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신년을 맞아 분위기 좀 내보려고 지인들과 고급 시푸드(Seafood) 레스토랑을 찾았다. 레스토랑은 만석이었고, 대기자 또한 엄청났다. 분위기도 좋고, 식재료도 신선해 보였다. 하긴 1인당 4만원에 가까운 가격이었으니 속으로 ‘이 돈에 이만큼은 해야지’ 싶었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잘 차려진 요리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단연 다양한 초밥이었다.
하얗고 차진 밥 위에 초록 고추냉이 조금, 그리고 그 위에 두둑하니 얹혀 있는 탐나는 생선 살.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한 점 들어 간장에 살포시 찍은 후 곧장 입안에 넣노라면 생선회의 신선함과 밥의 담백함, 고추냉이의 싸함이 하모니를 이룬다. 부드럽고 기름진 연어초밥부터 짭짤하고 고소한 장어초밥, 쫄깃하고 담백한 광어초밥, 씹히는 맛이 좋은 문어초밥 등등. 그런데 그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끄는 초밥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참메기초밥’. 하얀 밥 위에 연분홍빛이 살짝 도는 생선살이 얹혀 있는 것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즉석에서 초밥을 만들어주는 셰프에게 물었더니 “바다에 사는 국내산 참메기 살로 만들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다 메기도 있었나’ 싶었지만 국내산이란 말을 듣자 젓가락질이 더욱 분주해졌다.
며칠 후 후배 기자의 결혼식 참석차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예식장을 찾았다. 여러 음식들이 정성껏 차려졌고 ‘신선회’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연분홍빛이 도는 먹기 좋은 크기의 회도 있었는데, 어디서 봤다 싶어 물었더니 역시나 “참메기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푸드 레스토랑, 결혼식, 돌잔치, 회전초밥집 등등 곳곳에서 참메기회 또는 참메기초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상당수도 참메기초밥을 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분들께 이렇게 묻고 싶다. 참메기란 생선은 어떻게 생겼는지, 메기를 회로 쳐서 먹은 경험이 있었는지, 애초에 참메기란 생선이 있다고 믿는지.
그렇다면 참메기의 맛은 어떨까. 먼저 초밥부터 먹어봤다. 고추냉이를 푼 간장 소스에 참메기초밥을 찍어 입에 넣었더니 간장 소스의 짭짤함과 고추냉이의 알싸함 때문에 생선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엔 참메기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봤다. 역시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한 맛 때문에 참메기 살 고유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소스 없이 참메기회 한 점을 먹어봤다. 그런데 웬걸. 초밥 마니아인 필자가 세 번을 씹지 못하고 뱉을 수밖에 없는 맛이었다. 애초에 이게 무슨 맛인가 싶을 정도였다. 광어나 우럭은 쫄깃하고 고소한 생선 특유의 맛이 있고, 연어는 부드러운 식감과 향이 살아 있는데, 이 참메기 회는 이도 저도 아닌 맛이었다. 특유의 향이 매우 강했는데, 생선의 비릿함이 아니라 수돗물의 비릿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 비위에 맞지 않았다. 살점은 쫄깃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물에 젖은 종잇장 같은 식감이 느껴졌다. 다시 소스를 찍어 입에 넣자 역한 맛이 가려져 먹을 만한 생선회, 생선초밥이 되니 참으로 마법 같은 일이었다. 독자들도 초밥집에서 이 참메기초밥을 맞닥뜨리거든 회만을 떼어내 소스 없이 한번 드셔보시라.
“국내에 유통되는 참메기는 다 수입산이에요. 산지에서 다 썰어서 완제품으로 들여오죠. 민물고기라 흙냄새 비슷한 게 나는데, 저희는 처음에 시식해보고는 그냥 뱉었어요. 이걸 어떻게 먹나 싶어서 처음엔 수입 안 했어요.”
충격적인 답변이었다. 유통업자의 말대로라면 참메기는 국산 어종이 아닌 수입돼 들어오는 어종이고, 바다가 아니라 민물에서 사는 고기다. 그 역시 나처럼 먹자마자 탁 뱉을 정도의 맛을 느꼈다고 하니 놀라웠다. 그런데 그는 국내 요식업자들이 이 참메기를 많이 찾아서 결국은 수입을 하기로 했다고 귀띔해줬다.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는 표현과 함께 말이다. 뭔가 수상한 점투성이였다. 그래서 이 유통업체가 납품했다는 한 시푸드 레스토랑을 찾아가 초밥 담당자를 상대로 추가 취재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참메기는 활어가 아니라 냉동으로 들여오는 거예요. 한번 얼렸다가 해동한 거라 상태가 좋지 않고 식감도 별로라 권하고 싶진 않아요. 저희는 크림치즈를 올려서 내놓고 있어요. 그리고 그거 사실 메기가 아니에요.”
이 시푸드 레스토랑은 냉동이 아닌 활어로만 초밥을 만든다고 홍보하고 있는 고급 식당이다. 초밥 담당자조차 회로는 권하고 싶지 않다는 참메기는 도대체 어떤 생선일까. 우선 그의 설명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메기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정리해보면 바다가 아닌 민물에 살고, 국내산이 아닌 수입 생선이고, 메기도 아닌 생선이 회와 초밥으로 온갖 곳에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류 전문가를 찾아갔다.
“참메기란 어종은 지구상에 없습니다. 진짜 이름은 팡가시우스(Pangasius)라고,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메콩 강에 서식하는 민물고기예요. 메콩강 수질오염이 심각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날것으로는 잘 먹지 않습니다.”
팡가시우스. 언뜻 공룡이 연상되는 이름이다. 메콩 강 바닥에서 사는 민물고기인데 다 자라면 참치보다도 더 크다. 수염이 있고 등에 큼직한 지느러미가 나 있어서 언뜻 보면 메기보다 상어에 가깝게 생겼다. 문제는 어류 전문가의 지적처럼 이 생선은 애초에 횟감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어종이라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주로 튀기거나 구워서 먹는 편이다. 그럼 왜 유독 국내에선 횟감과 초밥용으로 유통될까. 역시 돈 때문이었다. 팡가시우스의 가격이 다른 횟감용 생선보다 터무니없이 싸기 때문이다. 얼마나 싼지 계산해봤다. 우선 횟감용으로 최고 대접을 받는 도미 살이 5kg에 50만~60만원 선이다. 그런데 팡가시우스는 5kg에 2만~3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25배나 저렴한 것이다. 그래서 횟감도 아니고 맛도 없는 생선을 참메기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날것으로 수입하고들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급속한 산업화로 공장 폐수들이 메콩 강 등으로 쏟아져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태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미국의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루코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성분 등이 검출돼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은이 검출돼 팡가시우스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유통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 식약처에서 수입 수산물에 대한 위생 및 안전성 점검을 꼼꼼하게 하고는 있겠지만, 가격 논리로만 팡가시우스를 들여오려는 수산물업계에 뭔가 제동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 팡가시우스를 참메기라고 속여 파는 행위만으로도 식품표기법 위반이고, 베트남이 아닌 국내산 메기라고 속이는 것도 원산지 표기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행위임이 분명하다.
앞으로 시푸드 레스토랑이나 초밥집에 가서 흰 밥에 연분홍빛 생선 살이 얹어진 참메기초밥이 나오거든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이렇게 말하라.
“팡가시우스를 아시나요?”
하얗고 차진 밥 위에 초록 고추냉이 조금, 그리고 그 위에 두둑하니 얹혀 있는 탐나는 생선 살.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한 점 들어 간장에 살포시 찍은 후 곧장 입안에 넣노라면 생선회의 신선함과 밥의 담백함, 고추냉이의 싸함이 하모니를 이룬다. 부드럽고 기름진 연어초밥부터 짭짤하고 고소한 장어초밥, 쫄깃하고 담백한 광어초밥, 씹히는 맛이 좋은 문어초밥 등등. 그런데 그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끄는 초밥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참메기초밥’. 하얀 밥 위에 연분홍빛이 살짝 도는 생선살이 얹혀 있는 것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즉석에서 초밥을 만들어주는 셰프에게 물었더니 “바다에 사는 국내산 참메기 살로 만들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다 메기도 있었나’ 싶었지만 국내산이란 말을 듣자 젓가락질이 더욱 분주해졌다.
며칠 후 후배 기자의 결혼식 참석차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예식장을 찾았다. 여러 음식들이 정성껏 차려졌고 ‘신선회’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연분홍빛이 도는 먹기 좋은 크기의 회도 있었는데, 어디서 봤다 싶어 물었더니 역시나 “참메기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푸드 레스토랑, 결혼식, 돌잔치, 회전초밥집 등등 곳곳에서 참메기회 또는 참메기초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상당수도 참메기초밥을 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분들께 이렇게 묻고 싶다. 참메기란 생선은 어떻게 생겼는지, 메기를 회로 쳐서 먹은 경험이 있었는지, 애초에 참메기란 생선이 있다고 믿는지.
그렇다면 참메기의 맛은 어떨까. 먼저 초밥부터 먹어봤다. 고추냉이를 푼 간장 소스에 참메기초밥을 찍어 입에 넣었더니 간장 소스의 짭짤함과 고추냉이의 알싸함 때문에 생선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엔 참메기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봤다. 역시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한 맛 때문에 참메기 살 고유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소스 없이 참메기회 한 점을 먹어봤다. 그런데 웬걸. 초밥 마니아인 필자가 세 번을 씹지 못하고 뱉을 수밖에 없는 맛이었다. 애초에 이게 무슨 맛인가 싶을 정도였다. 광어나 우럭은 쫄깃하고 고소한 생선 특유의 맛이 있고, 연어는 부드러운 식감과 향이 살아 있는데, 이 참메기 회는 이도 저도 아닌 맛이었다. 특유의 향이 매우 강했는데, 생선의 비릿함이 아니라 수돗물의 비릿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 비위에 맞지 않았다. 살점은 쫄깃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물에 젖은 종잇장 같은 식감이 느껴졌다. 다시 소스를 찍어 입에 넣자 역한 맛이 가려져 먹을 만한 생선회, 생선초밥이 되니 참으로 마법 같은 일이었다. 독자들도 초밥집에서 이 참메기초밥을 맞닥뜨리거든 회만을 떼어내 소스 없이 한번 드셔보시라.
참메기는 바다 생선도, 메기도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메기라는 어종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메기는 분명 민물고기이건만, “바다에 서식하니 회로 먹어도 괜찮다”는 설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메기면 메기지, 참메기는 또 뭔가 싶었다. 그래서 이 참메기초밥의 정체를 파헤쳐보기로 했다. 우선 국내에서 각종 수산물을 유통하는 업자를 만나 이 참메기초밥에 대해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국내에 유통되는 참메기는 다 수입산이에요. 산지에서 다 썰어서 완제품으로 들여오죠. 민물고기라 흙냄새 비슷한 게 나는데, 저희는 처음에 시식해보고는 그냥 뱉었어요. 이걸 어떻게 먹나 싶어서 처음엔 수입 안 했어요.”
충격적인 답변이었다. 유통업자의 말대로라면 참메기는 국산 어종이 아닌 수입돼 들어오는 어종이고, 바다가 아니라 민물에서 사는 고기다. 그 역시 나처럼 먹자마자 탁 뱉을 정도의 맛을 느꼈다고 하니 놀라웠다. 그런데 그는 국내 요식업자들이 이 참메기를 많이 찾아서 결국은 수입을 하기로 했다고 귀띔해줬다.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는 표현과 함께 말이다. 뭔가 수상한 점투성이였다. 그래서 이 유통업체가 납품했다는 한 시푸드 레스토랑을 찾아가 초밥 담당자를 상대로 추가 취재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참메기는 활어가 아니라 냉동으로 들여오는 거예요. 한번 얼렸다가 해동한 거라 상태가 좋지 않고 식감도 별로라 권하고 싶진 않아요. 저희는 크림치즈를 올려서 내놓고 있어요. 그리고 그거 사실 메기가 아니에요.”
이 시푸드 레스토랑은 냉동이 아닌 활어로만 초밥을 만든다고 홍보하고 있는 고급 식당이다. 초밥 담당자조차 회로는 권하고 싶지 않다는 참메기는 도대체 어떤 생선일까. 우선 그의 설명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메기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정리해보면 바다가 아닌 민물에 살고, 국내산이 아닌 수입 생선이고, 메기도 아닌 생선이 회와 초밥으로 온갖 곳에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류 전문가를 찾아갔다.
“참메기란 어종은 지구상에 없습니다. 진짜 이름은 팡가시우스(Pangasius)라고,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메콩 강에 서식하는 민물고기예요. 메콩강 수질오염이 심각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날것으로는 잘 먹지 않습니다.”
팡가시우스. 언뜻 공룡이 연상되는 이름이다. 메콩 강 바닥에서 사는 민물고기인데 다 자라면 참치보다도 더 크다. 수염이 있고 등에 큼직한 지느러미가 나 있어서 언뜻 보면 메기보다 상어에 가깝게 생겼다. 문제는 어류 전문가의 지적처럼 이 생선은 애초에 횟감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어종이라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주로 튀기거나 구워서 먹는 편이다. 그럼 왜 유독 국내에선 횟감과 초밥용으로 유통될까. 역시 돈 때문이었다. 팡가시우스의 가격이 다른 횟감용 생선보다 터무니없이 싸기 때문이다. 얼마나 싼지 계산해봤다. 우선 횟감용으로 최고 대접을 받는 도미 살이 5kg에 50만~60만원 선이다. 그런데 팡가시우스는 5kg에 2만~3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25배나 저렴한 것이다. 그래서 횟감도 아니고 맛도 없는 생선을 참메기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날것으로 수입하고들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급속한 산업화로 공장 폐수들이 메콩 강 등으로 쏟아져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태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미국의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루코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성분 등이 검출돼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은이 검출돼 팡가시우스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유통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 식약처에서 수입 수산물에 대한 위생 및 안전성 점검을 꼼꼼하게 하고는 있겠지만, 가격 논리로만 팡가시우스를 들여오려는 수산물업계에 뭔가 제동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 팡가시우스를 참메기라고 속여 파는 행위만으로도 식품표기법 위반이고, 베트남이 아닌 국내산 메기라고 속이는 것도 원산지 표기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행위임이 분명하다.
앞으로 시푸드 레스토랑이나 초밥집에 가서 흰 밥에 연분홍빛 생선 살이 얹어진 참메기초밥이 나오거든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이렇게 말하라.
“팡가시우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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