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동안 잠시 무대 뒤로 물러났던 실버가 돌아왔다. 이번 시즌 보테가베네타가 선보인 실버 주얼리는 장식을 걷어낸 건축적 실루엣으로 모던함을 완성했다.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담은 이 서늘한 감각의 디자인들은 어떤 옷차림이든 단번에 모던한 느낌으로 변신시키는 힘을 지닌다. 스타일링은 단순할수록 좋다. 바스락거리는 화이트 셔츠나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미니멀한 룩 위에 툭 얹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매년 여름 시즌의 런웨이는 바다의 낭만을 품은 주얼리로 가득하다. 토리버치, 드리스반노튼 등 수많은 패션 하우스가 일제히 ‘머메이드 코어’ 트렌드를 무대 위로 소환했다. 이번 시즌 바다 모티프 주얼리는 자연적인 소재의 질감에 정교한 메탈 디테일을 조합해 해변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위트를 살려 매치할 수 있다. 가벼운 티셔츠 차림에 잔잔한 조개 모양 귀걸이로 은근한 포인트를 더하거나, 드레시한 룩 위에 볼드한 목걸이를 레이어드하면 단숨에 청량한 바닷바람을 머금은 룩이 완성된다.

자유롭고 이국적인 보헤미안 무드가 빛나는 여름은 대담한 드롭 이어링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다. 2026 S/S 런웨이 역시 어깨선까지 길게 내려와 찰랑이는 맥시 드롭 이어링의 귀환으로 뜨거웠다. 펜디는 컬러 스트랩과 골드 체인을 믹스 매치해 도회적인 무드를 선보였다. 드롭 이어링을 돋보이게 하려면 웨트 헤어나 업스타일로 목선과 귀를 드러내고, 다른 액세서리는 최소화하는 것이 포인트. 양쪽 착용이 부담스럽다면 한쪽 귀만 강조하는 싱글 이어링이나 언밸런스 매치로 감각을 더해볼 것.

유럽 귀족들이 가문의 문장을 새겨 편지를 봉인하던 시절부터 이어져온 시그넷 링은 그 유래만큼이나 진중한 무게를 지닌다. 본래 새끼손가락이나 약지에 단 한 개만 착용하는 것이 규칙이었으나,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그 고전적인 문법을 통째로 뒤집었다. 발망의 런웨이처럼 모든 손가락에 두툼한 반지를 겹겹이 레이어드해 과감하고 대담한 스타일을 완성한 것. 일상에서 이를 세련되게 소화하고 싶다면 한쪽 손가락 전체를 캔버스 삼아 반지를 쌓되, 반대편은 슬림한 링 하나만 매치해 시각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나만의 서사를 담은 시그넷 링으로 올여름 손끝에 묵직한 포인트를 더해보자.

여름의 계절감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비즈는 어린 시절의 향수와 트렌드를 동시에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익숙한 비즈를 대담하고 아티스틱하게 재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셀린은 클래식한 프레피 스타일에 다채로운 컬러 비즈를 겹겹이 레이어드해 펑키한 반전을 꾀했고, 샤넬은 볼드한 유색 비즈로 강렬한 아르데코 미학을 강조했다. 티셔츠도 좋지만, 포멀한 재킷이나 셔츠처럼 다소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룩에 비즈를 매치하면 위트 넘치는 반전과 유쾌한 재미를 불어넣을 수 있다.

레이어드 룩이 강세를 띠는 최근의 패션 지형도 안에서, 미학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주얼리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코치, 마이클코어스 런웨이에 등장한 미니 넥 파우치가 바로 그 주인공. 카드 한 장이나 가볍게 접은 지폐 몇 장 정도가 겨우 들어갈 만한 이 가죽 파우치들은 가방이라기보다 완벽한 하이브리드 주얼리에 가깝다. 1970~80년대의 귀여운 목걸이 지갑과는 궤를 달리하는, 고급스러운 가죽과 정교한 하드웨어가 더해진 정제된 미니멀리즘의 산물인 것. 기능성보다는 미학적인 완성도에 집중한 아이템인 만큼, 일상에서 연출할 때도 다른 주얼리는 과감히 덜어낼수록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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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드리스반노튼 루이비통 르메르 마르지엘라 마이클코어스 미우미우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샤넬 에르메스 이자벨마랑 코치 토리버치 티파니 프라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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