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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홍석천의 스타일리시 맛집

빙수야, 팥빙수야~

더위 탈출 비법!

기획 | 한혜선 기자 사진 | 현일수 기자

2012. 07. 04

빙수야, 팥빙수야~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 마! 녹지 마! ’를 외치는 윤종신의 노래 ‘팥빙수’ 가사가 떠오른다. 예년에 비해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강렬해진 올여름, 팥빙수 역시 속도위반으로 우리를 일찍 찾아왔다. 여름 시즌 먹지 않으면 섭섭한 팥빙수, 과연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조선시대 서빙고의 얼음을 관원들이 부숴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지는 기록이 빙수의 시초다. 지금의 빙수는 잘게 부순 얼음 위에 차게 식힌 단팥을 얹어 먹는 일본 음식이 일제강점기 때 전해진 것이다. 무르도록 푹 삶은 뒤 설탕과 소금을 넣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조린 단팥, 과일, 우유, 연유, 시럽, 떡 등 각종 토핑이 맛을 좌우하는 빙수 절대강자를 찾는 것이 이달 나에게 주어진 임무다.
얼마 전 붉은 단팥이 하얀 얼음 위를 흘러내리는 팥빙수가 아닌 순백색의 곱고 뽀얀 팥빙수를 발견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제인스피키피자(02-542-5354)의 피키빙수는 하얗고 뽀얀 속살을 드러내는 비주얼이 매력적이다. 여러 시도 끝에 개발했다는 빙수는 팥, 떡, 견과류 등의 재료를 속에 넣고 바깥쪽은 재료가 보이지 않도록 만든 반전의 묘미가 있다. 유일하게 눈에 띄는 것은 하트 모양의 그리시니. 이탈리아 과자인 그리시니는 빙수와 함께 먹으면 바삭한 질감을 더한다. 우유얼음을 베이스로 해 입안에서 녹는 느낌이 부드럽고, 국산 팥을 삶아 만든 팥알은 통통하게 살아있어 씹히는 식감이 좋다. 달콤하게 조리된 땅콩, 고소한 미숫가루 맛이 어우러져 풍성한 빙수맛을 완성한다. 피키빙수의 또 하나의 비밀병기는 이탈리아 젤라토 명인이 만든 밀크 젤라토. 우유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며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난다.
팥알이 듬뿍 올라간 원조 팥빙수를 뽑자면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 5층 식당가에 자리한 ‘밀탑(02-547-6800)’이 으뜸이다. 여름 시즌에는 쟁쟁한 한식당, 이탈리아 식당을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한다는 이곳 팥빙수는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지만 맛있다. 매일 정성 들여 직접 삶은 팥, 아침마다 방앗간에서 빼오는 떡 등 당일 만든 신선한 재료를 쓰기 때문에 재료는 평범하지만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촌동 ‘동빙고(02-794-7171)’ 팥빙수는 곱게 간 얼음에 우유와 연유, 팥을 넣어 밀탑 팥빙수와 맛이 거의 흡사하다. 미숫가루를 곁들인 미숫가루 팥빙수가 인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팥꽃나무집(02-3479-1664)’ 팥빙수도 마니아라면 꼭 경험해봐야 할 맛이다.
전라도와 강원도에서 공수한 팥을 정성을 다해 끓이고, 호박, 찹쌀, 쑥의 쫄깃한 삼색떡을 팥 위에 얹어 차갑게 얼린 구리 그릇에 담아낸다. 인사동 ‘별다방미스리(02-739-0939)’의 양은냄비 팥빙수 역시 기억에 남을 맛이다. 얼음 가득 담긴 냄비에는 수박, 키위, 바나나, 떡, 아이스크림, 시리얼, 견과류가 작은 얼음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올려져 있다. 토핑 위로 뿌린 초코시럽 덕분에 팥빙수가 훨씬 먹음직스럽다. 반포동 서래마을 ‘담장옆에 국화꽃(02-517-1157)’은 얼음이 잘 녹지 않도록 보냉 효과가 뛰어난 유기 그릇에 팥빙수를 담아낸다. 팥빙수 맛은 팥이 좌우한다는 사명감으로 매년 팥 수확철인 10월 전국 산지를 돌아다니며 좋은 팥을 고른다고 한다. 팥 위에 뿌리는 고명인 인절미, 밤, 대추 등도 맛의 비결 중 하나다.
여름이면 흔하게 파는 것이 팥빙수라지만, 맛은 천차만별이다. 더위를 이기는 데 팥빙수만 한 디저트가 있으랴~. 무더위가 예상되는 올여름, 팥빙수로 더위와 이별하자. 단,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날 위험이 있으니 적당량 섭취할 것!

빙수야, 팥빙수야~


홍석천 씨는… 19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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