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인 김진 기자가 이달부터 자신의 취재 수첩을 공개합니다. 방송에는 차마 담지 못했던 은밀한 취재 뒷이야기, 착한 먹거리 상식 등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고단백’ 스토리를 기대해주세요.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눈앞에 앉아 있는 여성의 입술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은 나지막이 속삭이며 나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백세주가 없으면 육회를 서비스로 주시든가. 어떻게 하실래요?”
지난 1월 말, 서울 종로 먹자골목의 한 곱창집.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 진행한 ‘착한 손님 프로젝트’ 취재를 위해 종업원으로 변장 후 하루 종일 곱창집에서 일하며 손님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착한 손님 프로젝트는 손님이 착해지면 서비스도, 음식의 맛도 더 좋아진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취재였다. 저녁 시간이 되자 손님들은 몰려들었고 곱창을 자르고, 술을 나르고, 먹다 남은 음식물을 치우느라 숨 쉴 틈이 없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문제의 여성과 일행 셋이 곱창집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시크한 그녀는 종업원 차림을 한 내 인사를 가뿐히 무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네 명.” 반말로 날 내려다보는 그녀. 인사말 무시당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속으로 꾹 참으며 친절하게 자리로 그녀 일행을 안내했다. 그녀의 취향은 남달랐다. “백세주 4병 주세요.” 30분 뒤, 그녀는 다시 백세주 4병을 주문했다. 오직 백세주만을 원하는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웃 고깃집에서까지 술을 빌려왔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그녀에게 나간 술 중 몇 병이 살짝 얼어 있던 것. 그녀는 즉각 날 불렀다. “술이 얼었잖아요. 여기서 녹여주세요.” 술병을 손에 쥐고 입김을 불며 술을 녹이고 있을 때, 그녀가 이렇게 요구했다. “다른 백세주가 없으면 육회를 서비스로 주시든가. 어떻게 하실래요.” 백세주 한 병의 가격은 9천원, 그녀가 주문한 곱창의 가격은 1만5천원. 그런데 그녀가 요구한 육회의 가격은 2만원이다. 산술적으로 말이 안 되는 요구였다.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연신 그녀는 “어떻게 하실래요”를 외쳤다. 그녀의 일행은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입가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무리한 요구라고 친절히 설명했지만 급기야 자기가 편의점에서 술을 직접 사와서 먹겠다고 떼를 썼다. 가관이었다.
착한 손님 밥상엔 서비스 제공
착한 손님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실험. 착한 손님과 무례한 손님 두 명이 같은 백반집과 보쌈집을 찾았다. 먼저 백반집의 풍경. 착한 손님은 들어서면서부터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하고 존댓말로 종업원에게 친절하게 주문을 한 후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반면 무례한 손님은 종업원의 인사도 무시한 채 자리에 앉아 종업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반말로 주문했다. 과연 백반집에선 두 손님에게 어떻게 반응했을까. 밥과 국, 기본적인 반찬은 같았지만, 착한 손님의 밥상에는 지금 막 부친 뜨끈한 달걀 프라이가 얹어져 있었다. 무례한 손님상엔 계란 프라이는 없었다. 이를 본 무례한 손님이 달걀 프라이를 요구하자, 5백원의 추가 금액을 받았다. 물론 착한 손님에겐 서비스였다.
이번엔 보쌈집 차례. 착한 손님과 무례한 손님은 똑같은 보쌈정식을 주문했는데, 착한 손님의 보쌈김치에는 윤기가 흐르는 먹음직스런 굴이 한가득이었다. 작은 접시 안에 담긴 김치였지만 세보니 무려 8개. 그런데 무례한 손님의 김치는 어땠을까. 굴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손님의 말만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내친김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주문했다. 서울 시내 총 10 곳의 포장마차에서 착한 손님과 무례한 손님이 각각 떡볶이 1인분씩을 구입했다. 혹시 떡볶이 떡의 개수가 차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험 결과는 예상외로 놀라웠다. 10곳에서 구입한 떡볶이를 모두 합해서 떡의 개수를 세어보니 무례한 손님 쪽은 2백23개, 착한 손님 쪽은 2백58개가 들어 있던 것. 무려 35개의 떡 차이를 보였다. 차이가 가장 많이 난 곳은 착한 손님에게 9개나 떡을 더 줬다. 이는 큰 국자로 한두 번 더 퍼줬다는 얘기다. 그 떡볶이집 주인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손님이 먼저 이렇게 대접을 해주면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인생 자체가 갑을 관계가 계속 바뀌는 거잖아요.”
지난 1월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종업원에게 욕설을 하고 땅에 떨어진 음식물을 억지로 먹이며 폭행까지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손님은 쌈장 그릇을 종업원의 머리에 던지고, 땅에 떨어진 볶음밥을 종업원의 입과 눈에 넣으려고까지 했다. 아무리 손님은 왕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그래서 서울 시내 53곳의 음식점에서 총 1백 명의 종업원들에게 손님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70명이 넘는 종업원들이 손님으로부터 무시와 반말을 겪었고, 폭언과 부당한 요구 심지어 성희롱과 폭행까지 당했다. 이를테면 이런 대화다. “혼자 살아? 혼자 살면 밤에 어떻게 지내? 외로울 땐 연락해.” 이 손님은 엉덩이까지 주물렀다고 한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 절반 이상이 하루 종일 우울하다고 답했으며, 우울증을 겪었다는 응답자도 3명이나 있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정신장애(Mental Disorder)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난 슬픈데 웃어야 하고, 난 분노하고 있는데 웃어야 하는 상황이 사람들에게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다시 착한 손님의 마지막 실험. 중국집 배달원을 상대로 관찰 실험을 실시했다. 같은 곳의 중국집에서 2인분의 음식을 며칠간 주문했다. 먹은 음식 그릇은 깨끗이 설거지를 하고 그 위에는 ‘감사합니다. 날이 추운데 힘내세요’라는 쪽지도 붙여놨다.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도 배달원은 늘 같은 모습으로 음식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그런데 4일째, 여전히 2인분을 주문했는데 배달원은 슬며시 한 그릇을 더 내려놓고 돌아갔다. 살펴보니 먹음직스런 군만두가 푸짐하게 담긴 접시였다. 참고로 이 식당은 4인분 이상을 시켜야 군만두가 서비스로 나온다. 해당 중국집을 찾아가 가게 주인에게 실험 사실을 알리고 군만두가 서비스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꺼냈더니, 가게 주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제가 준 게 아니고 주방에서 알아서 준 거예요. 손님 같은 분들은 주방에서 기억하죠. 배달원도 압니다. 그래서 정성 들여서 가져가고, 신경을 더 쓴 것 같네요.”
‘손님이 왕인 시대는 끝났다’
착한 손님 프로젝트 취재를 마무리하며 커피숍 브랜드 중 하나인 엔제리너스 매장을 찾았다. 마침 한 달에 한 번, 첫째 주 수요일에 실시되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아메리카노”라고 성의 없게 주문하면 원래보다 50% 비싼 추가 가격을 받는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이라고 반말로 주문하면 제값을 받고,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면 커피값을 20% 깎아줬다. 종업원의 이름을 불러주며 “제가 좋아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한 뒤 하이파이브까지 하면 커피값을 반값으로 할인해줬다. 나 역시 이벤트 덕분에 3천9백원짜리 아메리카노를 1천9백50원에 마실 수 있었다. 분명 같은 아메리카노였지만 왠지 모르게 향이 더 그윽하고, 맛도 깊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며 확신했다. ‘손님이 왕인 시대는 끝났다.’
참고로 밝히자면, 실험 초반 곱창집에서 2만원짜리 육회를 요구하던 그 여자 손님은 결국 육회를 서비스로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먹은 요리에는 요리사의 정성, 종업원의 따뜻한 마음 어느 것 하나 들어 있지 않았다. 이제는 착한 손님이 대접받는 시대라는 걸 우리 모두 알았으면 한다.
김진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신문기자로 시작해 지금은 채널A에서 매일 아침 9시를 활짝 여는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와 대한민국 먹거리를 책임지는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하고 있다. 남자다운 저돌성과 기자 특유의 섬세함으로 시청자들의 입과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게 목표.
글·김진 채널 A ‘먹거리 X파일’진행자 | 사진·채널A 제공
<font color="#333333"><b>1</b></font> 곱창집에서 서빙 체험 중 진상 손님과 힘겨루기를 해야 했던 김진 기자. <font color="#333333"><b>2</b></font> 중국집 배달원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 반납 그릇 위에 올려놓은 감사 쪽지.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눈앞에 앉아 있는 여성의 입술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은 나지막이 속삭이며 나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백세주가 없으면 육회를 서비스로 주시든가. 어떻게 하실래요?”
지난 1월 말, 서울 종로 먹자골목의 한 곱창집.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 진행한 ‘착한 손님 프로젝트’ 취재를 위해 종업원으로 변장 후 하루 종일 곱창집에서 일하며 손님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착한 손님 프로젝트는 손님이 착해지면 서비스도, 음식의 맛도 더 좋아진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취재였다. 저녁 시간이 되자 손님들은 몰려들었고 곱창을 자르고, 술을 나르고, 먹다 남은 음식물을 치우느라 숨 쉴 틈이 없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문제의 여성과 일행 셋이 곱창집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시크한 그녀는 종업원 차림을 한 내 인사를 가뿐히 무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네 명.” 반말로 날 내려다보는 그녀. 인사말 무시당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속으로 꾹 참으며 친절하게 자리로 그녀 일행을 안내했다. 그녀의 취향은 남달랐다. “백세주 4병 주세요.” 30분 뒤, 그녀는 다시 백세주 4병을 주문했다. 오직 백세주만을 원하는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웃 고깃집에서까지 술을 빌려왔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그녀에게 나간 술 중 몇 병이 살짝 얼어 있던 것. 그녀는 즉각 날 불렀다. “술이 얼었잖아요. 여기서 녹여주세요.” 술병을 손에 쥐고 입김을 불며 술을 녹이고 있을 때, 그녀가 이렇게 요구했다. “다른 백세주가 없으면 육회를 서비스로 주시든가. 어떻게 하실래요.” 백세주 한 병의 가격은 9천원, 그녀가 주문한 곱창의 가격은 1만5천원. 그런데 그녀가 요구한 육회의 가격은 2만원이다. 산술적으로 말이 안 되는 요구였다.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연신 그녀는 “어떻게 하실래요”를 외쳤다. 그녀의 일행은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입가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무리한 요구라고 친절히 설명했지만 급기야 자기가 편의점에서 술을 직접 사와서 먹겠다고 떼를 썼다. 가관이었다.
<font color="#333333"><b>1</b></font> 한 커피 전문점에서 진행한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에 참가해 매장 직원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진 기자. <font color="#333333"><b>2 3</b></font> 고객의 친절도에 따라 제공되는 음식의 양과 질이 달라질 수 있음을 증명한 실험. 같은 메뉴를 주문했음에도 김치 속에 들어간 굴과 떡볶이 양이 현저히 차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착한 손님 밥상엔 서비스 제공
착한 손님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실험. 착한 손님과 무례한 손님 두 명이 같은 백반집과 보쌈집을 찾았다. 먼저 백반집의 풍경. 착한 손님은 들어서면서부터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하고 존댓말로 종업원에게 친절하게 주문을 한 후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반면 무례한 손님은 종업원의 인사도 무시한 채 자리에 앉아 종업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반말로 주문했다. 과연 백반집에선 두 손님에게 어떻게 반응했을까. 밥과 국, 기본적인 반찬은 같았지만, 착한 손님의 밥상에는 지금 막 부친 뜨끈한 달걀 프라이가 얹어져 있었다. 무례한 손님상엔 계란 프라이는 없었다. 이를 본 무례한 손님이 달걀 프라이를 요구하자, 5백원의 추가 금액을 받았다. 물론 착한 손님에겐 서비스였다.
이번엔 보쌈집 차례. 착한 손님과 무례한 손님은 똑같은 보쌈정식을 주문했는데, 착한 손님의 보쌈김치에는 윤기가 흐르는 먹음직스런 굴이 한가득이었다. 작은 접시 안에 담긴 김치였지만 세보니 무려 8개. 그런데 무례한 손님의 김치는 어땠을까. 굴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손님의 말만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내친김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주문했다. 서울 시내 총 10 곳의 포장마차에서 착한 손님과 무례한 손님이 각각 떡볶이 1인분씩을 구입했다. 혹시 떡볶이 떡의 개수가 차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험 결과는 예상외로 놀라웠다. 10곳에서 구입한 떡볶이를 모두 합해서 떡의 개수를 세어보니 무례한 손님 쪽은 2백23개, 착한 손님 쪽은 2백58개가 들어 있던 것. 무려 35개의 떡 차이를 보였다. 차이가 가장 많이 난 곳은 착한 손님에게 9개나 떡을 더 줬다. 이는 큰 국자로 한두 번 더 퍼줬다는 얘기다. 그 떡볶이집 주인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손님이 먼저 이렇게 대접을 해주면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인생 자체가 갑을 관계가 계속 바뀌는 거잖아요.”
지난 1월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종업원에게 욕설을 하고 땅에 떨어진 음식물을 억지로 먹이며 폭행까지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손님은 쌈장 그릇을 종업원의 머리에 던지고, 땅에 떨어진 볶음밥을 종업원의 입과 눈에 넣으려고까지 했다. 아무리 손님은 왕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그래서 서울 시내 53곳의 음식점에서 총 1백 명의 종업원들에게 손님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70명이 넘는 종업원들이 손님으로부터 무시와 반말을 겪었고, 폭언과 부당한 요구 심지어 성희롱과 폭행까지 당했다. 이를테면 이런 대화다. “혼자 살아? 혼자 살면 밤에 어떻게 지내? 외로울 땐 연락해.” 이 손님은 엉덩이까지 주물렀다고 한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 절반 이상이 하루 종일 우울하다고 답했으며, 우울증을 겪었다는 응답자도 3명이나 있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정신장애(Mental Disorder)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난 슬픈데 웃어야 하고, 난 분노하고 있는데 웃어야 하는 상황이 사람들에게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다시 착한 손님의 마지막 실험. 중국집 배달원을 상대로 관찰 실험을 실시했다. 같은 곳의 중국집에서 2인분의 음식을 며칠간 주문했다. 먹은 음식 그릇은 깨끗이 설거지를 하고 그 위에는 ‘감사합니다. 날이 추운데 힘내세요’라는 쪽지도 붙여놨다.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도 배달원은 늘 같은 모습으로 음식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그런데 4일째, 여전히 2인분을 주문했는데 배달원은 슬며시 한 그릇을 더 내려놓고 돌아갔다. 살펴보니 먹음직스런 군만두가 푸짐하게 담긴 접시였다. 참고로 이 식당은 4인분 이상을 시켜야 군만두가 서비스로 나온다. 해당 중국집을 찾아가 가게 주인에게 실험 사실을 알리고 군만두가 서비스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꺼냈더니, 가게 주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제가 준 게 아니고 주방에서 알아서 준 거예요. 손님 같은 분들은 주방에서 기억하죠. 배달원도 압니다. 그래서 정성 들여서 가져가고, 신경을 더 쓴 것 같네요.”
‘손님이 왕인 시대는 끝났다’
착한 손님 프로젝트 취재를 마무리하며 커피숍 브랜드 중 하나인 엔제리너스 매장을 찾았다. 마침 한 달에 한 번, 첫째 주 수요일에 실시되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아메리카노”라고 성의 없게 주문하면 원래보다 50% 비싼 추가 가격을 받는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이라고 반말로 주문하면 제값을 받고,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면 커피값을 20% 깎아줬다. 종업원의 이름을 불러주며 “제가 좋아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한 뒤 하이파이브까지 하면 커피값을 반값으로 할인해줬다. 나 역시 이벤트 덕분에 3천9백원짜리 아메리카노를 1천9백50원에 마실 수 있었다. 분명 같은 아메리카노였지만 왠지 모르게 향이 더 그윽하고, 맛도 깊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며 확신했다. ‘손님이 왕인 시대는 끝났다.’
참고로 밝히자면, 실험 초반 곱창집에서 2만원짜리 육회를 요구하던 그 여자 손님은 결국 육회를 서비스로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먹은 요리에는 요리사의 정성, 종업원의 따뜻한 마음 어느 것 하나 들어 있지 않았다. 이제는 착한 손님이 대접받는 시대라는 걸 우리 모두 알았으면 한다.
김진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신문기자로 시작해 지금은 채널A에서 매일 아침 9시를 활짝 여는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와 대한민국 먹거리를 책임지는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하고 있다. 남자다운 저돌성과 기자 특유의 섬세함으로 시청자들의 입과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게 목표.
글·김진 채널 A ‘먹거리 X파일’진행자 | 사진·채널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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