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골프 사랑’은 대단합니다. 10년 전 어느 여름날, 중국 상하이에 골프 투어를 간 적이 있습니다. 공교롭게 그날 비가 와 라운드를 취소할까 했는데 동반자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 비쯤이야 뭘~”이라고 해 라운드를 강행했습니다.
마침 골프장에 퇴근하지 않은 캐디가 있어 같이 나갔는데, 이 캐디가 첫 홀 티샷 후 혼잣말로 한 얘기가 아직도 귀에 맴돕니다. “비 올 때 날뛰는 건, 한국 사람과 개구리밖에 없어.” 중국어를 알아들은 동반자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우리는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머쓱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 번째 연재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퍼트 잘하기’입니다. 스코어를 줄이는 골프 레슨은 기술, 전략, 나에게 맞는 클럽 선택, 파워 기르기 등 끝이 없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이 퍼트 잘하기입니다. 흔히 한 홀에서 퍼트 하나만 줄여도 한 라운드에서 18타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18타는 아니더라도 10타는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먼저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죠.
전인지(28) 선수는 6월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콩그레셔널CC에서 끝난 KPMG 여자 PGA 챔피언십(L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지옥과 천당을 오간 ‘눈물의 우승’이었습니다. 전인지는 1, 2, 3라운드를 모두 선두로 달렸고 최종 라운드도 2위 그룹에 3타를 리드한 가운데 여유 있게 출발해 우승이 유력했습니다. 하지만 우승 압박감 때문인지 4라운드 전반 9홀에서 보기를 4개나 범하며 렉시 톰슨(27 · 미국)에게 선두를 빼앗겼습니다. 후반부에 들어 톰슨이 짧은 퍼트를 연거푸 놓치는 틈을 타 16번 홀(파5)에서 어렵게 공동 선두를 이뤘습니다.
전인지 선수는 17번 홀(파4)에서 톰슨이 손쉬운 1m짜리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하자 파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를 되찾아 힘겹게 정상에 올랐습니다. 말하자면 전인지는 상대방의 실수로 승리를 얻은 셈입니다.
LPGA의 대표적 장타자인 톰슨은 막판 퍼트 난조로 아깝게 우승을 놓치는 일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선수 중 유일하게 왼손에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하는 까닭입니다. 장갑을 끼고 글씨를 쓰면 글자가 삐뚤삐뚤해지지 않습니까. 퍼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갑을 끼면 감각이 둔해져서 거리와 방향을 맞추는 데 애를 먹기 마련인데 특히 1m 이내 퍼트 성공률은 뚝 떨어집니다.
톰슨은 이 원리를 모를까요? 5년 전 톰슨이 국내 대회에 초청받아 한국에 왔을 때 대회 주최 측을 통해 왜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답은 단순했습니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부터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해 습관이 됐다. 장갑을 벗고 퍼트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톰슨이 장갑을 낀 채 퍼트를 해 실수를 연발하는 덕분에 한국 선수들은 우승 기회가 많아져 좋은 일이지만 톰슨 개인으로는 참 안타까운 일이죠.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서도 장갑을 낀 채 퍼트를 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겁니다. 왼손뿐 아니라 양손에 장갑을 끼고 늠름하게(?) 퍼트를 하는 여성분들을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 아시다시피 장갑을 벗는 것 자체가 귀찮고, 또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바닥이 다소 까칠해지는 탓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프로 선수들은 거의 매일 30분씩 퍼팅 연습을 하기 때문에 손바닥이 까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인은 평소 퍼팅 연습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라운드 중 장갑을 벗고 퍼팅한다고 해서 손바닥이 까질 일은 없습니다.
10타를 줄이고 싶은 분들은 이번 주 라운드부터 과감하게 장갑을 벗으십시오. 방향과 거리감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겁니다. 물론 라운드 전 연습장에서 20분 정도 테스트하는 게 좋습니다. 실수하기 쉬운 1m짜리 퍼트를 성공시켰을 때의 짜릿함이란 무엇에도 비길 수 없죠. 여성 아마추어 고수들은 거의 다 장갑을 벗기 때문에 퍼팅이 능수능란합니다. 이를 본받아 그린에서는 꼭 ‘탈(脫)장갑 플레이’를 하길 추천합니다.
추가로 그린에서의 유의 사항 두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홀컵 뒷부분이 내리막인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아마 10개 중 3~4개 정도일 텐데, 이걸 살피지 않고 세게 퍼팅했다가는 3퍼트, 4퍼트를 밥 먹듯이 하게 됩니다. 따라서 공이 ‘온 그린’ 된 뒤에는 남들보다 빠른 걸음으로 그린에 올라가 홀컵 주변을 반드시 살펴보십시오. 부지런을 떨면 어이없는 실수를 예방할 수 있고, 스코어도 좋아질 겁니다.
다른 한 가지는 롱 퍼트를 잘하는 방법입니다. 15m 안팎의 먼 거리가 남았을 때 어떻게 거리와 방향을 맞추나, 난감할 때가 많죠. 2019년 US 여자오픈 우승자인 이정은6 선수를 따라하길 추천합니다. TV 중계를 통해 보셨겠지만, 그는 롱 퍼트를 앞두고는 홀컵과 공의 중간 지점에 살포시 앉아 그린의 높낮이, 내리막과 오르막을 꼼꼼히 살핍니다. 그렇게 해서 첫 퍼트를 홀컵에 붙여 치욕의 3퍼트를 예방합니다.
볼 마크 지점에서 홀컵 쪽을 바라보고 대충 감으로 퍼팅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경우 2퍼트 마감은 힘듭니다. 앞으로는 공이 온 그린 됐을 때 반드시 마크한 곳과 홀컵 주변을 세밀하게 살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막으시길 바랍니다. 남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로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장갑 벗기와 홀컵 뒤편 살피기, 롱 퍼트 중간 지점 체크만으로도 10타는 거뜬히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쉬운 비결을 모르셨다고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을 골프장에서도 떠올리세요.
#골프레슨 #여성동아
김수인
23년간 스포츠 기자로 활동하며 2013년 파이낸셜뉴스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김수인의 파워골프’ 두 권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마침 골프장에 퇴근하지 않은 캐디가 있어 같이 나갔는데, 이 캐디가 첫 홀 티샷 후 혼잣말로 한 얘기가 아직도 귀에 맴돕니다. “비 올 때 날뛰는 건, 한국 사람과 개구리밖에 없어.” 중국어를 알아들은 동반자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우리는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머쓱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퍼트 미스로 우승 날린 렉시 톰슨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골프 의류 연간 매출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6.5배나 많은 골프 최강국 미국을 앞질렀습니다. 또 지난해 한국 골프 인구는 564만 명으로 일본의 520만 명을 사상 처음으로 앞섰습니다. 정말 대단한 골프 사랑과 열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첫 번째 연재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퍼트 잘하기’입니다. 스코어를 줄이는 골프 레슨은 기술, 전략, 나에게 맞는 클럽 선택, 파워 기르기 등 끝이 없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이 퍼트 잘하기입니다. 흔히 한 홀에서 퍼트 하나만 줄여도 한 라운드에서 18타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18타는 아니더라도 10타는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먼저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죠.
전인지(28) 선수는 6월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콩그레셔널CC에서 끝난 KPMG 여자 PGA 챔피언십(L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지옥과 천당을 오간 ‘눈물의 우승’이었습니다. 전인지는 1, 2, 3라운드를 모두 선두로 달렸고 최종 라운드도 2위 그룹에 3타를 리드한 가운데 여유 있게 출발해 우승이 유력했습니다. 하지만 우승 압박감 때문인지 4라운드 전반 9홀에서 보기를 4개나 범하며 렉시 톰슨(27 · 미국)에게 선두를 빼앗겼습니다. 후반부에 들어 톰슨이 짧은 퍼트를 연거푸 놓치는 틈을 타 16번 홀(파5)에서 어렵게 공동 선두를 이뤘습니다.
전인지 선수는 17번 홀(파4)에서 톰슨이 손쉬운 1m짜리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하자 파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를 되찾아 힘겹게 정상에 올랐습니다. 말하자면 전인지는 상대방의 실수로 승리를 얻은 셈입니다.
LPGA의 대표적 장타자인 톰슨은 막판 퍼트 난조로 아깝게 우승을 놓치는 일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선수 중 유일하게 왼손에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하는 까닭입니다. 장갑을 끼고 글씨를 쓰면 글자가 삐뚤삐뚤해지지 않습니까. 퍼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갑을 끼면 감각이 둔해져서 거리와 방향을 맞추는 데 애를 먹기 마련인데 특히 1m 이내 퍼트 성공률은 뚝 떨어집니다.
탈(脫)장갑 퍼팅은 국룰
이정은6 선수가 퍼팅 전 그린의 높낮이 등을 체크하고 있다.
톰슨이 장갑을 낀 채 퍼트를 해 실수를 연발하는 덕분에 한국 선수들은 우승 기회가 많아져 좋은 일이지만 톰슨 개인으로는 참 안타까운 일이죠.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서도 장갑을 낀 채 퍼트를 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겁니다. 왼손뿐 아니라 양손에 장갑을 끼고 늠름하게(?) 퍼트를 하는 여성분들을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 아시다시피 장갑을 벗는 것 자체가 귀찮고, 또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바닥이 다소 까칠해지는 탓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프로 선수들은 거의 매일 30분씩 퍼팅 연습을 하기 때문에 손바닥이 까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인은 평소 퍼팅 연습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라운드 중 장갑을 벗고 퍼팅한다고 해서 손바닥이 까질 일은 없습니다.
10타를 줄이고 싶은 분들은 이번 주 라운드부터 과감하게 장갑을 벗으십시오. 방향과 거리감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겁니다. 물론 라운드 전 연습장에서 20분 정도 테스트하는 게 좋습니다. 실수하기 쉬운 1m짜리 퍼트를 성공시켰을 때의 짜릿함이란 무엇에도 비길 수 없죠. 여성 아마추어 고수들은 거의 다 장갑을 벗기 때문에 퍼팅이 능수능란합니다. 이를 본받아 그린에서는 꼭 ‘탈(脫)장갑 플레이’를 하길 추천합니다.
추가로 그린에서의 유의 사항 두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홀컵 뒷부분이 내리막인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아마 10개 중 3~4개 정도일 텐데, 이걸 살피지 않고 세게 퍼팅했다가는 3퍼트, 4퍼트를 밥 먹듯이 하게 됩니다. 따라서 공이 ‘온 그린’ 된 뒤에는 남들보다 빠른 걸음으로 그린에 올라가 홀컵 주변을 반드시 살펴보십시오. 부지런을 떨면 어이없는 실수를 예방할 수 있고, 스코어도 좋아질 겁니다.
다른 한 가지는 롱 퍼트를 잘하는 방법입니다. 15m 안팎의 먼 거리가 남았을 때 어떻게 거리와 방향을 맞추나, 난감할 때가 많죠. 2019년 US 여자오픈 우승자인 이정은6 선수를 따라하길 추천합니다. TV 중계를 통해 보셨겠지만, 그는 롱 퍼트를 앞두고는 홀컵과 공의 중간 지점에 살포시 앉아 그린의 높낮이, 내리막과 오르막을 꼼꼼히 살핍니다. 그렇게 해서 첫 퍼트를 홀컵에 붙여 치욕의 3퍼트를 예방합니다.
볼 마크 지점에서 홀컵 쪽을 바라보고 대충 감으로 퍼팅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경우 2퍼트 마감은 힘듭니다. 앞으로는 공이 온 그린 됐을 때 반드시 마크한 곳과 홀컵 주변을 세밀하게 살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막으시길 바랍니다. 남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로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장갑 벗기와 홀컵 뒤편 살피기, 롱 퍼트 중간 지점 체크만으로도 10타는 거뜬히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쉬운 비결을 모르셨다고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을 골프장에서도 떠올리세요.
#골프레슨 #여성동아
김수인
23년간 스포츠 기자로 활동하며 2013년 파이낸셜뉴스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김수인의 파워골프’ 두 권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