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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홍석천의 스타일리시 맛집

깊고 오묘한 맛, 차이니스 누들

기획·한혜선 사진·이기욱 기자

2011. 05. 27

깊고 오묘한 맛, 차이니스 누들


내 여권을 보면 홍콩이나 중국, 태국의 출입국 도장이 가장 많다. 이국적인 정취도 매력이지만 그곳들을 자주 가는 이유는 잊지 못하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맛, 바로 에그누들이다. 에그누들은 중국 요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국수로 이탈리아 파스타와 견줄 만하다. 밀가루와 달걀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면을 뽑아내는데 특별한 맛만큼이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에서 만들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찰나 한국에서 정통 에그누들로 만든 완탕면을 맛볼 수 있는 어메이징한 곳을 알게 됐다. 이국적인 맛집이 많은 홍대에 위치한 청키면가(02-322-3919)다. 이곳이 1호점은 아니다. 1호점은 미식가들의 아지트로 알려진 홍콩 센트럴에 위치하며, 4대에 걸쳐 60년 동안 맛과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맛집으로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된 바 있다. 홍대 앞 매장은 청키면가의 2호 매장이자 최초의 해외 매장이다. 현지의 맛을 100% 전하기 위해 본점 메인 셰프를 초빙, 3개월간 직접 요리를 하고 주방장들을 훈련시켰다. 에그누들은 항공으로 직수입해 쫄깃하고 꼬들꼬들한 정통의 맛을 유지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완탕면이다. 완탕면의 국물은 돼지고기와 말린 해산물로 맛을 내 담백하면서 부드럽다. 이 국물에 쫄깃한 에그누들과 얇은 만두피로 감싸 새우가 훤히 보이는 새우완탕을 곁들여 먹으면 입안은 호강 그 자체다. 테이블마다 적식초, 백후춧가루, 라조장이 세팅돼 있는데, 새우완탕은 적식초에 찍어 먹고, 취향에 따라 백후춧가루와 라조장을 완탕 국물에 뿌려 먹는다. 주인장은 처음에는 국물에 후춧가루만 뿌려 맑게 먹다가 국물이 반 정도 남았을 때 라조장을 뿌려 매콤하게 먹으라고 조언한다. 완탕면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로미엔도 인기가 많다. 로미엔은 직역하면 휘저어 먹는 국수로 홍콩에서는 국물이 없는 면을 보통 로미엔이라고 부른다. 자장로미엔은 춘장으로 양념한 스지와 늑간살을 에그누들 위에 얹어 먹는 요리로 매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살린다. 한국인에게 다소 생소한 초이삼, 카이란이라는 홍콩, 광둥 지역 대표 채소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오이, 청경채 등 각종 녹색 채소 맛을 믹스한 듯한 초이삼, 카이란은 물에 데쳐 굴소스에 찍어 먹는데 아삭하며 씹을수록 고소하다.
차이니스 누들 바 홍대 수안라(070-4095-9363)에서도 이색적인 누들을 맛볼 수 있다. 중국 쓰촨 지방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쌀라펀은 돼지뼈 육수에 고추와 산초, 중국 흑식초를 넣어 매운맛과 신맛이 강렬하게 느껴져 한 번 먹으면 자꾸 생각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세계의 다양한 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호면당(02-511-9517)도 좋아한다. 맑은 국물에 새우로 속을 채운 딤섬과 쌀국수가 어우러진 완탕면은 홍콩 정통 스타일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운하고 담백하다.
감기 기운이 있어 완탕면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청키면가를 찾아 뜨거운 국물과 에그누들, 고소한 완탕을 후루룩 먹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감기 바이러스가 달아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깊고 오묘한 맛의 중국 면 요리는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다.

깊고 오묘한 맛, 차이니스 누들


홍석천씨는… 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있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가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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