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을 비롯해 드라마 ‘천국의 계단’ ‘대물’ 등에서 내밀한 감정선으로 사랑받은 그는 영화 ‘히트맨’ ‘탐정’ 시리즈 등을 통해 친숙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로 변신했다. 특히 2020년 개봉한 ‘히트맨’은 240만 명, 2025년 ‘히트맨 2’는 230만 명의 관객 수로 흥행에 성공하며 그의 대표작이 됐다.
권상우가 ‘하트맨’으로 신년 극장가를 또다시 유쾌하게 채운다. ‘하트맨’은 코미디 흥행 시리즈 ‘히트맨’을 연출한 최원섭 감독과 권상우가 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다. 아이가 있는 돌싱남 승민(권상우)이 첫사랑 보나(문채원)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경쾌한 에너지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서, 부성애까지 촘촘히 담아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권상우는 “‘하트맨’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부담 없는 코미디 작품을 선호하는 그와 비슷한 지향점을 지녔다는 것. 권상우는 “아내(손태영) 유튜브에서 관객 수 300만 명이 넘으면 구독자에게 샤넬 백을 선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며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하트맨’ 찍으려고 ‘히트맨’ 찍었어요”
‘하트맨’은 원작이 따로 있다고요.‘하트맨’은 2015년 아르헨티나에서 개봉한 영화 ‘노키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에요. 사실 저는 원작을 보지 않았어요. 어차피 같은 무드로 찍을 영화도 아니고,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거든요. 대신 현장에서 기존의 대본에 살을 붙여가는 작업에 집중했어요. 그래서인지 대본대로 갔던 신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촬영 기간이 약 2달 반으로 짧은 편이었지만, 당시 제가 다른 스케줄이 없어서 온전히 이 영화에만 모든 걸 쏟아부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집중도 있게 잘 찍었다고 생각해요.

별빛보다 아름다운 멜로와 부녀간의 사랑, 작은 감동까지 더해졌다는 거요.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죠. 사실 이 영화는 5년 전에 찍었어요. 길게 텀을 두고 개봉해 우려되는 점도 있었지만 결과물은 아주 만족스러워요. 배우들끼리 진행한 기술 시사회 직후에 감독님께 “‘하트맨’을 찍으려고 ‘히트맨’ 찍었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어요. 생각보다 영화가 훨씬 재미있게 나왔거든요. ‘하트맨’은 제가 추구하고 좋아하는 성향의 영화예요. 그 접점이 관객들과도 통했으면 하고요.
영화 ‘히트맨’ ‘히트맨 2’에 이어 ‘하트맨’까지, 연달아 세 작품을 함께한 최원섭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호흡을 자랑했습니다(웃음). 촬영이 시작되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는 편이에요. 굳이 말을 안 해도 와닿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그래서 더욱 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고요. 저는 최 감독을 리스펙해요. 단편 영화 시절부터 코미디라는 한 장르만 파며 열정을 다하고 있거든요. 코미디라는 장르가 종종 가볍게 평가받는 경우가 있어요. 최 감독은 이와 같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코미디를 끝까지 붙들고 있죠. 감독님이 이 분야를 잘 개척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영화 ‘하트맨’ 포스터. 권상우는 첫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돌싱남 승민 역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코미디 연기가 저평가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코미디 장르는 수준이 낮고 출연자들이 마치 저질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죠. 하지만 연출도, 연기도 가장 어려운 장르가 코미디예요. 멜로나 액션은 편집이나 음악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코미디는 출연 배우 간의 호흡으로만 스토리를 끌고 나가야 하거든요. 그럼에도 저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장르가 끌려요.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며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행복하거든요. ‘하트맨’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서, 좋은 코미디 영화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장르 특성상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요.
어떤 장르든 도전 의식을 갖고 임하는 편이에요. 코미디라고 해서 ‘무조건 웃겨야 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 코미디물도 정극처럼 진지하게 접근할 때 즉흥적인 재미가 살아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웃겨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영화의 톤에 맞춰 최선을 다할 때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는 ‘승민’을 연기했어요. 아이를 숨기고 연애를 이어가는 설정에 공감이 가던가요.
승민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큰 캐릭터예요. 이에 딸을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죠. 실제 눈앞에 문채원 배우와 같이 찬란한 사람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인공으로서는 공감되는 지점이 분명 있었죠. 하지만 실제 권상우라면 달랐을 거예요. 현재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관계를 이어나갔을 것 같거든요.
딸 역할을 맡은 김서헌 배우의 연기가 화제예요. 현장에서는 어땠나요.
영화가 예상보다 더 잘된다면 김서헌 배우 덕분일 거예요(웃음). 촬영할 때는 아역 배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냥 잘한다고만 느꼈죠. 그런데 시사회 반응을 보니 김서헌 배우의 대사에 관객들이 빵 터지더라고요. 김서헌 배우는 현장에서 굉장히 얌전하고 딱 그 나이대에 맞는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 성품과 연기가 영화에 그대로 담겨서 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 친구의 매력이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승민(권상우)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은 첫사랑 역에는 배우 문채원이 분했다.
“최다 키스신, 딸에게 혼날 수도”
문채원 배우와 유독 키스신이 많은 느낌이에요.맞아요. 제가 출연했던 작품 중 입맞춤 신이 가장 많았어요. 키스를 약간 몰아서 한 느낌이랄까요(웃음). 그래도 대부분 진지한 무드가 아닌 우당탕탕 키스의 느낌이라 낯 뜨겁진 않은 것 같아요. ‘하트맨’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저와 문채원 배우, 감독님 이렇게 셋이서 식사 자리가 있었어요. 당시 문채원 배우가 “키스신이 많아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문채원 배우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감독님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했었어요. 촬영장에서도 긴장을 많이 했고요.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신이 자연스럽게 풀렸고 마지막까지 즐겁게 촬영했어요. 문채원 배우가 역할에 잘 몰입해줘서 우당탕탕 하는 코미디적 리듬이 살아났고요. 노골적이기보다는 유쾌한 멜로를 찍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한 것 같아요.
최다 키스신에 대해 아내 손태영 씨도 알고 있나요.
아니요(웃음). 입맞춤 신이 많다고 100% 솔직하게 말하진 못했어요. 다행히 개봉 전에 아내가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영화를 보면 아내보다 딸에게 많이 혼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성공해야 해요. 하하.
결혼 후 가정을 꾸리면서 작품 선택에 대한 기준도 바뀌었나요.
첫째 아들 룩희가 이제 제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컸어요. 그래서인지 작품을 할 때마다 ‘이 영화를 우리 아이가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두 아이의 아빠가 되니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고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코미디와 감동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올해 데뷔 25주년이에요. 그간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늘 치고 올라가야 했던 배우예요. 대부분 신인 감독님의 작품을 했거든요. 대감독님이 저를 픽업하시거나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작품을 해본 적이 없어요. 또 다양한 작품을 하지 못해 배우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는 편이에요. 그 때문에 저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느낀 적도 있었죠. 이러한 환경과 관계를 통해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낀 것 같아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늘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고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은 불안과 결핍이 저를 움직이게 했어요. 더 열심히, 성실히 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거죠.
OTT나 드라마보다 영화에 더 집중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저는 영화 작업을 할 때 설렘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큰 화면으로 관객을 만나는 짜릿함도 있고요. 또 가끔 극장에 몰래 들어가 제 영화를 보곤 하는데,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 영화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요. 앞으로 다양한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결혼하고 아이 아빠가 되니 로맨스 장르가 잘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하트맨’은 더욱 고마운 작품이에요. 제 나이대에 로맨스 감성이 짙은 작품을 만나긴 쉽지 않거든요. ‘하트맨’은 코미디 장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맨스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하트맨’을 통해 제작사들이 ‘권상우, 아직도 멜로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시고 러브 콜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50대가 되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 분명 많은 것이 변화했어요. 과도기를 거치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연기’라는 걸 깨달았죠. 지금은 중심에서 멀어지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 같아요. 두려움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죠. 그래서인지 저는 코미디, 멜로는 물론 액션도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50대지만 여전히 열심히 운동하며 몸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벗을 준비는 다 됐고(웃음), 기회만 주시면 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하.
#권상우 #하트맨 #코미디영화 #여성동아
사진제공 수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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