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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홍석천의 스타일리시 맛집

영원한 냉면 맞수 함흥비빔냉면 vs 평양물냉면

기획 | 한혜선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2012. 06. 01

영원한 냉면 맞수 함흥비빔냉면 vs 평양물냉면


30℃에 육박하는 무더운 여름이 기척도 없이 찾아왔다. 벌써 이렇게 더우면 푹푹 찌는 7~8월은 어떻게 견딜까 걱정이 가득하지만 오장육부를 얼얼하게 만드는 냉면 한 그릇이 있어 큰 위안이 된다. 냉면(冷麵)’은 이름 그대로 찬 면 요리로 몸의 열기를 식히는 효과가 있다. 함경도의 함흥비빔냉면과 평안도의 평양물냉면, 강원도의 메밀막국수가 한국의 대표 면 문화로 꼽히는데, 그중에서 면 요리 양대 산맥이자 영원한 맞수인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맛을 비교하고자 한다. 고수의 맛집을 찾아가기 전 음식의 뿌리를 아는 것은 기본! 함흥냉면은 매콤새콤 비빔냉면이 유명하다. 함경도에 위치한 함흥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동해안을 끼고 있어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이 풍부하다. 덕분에 갖은 양념을 한 홍어회를 얹어 먹는 회냉면이 유명하다. 험한 산간지대에서 많이 자라는 고구마, 감자를 재료로 한 특유의 가늘고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반면 평안도 지방은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물냉면이 대표적이다. 꿩 삶은 국물, 사골 우린 국물, 동치미 국물 등을 이용한 육수를 사용해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재배량이 많은 메밀로 면을 뽑는데, 부드럽고 담백한 면발이 일품이다. 추운 겨울 한 끼 식사로 먹거나 술을 먹고 난 후 해장국 대신 즐겨먹었다.
어린 시절, 냉면 하면 ‘오장동’이라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다. 오장동흥남집, 오장동함흥냉면과 함께 중구 오장동 함흥냉면 거리에 나란히 위치한 신창면옥(02-2273-4889)은 함흥냉면 맛의 지존이라 불리는 곳이다. 많고 많은 함흥냉면 전문점 중에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나와 그 맛을 확실히 입증받았다. 1978년에 문을 열어 2대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감칠맛 나는 회냉면. 식당 곳곳에서‘우선 육수로 입맛을 돋운 다음, 양념장·겨자·설탕 ½스푼씩 넣고, 마지막으로 식초를 약간 넣은 후 비벼 드세요’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친절한 가이드대로 면을 비비고 면발을 흡입하듯 먹었다. 가위가 면에 닿는 순간 맛이 변하기 때문에 냉면 고수들은 자르지 않고 돌돌 말아 한입에 쏙 넣어 먹으라고 말한다. 100%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발은 ‘쫄깃’ ‘탱글’ 두 단어로는 표현이 안될 만큼 식감이 좋다. 회냉면, 비빔냉면은 면과 양념의 밸런스가 중요한데, 양념이 겉돌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안 전체 미각을 깨운다. 입맛을 확 당기는 매운맛이 아니라 먹을수록 기분 좋게 은은한 매운맛이 매력적이다. 빨갛게 양념된 홍어회도 입맛 돋우는 일등공신. 양도 푸짐해 냉면을 먹는지 회를 먹는지 헷갈릴 정도다.
어린 시절에는 그 맛을 몰랐지만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사랑에 빠진 평양냉면은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을밀대(02-717-1922)에서 자주 먹는다. 을밀대는 이수일과 심순애가 사랑을 나눴던 곳으로 북한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누정이다. ‘을밀대 경력 40년’이라 쓰인 간판에서 맛의 포스가 느껴진다. 이곳의 베스트 메뉴는 물냉면으로 장시간 우린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 맛은 자연스레 엄지를 척 들어올리게 한다. 살짝 얼린 육수는 얼음을 동동 띄워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배가 된다. 게다가 찬 성질인 메밀로 면을 만들어 더위를 쫓는 데는 이만한 음식이 없다. 앞서 맛본 함흥냉면이 잘 차려입은 20대의 꽃미남이라면, 평양냉면은 중후하고 점잖은 신사랄까. 먹다보니 묵직한 맛의 와인이 절로 생각난다. 양이 많은 사람이라면 주문 전에 ‘양 많이!’라고 외칠 것. 추가 금액 없이 곱빼기에 버금가는 양을 주는 후한 인심 역시 이곳을 찾는 이유다.
그밖에도 함흥냉면은 오장동흥남집(02-2266-0735), 오장동함흥냉면(02-2267-9500), 함흥곰보냉면(02-2267-6922), 원조함흥냉면(02-2263-8497), 평양냉면은 을지면옥(02-2274-6863), 평래옥(02-2267-5892), 우래옥(02-2265-0151), 필동면옥(02-2266-2611) 등이 유명하다. 조금씩 다른 육수와 면발의 맛을 즐기며 무더운 여름을 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같은 지역 음식이지만 오묘하게 다른 맛을 내는 개성 있는 냉면이 있어 여름이 즐겁다!

영원한 냉면 맞수 함흥비빔냉면 vs 평양물냉면


홍석천 씨는… 19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가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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