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열두 달 중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새 마음으로 야심 차게 세웠던 계획과 다짐이 슬슬 힘이 빠질 시기, ‘내일부터’를 외치기 전에 꿋꿋하게 나만의 루틴을 지켜나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로 불을 지펴보는 건 어떨까. 이효리의 새벽 요가, 이시영의 아침 생수 한 잔, 화사와 정유미의 싱잉볼 명상 등 이들의 모닝 루틴이 주목받는 건 그만큼 습관의 힘을 믿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새해가 되면 아침 습관이 기적을 만든다는 ‘미라클 모닝’이 스테디셀러처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을 여유롭게 여는 것만으로 우리의 내일은 이미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건강, 미용, 공부 등 저마다의 변화를 꿈꾸며 아침 시간을 쪼개 활용하는 이들의 모닝 루틴을 소개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
하늘이 어스름하게 밝을 무렵 헝클어진 머리를 질끈 묶고 거실 창문 앞에 선다. 2019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아침 명상의 시간이다. 간접조명 하나만 켠 채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 후 눈을 감는다. 그리고 평소 소중하게 여기는 오브제에 집중하면 들락날락 안팎을 오가는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내가 하는 명상은 고대 하와이 사람들의 용서와 화해를 통한 문제 해결법인 ‘호오포노포노’다. 아침 명상을 한 후부터 스스로를 옭아매며 자책하는 일에서 많이 벗어나게 됐다. 그리고 작은 실수에도 괴로워하기보다는 순간순간 감사하는 일이 많아졌다. 임소연(브랜드 콘텐츠 기획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힐링차 마사지 숍을 찾곤 했는데, 어느 날 마사지를 받으면서 평소와 다르게 몸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하게 이완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아로마 오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흥미로운 발견 이후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집에서 수시로 해봤는데 가장 효과적인 시간은 아침이었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샤워 후 향이 없는 보디로션에 좋아하는 허브 아로마 오일을 블렌딩해서 5분 정도 손으로 목 주변을 롤링한다. 아로마가 릴랙싱에도 도움이 되지만 내게는 잠을 깨우는 알람이기도 하다. 마사지하고 나면 눈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미영(YTN 뉴스 에디터)
잠자리에서 벗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따듯한 물에 재스민차 우리기. 커피 한 잔이 아침을 깨우는 에너지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요가 수업 전 마신 재스민차 한 잔의 경험이 모닝 루틴으로 이어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충만한 에너지보다 0의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내게 더 맞는다는 걸 깨닫고 있다. 재스민차 한 잔이 주는 아침의 여유는 생각보다 의미가 깊다. 한 모금 넘길 때마다 움켜쥐고 있던 감정이나 생각을 놔주는 시간이니까. ‘차는 액체로 된 지혜’라는 이야기를 접한 후부터 내 몸에 지혜를 담는다는 생각으로 차를 마신다. 김민지(프리랜서 에디터)
8년 넘게 해온 나만의 모닝 루틴은 조깅. 그림을 그리는 직업 탓에 새벽에 잠들고 오후 늦게 일어나는 불규칙한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습관이다. 나가기 전 제일 먼저 날씨를 확인하며 운동복의 컬러를 고른다. 날씨에 따라, 운동복에 따라 그날의 기운이 달라지는 재미도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요소다.
조깅하며 아침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고 뛰면서도 마음 명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세연(아티스트)
식물 집사가 된 지 4년. 여러 번의 죽음(?)을 목도하고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지만 삭막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느낌이 좋아 끈질기게 식물 집사로 살고 있다. 초보 집사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모닝 루틴은 반려식물 상태 확인하기. 눈으로 한 번, 손으로 한 번. 초록의 채도로 상태를 가늠한 다음 손으로 흙을 만지며 촉촉함을 확인한다. 그러다 새순이 올라오거나 이파리를 펴고 색이 진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날에는 자식의 재롱을 보듯 기특한 마음까지 든다. 매일 아침 잎과 줄기 그리고 흙을 만지며 생명력을 느끼는 1분,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김별아(브랜드 디자이너)
기업 출강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던 시기, 어쩔 수 없이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롯이 과제를 하기 위해 일어나는 새벽 시간이 더없이 소중해진 건 내가 맡은 역할을 모두 내려놓고 본연의 나를 발전시키는 순간임을 알게 된 후다. 지금은 일어나면 전날을 돌아보고 오늘을 생각하며 일기를 쓰고 확언을 한다. 확언은 ‘나는 언제까지 무엇을 얼마만큼 이루어 낸다’처럼 구체적으로 쓴 문장으로 하는 게 포인트. 확언의 방향과 일치하는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정하는 게 그다음 순서다. 덕분에 지금은 오후의 10시간보다 새벽 3시간을 훨씬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최양미(인하우스 통역사, 영어 강사)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예민해진 피부 때문에 알로에 페이셜 마사지라는 루틴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세면을 마친 후 냉장고에서 꺼낸 알로에 화장품으로 얼굴을 마사지하는 것. 시원한 알로에가 얼굴을 식혀주는 것을 느끼며 롤링해주면 끝. 마사지 제품보다 금방 스며들고 피부에 겉돌지 않기 때문에 바쁜 아침 시간 서두르지 않고 출근 준비하기 딱 좋다. 처음에는 피부 진정을 바라고 시작한 루틴이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리추얼의 의미가 더 크다. 림프절을 꾹꾹 눌러주며 정신을 깨우고 오늘의 중요한 일정을 상기할 수 있는 소소한 의식이 됐으니까. 강난희(스타일리스트)
하고픈 말을 대신 표현해주는 글귀를 모으고 되새김질하던 취미가 필사로 이어진 지 5년. 이제는 필사가 명상이자 마음 챙김의 도구가 됐다. 오늘의 만년필을 골라 잉크를 충전하고 노트의 질감을 느끼며 써 내려간다. 들뜨고 내달려가려는 마음을 차분히 달래고 생각을 집중하며 정리하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해도 글씨가 틀리거나 삐뚤어져, 오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다. 하지만 루틴이라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억지로 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긍정성을 잃지 않기 위한 습관이니까. 여운(문장 수집가)
유산균 인생 10년 차. 잦은 복통과 설사로 인해 길거리 떡볶이조차 쉽게 먹지 못했던 약골 인생은 유산균을 먹기 전과 후로 나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약발이 잘 받는 체질 덕에 유산균을 먹은 지 한 달 만에 달라진 건강을 경험하고 기적의 알약으로 모시게 됐다. 매달 병원을 단골 삼던 나날에서 벗어난 건 물론, 달고 살던 질염에서도 완전히 해방! 거짓말을 조금 보태 친구들은 나를 유산균 전도사라고 부를 정도다. 서지윤(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모닝루틴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춸처 인스타그램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을 여유롭게 여는 것만으로 우리의 내일은 이미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건강, 미용, 공부 등 저마다의 변화를 꿈꾸며 아침 시간을 쪼개 활용하는 이들의 모닝 루틴을 소개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
하늘이 어스름하게 밝을 무렵 헝클어진 머리를 질끈 묶고 거실 창문 앞에 선다. 2019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아침 명상의 시간이다. 간접조명 하나만 켠 채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 후 눈을 감는다. 그리고 평소 소중하게 여기는 오브제에 집중하면 들락날락 안팎을 오가는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내가 하는 명상은 고대 하와이 사람들의 용서와 화해를 통한 문제 해결법인 ‘호오포노포노’다. 아침 명상을 한 후부터 스스로를 옭아매며 자책하는 일에서 많이 벗어나게 됐다. 그리고 작은 실수에도 괴로워하기보다는 순간순간 감사하는 일이 많아졌다. 임소연(브랜드 콘텐츠 기획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힐링차 마사지 숍을 찾곤 했는데, 어느 날 마사지를 받으면서 평소와 다르게 몸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하게 이완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아로마 오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흥미로운 발견 이후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집에서 수시로 해봤는데 가장 효과적인 시간은 아침이었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샤워 후 향이 없는 보디로션에 좋아하는 허브 아로마 오일을 블렌딩해서 5분 정도 손으로 목 주변을 롤링한다. 아로마가 릴랙싱에도 도움이 되지만 내게는 잠을 깨우는 알람이기도 하다. 마사지하고 나면 눈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미영(YTN 뉴스 에디터)
잠자리에서 벗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따듯한 물에 재스민차 우리기. 커피 한 잔이 아침을 깨우는 에너지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요가 수업 전 마신 재스민차 한 잔의 경험이 모닝 루틴으로 이어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충만한 에너지보다 0의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내게 더 맞는다는 걸 깨닫고 있다. 재스민차 한 잔이 주는 아침의 여유는 생각보다 의미가 깊다. 한 모금 넘길 때마다 움켜쥐고 있던 감정이나 생각을 놔주는 시간이니까. ‘차는 액체로 된 지혜’라는 이야기를 접한 후부터 내 몸에 지혜를 담는다는 생각으로 차를 마신다. 김민지(프리랜서 에디터)
8년 넘게 해온 나만의 모닝 루틴은 조깅. 그림을 그리는 직업 탓에 새벽에 잠들고 오후 늦게 일어나는 불규칙한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습관이다. 나가기 전 제일 먼저 날씨를 확인하며 운동복의 컬러를 고른다. 날씨에 따라, 운동복에 따라 그날의 기운이 달라지는 재미도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요소다.
조깅하며 아침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고 뛰면서도 마음 명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세연(아티스트)
식물 집사가 된 지 4년. 여러 번의 죽음(?)을 목도하고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지만 삭막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느낌이 좋아 끈질기게 식물 집사로 살고 있다. 초보 집사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모닝 루틴은 반려식물 상태 확인하기. 눈으로 한 번, 손으로 한 번. 초록의 채도로 상태를 가늠한 다음 손으로 흙을 만지며 촉촉함을 확인한다. 그러다 새순이 올라오거나 이파리를 펴고 색이 진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날에는 자식의 재롱을 보듯 기특한 마음까지 든다. 매일 아침 잎과 줄기 그리고 흙을 만지며 생명력을 느끼는 1분,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김별아(브랜드 디자이너)
기업 출강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던 시기, 어쩔 수 없이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롯이 과제를 하기 위해 일어나는 새벽 시간이 더없이 소중해진 건 내가 맡은 역할을 모두 내려놓고 본연의 나를 발전시키는 순간임을 알게 된 후다. 지금은 일어나면 전날을 돌아보고 오늘을 생각하며 일기를 쓰고 확언을 한다. 확언은 ‘나는 언제까지 무엇을 얼마만큼 이루어 낸다’처럼 구체적으로 쓴 문장으로 하는 게 포인트. 확언의 방향과 일치하는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정하는 게 그다음 순서다. 덕분에 지금은 오후의 10시간보다 새벽 3시간을 훨씬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최양미(인하우스 통역사, 영어 강사)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예민해진 피부 때문에 알로에 페이셜 마사지라는 루틴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세면을 마친 후 냉장고에서 꺼낸 알로에 화장품으로 얼굴을 마사지하는 것. 시원한 알로에가 얼굴을 식혀주는 것을 느끼며 롤링해주면 끝. 마사지 제품보다 금방 스며들고 피부에 겉돌지 않기 때문에 바쁜 아침 시간 서두르지 않고 출근 준비하기 딱 좋다. 처음에는 피부 진정을 바라고 시작한 루틴이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리추얼의 의미가 더 크다. 림프절을 꾹꾹 눌러주며 정신을 깨우고 오늘의 중요한 일정을 상기할 수 있는 소소한 의식이 됐으니까. 강난희(스타일리스트)
하고픈 말을 대신 표현해주는 글귀를 모으고 되새김질하던 취미가 필사로 이어진 지 5년. 이제는 필사가 명상이자 마음 챙김의 도구가 됐다. 오늘의 만년필을 골라 잉크를 충전하고 노트의 질감을 느끼며 써 내려간다. 들뜨고 내달려가려는 마음을 차분히 달래고 생각을 집중하며 정리하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해도 글씨가 틀리거나 삐뚤어져, 오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다. 하지만 루틴이라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억지로 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긍정성을 잃지 않기 위한 습관이니까. 여운(문장 수집가)
유산균 인생 10년 차. 잦은 복통과 설사로 인해 길거리 떡볶이조차 쉽게 먹지 못했던 약골 인생은 유산균을 먹기 전과 후로 나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약발이 잘 받는 체질 덕에 유산균을 먹은 지 한 달 만에 달라진 건강을 경험하고 기적의 알약으로 모시게 됐다. 매달 병원을 단골 삼던 나날에서 벗어난 건 물론, 달고 살던 질염에서도 완전히 해방! 거짓말을 조금 보태 친구들은 나를 유산균 전도사라고 부를 정도다. 서지윤(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모닝루틴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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