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나라 시인 노동은 차 마시는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5천 년 전 중국으로, 17세기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진 차는 19세기에 서양에서 꽃을 피웠다가 최근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긴 시간 동안 차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일상에 선물하는 여백 같은 휴식이기 때문 아닐까.

차는 소통의 도구라고 말하는 차 전문가 김지현 씨.
“차 문화라고 하면 흔히 격식을 차린 일본식 다도를 생각하죠. 숨 막히는 다도 때문에 차를 멀리했다는 사람들도 많고요. 저는 차가 맥주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지인들과 술 한잔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편하게 차를 마시길 권해요.”

김지현 씨의 찻자리 풍경.
“예전에는 집에서 찻잎을 쓱쓱 덖어 마시곤 했는데, 바로 그 차가 홍차였어요. 배앓이나 감기에 효과가 있는데 맛은 거칠고 떫죠. 이런 옛 홍차를 요즘 스타일로 만드는 이들이 지리산 쌍계사 주변에 있답니다. 맛은 영국 홍차와 일반 녹차의 중간 정도로 부담 없죠. 녹차의 쓴맛이 덜 나며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이 계절에 즐기기에 제격이랍니다.”
핫플마다 티 카페가 들어서고, SNS에도 차 관련 피드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차 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가을이 가기 전 일상다반사란 말처럼 차 마시는 시간을 일상에 들여보자. 삶이 한층 여유롭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차 종류
차는 발효 정도에 따라 비발효차 녹차, 약발효차 백차와 황차, 반발효 청차, 완전발효차 홍차, 후발효차 흑차로 나뉜다. 녹차는 서호용정, 백차는 백호은침, 황차는 군산은침, 청차는 우롱차·철관음·무이육계, 흑차는 보이차가 대표적이다. 계절에 맞는 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을에는 지리산 홍차나 탱자보이차, 백호은침, 동방미인을 추천한다.
2 지리산 홍차 지리산 찻잎으로 만든 우리나라 홍차. 녹차와 영국 홍차 중간 정도의 맛이 난다.
3 백호은침 맛이 맑으면서 뒷맛이 감미롭고 향기로운 백차. 찻잎은 바늘처럼 곧고 은빛을 띠며, 백호(하얀 부분)가 많을수록 연하고 품질이 좋다.
4 화석보이차 중국 쓰촨성의 소수민족이 오래전부터 물처럼 마시던 차. 둥굴레차처럼 구수한 맛이 난다.
5 박하우롱차 박하잎이 싱그러운 향과 맛을 더하는 우롱차.
6 동방미인 중국차의 한 종류로 찻잎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7 탱자보이차 은은한 탱자 향을 즐길 수 있는 보이차로,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찻자리에 즐거움 더하는 다기
다기는 차를 마시는 데 필요한 도구를 뜻한다. 차를 우리는 주전자인 다관과 찻잔만 있어도 차를 즐길 수 있지만, 차나 물을 식히는 숙우, 찻잎을 뜨는 데 사용하는 차칙과 차협, 거름망 등을 갖추고 있으면 찻자리가 한층 즐거워진다.
다관 차를 우리는 주전자로, 차호라고도 한다.
숙우 다관에서 우린 차가 너무 진해지지 않도록 옮겨 담아두는 그릇.
찻잔 다양한 크기와 모양, 질감의 찻잔들.
찻잔받침 나무, 패브릭, 은, 주물 등 다양한 소재의 찻잔받침이 있으므로 찻자리에 따라 사용한다.
차칙 찻잎을 떠서 옮길 때 사용하는 숟가락.
차협 찻잔을 집어 예열하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필요한 집게.
사진 홍태식 디자인 최정미 스타일링 김상영(noda+쿠킹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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