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든든해지는 야채 말림, 갈무리
예전에는 햇살 좋은 가을이면 마당에 온갖 야채들을 채반에 널어 말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요즘은 한겨울에도 싱싱한 야채를 언제든 구입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푸성귀가 나지 않는 겨울을 대비해 가을이면 제철에 나는 온갖 야채들을 말려 겨우내 먹을거리를 장만했다. 이것을 ‘갈무리’라고 하는데, 땅에서 나는 마지막 야채를 반찬거리로 두고두고 먹기 위해 말려 겨울을 대비한다는 뜻이다. 장을 담그거나 장아찌를 만들고 나물을 말려두는 것 등이 모두 갈무리에 속한다. 과일이나 젓갈 등 거의 모든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갈무리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채반에 널어두기만 하면 되므로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고 영양도 풍부해 겨울철 반찬으로 제격이다.
영양만점~ 가을 제철 나물 말리기
가을 햇빛을 듬뿍 담은 갈무리 나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에 챙겨 먹으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나물을 말릴 때는 무엇보다 야채의 영양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햇볕이 좋은 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려야 빛깔이 좋고 영양분과 향기,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가을에 말리는 나물에는 호박, 가지, 토란대, 고구마순, 무, 고춧잎 등이 있다. 나물에 따라 말리는 방법이 다른데 애호박·가지·무 같은 재료는 얇게 썰어 그대로 말리고, 고구마순·토란대·고사리 등 줄기 나물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말린다. 무, 가지, 호박처럼 두툼한 것은 실에 꿰어 걸어 놓고 말리기도 한다. 저녁에는 이슬을 맞지 않도록 거둬들이고 비닐로 덮어둬야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말린 야채는 한 번 쓸 양만큼 나누어 서늘한 곳이나 냉동실에 보관한다. 삶아 말린 나물은 물에 불렸다가 그대로 무치거나 볶아 반찬으로 만들고, 삶아 말린 것은 한번 데쳐 쓴맛을 우려낸 후 사용한다. 시간 날 때 만들어두고 겨울철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무침양념에 쓱쓱 무쳐내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 가을 제철 나물 손질법 · 보관법
고춧잎
고춧잎은 고추보다 비타민 A와 철분, 칼슘이 풍부한 식재료. 고춧잎은 삶으면 양이 확 줄어들므로 넉넉히 사다가 깨끗이 씻은 뒤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삶아 체에 받쳐 물기를 뺀 다음 하룻밤 물에 우린다. 억센 줄기를 골라낸 뒤 물기를 꼭 짜서 채반에 널어 1~2일간 충분히 말리면 고춧잎 갈무리가 만들어진다. 고춧잎이나 가지, 고사리 등 색이 진한 나물은 햇빛에서 말리면 색이 바랠 수 있으므로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린다. 말린 고춧잎을 무칠 때 멸치액젓이나 된장으로 간을 하면 고춧잎의 쌉쌀한 맛과 소스의 진한 맛이 잘 어울린다.
가지오가리
수분이 94~95%를 차지하는 가지는 혈액순환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며 이뇨작용을 도와준다. 가지를 고를 때는 껍질이 얇고 색이 선명하며 살이 단단하고 속이 꽉 차 있는 것을 선택한다. 제철인 늦여름에 구입해 햇볕에 말려두었다가 볶아 먹으면 좋다. 가지를 잘게 썰거나, 꼭지는 그대로 두고 길이로 6~8등분해 찜통에 살짝 찐 후 가을 햇살이 좋을 때 줄에 매달아 말린다. 냉동실에 보관하거나, 망주머니에 넣어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고 필요한 만큼씩 꺼내 사용한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말리면 요리했을 때 껍질이 씹혀 한층 맛깔스럽다.
고구마순
고구마순은 섬유질이 많아 변비·비만·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고, 비타민과 칼슘·칼륨 성분이 풍부해 골다공증·고혈압 예방·노화 방지에도 좋다. 고구마순을 말리려면 먼저 물에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벗겨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그 다음 찬물에 재빨리 헹궈 물기를 빼고 채반에 널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린다. 한나절이 지난 후 손으로 한번 비빈 뒤 다시 채반에 널어 바싹 말리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고구마순 갈무리가 완성된다.
토란대
토란은 수분이 75~80%, 당질이 15~17%로 녹말 함량이 높아 주식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토란대를 넣고 끓인 토란탕은 추석날 절식으로 먹는 메뉴. 토란대의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살짝 넣었다가 건져 채반에 널어 바싹 말린 다음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한다. 끓는 물에 데쳐 말리면 빛깔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말린 토란줄기는 요리할 때 물에 담갔다가 삶으면 오랜 시간 삶아도 부드러워지지 않기 때문에 불리지 말고 끓는 물에 바로 삶아 사용한다.
호박오가리
가을 식탁에 빠지지 않는 호박은 비타민 B와 C, 카로틴이 풍부해 피부를 건강하게 해주고 눈의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늙은호박은 꼭지 주변이 들어가 있는 것이 맛이 진하며, 애호박은 연두색이 진하면서 크기가 작은 것이 좋다. 애호박은 0.5cm 두께로 송송 썰고, 늙은호박은 꼭지를 떼고 반으로 갈라 씨를 뺀 다음 칼로 둥글게 돌려가며 깎아 껍질을 벗긴 후 1cm 두께로 자른다. 채반에 널어 한쪽 면이 완전히 마른 뒤에 뒤집어 말려야 호박색이 그대로 유지되고 깨끗한 호박오가리가 만들어진다. 말린 호박은 볶거나 찌개로 끓여 먹으면 맛이 좋다.
무말랭이
무는 수분이 90~92%로 껍질에 특히 비타민 C가 많으며, 무청에는 비타민 C와 철분, 식이섬유소가 풍부하다. 녹말 분해효소인 디아스타아제가 함유돼 있어 체했을 때 먹으면 효과적이다. 무는 모양이 매끈하며 광택이 있는 것이 싱싱하고, 잘랐을 때 육질이 단단하고 치밀한 것이 요리했을 때 맛이 좋다. 무의 단맛이 진한 10월쯤 구입해 말리면 좋은데, 무의 껍질에 비타민C가 많으므로 껍질을 벗기지 말고 씻은 뒤 손가락 굵기로 채썰어 채반에 말린다.
토란대들깨탕
말린 토란대는 은근한 불에 30분 정도 삶아야 맛이 부드러워진다. 토란대는 나물로 무쳐 먹기보다 육개장이나 찌개 등에 넣어 끓여 먹어야 맛있다. 들깨를 듬뿍 넣고 들깨탕을 끓이면 토란의 쌉싸름한 맛과 들깨의 고소한 맛이 어우려져 입맛을 돋운다.
■ 준·비·재·료 토란대 40g, 쇠고기(국거리) 150g, 물 8컵, 들깨 ½컵, 들기름 1큰술, 후춧가루 ⅓작은술, 국간장 ½큰술, 소금 약간
■ 만·들·기
1 토란대는 끓는 물에 한소끔 끓이다가 불을 약하게 줄여 은근하게 30분간 삶는다.
2 삶은 토란대는 2~3번 찬물에 헹궈 3cm 길이로 자른다.
3 쇠고기는 물에 30분 동안 담가 핏물을 제거한 뒤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푹 익힌다. 고기가 익고 국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면 불을 끈다.
4 쇠고기는 건져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육수는 따로 밭아 식힌다.
5 믹서에 들깨와 육수 1컵을 넣어 곱게 간 다음 나머지 육수를 붓고 섞은 뒤 체에 걸러 들깨국물을 만든다.
6 토란대, 삶은 쇠고기, 들기름, 후춧가루, 들깨국물을 냄비에 넣은 다음 한소끔 끓이다가 국간장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고구마순감자볶음
고구마의 단맛이 가장 좋은 10월에 부드럽고 연한 줄기만 골라 말리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 끓는 물에 한번 삶아 사용하면 볶음, 찌개, 무침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
■ 준·비·재·료 말린 고구마순 50g, 감자·풋고추 1개씩, 식용유·간장 1큰술씩, 다진 마늘·깨소금·참기름 ½큰술씩, 물 4큰술, 후춧가루 ⅓작은술, 소금 적당량
■ 만·들·기
1 고구마순은 끓는 물에 한소끔 끓이다가 약한 불로 줄여 30분동안 은근히 삶는다.
2 삶은 고구마순은 그대로 식혔다가 물에 담가 2~3번 헹궈 4cm 길이로 썬다.
3 감자는 껍질을 벗긴 다음 채썰어 소금 ½큰술을 넣고 10분 정도 절인 뒤 물에 헹군다. 풋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한 뒤 곱게 채썬다.
4 식용유를 두른 팬에 다진 마늘을 볶다가 고구마순, 간장, 물을 넣고 물기가 없어지도록 충분히 볶는다.
5 ④에 채썬 감자,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볶다가 감자가 투명해지면 불을 끈 뒤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섞는다.
고춧잎된장무침
고춧잎이나 취나물 등 쌉싸래한 맛이 나는 나물은 된장이나 멸치액젓처럼 향이 강한 양념으로 무쳐야 맛있다. 이때 말린 고춧잎은 끓는 물에 5분 정도 데쳐 사용한다.
■ 준·비·재·료 고춧잎 60g, 두부 ¼모, 된장양념(된장 2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깨소금·참기름 ½큰술씩)
■ 만·들·기
1 고춧잎은 끓는 물에 5분 정도 데친 뒤 그대로 식힌다. 물에 2~3번 헹궈 잡티를 제거하고 체반에 받쳐 물기를 뺀다.
2 두부는 흐르는 물에 한번 씻은 뒤 0.3cm 두께로 채썬다.
3 분량의 재료를 고루 섞어 된장양념을 만든다.
4 고춧잎에 된장양념을 넣고 버무리다가 두부를 넣고 으깨지지 않도록 살살 무친다.
애호박오가리새우볶음
말린 애호박은 나물로 무치거나 찌개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 연하기 때문에 삶을 필요 없이 찬물에 담가두었다가 사용하는데, 물에 충분히 불리면 양이 2배 정도로 불어난다.
■ 준·비·재·료 애호박오가리 40g, 마른 새우 1컵, 식용유 1½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고추장·물엿 2큰술씩, 간장 1큰술, 설탕·깨소금·참기름 ½큰술씩
■ 만·들·기
1 애호박오가리는 찬물에 담가 15분 정도 불려 부드러워지면 물기를 뺀다.
2 새우는 체에 받쳐 이물질을 털어낸 뒤 달군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른 다음 살짝 볶는다.
3 다른 팬에 식용유½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다가 애호박오가리 넣고 볶는다.
4 ③에 고추장, 물엿, 간장, 설탕을 넣고 간이 배도록 볶은 뒤 불을 끄고 볶은 새우,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버무린다.
가지오가리숙주나물무침
말린 가지는 물에 불리면 양이 5배 정도로 불어난다. 찬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물에 살짝 데치면 쫀득한 맛을 살릴 수 있다. 가지오가리는 갖은양념에 무쳐도 맛있지만 그라탕이나 파스타를 만들 때 넣어도 맛있다.
■ 준·비·재·료 가지오가리 40g, 숙주나물 150g, 실파 2대, 간장·들기름 1큰술씩, 깨소금 ½큰술, 소금 적당량
■ 만·들·기
1 가지오가리는 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2 숙주나물은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찬물에 헹구고, 실파는 송송 썬다.
3 볼에 가지오가리와 간장을 넣고 버무리다가 숙주나물, 실파, 들기름, 깨소금, 소금을 넣고 다시 한 번 버무린다.
무말랭이홍합살무침
무말랭이는 미지근한 물에 불리거나 오랫동안 물에 담가 놓으면 단맛이 빠진다. 찬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한번 데쳐 무치는 것이 맛있는 무말랭이 요리를 만드는 비결. 무말랭이 무침을 할 때 홍합살이나 고춧잎 등을 넣고 버무리면 더욱 맛있다.
■ 준·비·재·료 무말랭이 50g, 홍합살 150g, 고춧가루 1½큰술, 간장·다진 마늘 1큰술씩, 참기름·깨소금 ½큰술씩, 소금 약간
■ 만·들·기
1 무말랭이는 찬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흐르는 물에 헹군 뒤 체에 받쳐 물기를 제거한다.
2 홍합살은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다.
3 고춧가루, 간장, 마늘, 참기름, 깨소금 볼에 넣고 섞은 뒤 무말랭이와 데친 홍합살을 넣어 버무린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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