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아닐까. 마스크는 이제 신체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기본이다. 세계적으로 창궐한 바이러스는 국가 간에도 거리를 두게 한다. 하늘 길은 꽁꽁 막혀 해외여행을 가는 건 현실상 불가능하다. 여행 마니아들에겐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임이 분명할 터. 이들을 위해 지난 10월 아시아나항공이 착륙 하지 않고 비행만 하고 돌아오는 관광 상품을 선보여 완판을 기록한데 이어 진에어가 기내식세트를 가정간편식(HMR)상품으로 구성한 ‘지니키친 더 리얼’을 출시했다.
‘지니키친 더 리얼’은 진에어가 지난 8월부터 항공기내서비스업체 이노플라이, 국내 기내식 공급사인 케이터링서비스파트너와 함께 개발한 야심작이다. ‘비프 굴라쉬 파스타’, ‘캐슈넛 치킨’, ‘크림 파스타’ 3종 세트이며 진에어 홈페이지 내 ‘지니스토어’에 12월 중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3종 모두 1만원으로 동일하다. 비행기 밖에서 먹는 기내식은 과연 여행의 갈증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을까. 그리고 맛은 어떨까.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3종 세트를 직접 맛봤다.
콘셉트에 충실한 구성과 디테일

지니키친 더 리얼 3종 세트의 패키지 외형. 기내식 박스를 본 뜬 모양이 눈길을 끈다.

비프 굴라쉬 파스타

비프 굴라쉬 파스타 세트 구성품. 두툼한 소고기 목심을 포인트로 꼽고 싶다.
메인 메뉴인 파스타에 들어있는 두툼한 소고기 목심에 토마토소스를 듬뿍 묻혀 입에 넣었다. 고기는 항상 옳다. 가슴이 차오르는 듯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고기가 꽤나 많이 들어있어 좋았다. 하지만 파스타 면의 다소 딱딱한 식감과 평범한 소스 맛은 아쉬웠다. 기자가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식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엔 모호하다. 후식인 브라우니에서도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소고기 외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세트다.
캐슈넛 치킨(+취나물 밥)

캐슈넛 치킨 세트. 소스의 감칠맛이 인상 깊다. 취나물 밥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치킨만 따로 먹는 것보단 밥과 같이 먹는 게 더 맛있었다. 치킨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취나물 밥에게 “you complete me”라고 했을 것이 분명하다. 후식인 크림퍼프(슈크림 빵)도 무난하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크림 파스타

크림 파스타 세트. 양도 푸짐하고 맛도 훌륭했다. 후식인 망고푸딩도 썩 괜찮다.
알던 ‘그 맛’보단 확실히 맛있는데…
3종 세트의 맛을 통틀어 말하자면 비행기에서 먹던 ‘그 맛’보다는 훨씬 맛있었다. 하지만 이를 먹는다고 해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진 않는다. 음식보다는 포장 박스, 탑승권을 본뜬 메뉴‧조리법 설명서가 기분을 나게 한다. 이를 위해 1만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듯하다. 함께 맛을 본 선배 기자는 “그 돈이면 이것보다 훨씬 맛있는 걸 사먹고 말지, 굳이 이걸 사먹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음식의 질이 나쁜 건 아니지만 ‘가성비’를 고려하면 1만원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기자는 기약이 없는 해외여행을 염원하며 한 번 쯤 기분을 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젠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의 시대 아닌가.사진 조영철 기자 제품제공 진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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