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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Food & Mood

프랑스 와인 전문가 한상인 교수와 나눈 와인 이야기 I Love Wine

기획·강현숙 기자 / 진행·박태전‘프리랜서’ / 사진·현일수‘프리랜서’

2008. 01. 16

프랑스 와인 전문가 한상인 교수와 나눈 와인 이야기 I Love Wine

영어로는 와인(wine), 불어로는 뱅(vin), 독일어로는 바인(wine), 이탈리아어로는 비노(vino)라고 불리는 포도주. 와인을 마시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28년간 파리지엔으로 살았던 한상인(59) 교수다.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 갔던 한 교수는 국립파리3대학에서 정치어휘통계학을 전공한 뒤 프랑스 국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프랑스에 살던 당시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현지 포도원을 찾아다니며 와인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 2001년 귀국한 후 프랑스문화원과 각 대학에서 와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와인은 ‘친구’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 당시 공부하랴, 두 아이를 키우랴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거든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와인 한 잔을 마시면 피로가 말끔히 풀렸답니다. 와인을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까다로운 술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와인의 참 매력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옆집 친구 같은 소박함에 있어요.”
한 교수는 프랑스 유학 시절 곳곳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현지 음식과 와인을 맛봤다. 프로방스 지역에 자리한 와인학교에서 시음과정과 초·중급 과정을 수료하고, 코르동 블루에서는 포도학 교수에게 하루 2~3시간씩 와인수업을 들으며 와인에 관해 공부했다. 이런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와인을 마셨던 그는 와인을 많이 마셔본 사람만이 진정 와인에 대해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와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단 많이 마셔 보세요. 신기한 점은 사람마다 입 안 점액이 다르기 때문에 와인의 맛과 향도 마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예요. 마시는 와인을 ‘자신만의 와인’이라고 생각하며 맛과 깊이를 음미하는 것도 좋아요(웃음).”

와인 초보자에게는 2만~3만원대의 프랑스 와인이 제격
한 교수는 와인을 처음 즐기는 사람에게는 2만~3만원대의 프랑스 와인이 제격이라고 추천한다. 생산 연도는 3~4년 전의 것이 좋다고. 단, 보졸레누보는 그 해의 술을 마셔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은 인간의 삶과 무척 닮았어요.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제각각이듯, 와인도 시간이나 장소에 따라 품종·빈티지가 같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거든요. 또 와인은 천천히, 음미해서 먹지 않으면 깊이 있는 맛을 느낄 수 없어요. 여유 있게 담소를 나누며 스트레스 없이 마시는 게 좋아요.”
와인은 정성껏 경작된 후 세심한 손길에 의해 발효되는, 장인정신으로 빚는 술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것처럼 파티 등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고매한(?) 술은 절대 아니다. 한 교수는 와인만큼 소박한 삶에 어울리는 술은 없다며 맥주처럼 간편하게 마시라고 권했다.

프랑스 와인 전문가 한상인 교수와 나눈 와인 이야기 I Love Wine

한 교수가 갖고있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와인 글라스. 한 교수는 와인은 많이 마셔봐야 그 깊이를 알 수 있고 강조한다. 식사 때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비싼 보약 못지 않게 건강을 챙길 수 있다.(왼쪽부터 차례로)


“와인에는 심장질환,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돼 있어요.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역할도 하지요. 빈대떡, 부침개, 떡, 김, 멸치볶음 등의 한국음식과도 잘 어울리니 식사 때 와인 한 잔을 곁들여 보세요. 비싼 보약을 먹지 않아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답니다. 또 와인은 다이어트를 할 때 먹으면 좋아요. 다이어트를 하면서 음식 양을 줄이다보면 영양상 불균형이 생길 수 있는데 와인에 함유된 비타민과 무기질이 이를 보충해주기 때문이지요.”

와인 한 잔 마시며 삶의 여유 찾아
경기도 벽제에는 한 교수의 특별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농장 축사가 있던 자리에 수수한 외관을 갖춘 이층집을 짓고, 지하에 와인창고를 만든 것. 와인창고에는 와인셀러를 두고 프랑스에서 구입한 각종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 지휘자 정명훈을 비롯해 작가 황석영 등 와인 마니아로 알려진 지인들이 종종 한데 모여 와인을 마시곤 한다.
“와인은 시간과 함께 즐기는 술이에요. 오래된 친구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가치 있는 맛과 향을 간직하죠. 와인을 마시다보면 저 역시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한 교수는 노천카페에 앉아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와인을 마시는 프랑스인처럼 와인을 일상에서 편하게 즐기라고 조언한다. 와인은 사람 사이를 돈독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으므로 친구나 가족, 부부가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특별한 친밀감을 쌓게 된다고 귀띔했다.

한상인 교수가 일러주는~ 초보자를 위한 와인 가이드
B.C 600년경 남프랑스 마르세유 부근에서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프랑스는 천혜의 테루아를 가졌다. 프랑스어로 ‘토양’을 의미하는 테루아는 토양과 기후 등 와인을 만드는 지역의 자연조건을 총칭하는 말이다. 프랑스는 포도가 잘 자랄 수 있는 완벽한 토양을 갖추고 있어 품질 좋은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토양에 비료를 주지 않는 등 자연 상태에서 와인 품종이 자라도록 신경 쓰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맛을 지니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프랑스 와인을 즐기려는 와인 초보자라면 샤토 시리즈가 제격. 2001~2003년 빈티지는 가격도 2~5만원대로 저렴해 부담이 없다. 2005년 빈티지의 프랑스산 포도주는 맛이 무척 훌륭하므로 꼭 마셔본다.
와인을 마실 때는 적당한 온도가 중요하다. 레드와인은 온도가 너무 낮으면 타닌의 떫은맛이 강하게 느껴지므로 15~18℃ 정도로 마신다. 화이트와인은 차갑게 마실수록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은 테이블 위에 잔을 놓은 상태에서 따르고, 마실 때는 와인잔의 손잡이 부분을 잡는다. 온도를 적당하게 맞춰놨더라도 글라스를 잡으면 온도가 빨리 올라가기 때문. 와인을 따를 때는 레드와인은 잔의 ⅔ 정도, 화이트나 로제 와인은 잔의 ½ 정도가 적당하다. 와인은 서늘하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눕혀서 보관하고 남은 와인은 2~3일 내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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