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여행지로 강추! 건축 명장이 선보인 공간 예술 4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4. 07. 30

해외 유명 건축가부터 국내 건축 명장까지,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철학을 담아 지은 공간을 통해 3차원의 예술을 만끽해보자. 

01 | 한국 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 ‘대구 간송미술관’

ⓒ 2024 Kim Yongkwan

ⓒ 2024 Kim Yongkwan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은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이자, 문화보국(文化保國·문화로 나라를 지킨다) 정신의 정수로 꼽힌다.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1938년 개관한 이곳은 한국 근대 문화의 보고와도 같다. 수만 점의 예술품은 모두 간송이 사재를 털어 모은 컬렉션으로 국보 12점, 보물은 32점이나 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약탈당하고 소실될 위기에 처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한 결과다.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지니는 간송미술관이 9월, 대구에서 더 큰 날개를 펼친다. 서울의 간송미술관(보화각)이 역사와 전통, 문화의 정수를 이야기한다면 대구 간송미술관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좀 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 미래세대와 교감하는 데 목표를 둔다고.

한국 근현대 예술을 총망라하는 대구 간송미술관이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관심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연세대학교 최문규 교수와 ㈜가아건축사무소는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을 건축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최문규 교수는 입지 지형이 안동 도산서원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자연에 녹아드는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이를 위해 전통 재료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또 계단식 기단을 세우고, 터를 분절해 사용하는 등 전통 건축 요소를 건물에 녹여냈다.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한옥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미술관 역시 내부와 자연을 잇는 장치를 사용했다. 건물 내외부에 박석 마당과 중정, 수변 공간을 배치해 건물과 자연을 연결하고, 미술관 진입로와 입구에는 간송의 상징과도 같은 소나무를 심었다. 9월 3일 개관해 본격적으로 운영될 대구 간송미술관에서 한국의 미를 느껴보자.

ADD 대구시 수성구 미술관로 70 
‌OPEN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동절기 오후 6시 마감)  
‌FEE 미정

02 | 소나무 숲에 깃든 여백 ‘솔올미술관’

© Meier Partners Architects

© Meier Partners Architects

‘프리츠커건축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1984년에 이 상을 수상한 리처드 마이어는 백색과 심플을 모티프로 간결하고 명료한 건축을 추구한다. 그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다수 설계해 미술관에 특화된 건축가로 꼽힌다.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게티센터를 비롯해 10개의 미술관이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강릉시 교동에 문을 연 ‘솔올미술관’은 그의 색채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최근작으로, 리처드 마이어가 설립한 마이어 파트너스가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소나무 숲속, 진입로를 따라 조성된 공원을 걷다 보면 62m 높이에 위치한 미술관에 닿는다. 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는 뜻을 지닌 ‘솔올’이라는 이름처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결과물이다. 한국의 건축적 전통을 살리고자 중앙에는 마당을 배치하고, 3개 동의 파빌리온이 주위를 둘러싼 구조다. 각각의 동은 메인 전시실과 사무 공간, 로비와 카페로 활용된다. 이렇게 배치된 공간은 리처드 마이어의 지문과도 같은 백색의 입면과 유리 파사드를 입혀 3차원으로 완성됐다. 공간이 배경이 되고, 작품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구조. 전면에 배치된 유리 파사드는 건물 내외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간에 빛을 더하는 창인 동시에 소나무 숲을 담아내는 프레임으로 기능하거나, 미술관의 영역을 자연으로 확장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현재는 8월 25일까지 미국 여성 미술가인 아그네스 마틴의 대표작 54점을 감상할 수 있는 ‘아그네스 마틴: 완벽의 순간들’ 전시가 예정돼 있다.

ADD 강원도 강릉시 원대로 45 
‌OPEN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월요일 휴무)
FEE 성인 1만 원, 청소년(만 13~18세) 7000원, 어린이(만 4~12세) 5000원

03 | 영성을 이루는 곳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문화영성센터를 열었다. 60년간 중요하게 사용돼온 피정의 집(영적인 성장을 위하여 사회와 격리된 곳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려는 피정자들을 위해 마련된 시설물)을 대체할 계획으로 만든 이 건물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구성됐다. 가톨릭 신자들이 머물며 수련하는 목적에 부합해 일상과 비일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전망이다.

왜관수도원 피정의 집은 한국 가톨릭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964년 건립된 최초의 피정의 집인 데다, 이후 주교회의 총회 등 굵직한 행사가 열린 장소이기 때문. 세월이 흘러 건물의 노후화와 안전 문제가 대두됐지만, 수리는 한계가 있고 전면 리모델링을 하기에는 구조적 어려움이 있어 신축으로 방향을 잡았다.
신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로재 대표)이 맡았다. ‘빈자의 미학’이라는 철학을 가진 그가 묵상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문화영성센터’를 그리기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었던 것. 실제 승효상 건축가는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기 위해 현장에 상주했다는 후문이다. 이곳에서는 영성 및 순례 프로그램과 전례, 평화학교, 성경을 읽으며 영성을 수련하는 ‘렉시오 디비나’ 등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ADD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평장2길 3 
‌OPEN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FEE 프로그램별 상이

04 | 생활종교가 실현되는 ‘원불교 원남교당’

1964년 문을 연 이후 60여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원불교 원남교당의 리모델링을 맡은 이는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조민석 건축가다. 당시 사우스케이프, 스페이스K 서울 등 빼어난 건축물을 여럿 선보였지만 종교 건축으로는 원불교 원남교당이 처음이었다고. 동서남북으로 대학로, 창경궁, 동대문, 서울대학교병원이 위치한 원불교당은 외부와 적절히 단절되는 동시에 이웃과는 잘 연결돼야 했다. 조민석 건축가는 사방으로 길을 내는 방식으로 건물에 혈을 뚫었다. 주민들은 교당 주변을 산책하고, 아이들은 이곳을 놀이터로 여길 수 있다면 원불교가 지향하는 ‘생활종교’가 자연스레 실현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법당인 ‘대각전’의 전면에는 9m 높이의 철판에 지름 7.4m의 원형을 오려낸 구조물이 위치한다. 원불교의 상징과 다름없는 큰 구를 평면으로 재해석한 것. 건물 곳곳에 원형 창을 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각이 없는 원의 특성을 살려 건물에는 곡선도 두루 사용했다. 외부부터 내부까지, 1층부터 6층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길을 통해 순환하는 건물이 완성됐다. 건물을 걷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들게 한다. 원남교당의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명상과 요가 이외에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인스타그램 원남교당 계정(@o.nam_weu.o)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DD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22길 23 
‌OPEN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FEE 프로그램별 상이


#건축예술 #명장건축 #건축핫플 #여성동아

사진제공 대구 간송미술관 솔올미술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원불교 원남교당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