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영화배우 린제이 로한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멋스럽게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패션잡지 화보를 찍어 화제를 모았다. 그 티셔츠는 바로 한글을 모티브로 의상을 디자인해 세계적으로 관심받고 있는 디자이너 이상봉의 작품. 파리 컬렉션에 꾸준히 참가하는 등 유럽에서는 이미 실력 있는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고 있는 그는 최근 의상 뿐 아니라 휴대전화, 침구, 주방용품, 담배, 속옷, 벽지에도 한글을 디자인하는 등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지난 10월 초 파리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그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이상봉 컬렉션’ 쇼룸에서 만나 추억의 요리에 대해 들었다.
그는 한글 마니아답게 한식을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한식 중 특히 잡채와 갈비찜을 즐겨 먹는데, 두 가지 요리를 먹으면 왠지 명절 같은 들뜬 기분이 든다고. 일년에 2번씩 열리는 파리 컬렉션에 참가한 뒤에도 파리지앵과 함께 잡채와 불고기를 곁들인 한정식을 먹으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어릴 적 그의 어머니는 버섯, 당근, 쇠고기 등을 채썰어 각각 양념에 볶은 뒤 당면과 버무려 맛깔스러운 잡채를 만들어주셨는데, 요즘은 아내가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아 종종 만들어준다고. 잡채, 갈비찜과 더불어 그의 입맛을 끄는 것은 남도 음식으로 양념이 풍부하게 들어가 기운이 없을 때 먹으면 입맛이 살고 힘도 나는 것 같다고 한다.
파리지앵도 반한 한식 요리
올해로 파리 컬렉션에 7년째 참가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한국인 최초로 단독 쇼룸을 오픈해 7일 동안 운영하기도 했답니다. 파리에서 정신없이 일하느라 쌓였던 피로를 풀고 남도의 맛있는 요리도 먹을 겸 지리산에 잠깐 갔다 오는 길이에요. 지리산에서 매일 맛있는 요리를 챙겨 먹어서인지 기운이 나네요. 파리에 있을 때도 내내 한식을 먹었는데, 역시 본고장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컬렉션이 끝나고 나면 모든 스태프와 한정식을 먹으면서 뒤풀이를 해요. 나물과 김치·전·튀김·만두·너비아니·국물 요리 등이 나오는데, 특히 잡채와 불고기는 ‘한그릇 더’를 외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처음에는 한식을 조심스럽게(?) 먹던 파리지앵들도 이제는 혼자 한정식집을 찾을 정도로 좋아하고요. 해가 갈수록 한식의 매력에 빠지는 외국인들을 보고 있으면 한식 전도사가 된 것 같아 뿌듯해요(웃음).
추억 요리 하나 잡채
준·비·재·료 당면 300g, 소금·간장·후춧가루·식용유 약간씩, 당면양념(올리브오일 1큰술, 간장·설탕 약간씩), 쇠고기 200g, 고기양념(간장·다진 파 1큰술씩, 설탕 ½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후춧가루·깨소금·참기름 약간씩), 마른 표고버섯 5개, 표고버섯양념(간장 1큰술, 청주 ½큰술, 마늘 ½작은술, 후춧가루·깨소금·참기름 약간씩), 목이버섯 15g, 목이버섯양념(간장·청주 약간씩), 애느타리버섯 50g, 당근 ⅓개, 부추 ¼단, 양파·달걀 1개씩, 양념장(간장 1~2큰술, 설탕·참기름·통깨 1큰술씩)
만·들·기
1 당면은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4~5분간 데친 뒤 체에 받쳐 물기를 빼고 분량의 양념으로 버무려 약불에 살짝 볶는다.
2 쇠고기는 채썰어 양념에 버무리고, 마른 표고버섯과 목이버섯은 물에 불린 뒤 먹기 좋게 찢어 각각 양념에 볶는다.
3 애느타리버섯은 소금에 절인 뒤 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다음 소금을 넣고 볶다가 간장을 약간 넣고 섞는다.
4 당근은 5cm 길이로 채썰고, 부추도 같은 길이로 자른 뒤 식용유를 두른 팬에 볶다가 간장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5 양파는 채썰어 볶다가 간장과 후추가루로 간한다.
6 볶은 표고버섯과 쇠고기를 다시 한번 볶다가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장과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버무려 그릇에 담는다.
7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로 나눠 지단을 부친 뒤 채썰어 고명으로 올린다.
추억 요리 둘 불고기
준·비·재·료 쇠고기 300g, 양념(간장 2큰술, 배즙·다진 파·다진 마늘 1큰술씩, 설탕·참기름·깨소금·청주 ½큰술씩, 후춧가루 적당량)
만·들·기
1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에 쇠고기를 넣고 버무려 반나절 동안 재워둔다.
2 양념한 고기를 석쇠에 올려서 굽고 먹기 좋게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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