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이혜나 34세. 결혼 6년차 전업주부이자 5살짜리 아들의 엄마. 발랄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쇼핑과 요리, 친구들과 맛집 탐방을 즐긴다. 충동구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가끔 남편과 다툼을 벌이곤 한다.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는 것이 생활신조.
김윤석 36세. 혜나의 남편. 중소기업에 다니는 성실한 회사원.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취미는 고장 난 물건 고치기. 신도시 24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지만 3년 후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다.
김준영 5세. 혜나의 아들. 한빛유치원 산토끼반. 같은 반 여자친구 새롬이를 짝사랑한다. 새롬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정의의 기사. 무서운 엄마 말씀에 복종(?)하는 착한 어린이다.
# 1. 주방 / 저녁
혜나 (혼잣말 : 내 이름은 이혜나. 34세의 평범한 주부. 5살 된 아들, 7년 동안 지겹게 연애한 뒤 결혼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아이 울음 소리)
혜나 준영아! 뚝!
혜나 (혼잣말 : 생각해보니 누구나 남다른 점이 한두 가지는 있다. 나의 쿨~한 방목형 육아법,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급한 성격. 급한 성격 덕분에 요리도 항상 스피드 요리만 하는 편이다. 하지만 빨리 만든다고 맛이 없을 거란 생각은 버리시길! 남편은 내가 해주는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한다. 왜냐고? 진짜 맛있으니까!!!)
준영 엄마, 배고파.
혜나 조금만 기다려. 준영이 좋아하는 치즈달걀말이 하고 있으니까. (혼잣말 : 치즈달걀말이를 할 때의 관건은 인내심과 프라이팬의 질이다. 아주 약한 불에서 익히는 게 포인트. 달걀 표면이 익기 시작할 때 살살 말아주는데, 이때 프라이팬 표면이 매끈하지 않으면 달걀이 찢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깔끔한 모양의 달걀말이를 만들고 싶다면 사각형 프라이팬도 준비해두면 좋다.)
준영 조금만 먹어보면 안 돼?
혜나 그래. 뜨거우니까 호호 불어서 먹어.
준영 맛있다.
혜나 (혼잣말 : 얘가 맛을 안다니까. 치즈달걀말이는 아들과 남편이 모두 좋아하는 반찬이다. 달걀 1개와 슬라이스치즈 1장의 비율로 달걀말이를 만들면 되는데, 주말 아침엔 오믈렛으로 먹어도 좋다.)
치즈달걀말이
■ 준·비·재·료달걀 2개, 우유 6큰술, 청주·올리브오일·후춧가루 약간씩, 송송 썬 실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슬라이스치즈 2장
■ 만·들·기
1 볼에 달걀을 풀고 우유와 청주를 넣어 섞는다.
2 ①에 실파와 다진 마늘, 후춧가루를 섞는다.
3 ②에 슬라이스치즈를 3~4 등분해서 넣는다.
4 약한 불에 팬을 달군 후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③을 부어 천천히 익힌다.
5 표면이 살짝 익기 시작하면 돌돌 말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혜나 준영아 이제 방에 들어가서 놀아. 엄마는 아빠가 좋아하는 굴소스 볶음을 만들어야해. (혼잣말 : 굴소스버섯볶음은 고기만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요리. 난 정말 현명하고도 훌륭한 와이프임에 틀림없다. 이 사실을 시어머니께서 꼭 아셔야 할 텐데. 굴소스버섯볶음은 금방 만들 수 있고 담아놓으면 폼 나기 때문에 갑자기 손님이 왔을 때 내놓아도 좋다. 각종 야채와 버섯은 물론 죽순을 넣어도 맛좋다. 재료들을 굴소스에 볶은 다음 녹말물만 넣으면 완성! 정말 쉽지 않은가! 재료 손질하는 시간을 빼면 5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남편은 고급스러운 중국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며 나를 ‘요리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후훗…
몇 년 전, 중국 요리를 화교 선생님께 배웠는데, 중국 요리 만드는 법은 모두 비슷하다. 마늘과 파·양파 등으로 향을 낸 다음 기름에 볶고, 걸쭉하게 녹말물 넣는 과정만 거치면 ‘어엿한’ 중국 요리가 탄생한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나는, 중국 요리의 기초만 배우고 그만뒀다. 그래도 웬만한 중국 요리는 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조리법이 모두 비슷하니까!)
(딩동~)
혜나 준영아~ 아빠 오셨다!
혜나 (혼잣말 : 남편을 위한 메뉴를 준비했기 때문일까? 유난히 남편의 퇴근이 기다려졌다.) 준영아~~ 아빠 오셨다!
혜나 피곤하죠? 당신 좋아하는 불고기고추장찌개 끓였어요. 빨리 씻고 와요.
윤석 그래.
혜나 (혼잣말 : 오늘 저녁 메뉴는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얼큰한 불고기고추장찌개. 사실 불고기고추장찌개는 나도 좋아하는 메뉴다. 불고기양념에 고기를 재운 다음 고추장을 풀고 감자·호박·양파 등을 넣고 푹 끓이는데, 이때 은근한 불에서 오래 끓일수록 걸쭉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난다. 국물 맛을 더하고 싶다면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넣는다. 국물 맛내기의 삼총사, 쇠고기와 다시마 그리고 표고버섯은 항상 집에 준비해놓는 재료다. 남편이 얼큰한 찌개를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나의 폭탄선언(?)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사실, 오늘 남편에게 작은 고백(?)을 해야 한다.)
윤석 아, 배고프다.
혜나 많이 먹어요. 버섯이 암 예방에 좋대요. 찌개도 맛있게 끓여졌고요.
윤석 (이상하다는 듯 혜나를 보더니) 당신, 무슨 사고 쳤어? 왜 그렇게 친절해? 불안하게….
혜나 (머뭇거리더니) 사고는 무슨…(혼잣말 : 이 남자, 생긴 건 곰 같아도 속은 여우다.)
윤석 솔직하게 얘기해봐.
혜나 솔직은 무슨… 내가 무슨 범죄자라도 되나? 준영아, 깻잎찜에 밥 싸서 먹자.
윤석 (그런 혜나를 의심스런 눈으로 보더니 곧 포기한 듯 밥을 먹는다.)
혜나 (혼잣말 : 남편은 깻잎찜이나 깻잎장아찌를 보면 ‘왜 잎사귀에 밥을 싸 먹어?’라며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난 깻잎의 독특한 향이 좋다. 입맛이 확 당긴다고나 할까.)
굴소스버섯볶음
■ 준·비·재·료양송이버섯 7개, 애느타리버섯 한 줌, 빨강 파프리카·노랑 파프리카·양파 ½개씩, 브로콜리 ½송이, 굴소스 4큰술, 녹말물 2큰술, 얇게 썬 마늘 1큰술, 올리브오일·후춧가루·무순 약간씩
■ 만·들·기
1 양송이버섯은 0.5cm 두께로 저며 썰고, 애느타리버섯은 밑동을 제거한다.
2 파프리카는 씨를 털어낸 뒤 한입 크기로 자른다.
3 양파, 브로콜리도 한입 크기로 썬다.
4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마늘과 양파를 볶아 향을 낸 뒤 양송이버섯과 애느타리버섯을 볶는다.
5 ④에 파프리카, 브로콜리, 굴소스를 넣어 볶는다.
6 모든 재료와 굴소스가 골고루 섞이면 녹말물을 섞은 다음 후춧가루를 뿌리고 무순을 올린다.
불고기고추장찌개
■ 준·비·재·료쇠고기(불고기용) 150g, 불고기양념(간장·다진 마늘·청주 1큰술씩, 참기름·설탕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감자 1개, 양파·애호박 ½개씩, 풋고추·홍고추·팽이버섯 적당량씩, 물 2½컵, 고추장 2큰술
■ 만·들·기
1 쇠고기는 불고기양념에 30분간 재운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겨 한입 크기로 깍둑썰기한다.
3 양파와 애호박은 한입 크기로 납작하게 썰고, 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4 팽이버섯은 밑동을 제거한다.
5 냄비를 달궈 ①의 불고기를 볶다가 겉이 익으면 물을 붓고 고추장을 푼다.
6 ⑤가 끓으면 감자, 양파, 애호박을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팽이버섯, 고추를 넣는다.
깻잎찜
■ 준·비·재·료깻잎 4묶음, 양념장(간장 3큰술, 참치액젓 2큰술, 송송 썬 실파·다진 청양고추 1큰술씩, 고춧가루 1½큰술, 꿀·참기름·다진 마늘 1작은술씩)
■ 만·들·기
1 깻잎은 씻어 물기를 턴다.
2 준비한 양념장 재료를 섞어 ①의 깻잎에 켜켜이 바른다.
3 김이 오른 찜통에서 ②를 약 3분간 중탕으로 쪄낸다.
준영 엄마, 깻잎 또 줘.
혜나 얘도 날 닮았나봐. ‘잎사귀’를 찾는 걸 보면…. 자기야~ 피곤하지?
윤석 그렇지 뭐. 참!
혜나 왜?
윤석 우리 회사에서 사가 가사를 공모한대.
혜나 그래?
윤석 당신 응모해볼래?
혜나 뭐?
윤석 당신 학교 다닐 때 글 좀 썼다며.
혜나 그거야 옛날 얘기지.
윤석 대상 받으면 상금이 1백만원이야. 2등은 50만원이고.
혜나 1백만원!!!! (혼잣말 : 갑자기 내 머릿속에는 1백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스쳐간다. 오늘 백화점에서 본 브랜드 원피스랑 스커트, 건강에 좋은 한약 1개월 분량…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생각이 복잡해진다.)
윤석 다음 주 금요일까지야.
혜나 한번 써볼게. (혼잣말 : 그럼 원피스 산 것도 얘기할 필요 없잖아? 아니야, 그래도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혹시 당선되지 못하면 어떡해.)
윤석 찌개 맛있다.
혜나 그렇지? 많이 먹어요.
윤석 응. 준영이도 밥 많이 먹어.
준영 응.
혜나 자기야, 있잖아~
윤석 응?
혜나 그러니까…(혼잣말 : 말을 시작한 김에 불어버려야겠다. 난 너무 솔직한 게 흠이라니까.)
윤석 왜?
혜나 낮에 친구 현정이랑 백화점 갔다가 현정이가 옷 세 벌 사길래 나도 한 벌 샀거든. 제일 싼 걸로. 3개월 할부로 했어.
윤석 잘~한다. 현정씨네랑 우리랑 같아? 우린 집 장만도 아직 못 했다구.
혜나 그래도 대학 동창이잖아. 자긴 내가 현정이한테 기가 팍 죽어서 다니면 좋겠어? 다 자기 기 살리려고 산 거야.
윤석 얼마짜린데?
혜나 (혼잣말 : 이럴 땐 남편용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 계산을 해야지. 얼마로 말할까. 제값의 60~70%가 가장 적당하다.) 15만원.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윤석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며) 잘했어. 당신 마땅한 여름 옷 없잖아.
# 2. 거실 / 저녁
윤석 (TV를 보면서 수박을 먹으며) 수박 참 달다.
혜나 응. 제일 좋은 걸로 샀거든. 근데 자기야… 사가,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까?
윤석 샘플이 몇 개 있긴 한데… 우리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공모 내용이랑 전에 쓰던 사가들이 있어. 비슷하게 쓰면 될 거야.
혜나 알았어. (혼잣말 : 꼭 당선되고 말 테다. 만약 이번에 당선되면 다음엔 소설을 써볼까? 소설 공모에 당선 돼 1억원 상금을 타는 거야! 그리고 멋지게 등단하는 거지. 그 다음에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 돈으로 집도 사고, 재테크도 하고, 백화점 가서 쇼핑도 하는 거야. 생각만 해도 즐거운걸!!!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도 소설을 쓰는 건 정말 멋지지 않아? 드디어 나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았다!)
윤석 당신, 무슨 생각하면서 혼자 웃어?
혜나 (혼잣말 : 그래. 작가는 40에 데뷔해도 늦지 않아. 연륜이 묻어나서 독자들이 더 좋아할 거야.)
윤석 여보?
혜나 아, 준영이 재워야겠어요.
# 3. 준영이 방/ 밤
준영이를 침대에 눕히고 다독이는 혜나.
혜나 준영아, 준영인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준영 가수.
혜나 엄만 커서 뭐가 될까?
준영 엄만 다 큰 거 아냐?
혜나 엄만 34살이잖아. 80살까지 산다고 생각했을 때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46년이나 남았잖아. 그러니까…
잠들어버린 준영이. 준영이 방에서 조용히 혜나가 나온다.
# 4. 안방/ 밤
화장대 앞에 앉아서 영양크림을 바르는 혜나.
혜나 자기야. 나, 이번 사가 공모에 당선되면 소설도 써볼까봐.
윤석 (관심 없는 듯) 그러든지.
혜나 당신이 볼 땐 어때? 내가 작가가 되면 어울릴 것 같아?
윤석 글쎄… 갑자기 작가는 무슨! 당신은 요리 잘하니까 차라리 요리책을 내는 게 낫지 않을까?
혜나 맞아. 요리도 잘하지. 하여간 잘하는 게 너무 많아도 걱정이라니까.
윤석 내일 아침은 뭐 해줄 거야?
혜나 글쎄, 뭐가 있더라? 뭐 먹고 싶은데?
윤석 콩나물밥이랑 된장국.
혜나 좋아. 그렇게 하지 뭐. (혼잣말 : 남편은 뭐 먹고 싶냐 물으면 한번도 ‘아무거나’라고 대답하는 일이 없다. 꼭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말하고야 만다. 가끔은 그런 모습이 얄밉기도 하지만 오늘만은 봐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원피스도 사줬고, 나의 재능도 인정했으니까! 내일 아침 반찬은 뭘 준비하면 좋을까? 콩나물밥과 잘 어울리는 김치볶음이랑 마늘종무침도 만들어볼까. 왜 벌써 배가 고픈 거지. 아,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또 뭔가를 먹으면 안 되니까!)
※ 글을 쓴 조은하는 ... 요리전문 프리랜서. ‘여성동아’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여러 매체에 음식 관련 칼럼을 기고 중이다. 그는 한식·중식·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에서 드라마 공부를 하고 있다.
이혜나 34세. 결혼 6년차 전업주부이자 5살짜리 아들의 엄마. 발랄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쇼핑과 요리, 친구들과 맛집 탐방을 즐긴다. 충동구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가끔 남편과 다툼을 벌이곤 한다.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는 것이 생활신조.
김윤석 36세. 혜나의 남편. 중소기업에 다니는 성실한 회사원.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취미는 고장 난 물건 고치기. 신도시 24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지만 3년 후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다.
김준영 5세. 혜나의 아들. 한빛유치원 산토끼반. 같은 반 여자친구 새롬이를 짝사랑한다. 새롬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정의의 기사. 무서운 엄마 말씀에 복종(?)하는 착한 어린이다.
# 1. 주방 / 저녁
혜나 (혼잣말 : 내 이름은 이혜나. 34세의 평범한 주부. 5살 된 아들, 7년 동안 지겹게 연애한 뒤 결혼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아이 울음 소리)
혜나 준영아! 뚝!
혜나 (혼잣말 : 생각해보니 누구나 남다른 점이 한두 가지는 있다. 나의 쿨~한 방목형 육아법,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급한 성격. 급한 성격 덕분에 요리도 항상 스피드 요리만 하는 편이다. 하지만 빨리 만든다고 맛이 없을 거란 생각은 버리시길! 남편은 내가 해주는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한다. 왜냐고? 진짜 맛있으니까!!!)
준영 엄마, 배고파.
혜나 조금만 기다려. 준영이 좋아하는 치즈달걀말이 하고 있으니까. (혼잣말 : 치즈달걀말이를 할 때의 관건은 인내심과 프라이팬의 질이다. 아주 약한 불에서 익히는 게 포인트. 달걀 표면이 익기 시작할 때 살살 말아주는데, 이때 프라이팬 표면이 매끈하지 않으면 달걀이 찢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깔끔한 모양의 달걀말이를 만들고 싶다면 사각형 프라이팬도 준비해두면 좋다.)
준영 조금만 먹어보면 안 돼?
혜나 그래. 뜨거우니까 호호 불어서 먹어.
준영 맛있다.
혜나 (혼잣말 : 얘가 맛을 안다니까. 치즈달걀말이는 아들과 남편이 모두 좋아하는 반찬이다. 달걀 1개와 슬라이스치즈 1장의 비율로 달걀말이를 만들면 되는데, 주말 아침엔 오믈렛으로 먹어도 좋다.)
치즈달걀말이
■ 준·비·재·료달걀 2개, 우유 6큰술, 청주·올리브오일·후춧가루 약간씩, 송송 썬 실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슬라이스치즈 2장
■ 만·들·기
1 볼에 달걀을 풀고 우유와 청주를 넣어 섞는다.
2 ①에 실파와 다진 마늘, 후춧가루를 섞는다.
3 ②에 슬라이스치즈를 3~4 등분해서 넣는다.
4 약한 불에 팬을 달군 후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③을 부어 천천히 익힌다.
5 표면이 살짝 익기 시작하면 돌돌 말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혜나 준영아 이제 방에 들어가서 놀아. 엄마는 아빠가 좋아하는 굴소스 볶음을 만들어야해. (혼잣말 : 굴소스버섯볶음은 고기만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요리. 난 정말 현명하고도 훌륭한 와이프임에 틀림없다. 이 사실을 시어머니께서 꼭 아셔야 할 텐데. 굴소스버섯볶음은 금방 만들 수 있고 담아놓으면 폼 나기 때문에 갑자기 손님이 왔을 때 내놓아도 좋다. 각종 야채와 버섯은 물론 죽순을 넣어도 맛좋다. 재료들을 굴소스에 볶은 다음 녹말물만 넣으면 완성! 정말 쉽지 않은가! 재료 손질하는 시간을 빼면 5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남편은 고급스러운 중국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며 나를 ‘요리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후훗…
몇 년 전, 중국 요리를 화교 선생님께 배웠는데, 중국 요리 만드는 법은 모두 비슷하다. 마늘과 파·양파 등으로 향을 낸 다음 기름에 볶고, 걸쭉하게 녹말물 넣는 과정만 거치면 ‘어엿한’ 중국 요리가 탄생한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나는, 중국 요리의 기초만 배우고 그만뒀다. 그래도 웬만한 중국 요리는 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조리법이 모두 비슷하니까!)
(딩동~)
혜나 준영아~ 아빠 오셨다!
혜나 (혼잣말 : 남편을 위한 메뉴를 준비했기 때문일까? 유난히 남편의 퇴근이 기다려졌다.) 준영아~~ 아빠 오셨다!
혜나 피곤하죠? 당신 좋아하는 불고기고추장찌개 끓였어요. 빨리 씻고 와요.
윤석 그래.
혜나 (혼잣말 : 오늘 저녁 메뉴는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얼큰한 불고기고추장찌개. 사실 불고기고추장찌개는 나도 좋아하는 메뉴다. 불고기양념에 고기를 재운 다음 고추장을 풀고 감자·호박·양파 등을 넣고 푹 끓이는데, 이때 은근한 불에서 오래 끓일수록 걸쭉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난다. 국물 맛을 더하고 싶다면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넣는다. 국물 맛내기의 삼총사, 쇠고기와 다시마 그리고 표고버섯은 항상 집에 준비해놓는 재료다. 남편이 얼큰한 찌개를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나의 폭탄선언(?)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사실, 오늘 남편에게 작은 고백(?)을 해야 한다.)
윤석 아, 배고프다.
혜나 많이 먹어요. 버섯이 암 예방에 좋대요. 찌개도 맛있게 끓여졌고요.
윤석 (이상하다는 듯 혜나를 보더니) 당신, 무슨 사고 쳤어? 왜 그렇게 친절해? 불안하게….
혜나 (머뭇거리더니) 사고는 무슨…(혼잣말 : 이 남자, 생긴 건 곰 같아도 속은 여우다.)
윤석 솔직하게 얘기해봐.
혜나 솔직은 무슨… 내가 무슨 범죄자라도 되나? 준영아, 깻잎찜에 밥 싸서 먹자.
윤석 (그런 혜나를 의심스런 눈으로 보더니 곧 포기한 듯 밥을 먹는다.)
혜나 (혼잣말 : 남편은 깻잎찜이나 깻잎장아찌를 보면 ‘왜 잎사귀에 밥을 싸 먹어?’라며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난 깻잎의 독특한 향이 좋다. 입맛이 확 당긴다고나 할까.)
굴소스버섯볶음
■ 준·비·재·료양송이버섯 7개, 애느타리버섯 한 줌, 빨강 파프리카·노랑 파프리카·양파 ½개씩, 브로콜리 ½송이, 굴소스 4큰술, 녹말물 2큰술, 얇게 썬 마늘 1큰술, 올리브오일·후춧가루·무순 약간씩
■ 만·들·기
1 양송이버섯은 0.5cm 두께로 저며 썰고, 애느타리버섯은 밑동을 제거한다.
2 파프리카는 씨를 털어낸 뒤 한입 크기로 자른다.
3 양파, 브로콜리도 한입 크기로 썬다.
4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마늘과 양파를 볶아 향을 낸 뒤 양송이버섯과 애느타리버섯을 볶는다.
5 ④에 파프리카, 브로콜리, 굴소스를 넣어 볶는다.
6 모든 재료와 굴소스가 골고루 섞이면 녹말물을 섞은 다음 후춧가루를 뿌리고 무순을 올린다.
불고기고추장찌개
■ 준·비·재·료쇠고기(불고기용) 150g, 불고기양념(간장·다진 마늘·청주 1큰술씩, 참기름·설탕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감자 1개, 양파·애호박 ½개씩, 풋고추·홍고추·팽이버섯 적당량씩, 물 2½컵, 고추장 2큰술
■ 만·들·기
1 쇠고기는 불고기양념에 30분간 재운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겨 한입 크기로 깍둑썰기한다.
3 양파와 애호박은 한입 크기로 납작하게 썰고, 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4 팽이버섯은 밑동을 제거한다.
5 냄비를 달궈 ①의 불고기를 볶다가 겉이 익으면 물을 붓고 고추장을 푼다.
6 ⑤가 끓으면 감자, 양파, 애호박을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팽이버섯, 고추를 넣는다.
깻잎찜
■ 준·비·재·료깻잎 4묶음, 양념장(간장 3큰술, 참치액젓 2큰술, 송송 썬 실파·다진 청양고추 1큰술씩, 고춧가루 1½큰술, 꿀·참기름·다진 마늘 1작은술씩)
■ 만·들·기
1 깻잎은 씻어 물기를 턴다.
2 준비한 양념장 재료를 섞어 ①의 깻잎에 켜켜이 바른다.
3 김이 오른 찜통에서 ②를 약 3분간 중탕으로 쪄낸다.
준영 엄마, 깻잎 또 줘.
혜나 얘도 날 닮았나봐. ‘잎사귀’를 찾는 걸 보면…. 자기야~ 피곤하지?
윤석 그렇지 뭐. 참!
혜나 왜?
윤석 우리 회사에서 사가 가사를 공모한대.
혜나 그래?
윤석 당신 응모해볼래?
혜나 뭐?
윤석 당신 학교 다닐 때 글 좀 썼다며.
혜나 그거야 옛날 얘기지.
윤석 대상 받으면 상금이 1백만원이야. 2등은 50만원이고.
혜나 1백만원!!!! (혼잣말 : 갑자기 내 머릿속에는 1백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스쳐간다. 오늘 백화점에서 본 브랜드 원피스랑 스커트, 건강에 좋은 한약 1개월 분량…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생각이 복잡해진다.)
윤석 다음 주 금요일까지야.
혜나 한번 써볼게. (혼잣말 : 그럼 원피스 산 것도 얘기할 필요 없잖아? 아니야, 그래도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혹시 당선되지 못하면 어떡해.)
윤석 찌개 맛있다.
혜나 그렇지? 많이 먹어요.
윤석 응. 준영이도 밥 많이 먹어.
준영 응.
혜나 자기야, 있잖아~
윤석 응?
혜나 그러니까…(혼잣말 : 말을 시작한 김에 불어버려야겠다. 난 너무 솔직한 게 흠이라니까.)
윤석 왜?
혜나 낮에 친구 현정이랑 백화점 갔다가 현정이가 옷 세 벌 사길래 나도 한 벌 샀거든. 제일 싼 걸로. 3개월 할부로 했어.
윤석 잘~한다. 현정씨네랑 우리랑 같아? 우린 집 장만도 아직 못 했다구.
혜나 그래도 대학 동창이잖아. 자긴 내가 현정이한테 기가 팍 죽어서 다니면 좋겠어? 다 자기 기 살리려고 산 거야.
윤석 얼마짜린데?
혜나 (혼잣말 : 이럴 땐 남편용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 계산을 해야지. 얼마로 말할까. 제값의 60~70%가 가장 적당하다.) 15만원.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윤석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며) 잘했어. 당신 마땅한 여름 옷 없잖아.
# 2. 거실 / 저녁
윤석 (TV를 보면서 수박을 먹으며) 수박 참 달다.
혜나 응. 제일 좋은 걸로 샀거든. 근데 자기야… 사가,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까?
윤석 샘플이 몇 개 있긴 한데… 우리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공모 내용이랑 전에 쓰던 사가들이 있어. 비슷하게 쓰면 될 거야.
혜나 알았어. (혼잣말 : 꼭 당선되고 말 테다. 만약 이번에 당선되면 다음엔 소설을 써볼까? 소설 공모에 당선 돼 1억원 상금을 타는 거야! 그리고 멋지게 등단하는 거지. 그 다음에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 돈으로 집도 사고, 재테크도 하고, 백화점 가서 쇼핑도 하는 거야. 생각만 해도 즐거운걸!!!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도 소설을 쓰는 건 정말 멋지지 않아? 드디어 나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았다!)
윤석 당신, 무슨 생각하면서 혼자 웃어?
혜나 (혼잣말 : 그래. 작가는 40에 데뷔해도 늦지 않아. 연륜이 묻어나서 독자들이 더 좋아할 거야.)
윤석 여보?
혜나 아, 준영이 재워야겠어요.
# 3. 준영이 방/ 밤
준영이를 침대에 눕히고 다독이는 혜나.
혜나 준영아, 준영인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준영 가수.
혜나 엄만 커서 뭐가 될까?
준영 엄만 다 큰 거 아냐?
혜나 엄만 34살이잖아. 80살까지 산다고 생각했을 때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46년이나 남았잖아. 그러니까…
잠들어버린 준영이. 준영이 방에서 조용히 혜나가 나온다.
# 4. 안방/ 밤
화장대 앞에 앉아서 영양크림을 바르는 혜나.
혜나 자기야. 나, 이번 사가 공모에 당선되면 소설도 써볼까봐.
윤석 (관심 없는 듯) 그러든지.
혜나 당신이 볼 땐 어때? 내가 작가가 되면 어울릴 것 같아?
윤석 글쎄… 갑자기 작가는 무슨! 당신은 요리 잘하니까 차라리 요리책을 내는 게 낫지 않을까?
혜나 맞아. 요리도 잘하지. 하여간 잘하는 게 너무 많아도 걱정이라니까.
윤석 내일 아침은 뭐 해줄 거야?
혜나 글쎄, 뭐가 있더라? 뭐 먹고 싶은데?
윤석 콩나물밥이랑 된장국.
혜나 좋아. 그렇게 하지 뭐. (혼잣말 : 남편은 뭐 먹고 싶냐 물으면 한번도 ‘아무거나’라고 대답하는 일이 없다. 꼭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말하고야 만다. 가끔은 그런 모습이 얄밉기도 하지만 오늘만은 봐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원피스도 사줬고, 나의 재능도 인정했으니까! 내일 아침 반찬은 뭘 준비하면 좋을까? 콩나물밥과 잘 어울리는 김치볶음이랑 마늘종무침도 만들어볼까. 왜 벌써 배가 고픈 거지. 아,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또 뭔가를 먹으면 안 되니까!)
※ 글을 쓴 조은하는 ... 요리전문 프리랜서. ‘여성동아’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여러 매체에 음식 관련 칼럼을 기고 중이다. 그는 한식·중식·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에서 드라마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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