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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맛집 탐험가 김지영의 테이스티 맵

참 깔끔한 불고기 육수맛

경기도 이천 일송정

기획·한여진 기자 | 글·김지영 | 사진·현일수 기자

2014. 09. 15

배와 양파로 깔끔한 맛을 살린 불고기로 맛 좀 안다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이미 맛집으로 통하는 경기도 이천의 일송정. 일주일에 두 번 강원도 횡성에서 공수해온 맛있는 한우 채끝등심으로 만든 생불고기가 기다린다.

참 깔끔한 불고기 육수맛
‘불고기’하면 달달한 맛만 떠오르며 ‘별로’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서울 시내에서 먹는 불고기는 대체로 양념이 진하고 찐득거리며 검붉은색이다. 양념에 가려져 고기 색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음식의 원재료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고기를 고기 맛에 먹는 게 아니라 달달한 맛으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동안 외식 메뉴로 불고기를 굳이 선택하지 않았다. 최근 외국인, 특히 일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에 불고기가 올라가면서 맛이 점점 달아져 더욱 즐기지 않는 메뉴가 되었다.

그런 나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일송정’의 불고기를 맛본 뒤 불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싹 없어졌다. 일송정은 앞마당에 자갈이 깔려 있고 나무에 가려 입구가 제대로 보이지 않으며 메뉴판을 식당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식당 같지 않은 곳이다. 메뉴는 한우 갈비 구이와 불고기 두 가지인데, 나는 주로 ‘불고기쌈밥’을 먹는다. 주문을 하면 일단 한 상 가득 밑반찬이 깔린다. 텃밭에서 키운 쌈채소와 직접 만든 반찬이 주를 이룬다. 주문을 받고 고기를 양념하기 때문에 불고기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나 참을 수 있다면 밑반찬을 많이 먹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불고기 국물을 마셔야 하니까.

고기가 나오면 기존에 먹었던 불고기를 떠올려보시라. 거무죽죽한 색깔과 달리 밝은 선홍빛 고기가 불판에 올라와 있고 그 위로 맑은 육수를 부어준다. 고기는 다른 곳에서 불고기에 주로 사용하는 앞다리살이나 우둔살을 사용하지 않고 채끝등심으로 만든다. 바깥쪽의 기름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살짝살짝 내비치는 기름기만 남겨 퍽퍽하지 않고 훨씬 보들보들하다. 생고기로 만드는 불고기라 고기 색이 상당히 붉다. 가장 압권은 국물이다. 배와 양파를 듬뿍 넣어 올려주는 국물이 어찌나 맛있는지 갈 때마다 몇 번씩 더 달라고 해서 마신다.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고 국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셔도 제격이다. 설탕이나 물엿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점성이 생기지 않고 맑은 상태 그대로를 유지한다.

주인은 “좋은 고기를 사용하고 육수에 좋은 배와 양파를 듬뿍 넣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배가 비싼 봄이나 여름에도 듬뿍 넣는 것. 고기는 횡성에서 일주일에 두 번 공수하는데, 정성껏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이 고기 맛의 비결이라면 비결. 깔끔한 맛이 일품인 생불고기와 돌솥밥, 맛깔스런 반찬으로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내는 일송정의 ‘불고기쌈밥’을 먹고 나면 서울에서 먹던 달달한 불고기 맛은 어느새 싹 잊힌다.

참 깔끔한 불고기 육수맛

1 푸른 정원 속에 위치한 일송정. 2 설탕을 일절 넣지 않고 배와 양파로만 맛을 내 맑은 국물 맛이 나는 불고기. 3 불고기 쌈밥을 주문하면 영양돌솥밥과 불고기가 함께 나온다. 2만4천원. 4 직접 재배한 채소와 이천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재료로 만든 반찬도 별미다.

참 깔끔한 불고기 육수맛
김지영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 글에 지쳐 식당들을 직접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는 못 되고 보통 아줌마가 먹어보고 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광고 대행사 TBWA KOREA에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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