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연말 재계는 긴장 모드에 돌입한다. 해마다 돌아오는 인사 시즌이지만 비정규직인 임원들의 긴장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위로 오르거나 집에 가거나 둘 중 하나. 무역 시장의 블록화, 끝 모르는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아래 이뤄지는 이번 인사를 분석해보면 각 기업이 2023년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여성 임원들의 향방은 취업 준비생들의 진로 선택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
2022년 연말 인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단연 여성 인사들의 약진이다. 5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중 현대차를 제외한 4개 그룹에서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주요 기업들의 인사와 함께 여성 임원의 탄생 배경을 알아봤다.
우선 삼성전자부터 살펴보면 “여성도 사장까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전 지론이 11년 만에 현실화됐다. 주인공은 이영희(58)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 실장(사장). 그는 삼성그룹 전체를 통틀어 비(非)오너 일가 출신의 첫 여성 사장이다. 이영희 사장 이전 삼성그룹 내 여성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이영희 사장은 유니레버코리아, SC존슨코리아, 로레알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2007년 삼성전자에 상무로 입사했고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세계적인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13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LG는 이정애(59) LG생활건강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정애 사장은 LG생활건강 최초 공채 출신으로, 2015년에도 공채 출신으로는 최초로 여성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의 핵심 사업부인 생활용품, 화장품, 리프레시먼트(음료)를 두루 거치며 여러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그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원·부자재 부담 증가라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는 11번가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여성 대표로 임명했다. 11번가 최초의 여성 대표이자 SK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가 탄생한 것이다. 안 대표는 e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쿠팡, LF를 거쳐 2018년 11번가에 합류했다. 그의 앞에 주어진 주요 과제는 내년 준비 중인 기업공개 성공을 위한 실적 개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그룹도 여성 대표이사를 역사상 최초로 발탁했다. 이선정(45)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그룹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이선정 대표는 1977년생으로 2000년 한국미니스톱 MD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6년 CJ올리브영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업계 내 ‘상품 전문가’로 명망이 높은데, 유망 뷰티 중소기업을 발굴해 상품화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건설 부문의 재무 부담,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 유통 계열사 매출 부진, 홈쇼핑 송출 중단 등 연이은 악재 여파로 다른 그룹사들보다 늦은 12월 15일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도 높은 쇄신을 내세운 가운데 김혜주(52) 신한은행 상무가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로 보임됐다.
김혜주 대표는 2018년 선우영 롭스 대표에 이어 롯데의 두 번째 여성 대표이자, 외부 인사로는 첫 번째 대표가 됐다. 김 대표는 빅데이터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2003년 SK텔레콤에 입사해 IBM코리아, 삼성전자, KT를 거쳤다. 2020년부터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부문장과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로 지내다 이번에 대표가 되면서 롯데로 적을 옮겼다.
하지만 이런 여성 최고위 임원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명제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취업인구 중 여성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박주근 대표는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중간 관리직, 신입 사원의 여성 비율이 높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여성 직원 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며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0년 국내 150개 주요 대기업의 고용 인원 중 여성 비율은 24%로 4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내 5대 그룹 최고위급 임원 인사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대표 자리에 오른 여성 인사의 대부분이 외부 인사라는 점이다. 흔히 한국의 기업들은 공채로 채용한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순혈주의’가 강해 더욱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대한 박주근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여성 임원은 LG 이정애 사장 같은 공채 출신 기술직과 삼성 이영희 사장으로 대표되는 외국계 기업 마케팅 분야 경력직 출신으로 나뉩니다. 두 사람을 대비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 거죠.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여성 공채를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를 많이 스카우트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경로로 채용된 인사들이 임원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 2022년 8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은 1668명으로 약 5.2%에 불과하다. 이번 인사로 여성 임원의 수는 조금 늘어나겠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5.6%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여성 임원을 향한 ‘유리천장’은 두껍고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계인사 #여성임원 #파워우먼 #여성동아
사진제공 11번가 CJ LG생활건강 롯데그룹 삼성전자
2022년 연말 인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단연 여성 인사들의 약진이다. 5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중 현대차를 제외한 4개 그룹에서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주요 기업들의 인사와 함께 여성 임원의 탄생 배경을 알아봤다.
주요 대기업에서 탄생한 최초 여성 대표들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 실장(사장).
이영희 사장은 유니레버코리아, SC존슨코리아, 로레알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2007년 삼성전자에 상무로 입사했고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세계적인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13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
롯데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건설 부문의 재무 부담,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 유통 계열사 매출 부진, 홈쇼핑 송출 중단 등 연이은 악재 여파로 다른 그룹사들보다 늦은 12월 15일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도 높은 쇄신을 내세운 가운데 김혜주(52) 신한은행 상무가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로 보임됐다.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
여성 인사 약진,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여성 임원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 “자본시장법 개정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2020년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제165조의 20)은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하나의 성(性)만으로 구성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적 강제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여성 임원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통계적으로 여성 임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사외이사를 두는 등 실질적인 개선은 아직 미진한 상태”라고 분석했다.하지만 이런 여성 최고위 임원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명제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취업인구 중 여성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박주근 대표는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중간 관리직, 신입 사원의 여성 비율이 높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여성 직원 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며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0년 국내 150개 주요 대기업의 고용 인원 중 여성 비율은 24%로 4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내 5대 그룹 최고위급 임원 인사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대표 자리에 오른 여성 인사의 대부분이 외부 인사라는 점이다. 흔히 한국의 기업들은 공채로 채용한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순혈주의’가 강해 더욱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대한 박주근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여성 임원은 LG 이정애 사장 같은 공채 출신 기술직과 삼성 이영희 사장으로 대표되는 외국계 기업 마케팅 분야 경력직 출신으로 나뉩니다. 두 사람을 대비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 거죠.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여성 공채를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를 많이 스카우트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경로로 채용된 인사들이 임원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 2022년 8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은 1668명으로 약 5.2%에 불과하다. 이번 인사로 여성 임원의 수는 조금 늘어나겠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5.6%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여성 임원을 향한 ‘유리천장’은 두껍고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계인사 #여성임원 #파워우먼 #여성동아
사진제공 11번가 CJ LG생활건강 롯데그룹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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