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봄 이 초록의 향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5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과 뒤늦게 찾아온 한파로 봄나물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 봄 밥상 물가가 출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봄 채소가 있으니까. 고유하게 즐겨온 나물처럼 고혹적인 매력은 없어도 계절을 닮아 싱그럽고 발랄한 초록 재료들이다.
참고로 봄나물에 켜진 빨간 신호등은 봄이 완연해질수록 주황을 거쳐 초록으로 바뀔 전망이다. 그렇지만 우리 주위를 맴도는 이상한 기후는 떠나지 않을 것 같으니 이참에 봄 식탁이 가진 풍미의 영역을 한 뼘 넓혀보자.
나풀나풀 여린 맛, 잎채소

잎채소를 구입해 잘 씻는 것으로 요리 준비의 절반은 끝난 셈이다. 문제는 잎채소 특성상 수확 후부터 빠르게 지쳐간다는 점. 잎채소는 집에 가져오자마자 키친타월로 느슨하게 감싸 봉지에 넣어 냉장실에 두는 게 좋다. 먹기 전 물에 담가 수분 충전 후 깨끗이 씻어 물기를 탈탈 턴다. 잎채소는 주로 차가운 샐러드로 즐기는데 이때 맛의 완성을 방해하는 게 바로 잎 사이사이에 남아 있는 물기다. 아무리 맛 좋은 드레싱을 만들어도 잎에 물기가 남으면 맛이 흐려진다.
종이처럼 얇은 이파리에서 나는 푸릇함, 아삭거림, 신선함, 촉촉함, 향긋함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샐러드만 한 게 없다. 이때 케일이나 겨잣잎, 라디치오처럼 개성 넘치는 재료를 더하면 음식 맛이 더욱 다채로워진다. 이런 종류의 강건한 잎은 살짝 볶으면 색다른 감칠맛을 경험할 수 있다. 잎채소를 익혀 만드는 요리에는 봄동도 살짝 끼워 넣어보자. 봄 잎으로 만드는 요리 마지막에 봄에 많이 나는 식용 꽃을 송이송이 올리는 것도 찬성이다.
레몬크림 봄 샐러드

햇감자를 삶아 한입 크기로 썰고, 삶은 달걀도 굵직하게 으깬 다음 잎채소와 섞고 레몬즙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해 가볍게 버무린다. 마지막에 레몬크림을 올려 먹을 때 슬슬 섞어 즐긴다. 산뜻한 허브, 식용 꽃으로 봄의 색을 더해본다.
올리브 곁들인 잎채소 볶음

#봄채소요리 #여성동아
사진&자료제공 팬앤펜 ‘식스 시즌’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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