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쌓아 만든 담장이 감각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붉은 벽돌로 인더스트리얼하게 연출한 1층. 20평 남짓한 공간을 나누지 않고 주방이자 다이닝룸, 거실로 사용하고 있다. 태국 도예가 친구에게 선물 받은 실링팬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류난호, 강화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파란 벽을 캔버스 삼아 꾸민 공간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류난호 작가의 친정어머니가 아끼던 가구와 강화수 작가의 항아리, 류난호 작가의 민화가 어우러져 전통과 모던의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
앉은뱅이 밥상이 정겹다. 벽돌로 분리한 공간에 오래된 가구와 류난호 작가의 애장품인 안경, 모자를 두어 마치 빈티지 숍 같다.
강화수 작가가 원목으로 직접 만든 계단은 밟을 때마다 온기가 느껴진다. 와인 애호가인 부부는 그동안 마시고 모아둔 와인병을 활용해 ‘와인 스테인글라스 창’을 만들었다.
길게 내린 조명 선이 아날로그 느낌을 더하는 게스트룸.
2층 계단 난간에는 나무로 수납장을 만들고 여행지에서 모은 도자기를 전시해두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조명도 눈여겨볼 것.
“이천시에서 10년 전 이천 도예가들을 위한 마을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양받았어요. 말이 분양이지 계약서도 없이 돈만 입금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다 2016년 4월에 공사를 시작했죠. 일 년 넘게 집을 지어 작년 9월에 이사를 하고 아직도 인테리어 중이랍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척척 해결될 것 같았지만, 집을 짓는 일은 예상외로 어려움이 많았다. 부부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난관에 부닥친 것.
“2층 올라가는 계단은 원목으로 만들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발에 전해지는 따뜻한 나무의 감촉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런데 목수들은 넓은 합판을 깔아야 시공이 편하다며 고집을 부리더라고요.”
결국 부부는 목수들을 돌려보내고 부부가 원하는 대로 계단을 만들었다. 계단뿐 아니라 슬라이딩 도어, 싱크대, 신발장 등 집 안의 거의 대부분은 아내 류난호 작가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남편 강화수 작가가 직접 만드는 식으로 완성했다. 예산에 맞추다 보니 생각했던 재료를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좌충우돌 계획이 변경되기도 했다.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집 짓는 시간만 10년이 걸렸으니 20년은 늙었을까요? 집 짓는 과정은 그릇과 참 닮았어요. 수많은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집이 탄생한답니다. 초보자에게 만만한 일이 아니지요.”
그릇 하나를 만들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좋은 흙을 골라 그 흙을 수백 번 치대고 물레를 돌려 모양을 빚은 뒤 그늘에 말려 유약을 바르고 초벌을 한 다음 또 유약을 발라 굽는다. 마지막으로 이것을 손으로 다듬어야 비로소 온전한 그릇 하나가 완성된다. 그릇을 빚듯 지은 류난호 · 강화수 부부의 집. 그래서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박경옥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