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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독소 박멸하고 간을 되살리는 최고의 해독법”

‘닥터라이블리’ 최지영 피부과 전문의

정세영 기자

2025. 11. 18

소화 불량, 피로 누적, 반복되는 부기와 원인 모를 통증이 이어진다면 만성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체내 독소가 쌓여 발생하는 이 증상들은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닥터라이블리’로 알려진
최지영 피부과 전문의에게 독소에서 해방되는 법을 들었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생성한다. ‘미니 폭탄’으로 불리는 활성산소는 몸 안의 다른 물질들과 쉽게 결합해 세포를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노화, 즉 만병이 시작된다. 또 단백질을 변형시키고 유전자를 파괴해 암, 심혈관 질환, 뇌졸중, 당뇨병, 노화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이자 IFM(미국기능의학회) 기능의학 인증의인 최지영 씨는 “병 없이 젊음을 유지하려면 세포의 매연과도 같은 활성산소를 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몸속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 전문의는 “염증의 주범은 체내에 쌓인 각종 노폐물과 독소”라고 말했다. 

SNS에서 ‘닥터라이블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최지영 씨는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졸업 후 피부과 의사가 됐지만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발병해 줄곧 답답함을 느껴왔다. 게다가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해줄 것이 없어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뿐이었다. 신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배우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 끝에 디톡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십자화과 채소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십자화과 채소는 4장의 잎이 십자 모양을 이루는 식물을 칭한다. 배추·브로콜리·청경채·콜리플라워 등이 포함된다. 최지영 씨는 “십자화과 채소는 몸 안의 독소 배출을 돕고 활성산소도 처리해준다”며 “꾸준히 섭취하면 곳곳에 생긴 염증도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말했다. 



최지영 씨는 십자화과 채소를 보다 간편하게 먹기 위해 스무디 레시피를 개발한 뒤 SNS에 공유했다. 이에 피곤함과 무기력증 및 잔병 감소, 피부 개선, 다이어트 등 긍정적인 후기가 이어졌고, 십자화과 스무디는 이제 많은 이의 일상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제껏 배우고 탐구한 지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톡스 성능 떨어지면 노화 가속화

독소는 우리 몸에서 어떤 경로로 배출되나요.

독소는 크게 물과 친한 독소, 지방과 친한 독소 2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그 종류에 따라 배출 방법과 경로가 조금씩 달라지고요. 물과 친한 독소는 보통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됩니다. 지방에 끼어 있는 독소는 대변으로 나오고요.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도 대사가 되고 나면 암모니아라는 독성이 생성돼요. 우리 몸은 이 물질을 ‘요소’라는 독성이 약한 물질로 만든 뒤 소변으로 배출시키죠. 이처럼 신체에서 각종 역할을 하는 호르몬들은 그 기능을 다하면 비활성화하거나 소변 또는 대변 등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게 돼요. 

우리 몸은 독소를 내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거네요.

맞아요. 이를 디톡스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몸을 이루는 세포는 매연, 활성산소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신체 장기 중 ‘해독’ 하면 ‘간’이 떠오를 거예요. 간은 입으로 흡수된 독소들이 몸을 통과하기 전에 거치는 거대한 필터예요. 우리 몸에 생성된 노폐물과 호르몬도 간에서 해독 과정을 거치거든요. 이 시스템을 통과한 독소들 중 물과 친한 물질은 소변으로, 지방에 낀 독소는 담즙으로 이동한 뒤 대변으로 배출됩니다. 간, 담즙, 장이 함께 연계하며 독소가 배출되는 셈이죠. 또 미시세계(원자, 분자, 소립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입자들로 구성된 세계) 속에서도 해독 작용이 일어나요. 활성산소를 줄이는 ‘세포 디톡스’ 시스템이 구축돼 있거든요. 활성산소는 세포의 기능을 떨어트리고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글루타티온이 활성산소를 줄여 세포 디톡스를 돕는 핵심 역할을 하고요. 이처럼 세포와 신체의 기관들이 서로 힘을 합쳐 독소를 막아내고 있어요. 

닥터라이블리 최지영 전문의는 유튜브 ‘모어댄뷰티’를 통해 해독과 디톡스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닥터라이블리 최지영 전문의는 유튜브 ‘모어댄뷰티’를 통해 해독과 디톡스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디톡스 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나요.

독소들이 세포 내에서 많은 활성산소를 만들어내겠죠. 그러면 활성산소를 처리하는 시스템까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돼요. 이 같은 상황에서 세포는 급격한 기능 저하를 겪게 될 거고요. 결과적으로 디톡스 시스템의 성능에 따라 노화 속도가 결정되는 거죠. 노화를 늦춘다는 건 단순히 젊어진다는 뜻이 아니에요. 몸의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한 상태로 수명을 늘린다는 의미죠. 몸의 디톡스 시스템을 잘 구축해놓아야 해요. 

독소를 쉽게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십자화과 채소를 추천해요. 십자화과 채소는 세포 디톡스를 돕는 주요 물질인 글루타티온의 생성을 촉진하거든요. 십자화과 채소에는 우리 몸속 염증을 억제하는 설포라판이 함유돼 있어요. 또 항염증 및 항암, 만성질환 개선 등의 효과를 가진 글루코시놀레이트도 첨가돼 있습니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황이 포함된 특이 성분이에요. 글루타티온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죠. 이 밖에 십자화과 채소는 몸속 글루타티온이 간에서 해독 과정에 쓰일 수 있도록 돕고, 염증을 줄이며, 식이섬유로 변해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주는 역할까지 합니다. 우리 몸의 디톡스 시스템이 잘 운용될 수 있게 전방위적으로 돕고 있죠. 

십자화과 채소는 종류가 다양하고 맛의 호불호도 강해요. 누구나 간편하게 먹기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십자화과 채소에 대해 공부한 뒤 몸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직접 임상시험을 해봤어요. 처음에는 반찬 등 요리로 만들었는데, 매일 해서 먹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가장 손이 덜 가면서 영양소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스무디로 만들어봤죠. 각종 재료를 다듬은 뒤 믹서에 갈기만 하면 끝이잖아요. 한 번에 많은 분량을 만들어놓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스무디로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요. 사실 첫 달에는 별로 효과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꾸준히 마셔보자’ 하는 생각으로 6개월 정도 먹어보니 몸이 확실히 좋아졌어요. 그 전까진 이유가 불분명한 두드러기가 매일 났는데,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됐거든요. 스무디를 같이 마신 남편은 평생 달고 살던 비염이 다 나았고요. 이에 십자화과 채소가 분명 염증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서 레시피를 SNS에 공유하게 됐죠. 

내 몸을 되살리는 십자화과 스무디

스무디 제조법이 궁금해요.

제가 공개한 레시피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게 연두 스무디예요.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맛도 좋거든요. 아보카도 덕분에 목 넘김도 부드러워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요. 2L 기준으로 십자화과 채소인 양배추 300g, 브로콜리 200g을 비롯해 아보카도 3개, 레몬즙 90ml, 물 750ml를 준비합니다. 십자화과 채소의 효과를 잘 누리기 위해서는 조리 방식이 정말 중요해요. 삶으면 좋은 성분들이 물로 빠져나가 버리고, 생으로 먹으면 몸에 도움이 안 되는 성분들이 만들어지거든요. 따라서 십자화과 채소는 5분 이내로 쪄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먼저 양배추는 낱장을 분리해 5분, 브로콜리는 3~4분 찐 뒤 찬물 샤워를 해줍니다. 재료들의 맛과 색을 변화시키는 대표 요인은 열이에요. 십자화과 채소를 찐 뒤 찬물 샤워를 하지 않고 바로 갈면 채소에 남아 있던 열이 다른 재료의 맛을 변화시킬 수 있거든요. 특히 연두 스무디에서는 아보카도가 갈변되기도 하고요. 그러니 재료를 찐 후에는 꼭 찬물 샤워를 해줘야 합니다. 그 후 믹서에 넣고 아보카도와 레몬즙, 물을 첨가해 갈아줍니다. 단맛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알룰로스나 스테비아와 같은 감미료 혹은 꿀을 넣어도 좋아요. 당을 피하고 싶다면 대체 감미료를, 임신 중이거나 아이들과 함께 먹는 경우는 과일로 대신하고요. 개인적으로는 파인애플과 바나나를 함께 넣어 먹는 걸 가장 선호해요.

스무디는 언제, 몇 번 먹는 게 좋나요.

일단은 하루에 한 잔(250~300ml) 마시는 걸 추천해요. 하루 중 언제라도 좋습니다. 한 번에 한 잔을 다 마셔도 좋고, 식사 때마다 나눠서 먹어도 무방해요. 먹는 시간은 니즈에 따라 조절하면 될 것 같아요. 스무디에 거부 반응이 없다면 그 양을 조금씩 늘려가세요. 스무디는 특히 아침 식사로 안성맞춤이에요. 혈당을 천천히 올려주면서 포만감까지 지속시키거든요. 여기에 달걀 등 단백질을 곁들이면 훌륭한 아침 식단이 될 수 있어요. 혈당을 관리하는 분이라면 식사 전에 반 잔 정도 드시는 것도 도움이 돼요. 스무디 속 건강한 지방과 식이섬유가 혈당 스파이크를 잡아주거든요. 저와 같은 디저트 러버들은 식후에 마시는 걸 권장해요. 스무디는 농도가 진하기 때문에 밥을 먹은 후에 마시면 포만감이 장난 아니거든요(웃음). 배가 빵빵해져서 디저트를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재료를 갈아서 마시면 혈당이 올라가지 않나요.

혈당 상승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이 스무디는 재료 자체에 당 함량이 매우 낮아요. 과일이 포함된 버전들도 한 잔에 당류가 5g 정도고요. 게다가 십자화과 채소에는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하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실제 건강한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생과일과 갈아둔 과일을 섭취했을 때의 혈당 반응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있어요. 원물 그대로 먹는 것보다 갈아 먹었을 때 혈당 증가 폭이 더 낮았죠. 연구자들은 씨가 함께 갈릴 경우, 씨의 섬유질이 과일의 혈당 증가를 막아서 이와 같은 결과를 도출했을 거라고 추측했고요. 

스무디를 마신 뒤 가스가 차거나 설사하는 부작용이 있다고요.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계속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나요. 

보통 스무디를 처음 마신 분들이 이와 같은 증상을 호소해요. 그래서 이들의 식단을 살펴봤는데, 대부분이 평소 채소를 섭취하지 않았더라고요. 신체 기관인 장에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먹고 사는 장내세균들이 존재해요. 만약 그간 채소를 거부했다면, 채소를 소화해낼 수 있는 장내세균이 체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스무디를 먹게 되면 채소가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채 장에서 부패해요. 이 과정에서 가스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요. 때문에 스무디를 마신 뒤 가스가 차거나 설사, 간혹 변비가 생기곤 합니다. 평소 채소를 많이 먹지 않는 분이라면 하루에 반 잔 정도를 드신 뒤 증상을 확인해보세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스가 안 생기는 용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양을 늘리는 거예요. 몸이 새로운 음식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하니까요. 

최지영 전문의는 전국 각지에서 노화를 예방하고 독소를 배출하는 방법에 관해 강의, 강연을 하고 있다. 

최지영 전문의는 전국 각지에서 노화를 예방하고 독소를 배출하는 방법에 관해 강의, 강연을 하고 있다. 

스무디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도 있나요.

갑상선이 안 좋은 분들이요. 십자화과 채소에는 갑상선 기능을 억제하는 고이트로겐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거든요. 고이트로겐은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인 요오드가 갑상선에 흡수되는 걸 방해하기도 하고, 갑상선 호르몬 생성 효소를 억제하기도 해요. 하지만 십자화과 채소에 열을 가하면 이 성분은 없어집니다. 이전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 논문에 따르면 요오드 섭취가 충분하고, 십자화과 채소를 다량 먹는 게 아니면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거든요. 또 신장이 안 좋은 경우는 포타슘 섭취를 주의해야 해요. 채소에는 포타슘이 다량 포함돼 있어요. 병원에서도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채소 섭취를 제한하라고 권고하거든요. 다만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사구체여과율(GFR) 수치가 45 이하라면 포타슘 섭취량에 제한이 없으니 스무디를 드셔도 괜찮습니다. 

스무디를 아이들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스무디 재료가 곧 이유식 재료예요(웃음). 저희 아이도 이유식 도입기에 음식별 알레르기 테스트를 한 뒤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고 함께 먹고 있어요. 다만 알룰로스, 스테비아와 같은 대체당은 임산부, 어린아이들의 장기적인 안정성이 확립되지 않았어요. 따라서 임신 중이거나 아이들과 함께 먹을 때는 과일로 단맛을 조절하는 걸 추천해요. 7~8개월 아기의 경우 1회에 2큰술(30ml)로 시작한 뒤 양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좋아요. 9개월 된 저희 아기는 요즘 2큰술을 2회 먹고 있어요. 돌이 지난 아이들은 시중에서 파는 과일주스와 비슷한 용량인 100~120ml 정도를 간식으로 먹이면 좋고요. 아이가 가스가 차지 않고 변의 양상이 건강한 선에서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독혁명 #그린스무디 #닥터라이블리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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