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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EASON COOKING

충주댁 순애 씨의 그린 테이블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계절

기획 | 한여진 기자 사진 | 현일수 기자

2012. 10. 16

봄여름 내내 땀 흘려 키운 먹을거리로 상을 차리는 즐거움은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다. 충주로 귀농한 뒤 요리가 더욱 즐거워졌다는 홍순애 주부가 충주의 가을 제철 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차렸다.

충주댁 순애 씨의 그린 테이블


충북 충주시 양성면에 꿈꾸던 마당이 있는 집을 마련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김병남(57)·홍순애(56) 부부. 공군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3년 전 예편하면서 이곳에 둥지를 튼 부부는 요즘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체험하고 있다.
“남편과 저는 서울 출신이에요. 도시에서 나고 자랐는데, 남편이 30년 넘게 군에 근무하다 보니 지방에서 대부분을 보냈죠. 지방이라고 해도 주로 도심에서 살아서인지 자연스럽게 시골 생활을 동경하게 됐어요. 남편의 마지막 근무지가 충주였는데, 아름다운 충주의 자연에 반해 노년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죠.”
부부는 충주에서도 자연 좋기로 소문난 양성면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이사 오기 몇 해 전부터 틈틈이 오가며 마당을 가꾸고 집을 수리했다. 마당에 잔디 깔고 꽃 심고 나무를 가꾸며 이곳에서 지낼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귀농 3년 차. 부부의 만족도는 백점 만점에 백점이라고 한다. 남들은 집 관리하기도 벅차다고 하지만, 부부는 텃밭에서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김을 매는 것도 즐겁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손님 대접하는 일도 늘 기다려진다. 매일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가장 큰 행복이다. 봄에 심은 나무에 새싹이 나고 바람에 날려온 들꽃 씨가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쁘고, 매일 다른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소리와 가을이 왔다고 알려주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마치 노래처럼 들린다. 뿐만 아니라 한여름 뜨거운 태양도, 한겨울 매서운 추위도 부부에게는 축복이다. 그중 부부의 큰 즐거움은 먹을거리를 텃밭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이다.
“호수에서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백조도 물 아래에서는 발을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잖아요. 시골 생활도 마찬가지예요. 남들이 보기에는 여유 있어 보이지만 이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요. 봄이 되기 전 텃밭을 갈고 거름을 주죠.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기 전까지 수시로 김을 매고 돌봐야 해요. 농작물은 잠깐만 방심해도 티가 확 나거든요. 하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가을에 수확하는 즐거움은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죠.”
요즘 텃밭을 보고 있으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여름에 열심히 농사지은 검은콩, 고구마, 감자, 고추가 제법 튼실하게 열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부의 밥상도 한층 푸짐해졌다. 얼마 전에는 고구마 줄기로 김치를 담그고, 잎으론 장아찌를 담갔다. 알맞게 익어 밥에 올려 먹으면 밥 한 공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싹 비워진다. 감자는 볶아도 조려도 맛있다. 뒷산에서 주운 밤으론 맛탕을 만들고 도토리는 묵이나 전병을 만든다. 가을 향 가득 담긴 버섯은 볶아 먹거나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지만, 특별한 날에는 탕수육을 만든다. 집 앞 계곡에서 잡은 올갱이(다슬기)로 만든 해장국은 부부 밥상의 단골 메뉴다. 땀 흘린 만큼 행복이 온다고 생각하는 부부는 오늘도 텃밭에서 열심히 일하고, 텃밭에서 재배한 재료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동네 사람들을 초대했다.

충주댁 순애 씨의 그린 테이블


1 텃밭에서 키운 고추를 따 마당에서 말리고 있다. 시골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채소나 과일 등을 수확하는 것. 그래서 가을은 매일 즐겁고 또 즐겁다.
2 마당에 있는 정자는 때론 잔칫상이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여름에는 침대가 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날씨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손님을 초대해 정자 가득 요리를 차려 잔치를 연다.
3 복숭아가 맛있기로 유명한 충주. 지인이 직접 재배한 복숭아를 선물받던 날, 복숭아 통조림을 만들었다. 복숭아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밀폐 용기에 담은 뒤 물과 설탕 끓인 물을 붓고 뚜껑을 닫는다. 용기째 중탕으로 소독하면 복숭아 통조림 완성!
4 시골 농가를 개조해 만든 집. 마당은 귀농하기 몇 년 전부터 나무와 꽃을 심고, 잔디를 가꿔 만들었다. 드높은 가을 하늘과 하얀 집이 어우러져 진정한 ‘그림 같은 집’이 완성됐다.

밤맛탕
충주 밤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알이 작은 토종 밤으로 맛탕을 만들어 먹으면 디저트나 간식으로 제격. 만드는 방법은 밤을 껍질 깐 뒤 끓는 물에 삶는다. 물을 따라내고 황설탕, 버터, 물엿을 넣어 조리면 달콤한 밤맛탕이 완성된다. 튀기는 대신 삶아 밤의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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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밤 20개, 물엿 1국자, 황설탕 2큰술, 버터 1큰술
만들기
1 밤은 껍질을 벗겨 삶는다.
2 밤에 물엿, 황설탕, 버터를 넣고 약한 불에 뒤적이며 조린다.










올갱이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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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계곡에서 잡은 올갱이로 해장국을 끓였다. 계곡이 많은 충주는 올갱이를 어디에서나 쉽게 잡을 수 있어 올갱이해장국은 충주의 별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갱이를 물에 담가 하룻밤 해감한 뒤 끓는 물에 삶아 물은 따로 밭아 국물로 사용하고 올갱이는 이쑤시개로 뺀다. 시래기, 쑥, 아욱 등 제철 채소를 넣고 국을 끓이는데, 요즘은 아욱이 제철이다. 아욱을 손으로 치대 풋내를 뺀 뒤 된장 푼 올갱이국물에 넣어 끓인다. 마지막으로 올갱이를 밀가루와 달걀 푼 물에 차례로 묻혀 된장국에 넣으면 올갱이가 국에 동동 떠 보기에도 좋고 맛도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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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올갱이 2대접, 아욱 1단, 대파 1대, 마늘 5쪽, 된장 4큰술, 밀가루 약간, 달걀 2개, 국간장 2큰술
만들기
1 올갱이는 물에 담가 하룻밤 해감해 삶은 뒤 체에 밭쳐 삶은 물과 분리한다.
2 올갱이는 이쑤시개로 알맹이를 뺀다.
3 아욱은 흐르는 물에서 손으로 치대 풋내를 제거한다.
4 대파는 송송 썰고 마늘은 다진다.
5 ①의 국물에 된장을 풀고 아욱, 대파, 마늘을 넣어 끓인다.
6 올갱이 알맹이는 밀가루와 달걀 푼 물을 차례로 입혀 ⑤에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다래순나물무침

지난봄에 따서 보관해뒀던 다래순을 소금, 깨를 넣고 무쳐 반찬을 만들었다. 키위와 비슷한 다래의 어린 순은 향긋한 맛과 향이 나 입맛 없을 때 먹으면 그만이다. 매년 봄에 채취해 소금 넣은 끓는 물에 데친 후 데친 물과 함께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보관하면 시간이 지나도 싱그러운 초록빛이 고스란히 유지된다. 다래순은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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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데친 다래순나물, 소금·깨소금·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데친 다래순나물에 소금,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무친다.









뽕잎순나물무침
뽕잎도 다래순과 같은 방법으로 데쳐 냉동보관하고 일 년 내내 먹는다. 뽕잎 특유의 알싸한 맛과 향이 나 입맛 없을 때 먹으면 딱! 다래순, 뽕잎 등 다양한 나물 무침을 밥에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으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급 비빔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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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데친 뽕잎나물, 소금·깨소금·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데친 뽕잎나물에 소금,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무친다.









표고버섯탕수육
충주에서는 표고, 새송이, 느타리, 팽이 등 버섯이 많이 재배돼 버섯 반찬을 즐겨 먹는다. 특별한 날이면 버섯으로 탕수육을 만드는데, 오늘은 향이 좋은 표고버섯으로 탕수육을 만들었다. 표고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녹말가루를 입힌 뒤 튀김가루와 달걀 푼 물을 섞은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긴다. 물, 식초, 설탕, 소금을 끓이다 먹기 좋게 썬 파프리카, 양파, 목이버섯을 넣고 끓여 만든 소스를 곁들이면 향긋한 버섯 향과 새콤달콤 소스 맛이 어우러져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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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표고버섯 25개, 소금 약간, 녹말가루·튀김기름 적당량씩, 튀김가루 3컵, 얼음물 1½컵, 소스(물 1컵, 식초·설탕 2큰술씩, 소금 ⅓큰술, 녹말물 2½큰술), 파프리카·양파 1개씩, 목이버섯 10개
만들기
1 표고버섯은 꼭지를 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소금을 뿌린다.
2 표고버섯에 녹말가루를 묻히고 튀김가루와 얼음물을 섞은 튀김옷을 입혀 튀김기름에 튀긴다.
3 끓는 물에 식초, 설탕, 소금을 넣고 끓이다가 녹말물을 넣는다.
4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파프리카, 양파, 목이버섯을 ③에 넣어 소스를 완성한다.
5 버섯탕수육에 소스를 곁들인다.

고구마줄기김치
고구마는 줄기, 잎 등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식물. 줄기로는 김치나 나물 무침을, 잎은 쌈이나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다. 충주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 양념을 많이 넣지 않고 본 재료의 맛을 살리는데, 고구마줄기김치도 껍질을 벗긴 뒤 고춧가루, 다진 마늘, 양파 등 기본 양념만 넣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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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고구마 줄기 1단, 소금·후춧가루·설탕 약간씩, 찹쌀풀 1컵, 양파 1개, 마늘 10쪽, 대파 2대, 멸치액젓 1컵, 고춧가루 적당량
만들기
1 고구마 줄기는 껍질을 벗겨 소금물에 30분간 절인 뒤 물기를 뺀다.
2 믹서에 찹쌀풀, 양파, 마늘을 간다. 대파는 송송 썬다.
3 고구마 줄기에 ②와 멸치액젓, 고춧가루, 소금, 후춧가루, 설탕을 넣어 버무린다.






고구마잎장아찌
고구마 잎은 깻잎처럼 장아찌를 만들면 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간장, 식초, 다진 마늘, 송송 썬 대파를 섞어 양념을 만든 뒤 고구마 잎 2~3잎 사이에 양념을 넣고 그릇에 켜켜이 담으면 완성! 하루 정도 재웠다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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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양념(간장·국간장·까나리액젓·깨소금·참기름·고춧가루 1큰술씩, 다진 마늘 4쪽 분량, 송송 썬 대파 ½대 분량, 설탕 ½큰술), 고구마 잎 적당량
만들기
1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을 만든다.
2 고구마 잎 2~3장마다 ①의 재료를 조금씩 올려가며 켜켜이 쌓는다.






감자조림
감자를 슬라이스해 물에 담가 전분기를 뺀 뒤 기름에 구워 양념한 감자조림. 기름에 구워 포테이토칩과 비슷한 맛이 나 아이 반찬이나 남편 술안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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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감자 3개, 양념(간장·국간장·까나리액젓·깨소금·참기름·고춧가루 1큰술씩, 설탕 ½큰술, 다진 마늘 4쪽 분량, 송송 썬 대파 ½대 분량)
만들기
1 감자는 슬라이스해서 물에 담가 전분기를 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마른 팬에 ①을 굽는다.
3 ②에 분량의 재료를 섞은 양념을 넣어 조린다.



두릅장아찌
시골 반찬 중 귀한 것으로 손꼽히는 두릅. 봄에 뒷산에서 따 장아찌를 담갔다. 두릅에 간장, 식초 섞어 촛물을 부으면 완성. 만들기는 쉽지만 상에 올리면 순식간에 없어질 정도로 인기 있는 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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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두릅 적당량, 간장·소금 ½대접씩, 식초·설탕·소주 1대접씩
만들기
1 소독한 밀폐 용기에 두릅을 담는다.
2 간장, 소금, 식초, 설탕, 소주를 섞어 ①에 붓는다.







도토리전병
가을이 되면 밤, 도토리 줍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토리는 가루 내 묵을 쑤어 먹기도 하고, 전병을 부쳐 먹기도 하는데, 오늘의 메뉴는 도토리전병. 출출할 때 간식으로 먹으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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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도토리가루 4컵, 소금 약간, 물 4컵, 파프리카 5개, 표고버섯 10개, 느타리버섯 200g
만들기
1 도토리가루는 소금을 섞어 물을 붓고 반죽한다.
2 팬에 ①을 부어 약한 불에서 전병을 부친다.
3 파프리카, 표고버섯, 느타리버섯은 채썰어 소금으로 간한 뒤 볶는다.
4 ②에 볶은 채소를 올려 돌돌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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