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본부장
특히 올해 들어 미국 등 해외주식형 ETF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국내에 상장된 ETF 중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의 순자산은 올 2월 초 30조원을 넘어서더니 5월 말 40조 원을 돌파했다. 11월 12일은 56조813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순자산 증가 상위 10위 중 8개도 모두 미국 주식형 ETF였다. 국내 주식형 ETF 보다 해외 주식형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자산도 몰린 것으로 보인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9%)를 기록한 반면 해외 주식형 ETF는 32%에 달했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를 거머쥔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형상)’에 따라 ETF 시장에도 이목이 쏠렸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본부장은 “트럼프 수혜 ETF가 분명 존재하지만 당장 2~3개월 뒤에도 ‘수혜’ 업종은 달라질 수 있다”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지적했다. 이어 “정치와 정책에 좌우되지 않는 튼튼한 비즈니스 구조와 기술력을 가진 종목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노믹스 이후의 변화를 예측하기보다는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 김 본부장을 만나 요동치는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ETF 투자법에 대해 들어봤다. 아울러 그가 귀띔해준 트럼프 수혜 업종도 함께 전한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됐지만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내년에도 변동성은 계속 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요 변수로는 트럼프 정부, 미국 기준금리, 유럽과 중국의 경기침체 여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할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관세 강화, 규제 완화, 불법이민철폐 등의 정책 시행 여부에 증시 변동성이 달려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금리 인하를 시급한 과제로 제시한 만큼 미국 기준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관심도 몰립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9월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두 차례 연속 0.25%씩 인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관찰하는 실물 지표들이 재차 상승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재정정책 우려와 함께 증시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 주요국들이 경제성장률 둔화와 재정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부자 중심의 역대급 증세 정책을 발표했고, 중국도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 압력을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며 어려움을 계속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트럼프 2기’ 수혜 받을 ETF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정부 예상 정책과 전략에 맞춰 다섯 가지(T.R.U.M.P)를 키워드로 선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보호무역주의(Trade protectionism)입니다. 관세 부과와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폐지 등이 골자죠. 이에 미국 내수 소비를 책임지는 중소형주와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밸류체인(GPU, 파운드리, 장비, 종합반도체 등)에 관한 ETF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됩니다. 두 번째로 규제완화(Regulatory relaxation)를 통한 AI투자 촉진 및 법인세최고세율 15% 인하 정책이 예상됩니다. 미국 빅테크 M7과 브로드컴, TSMC, AMD 등 신흥 강자, 미국 상업은행, 투자은행 등 대표 금융주의 활성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반사이익(Unexpected benefits)입니다. 중국이 아닌 인도가 새로운 공급망 중심으로 주목 받으며 인도 대표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조선업에서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우리나라 LNG, LPG 조선업도 수혜업종으로 꼽힙니다. 네 번째는 제조업 강국(Manufacturing)으로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와 에너지 자급자족 강조에 따른 미국 방산, 항공우주, 제조, 건설 기업 및 석유, 원유, 가스 등 정통 에너지 기업들의 호재가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전력인프라(Power)입니다. 전 세계 전력공급난 속 미국 내 전력인프라 밸류체인 핵심 기업들과 전력 설비의 핵심인 변압기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정부 수립 후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은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인 만큼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힘들어질 수 있어요. 그런데 주가는 정책 하나만으로 결정되지도 않습니다. 거시경제 환경을 포함해 각종 경제지표, 기업 실적, 투자자 수급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반영됩니다. 올해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좋았던 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대만입니다. TSMC 성장의 영향이 컸죠. 결국은 펀더멘탈, 즉 근본적인 가치가 훌륭한 기업과 나라는 내년에도 괜찮을 것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실행 여부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가별로 관세부과를 논의하고 있지만 결국 관세는 물가상승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추진 정책이 실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트럼프 1기 행정부 집권 당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태양광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가장 좋았으며, 바이든 행정부 첫 해에는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전망했지만 유가가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이미 대선 기간 동안 당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에 선반영 됐기 때문이에요. 이렇듯 정부의 추진 정책이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트럼프가 당장 내일 북한을 간다고 하면 증시는 또 격동하겠죠. 호재, 악재의 문제가 아니라 변동성을 키우는 이슈가 어디서 어떻게 불거질지 모릅니다.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주장함에 따라 방산 ETF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결국은 트럼프 2기 정책의 실행 가능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았을 때 2017년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은 양국의 패권싸움으로 확대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호무역주의인데 국내 방위산업체도 수혜를 볼 수 있을까요.
국내 방산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수혜 산업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국방 강화에 대한 트럼프 2기의 막대한 정부지출이 미국 기업들에만 집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독자적인 기술 확보가 국내 방산 기업들의 내년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조선업의 경우 실제 기술력이 있으니까 콕 집어서 협력하고 싶다고 연락한 것처럼 국내 방산 기업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예측 아닌 대비하는 투자에 집중
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업종엔 무엇이 있을까요.2025년을 생각해보면 현재 AI와 관련된 미국 빅테크, 미국 반도체와 AI 전력난이 촉발한 미국의 전력 인프라 산업은 정책 변화와 관계없이 내년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들은 경제학에서 설명하는 전형적인 ‘공급부족&수요확대’ 구간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가격 결정력’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미국 금융 산업도 실적이 견조하고 트럼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만큼 긍정적으로 전망됩니다.
국내에도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AI전력난에 따라 글로벌 설비 시장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변압기 설비 기업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트럼프 2기 수혜 산업으로 국내 바이오, 조선, 방산 산업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정책 불확실성 또한 존재합니다. 결국 성장이 있는 곳에 기업 실적이 있고 주가 상승이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 중 긍정적인 곳이 있다면요.
인도입니다. 인도는 연 7~8%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세계 5위 경제대국입니다. 젊고 풍부한 노동력, 친기업 성향의 모디 총리 그리고 미국 빅테크 기업의 투자 러시 등으로 투자 매력도 또한 높습니다. 물론 인도도 미국 관세부과정책을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트럼프 2기 정부의 중국 디커플링(무역과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분리 또는 차단)에 따라 신공급망 중심국가로 인도를 주목해야 합니다.
ETF 투자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해요. 심지어 S&P500 지수도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상당수가 팬데믹 이후에 증시에 참여했습니다. 좋은 장이 계속 이어지던 시기죠.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예측하는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비하는 투자를 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ETF 뿐만 아니라 투자 전반에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이번 미국 대선을 예로 들자면 누가 당선될지를 추측하며 정치성 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베팅을 했지만요(웃음). 누가 돼도 시장의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 합니다. 최근 2~3년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자산시장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금리였습니다. 전문가와 투자자 대부분은 2023년 5월경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까지 이어지며 5.25~5.50%까지 상승했죠. 올해 9월에서야 금리가 인하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금리’라는 변수에 의한 증시 변동성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장을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어요. 앞서 말한 트럼프 수혜주로 부흥한 업종도 3개월 뒤 침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비가 가능한가요.
자산 배분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라 가려들을 수 있을 만큼이요.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도 여전히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전날 미국장을 정리해주는 채널 2~3개를 봅니다. 중간 중간 캡처도 하고 메모도 하면서 생각을 갈무리해요. 이때 어느 종목에 투자하라는 말을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최근 부흥하는 산업이나 시장 흐름을 계속 살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ETF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몸이 건강하려면 영양소 밸런스가 중요하듯이 포트폴리오의 건강을 위해서는 자산을 분산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겹치지 않게 3~4개를 구축해 다양하게 배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 나면 경기에 민감한 종목부터 터질 텐데, 그럴 때 금리형 ETF나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방어가 됩니다. 단기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종목 간에 밸런스 유지가 되는 것이죠. 또 목표 수익률과 함께 손실율도 미리 정해야 합니다. 마이너스 10%를 내적 하방선으로 정했다면 단호하게 손절해야 해요. 내일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며 버티는 경우가 많은데 차익 실현처럼 손절도 과감히 결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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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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