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라테를 주문하면서 겨울을 느끼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로 여름을 맞이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의 경우는 밀가루 음식이 이 자리를 완벽히 대체한다. ‘밤만쥬’가 유난히 맛있을 때 가을이 오고, 비빔면이 생각나면 여름이 시작됐구나 싶으니까. 떡볶이, 라면, 케이크 등 밀가루 음식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솔 푸드이다. 어디에선가 하루 한 끼 밀가루 음식이 생각나면 밀가루 중독을 의심해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고작 한 끼로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이다니. 빵순이, 간식 공장 등의 애칭으로 하루 종일 밀가루를 달고 사는 기자에게는 턱없이 낮은 기준이다.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 성분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밀가루 끊기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고비는 첫날부터 찾아왔다.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피자, 파스타, 파니니 등 밀가루가 아닌 음식을 고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해산물 카레를 시켰는데 알고 보니 카레에도 밀가루가 들어 있다는 사실. 밀가루는 생각보다 우리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당시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식당을 가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선택의 폭이 좁고, 좋아하는 걸 먹지 못하니 매사에 의욕이 없고 성격도 예민해졌다. 특히 스트레스 받은 날은 눈앞에 치즈케이크와 라면이 아른거릴 정도로 그 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처음 밀가루 금식을 선언한 날 주변에서 “작심삼일로 끝나겠지”라고 했을 때 “까짓것 안 먹으면 그만이야. 글루텐 프리 먹으면 돼”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했건만, 극심한 무기력증과 까칠함으로 금식 5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그날 밤 치킨과 맥주, 후식으로 과자 2봉지를 먹고 통통한 배를 두드리며 꿀잠을 잤다.
요즘은 유독 발끈할 때가 많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면서 밀가루를 피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 몸에 좋지 않으니 밀가루를 피하라, 살 빼고 싶으면 밀가루 먹지 마라, 한약 먹을 땐 밀가루 먹으면 안 된다···. 안 먹는 것보다 잘 먹는 것이 중요한 시대 아닌가! 왜 이렇게 밀가루를 못살게 구는 걸까.
달큰하면서도 짭짤한 맛에 빠르고 간편하기까지 한 밀가루 음식은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밥보다 밀가루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약 30년 전인 1992년 112.9kg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지난해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2kg으로 쌀 소비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밀가루는 밀의 낟알을 분쇄해 만든 가루를 일컫는다. 밀은 단백질,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희고 고운 가루가 되는 과정에서 영양소는 줄고 열량은 높아진다.
최근에는 본래의 영양분을 잃어버린 ‘정제 밀가루’가 헬스 이슈로 떠올랐다. 정제 밀가루는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켜 당뇨 위험성을 높이고 체중을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 지방 등 수많은 영양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밀가루 섭취만으로는 건강한 식단을 지키기 어렵다. 조애경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밀가루에 포함돼 있는 ‘글루텐’이라는 성분은 소화불량을 일으켜 배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와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라며 “글루텐에 의한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정확히 이로 인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밀가루 식이 제한을 하고 여러 증세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아 글루텐으로 인해 생긴 증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미희 요리연구가 역시 “글루텐은 끈끈한 성질을 갖고 있어 과도하게 섭취하면 장에서 서로 엉겨 붙어 변비나 소화장애를 유발한다. 소화가 안 된 글루텐은 아토피나 비염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밀가루 애호가라면 ‘글루텐’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글루텐의 어원은 ‘접착제(글루)’를 뜻하는 라틴어다. 밀, 보리 등에 함유된 글루테닌, 글리아딘이 물과 섞이면 점성 있는 단백질인 글루텐이 형성된다. 쉽게 말해 글루텐은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반죽을 쫄깃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밀가루로 빵과 면을 만드는 것이다. 한때는 글루텐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피부가 안 좋아진다는 등 ‘글루텐=나쁜 것’이라는 공식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특히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와 모델 미란다 커가 완벽한 몸매와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로 글루텐 프리를 꼽으면서 이 공식을 당연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자 역시 밀가루를 먹고 얼굴에 트러블이 나면 글루텐 탓을 하며 병원을 찾곤 했다. 당시 담당 의사는 “몸의 혈당 지수를 높이는 글루텐은 인슐린을 과다 분비시킨다. 이는 피지 증가로 이어져 여드름이 악화할 수도 있지만 그 원인을 글루텐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밀가루로 인한 소화불량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김나영 연구원은 “밀가루를 먹고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는데 100% 글루텐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글루텐 외에도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수분, 전분의 함량이나 형태로 인해 이러한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과당 및 유당 불내증, 소장 세균 과증식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글루텐으로 소화불량을 겪을 순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은 두통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글루텐 핑계만 댈 수는 없다는 것. 이처럼 확증도 없이 다짜고짜 글루텐 탓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출발은 ‘셀리악병’에 있다.
셀리악병은 몸 안에 글루텐을 처리하는 효소가 없어 생기는 질병으로 복통과 설사, 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밀가루 섭취량이 늘며 글루텐을 많이 먹으면 셀리악병에 걸린다는 속설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따라서 글루텐이 포함되지 않은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엉성한 부분이 많다. 365mc병원 전은복 식이영양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글루텐이 약 1%의 확률로 셀리악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하지만 이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동양인은 발병 사례가 거의 없어 다루기 애매할 정도다.” 한 조사 결과 글루텐으로 인한 셀리악병 발병률은 미국에서 단 1%였고, 우리나라는 4000만분의 1로 현저히 낮았다. 사실상 발병 확률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글루텐이 셀리악병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평소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글루텐 프리 시장의 활성화는 국내 농가에서도 큰 관심거리다.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상품인 쌀 가공식품이 세계 글루텐 프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수출 실적을 집계한 결과 쌀 가공식품이 전년 대비 27.1% 증가한 1억3804만 달러(약 1819억3672만 원)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쌀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쌀을 활용한 다양하고 건강한 가공식품을 선보이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국내 쌀 소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해본다.
쌀가루로 만든 것은 모두 글루텐 프리 식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곡물류가 들어간 제품 가운데 총 글루텐 함량이 1kg당 20mg 이하인 식품을 ‘무글루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 쌀가루로 만든 글루텐 프리 제품들의 영양 성분표를 찾아보니 대부분 해당 성분이 일정 농도 이하로 조금씩 들어 있었다. 쌀가루로 만들었다고 해서 글루텐 0%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맛은 어떨까. 일반 쿠키와 글루텐 프리 쿠키를 비교해 먹어보니 맛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질감도 마찬가지. 오히려 글루텐 프리 쿠키가 더 달게 느껴졌다. 오리지널 베이글도 각각 구입해 먹어봤다. 역시 맛은 비슷했다. 단맛의 강도도 흡사한 편. 질감은 글루텐 프리 베이글이 훨씬 부드러웠다. 글루텐 프리는 건강한 식품이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씹을 때마다 배어나오는 단맛에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글루텐 프리 쿠키는 우유가 당길 만큼 너무 달아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정도.
하트퍼드셔대학교가 1700개 이상의 제품에 대한 영양 분석표를 비교한 결과 글루텐 프리 식품에 지방, 포화지방, 소금 및 설탕이 기존 식품보다 더 많이 함유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전은복 식이영양사는 “글루텐 프리 식품의 맛이 너무 밍밍해서 맛을 살리기 위해 설탕 등 각종 첨가물을 더 많이 넣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밀가루 음식에 글루텐이 빠지면 특유의 감칠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각종 첨가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밀가루가 안 들어 있다고 글루텐 프리 식품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살이 찌고 각종 성인병과 알레르기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 밀가루든 글루텐 프리 식품이든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선택하고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난 절대 밀가루와 글루텐을 먹지 않겠다!”는 이들을 위해 밀가루와 비슷한 맛이 나면서도 건강에 좋은 대체식품을 소개한다. 스펙트 밀가루가 그 주인공. 일반 밀에 비해 껍질이 훨씬 단단하고 품질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은 밀의 일종이다. GI(당지수)가 낮아 혈당 관리에 좋고, 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섭취할 수 있다. 또한 포만감이 높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소화도 잘되는 편.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밀가루 #글루텐 #글루텐프리 #여성동아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 성분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밀가루 끊기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고비는 첫날부터 찾아왔다.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피자, 파스타, 파니니 등 밀가루가 아닌 음식을 고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해산물 카레를 시켰는데 알고 보니 카레에도 밀가루가 들어 있다는 사실. 밀가루는 생각보다 우리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당시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식당을 가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선택의 폭이 좁고, 좋아하는 걸 먹지 못하니 매사에 의욕이 없고 성격도 예민해졌다. 특히 스트레스 받은 날은 눈앞에 치즈케이크와 라면이 아른거릴 정도로 그 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처음 밀가루 금식을 선언한 날 주변에서 “작심삼일로 끝나겠지”라고 했을 때 “까짓것 안 먹으면 그만이야. 글루텐 프리 먹으면 돼”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했건만, 극심한 무기력증과 까칠함으로 금식 5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그날 밤 치킨과 맥주, 후식으로 과자 2봉지를 먹고 통통한 배를 두드리며 꿀잠을 잤다.
요즘은 유독 발끈할 때가 많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면서 밀가루를 피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 몸에 좋지 않으니 밀가루를 피하라, 살 빼고 싶으면 밀가루 먹지 마라, 한약 먹을 땐 밀가루 먹으면 안 된다···. 안 먹는 것보다 잘 먹는 것이 중요한 시대 아닌가! 왜 이렇게 밀가루를 못살게 구는 걸까.
달큰하면서도 짭짤한 맛에 빠르고 간편하기까지 한 밀가루 음식은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밥보다 밀가루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약 30년 전인 1992년 112.9kg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지난해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2kg으로 쌀 소비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밀가루는 밀의 낟알을 분쇄해 만든 가루를 일컫는다. 밀은 단백질,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희고 고운 가루가 되는 과정에서 영양소는 줄고 열량은 높아진다.
최근에는 본래의 영양분을 잃어버린 ‘정제 밀가루’가 헬스 이슈로 떠올랐다. 정제 밀가루는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켜 당뇨 위험성을 높이고 체중을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 지방 등 수많은 영양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밀가루 섭취만으로는 건강한 식단을 지키기 어렵다. 조애경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밀가루에 포함돼 있는 ‘글루텐’이라는 성분은 소화불량을 일으켜 배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와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라며 “글루텐에 의한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정확히 이로 인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밀가루 식이 제한을 하고 여러 증세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아 글루텐으로 인해 생긴 증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미희 요리연구가 역시 “글루텐은 끈끈한 성질을 갖고 있어 과도하게 섭취하면 장에서 서로 엉겨 붙어 변비나 소화장애를 유발한다. 소화가 안 된 글루텐은 아토피나 비염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밀가루 애호가라면 ‘글루텐’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글루텐의 어원은 ‘접착제(글루)’를 뜻하는 라틴어다. 밀, 보리 등에 함유된 글루테닌, 글리아딘이 물과 섞이면 점성 있는 단백질인 글루텐이 형성된다. 쉽게 말해 글루텐은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반죽을 쫄깃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밀가루로 빵과 면을 만드는 것이다. 한때는 글루텐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피부가 안 좋아진다는 등 ‘글루텐=나쁜 것’이라는 공식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특히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와 모델 미란다 커가 완벽한 몸매와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로 글루텐 프리를 꼽으면서 이 공식을 당연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자 역시 밀가루를 먹고 얼굴에 트러블이 나면 글루텐 탓을 하며 병원을 찾곤 했다. 당시 담당 의사는 “몸의 혈당 지수를 높이는 글루텐은 인슐린을 과다 분비시킨다. 이는 피지 증가로 이어져 여드름이 악화할 수도 있지만 그 원인을 글루텐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밀가루로 인한 소화불량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김나영 연구원은 “밀가루를 먹고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는데 100% 글루텐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글루텐 외에도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수분, 전분의 함량이나 형태로 인해 이러한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과당 및 유당 불내증, 소장 세균 과증식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글루텐으로 소화불량을 겪을 순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은 두통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글루텐 핑계만 댈 수는 없다는 것. 이처럼 확증도 없이 다짜고짜 글루텐 탓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출발은 ‘셀리악병’에 있다.
셀리악병은 몸 안에 글루텐을 처리하는 효소가 없어 생기는 질병으로 복통과 설사, 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밀가루 섭취량이 늘며 글루텐을 많이 먹으면 셀리악병에 걸린다는 속설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따라서 글루텐이 포함되지 않은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엉성한 부분이 많다. 365mc병원 전은복 식이영양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글루텐이 약 1%의 확률로 셀리악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하지만 이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동양인은 발병 사례가 거의 없어 다루기 애매할 정도다.” 한 조사 결과 글루텐으로 인한 셀리악병 발병률은 미국에서 단 1%였고, 우리나라는 4000만분의 1로 현저히 낮았다. 사실상 발병 확률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글루텐이 셀리악병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평소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글루텐 프리만이 답일까?
건강한 식생활은 먹는 재미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음식을 고를 수 있다면 더 나은 선택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루텐이 들어간 밀가루 대신 쌀가루, 감자전분을 사용한 글루텐 프리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대표적일 듯. 글루텐 프리 식품은 일반 식품보다 가격이 비싸고 인터넷 쇼핑몰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등 접근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체중감량, 기타 건강상의 이점을 고려해 해당 식품을 찾는 이가 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업계 역시 초고속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글루텐 프리 시장은 2021년 78억5890만 달러(약 10조3580억 원)에서 2026년 116억2320만 달러(약 15조3191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루텐 프리 시장의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글루텐 프리 식품의 판매액 비교 결과 미국이 전체의 27%를 차지했고 이어 영국 14.6%, 이탈리아 10%, 캐나다 8.1%, 독일 6.9% 순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글루텐 프리 시장은 매년 7~8%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매년 글루텐 불내증(민감성)으로 인해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글루텐 프리 시장의 활성화는 국내 농가에서도 큰 관심거리다.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상품인 쌀 가공식품이 세계 글루텐 프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수출 실적을 집계한 결과 쌀 가공식품이 전년 대비 27.1% 증가한 1억3804만 달러(약 1819억3672만 원)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쌀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쌀을 활용한 다양하고 건강한 가공식품을 선보이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국내 쌀 소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해본다.
쌀가루로 만든 것은 모두 글루텐 프리 식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곡물류가 들어간 제품 가운데 총 글루텐 함량이 1kg당 20mg 이하인 식품을 ‘무글루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 쌀가루로 만든 글루텐 프리 제품들의 영양 성분표를 찾아보니 대부분 해당 성분이 일정 농도 이하로 조금씩 들어 있었다. 쌀가루로 만들었다고 해서 글루텐 0%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맛은 어떨까. 일반 쿠키와 글루텐 프리 쿠키를 비교해 먹어보니 맛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질감도 마찬가지. 오히려 글루텐 프리 쿠키가 더 달게 느껴졌다. 오리지널 베이글도 각각 구입해 먹어봤다. 역시 맛은 비슷했다. 단맛의 강도도 흡사한 편. 질감은 글루텐 프리 베이글이 훨씬 부드러웠다. 글루텐 프리는 건강한 식품이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씹을 때마다 배어나오는 단맛에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글루텐 프리 쿠키는 우유가 당길 만큼 너무 달아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정도.
하트퍼드셔대학교가 1700개 이상의 제품에 대한 영양 분석표를 비교한 결과 글루텐 프리 식품에 지방, 포화지방, 소금 및 설탕이 기존 식품보다 더 많이 함유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전은복 식이영양사는 “글루텐 프리 식품의 맛이 너무 밍밍해서 맛을 살리기 위해 설탕 등 각종 첨가물을 더 많이 넣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밀가루 음식에 글루텐이 빠지면 특유의 감칠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각종 첨가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밀가루가 안 들어 있다고 글루텐 프리 식품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살이 찌고 각종 성인병과 알레르기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 밀가루든 글루텐 프리 식품이든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선택하고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난 절대 밀가루와 글루텐을 먹지 않겠다!”는 이들을 위해 밀가루와 비슷한 맛이 나면서도 건강에 좋은 대체식품을 소개한다. 스펙트 밀가루가 그 주인공. 일반 밀에 비해 껍질이 훨씬 단단하고 품질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은 밀의 일종이다. GI(당지수)가 낮아 혈당 관리에 좋고, 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섭취할 수 있다. 또한 포만감이 높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소화도 잘되는 편.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밀가루 #글루텐 #글루텐프리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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