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떠나면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나 그들의 삶의 발자취를 접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중 후기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집은 모네의 작품 속 배경이 되고 그의 삶이 한껏 묻어나는 곳이다. 모네의 집 정원에서 온갖 꽃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피어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건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다.
도시에 살고 있어도 우리 마음 속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긴 겨울이 지나 봄이 다가올 무렵에는 그 마음이 한층 강해진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서 자연을 집 안에 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 자연 가득한 마음의 정원은 훗날 전원생활을 기약하고 대신 실내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일요일이면 차 한잔 들고 베란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남편, 가끔 아들과 남편이 베란다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평화로운 휴식 공간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가정에서 이미 화분 놓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베란다는 작은 정원을 꾸미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정원이라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도시에서는 도시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꾸미면 된다.
베란다 정원도 야외처럼 흙을 붓고 나무를 심는 경우가 있는데, 관리가 어려워 결국은 제 구실을 못하게 된다. 이보다는 집 안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화분에 나무를 심어 꾸미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때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아름답기보다는 복잡해 보일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 또 선물받았다는 이유로 생기는 대로 어울리지 않는 화분을 가져다 두는 일도 피했으면 한다.
베란다를 정원처럼 꾸미고 싶다면 거실과 터서 중간의 유리문을 없앨 필요가 없다. 가족 수가 적고 거실이 좁지 않은데도 굳이 베란다를 터야 하는지 의문이다. 유리문 하나 차이지만 작은 정원을 꾸미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으면 집 안에 또 하나의 분위기 있는 공간이 탄생할 수 있다.
화분으로 정원을 꾸밀 때는 우리나라 사계절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큰 화분에는 팔손이처럼 베란다에서 겨울을 견디는 나무를 선택해 푸른 잎이 사계절 유지되도록 하고, 작은 화분에는 계절 꽃을 심는다. 봄에는 튤립, 히아신스, 카라 등 봉오리꽃이 풍성한 식물을 두면 예쁘다.
바다와 강, 호수 등 물을 좋아하는 나는 베란다에 실내 분수를 시도했다. 간단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분수 모터를 구입한 뒤 넓은 볼 모양의 화기에 돌을 담고 돌 사이에 모터를 숨겼다. 꽃잎 몇 개 띄운 뒤 모터를 켜니 모네의 집에 있는 호수가 부럽지 않다. 그 주위에 돌멩이 몇 개를 흩어놓고 구슬로 만든 에스닉한 촛대를 놓고 초를 켜니 특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밤에 초를 켜면 또 다른 특별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권은순 씨는… 제일모직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고 홈 인테리어 브랜드 ‘전망좋은방’을 론칭했으며, ‘소호 앤 노호’ 기획실장, ‘까사스쿨’ 원장으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폭넓은 기획과 강의를 진행했다. 공간 디자인과 데커레이션 컨설팅, 스페이스 마케팅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