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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reen Life

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삼척 산골 아낙네가 보내온 편지

기획·한여진 기자 글&요리&제작·김희진 사진·박정용

2011. 04. 29

삼척 두메산골에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지난겨울은 저희 부부에게도 잊지 못할 시간이었습니다. 겨울은 눈 덮인 마당에 부는 바람 소리 들으며 책을 보거나 바느질을 하면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인데, 올겨울은 ‘겨울’ 그 자체를 견뎌야 하는 힘겨운 시간이었거든요. 삼척에서 보낸 7년 동안 올해처럼 마을 전체 수도관이 얼어버린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루이틀 지나면 녹겠지’하며 기다리다 일주일이 지나도 수도가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강물을 퍼 나르기도 했답니다.
이런 겨울을 보내다 보니 봄 생각이 더 간절하더군요. ‘봄아 어서 와라. 네가 온다면 친구들 불러 꽃놀이하며 즐겁게 맞이하리라.’ 남편과 저는 주문 아닌 주문을 마음속으로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옆 강가에 알싸한 향이 나는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드.디.어 피었습니다.
“봄이야? 정말 네가 온 거야?”
들판에 달래와 쑥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민들레와 매화꽃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봄이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꽃이 피자마자 친구들에게 봄이 왔다는 소식을 전하고 화전놀이 하자고 초대했답니다. 진달래 따서 화전 부치고, 봄나물로 비빔밥도 만들어 친구들과 봄을 반기려고요. 요리 솜씨는 없지만 겨울을 난 첫 새순은 모두 약초라고 하신 어머님 말씀에 용기를 얻어 집 뒤 산에서 진달래와 표고버섯을 땄습니다. 눈밭에서도 꿋꿋이 버틴 시금치와 유채를 뜯고 민들레잎 몇 장, 달래까지 캐서 씻었습니다. 찹쌀은 전날 자기 전에 물에 담가 불렸다가 아침에 방앗간에서 찧었습니다. 찹쌀가루에 염색할 때 쓰고 남은 치자와 아랫동네에서 키운 딸기를 넣어 색을 냈더니 곱고 예쁘네요. 노란색 치자 물을 들인 전 위에는 꽃분홍 진달래꽃을, 딸기 물이 든 연분홍 찹쌀 전에는 하얀 매화꽃을 얹었습니다. 딸기 물이 든 찹쌀 반죽은 물을 너무 많이 넣었나 봅니다. 반죽이 질어 모양이 예쁘지 않지만 그래도 매화를 올리니 제법 멋스럽습니다.
화전과 함께 집 앞에서 캔 채소를 밥에 올리고 진달래 한 송이 얹어 진달래비빔밥 완성! 매콤한 고추장과 고소한 들기름 듬뿍 넣고 쓱쓱 비벼 한입 먹으니 입안 가득 봄 향기가 느껴집니다. 친구들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한 그릇 더!”를 외치던 그들이 두 그릇을 비우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요리 솜씨 없기로 소문이 자자한 제가 상처받을까봐 오는 길에 “혹시 음식 맛이 없어도 우리 그냥 ‘잘 먹었어요’라고 말하자”라고 약속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 비빔밥 정.말. 맛있다”고 하네요.
사실 솜씨가 좋아서 음식이 맛있겠습니까? 봄기운 듬뿍 받은 약초 덕분인 걸 저도 알고 친구들도 압니다. 진달래 화전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각자 힘든 겨울을 견뎌온 우리 가슴에도 봄 향기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서겠지요. 친구들이 떠나고 집 안 꾸밀 매화 수를 밤새 놓으면서 남편과 매화차를 한잔 마시니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납니다. 봄이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화전을 만들어 푸른 들판으로 봄 소풍을 가야겠습니다.

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1 2 진한 분홍 빛깔의 진달래꽃을 바구니 가득 따서 화전에 올리고 비빔밥을 해먹고…. 이것이 시골에 사는 즐거움.
3 따사로운 봄 햇살 속에서 꽃망울을 하나둘 터트리기 시작한 매화꽃. 마루에 앉아 하얀 꽃송이를 보고 있으면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난다.
4 노란 생강나무 꽃은 봄을 알리는 전령사. 알싸한 꽃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쌉싸래한 봄맛! 진달래봄나물비빔밥
“민들레잎, 부추, 달래, 유채, 표고버섯 등을 따서 생으로 넣어 먹는 진달래봄나물비빔밥은 시골에서 즐길 수 있는 별미 요리예요. 자연에서 자란 봄나물은 향이 진하고 맛이 좋아 생으로 넣은 뒤 고추장과 참기름만 넣고 쓱쓱 비벼 먹어도 맛있거든요. 여기에 진달래꽃을 올리면 입뿐 아니라 눈도 즐거운 봄나물비빔밥이 완성돼요.”

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준비재료
민들레잎·부추·달래·유채·표고버섯 적당량씩, 시금치 한 줌, 다진 마늘·소금·참기름·진달래꽃·고추장·참기름 약간씩, 밥 1공기
1 민들레잎, 부추, 달래, 유채, 표고버섯 등을 다듬어 씻는다.
2 시금치는 살짝 데쳐 다진 마늘, 소금,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다.
3 채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시금치와 함께 밥에 올린다.
4 진달래꽃을 밥에 올린 뒤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쓱쓱 비비면 진달래봄나물비빔밥 완성!

알록달록 봄꽃으로 만든 화전
“삼월삼짇날(음력 3월3일)을 전후해 붉게 핀 진달래꽃으로 전을 부치며 꽃놀이하는 것을 화전놀이 또는 화유놀이라고 해요. 찹쌀전병을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조그맣게 만들어 지지다가 진달래꽃을 올려 기름에 지글지글 지지면 전 위에 꽂이 활짝 핀 화전이 돼요.”

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준비재료
찹쌀 1공기, 소금·식용유 약간, 치자·딸기 적당량, 진달래·매화 등 봄꽃

1 찹쌀은 요리하기 전날 물에 불렸다가 아침에 건져 방앗간에서 소금을 약간 넣고 빻는다.
2 찹쌀가루에 물을 적당량 부어 반죽한 뒤 절반으로 나눠 각각 치자와 딸기를 즙내 넣어 색을 낸다.
3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반죽을 동그란 모양으로 올려 익히다가 뒤집어 치자 반죽에는 진달래꽃을, 딸기 반죽에는 매화를 올린다.




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매화꽃 한땀 한땀 수놓아 만든 티매트
“집 안에도 봄 향기를 담고 싶어 매화꽃을 수놓은 티매트를 만들어봤어요. 남편이 고령토로 염색한 무명천에 매화꽃을 그린 뒤 수를 놓았지요. 수놓기가 서툴다면 도안을 따라 홈질해 스티치로 꽃을 표현해도 예쁘답니다. 차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만들었는데, 만들고 나니 저도 하나 갖고 싶네요. 이번 주말에는 진달래 수를 놓아 제 티매트도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준비재료 종이, 고령토로 염색한 무명, 먹지, 연필, 수틀, 수실, 바늘

1 집 앞에 핀 매화 중 수놓고 싶은 부분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
2 매화꽃 사진을 보고 도안을 그린다. 이때 완성품을 생각하며 색깔을 칠해보면 더 좋다.
3 고령토로 염색한 무명천을 원하는 크기보다 1cm 정도 시접분을 더해 재단한 뒤 시접처리 한다. 수를 놓고 싶은 위치에 먹지를 올리고 도안을 따라 그린다.
4 수틀에 도안 부분이 오도록 넣고 수를 놓는다. 나뭇가지의 굵은 부분은 새틴 스티치(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바느질을 직선으로 하면서 면 전체를 메우는 것), 나무의 가는 부분은 테두리에 홈질로 스티치를 한다. 꽃잎은 한 번은 길게, 한 번은 짧게 바느질해 면을 메우는 롱앤드쇼트 스티치로, 꽃술은 실을 감아 매듭짓는 프렌치 너트 스티치로 수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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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진달래 그리고 꽃놀이


김희진씨(41)는…
7년 전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밭농사를 지으면서 남편 박정용씨는 천연염색을 하고, 그는 규수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이달부터 시골 생활의 즐거움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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