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수시 논술 전형은 전국 44개 대학에서 실시된다. 선발 인원은 약 1만2559명, 평균 경쟁률은 43.45:1로 전년(42.52:1)보다 높다. 인문 논술 중에는 국민대 경영학전공(321.64:1), 한양대 정치외교학과(305.5:1)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05.2:1) 등이 300:1을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논술에 많은 학생이 몰리는 이유는, 내신이나 수능으로 원하는 대학 진학이 어려운 수험생들에게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만큼이나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방향을 잡지 못한 학생에게는 ‘허공에 던지는 카드’가 되기 십상이다.
서울 대치동에서 20년 넘게 논술을 가르쳐온 전경훈 ‘나무는 꿈꾸는 삶의 은유다’ 학원 원장은 “논술이 버리는 카드가 되지 않으려면, 문제를 ‘글쓰기 시험’이 아니라 ‘논리적 소통의 시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000년대 초 이투스 논술 일타강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20년 넘게 대치동에서 대입 인문 논술을 전문으로 가르치고 있다. 입소문을 통해 제주·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매년 겨울·봄·초여름 3차례 논술 간담회를 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논술 강사, 업계 관계자도 참석하는 간담회는 단순한 설명회를 넘어 전 원장이 자신의 수업과 논술 교육 방향을 스스로 검증하는 장이기도 하다. 전 원장은 “논술은 수학처럼 논리의 규칙 위에서 사고를 전개하는 시험”이라며 “제시문 속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의 일관성과 타당성을 증명하는 힘이 본질”이라고 말한다. 전경훈 원장을 만나 대학별 출제 유형과 이에 대비한 공부법을 들었다.
논술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논술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제가 이해하는 논술은 ‘이성 간의 소통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이에요. 공론의 장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고와 논리를 전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죠. 논술 문제는 제시문과 그에 대한 물음, 이 2가지 요소로만 구성됩니다. 수험생과 채점자가 공유하는 정보는 오직 그것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배경지식이나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제시문 안에서 주어진 정보를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능력입니다. 논술은 수학과도 닮았습니다. 수학이 논리적 규칙 위에서 사고를 전개하듯, 논술 역시 ‘합리적 사고의 규칙’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다만 그 논리는 공식처럼 단순하지 않고,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살아 있는 소통의 형태’죠. 수험생은 제시문과 논제를 바탕으로 논리적 일관성과 타당성을 증명해 채점자의 동의를 얻어내야 합니다.
초등 시기는 경험과 언어의 확장이 우선
논술은 언제, 어떻게 배우는 게 좋을까요.많은 학부모님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독서나 논술을 시키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초등학생 시기에 논리적 글쓰기를 가르치는 건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에는 논리보다 경험과 언어의 확장이 우선이에요. 헬렌 켈러의 자서전에서도 보듯, 지적 성장의 초기 단계는 내면의 감정을 포착하고 세밀히 언어화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라 ‘노을이 바다에 번지는 붉은빛’처럼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언어 감각이 자랍니다. 어른들의 선입견으로 어려운 책을 억지로 읽히거나, 서론-본론-결론 같은 글쓰기의 틀을 기계적으로 가르치면 오히려 사고가 갇히게 됩니다. 글은 경험의 확장이자 읽기의 연장이어야 합니다. 논술은 사춘기 이후, 아이가 추상적 사고와 타자 의식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부터 가르치는 게 좋습니다.
그럼 대입 논술 준비는 언제 시작하는 게 적절할까요.
어떤 학생은 파이널 기간에 시작해도 합격하고, 어떤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해도 부족합니다. 논술은 언어 기반의 논리 훈련이기 때문에, 학생의 국어력·사고력·성실성 등에 따라 출발선이 다릅니다. 또 대학별로 출제 의도와 요구 능력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는 글자 수 제한이 없어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지만, 고려대는 700자 제한 안에서 논지를 압축해야 합니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할까’보다 ‘우리 아이가 어느 대학의 문제 유형에 적응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겁나다. 일반적으로는 고2 겨울방학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어 성적과 논술 실력은 비례하나요.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수능 국어 1~2등급 수준이라면 언어의 맥락을 파악하는 기본기가 잘 잡힌 상태죠. 그렇다고 자동으로 논술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에서 사칙 연산을 잘한다고 기하나 미적분을 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능 국어가 정답을 ‘찾는 시험’이라면, 논술은 그 이유를 ‘만들어내는 시험’입니다. 국어 실력이 좋다는 건 논술을 잘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조건이지만, 실제 성취는 논리적 훈련의 결과입니다. 반대로 논리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학생이라면 국어 성적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논술을 제대로 배웠는데 국어가 약하다면, 그건 성실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입 시험에서 논술 전형 경쟁률이 유독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시에서 원하는 대학을 노리기 힘들어진 학생들이 논술로 몰리면서 경쟁률이 급등했습니다. 담임교사나 컨설턴트들이 “논술 한번 써보자”고 권하는 경우도 많아, 준비가 덜 된 학생들까지 지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논술은 단기간 벼락치기로 대비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닙니다. ‘경쟁률이 낮은 대학’을 찾기보다, 본인의 절대 실력과 경쟁자들의 수준을 고려해서 지원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출제 유형 정형화된 고려대·성균관대, 낯설어서 어려운 서강대
각 대학 인문 논술의 특징과 핵심 포인트를 짚어주신다면요.연세대와 고려대의 논술은 양상이 완전히 다릅니다. 연세대는 한 문제를 2시간 동안 풀며 글자 수가 많아 시간 압박이 심한 반면, 고려대는 두 문제를 80분간 풀지만 영어 제시문이 없고 구조도 단순해 연세대보다 체감 난도가 낮은 편이죠. 경쟁군도 다릅니다. 연세대 논술은 수능최저학력기준 부담이 없기 때문에 재수생·편입 준비생들까지 응시합니다. 현역은 수능 공부와 병행이 어려워 구조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되죠. 고려대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높아 수능을 잘하는 학생들이 지원하지만, 의외로 이런 학생들이 논술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술을 ‘암기과목’처럼 접근하기 때문이에요. 서강대는 매년 출제 유형이 달라 학생들이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반면, 성균관대는 유형이 거의 고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안정적인 성균관대를 선호하지만, 실제로는 서강대가 ‘효율’ 측면에서 더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각 대학의 출제 경향이나 채점 기준도 짚어주세요.
많은 분이 출제 경향을 궁금해하시는데요. 기본 틀은 매년 모의 논술을 통해 예고되며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경향을 따지는 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데이터 제시문이 많아졌다’는 말도 있는데, 꽤 오래전부터 그랬습니다. 채점은 표현·구조·독해와 추론 능력 세 축으로 하며, 대학마다 비중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 틀을 벗어나진 않습니다. 논술 유형의 차이를 수학 단원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공통수학이 ‘표현·구조·독해’라면, 대학별 논술은 미적분·기하·확률과통계처럼 세부 단원인 셈이죠. 기본기가 탄탄한 학생일수록 어떤 대학이든 적응이 빠릅니다. 다만 단원마다 접근 방식이 다르듯 대학별 문제에도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수능 이후 논술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경희대는 예시 답안을 중심으로 구조와 표현을 연습하면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므로 처음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와 고려대 역시 유형이 정형화돼 있기 때문에, 최소 3개년 기출의 예시 답안을 분석해 공통된 구조와 표현 패턴을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첨삭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아요. 서강대는 유형이 고정돼 있지 않아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은 반면, 이화여대는 국어 추론력이 있다면 혼자 준비해도 가능합니다. 외대와 중앙대도 글자 수가 적고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예시 답안을 참고해서 기본기를 쌓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중앙대는 제시문을 바탕으로 ‘추론’해야 하는 단계가 추가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논리 구조를 짚어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외대는 시험을 보고 나오는 학생들이 다 쉬웠다고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죠. 학생들이 ‘OX식 사고’에 익숙해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전경훈의 특징을 말하라’는 질문에 ‘남자다’ ‘논술 선생이다’라고 답하는 건, 틀리진 않았지만 논리적이라곤 볼 수 없죠. 외대는 특히 표현력을 중시합니다. 1등급 안에서도 문법, 문장 간 연결, 표현의 완성도가 승부를 가릅니다. 급하게 준비하더라도 예시 답안을 통해 문장 스타일을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국민대와 한양대 논술은 어떤가요.
국민대는 약술형 논술, 즉 ‘서술형 수능’에 가깝습니다. 문제 자체가 쉬워 보여서 현역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지만, 실제로는 빠른 시간 안에 핵심 개념을 파악하고 명쾌하게 서술하는 능력이 필요한 고난도 시험입니다. 수능형 사고가 완벽히 작동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한양대 인문사회계열 논술은 한 문제만 냅니다. 채점 등급이 큼지막하고, 1등급을 받는 학생이 정원의 몇 배수가 되기 때문에 논술이 당락의 절대적인 요소가 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올해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신설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진 점이 합격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 2곳 시험 치른다면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맞춤법, 글씨체 등이 점수에 영향을 미치나요.어느 채점자도 글씨 자체로 점수를 매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씨로부터 무의식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읽히는 글씨’를 써야 합니다. 맞춤법 역시 기본 어휘, 예를 들어 ‘개발/계발’ 같은 표현은 반드시 구분할 정도가 돼야 합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빈번하게 틀릴 경우 묶어서 감점될 수 있습니다.
논술 시험과 관련된 유의 사항이 있다면요.
대학마다 볼펜·수정펜 허용 여부, 표식 제한 등에 관한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시험 전날 반드시 대학별 유의 사항을 읽어야 합니다. 이걸 놓쳐 채점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입실 시간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은 오후 1시에 시작하지만 12시 30분에 입실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하루에 대학 2곳에서 논술을 치르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주말 시위나 교통 정체 등으로 시간이 지체될 수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시험장에선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을까요.
논술은 겉으로 보기엔 경쟁률이 높지만, 사실상 ‘허수’ 비율이 80~90%에 달합니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학생이라면 경쟁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논술을 꾸준히 준비하지 못했다면, 수능 이후 남은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현역 학생들은 N수생에 비해 학습 루틴이나 집중력 면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수많은 학생을 보고 주눅 들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가 너무 어렵다면 ‘다 어렵겠구나’ 생각하세요. 서강대는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학생이 합격한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알려준 공식과 팁은 다른 학생들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건 기본값이에요. 제시문 독해와 문단의 구조, 표현의 완성도 등의 면에서 경쟁자들보다 한 단계 더 깊이 파고드는 변별력이 필요합니다. 남은 기간에는 이런 차이를 만드는 데 집중하길 바랍니다.
#논술 #고려대 #성균관대 #국민대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뉴스1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