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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oking

나풀나풀 여린 맛, 잎채소로 차린 홈스토랑

글 김민경 프리랜서 기자

2022. 04. 02

봄이 오면 산에 들에 풀이 자란다. 늘 먹던 봄나물도 좋지만 다른 재료, 색다른 요리로 가족 입맛 살리고 솜씨의 폭도 넓혀보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제철 홈스토랑 메뉴를 소개한다.

봄의 맛을 떠올려보자. 머릿속으로 봄 음식을 하나씩 차려내다 보면 향긋한 내음이 솔솔 따라온다. 쑥, 냉이, 달래, 방풍, 머위, 참, 취, 미나리와 두릅은 봄이라는 무대에서 언제나 빛나는 주연들이다. 저마다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어 개성 있는 요리가 되면서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올봄 이 초록의 향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5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과 뒤늦게 찾아온 한파로 봄나물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 봄 밥상 물가가 출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봄 채소가 있으니까. 고유하게 즐겨온 나물처럼 고혹적인 매력은 없어도 계절을 닮아 싱그럽고 발랄한 초록 재료들이다.

참고로 봄나물에 켜진 빨간 신호등은 봄이 완연해질수록 주황을 거쳐 초록으로 바뀔 전망이다. 그렇지만 우리 주위를 맴도는 이상한 기후는 떠나지 않을 것 같으니 이참에 봄 식탁이 가진 풍미의 영역을 한 뼘 넓혀보자.

나풀나풀 여린 맛, 잎채소

봄에는 나물뿐 아니라 잎채소도 풍성하게 나온다. 잔뿌리를 달고 있는 여린 시금치도 있고, 연하고 보드라운 잎을 가진 버터레터스나 로메인처럼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모양은 어디서 본 듯한 잎채소가 꽤 다양하다. 슈퍼마켓이든 재래시장이든 나가서 둘러보면 진열대마다, 상인마다 서로 다른 봄 잎채소를 가져다 놓고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 이파리가 보들보들하되 탄력이 있으며, 무른 곳 없이 신선한 수분감을 지닌 것을 고른다.

잎채소를 구입해 잘 씻는 것으로 요리 준비의 절반은 끝난 셈이다. 문제는 잎채소 특성상 수확 후부터 빠르게 지쳐간다는 점. 잎채소는 집에 가져오자마자 키친타월로 느슨하게 감싸 봉지에 넣어 냉장실에 두는 게 좋다. 먹기 전 물에 담가 수분 충전 후 깨끗이 씻어 물기를 탈탈 턴다. 잎채소는 주로 차가운 샐러드로 즐기는데 이때 맛의 완성을 방해하는 게 바로 잎 사이사이에 남아 있는 물기다. 아무리 맛 좋은 드레싱을 만들어도 잎에 물기가 남으면 맛이 흐려진다.



종이처럼 얇은 이파리에서 나는 푸릇함, 아삭거림, 신선함, 촉촉함, 향긋함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샐러드만 한 게 없다. 이때 케일이나 겨잣잎, 라디치오처럼 개성 넘치는 재료를 더하면 음식 맛이 더욱 다채로워진다. 이런 종류의 강건한 잎은 살짝 볶으면 색다른 감칠맛을 경험할 수 있다. 잎채소를 익혀 만드는 요리에는 봄동도 살짝 끼워 넣어보자. 봄 잎으로 만드는 요리 마지막에 봄에 많이 나는 식용 꽃을 송이송이 올리는 것도 찬성이다.

레몬크림 봄 샐러드

이 요리는 레몬크림만 만들면 끝난다. 마늘 4쪽을 으깨 생크림 반 컵에 담가 향이 우러나게 2시간 동안 둔다. 마늘은 건져내고,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다. 레몬제스트 약간, 레몬즙 2큰술, 올리브 오일 2큰술을 넣고 거품기로 계속 저어 크림상태로 만든다. 먹기 좋게 뜯은 잎채소, 얇게 썬 래디시 그리고 크루통이나 해바라기씨, 아몬드 슬라이스처럼 식감이 다른 재료를 조금 준비해 함께 섞는다. 레몬크림과 버무려 한 번 더 간을 맞추면 산뜻함이 넘쳐나는 샐러드가 완성된다.

햇감자를 삶아 한입 크기로 썰고, 삶은 달걀도 굵직하게 으깬 다음 잎채소와 섞고 레몬즙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해 가볍게 버무린다. 마지막에 레몬크림을 올려 먹을 때 슬슬 섞어 즐긴다. 산뜻한 허브, 식용 꽃으로 봄의 색을 더해본다.


올리브 곁들인 잎채소 볶음

신선한 채소는 볶아도 아주 맛있다. 모양 그대로 큼직하게 볶는 것을 추천하지만 먹기에 부담스러울 것 같다면 손으로 두어 번만 뜯자. 올리브를 넉넉하게 준비해 작게 썬다. 어떤 올리브라도 좋지만 속을 파프리카 등으로 채운 것은 요리가 지저분해 보일 수 있으니 피한다. 되도록이면 살이 단단한 올리브가 좋다. 이 요리에서 올리브는 소금을 대신해 간을 맞추는 것은 물론 감칠맛과 향을 내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올리브오일에 납작하게 썬 마늘을 볶다가 칠리플레이크나 페페론치노를 조금 넣는다. 매콤한 향이 올라오면 채소를 넣고 숨이 살짝 죽을 정도로만 볶아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숨은 죽되 아삭함은 살아 있어야 한다. 여기에 레몬즙과 올리브를 넣어 재빠르게 버무린다. 마지막에 올리브오일을 조금 두른다. 감칠맛이 정말 좋아 밥반찬으로 활용해도 될 법한 더운 요리이다. 구운 빵에 올려 먹어도 맛있고, 햄·육류·해물 구이에 곁들여도 좋다. 당연히 식어도 맛있다.

#봄채소요리 #여성동아

사진&자료제공 팬앤펜 ‘식스 시즌’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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