고,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저스틴 제퍼슨은 총 151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은 검은 줄에 골드 링 2개를 매단 목걸이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세영 선수는 경기 때마다 링 2개를 엮은 목걸이를 착용한다. 

안세영 선수는 경기 때마다 링 2개를 엮은 목걸이를 착용한다. 

선수들이 이처럼 보석을 즐겨 착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안정감 때문이다. 경기 전 반복하는 루틴처럼, 몸에 지니는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때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파워 밸런스 팔찌나 티타늄 목걸이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과학적 근거와는 별개로, 선수들은 “착용하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은 긴 체인의 금목걸이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삭발까지 감수하는 수영 종목에서는 이례적인 선택이다. 그는 경기 후 “부모님께서 선물해주신 목걸이인데, 이걸 차면 없던 힘도 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상징하는 보석 오닉스, 행운을 뜻하는 네잎클로버 디자인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0.1초, 안타 1개에 승부가 갈리는 세계에서 이 작은 오브제는 선수들이 압박감을 이겨내는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이정후 #반클리프앤아펠 #알함브라 #안세영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