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59)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아내 김미경(58) 서울대 의대 교수를 만났다. 이들 부부가 함께 인터뷰에 임하는 건 안 후보가 2017년 19대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이후 처음이다. 안 후보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 첫 번째 도전이었던 18대 대선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의 단일화를 위한 사퇴로 끝났고 19대 대선은 득표율 21.41%로 3위를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부터 활발히 선거 운동에 임하며 적극적인 내조를 펼쳤다. 서울대 캠퍼스 커플로 시작해 40년 가까이 함께한 둘은 지금도 여전히 서로 존댓말을 사용할 만큼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인터뷰 동안 둘은 차분히 자신들의 생각을 밝혀나갔고, 상대가 말할 때엔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경청했다.
안 후보는 세 번째 대권 도전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며 “인생은 삼세판이 아니라 무한도전이다. 사실 삶에서 도전이 세 번만 있겠나. 항상 두려움을 안고 출발선에 서는 마음이다. 설레고 두렵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모른다.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 의사이자 사업가, 교육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0년 만 28세의 나이로 단국대 의대 최연소 전임강사에 임용돼 학과장까지 역임했다. 1995년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현 안랩)’을 설립해 ‘한국의 빌 게이츠’라고 불릴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때문에 안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다고 했을 때 흔히 ‘진흙탕’으로 비유되는 정치판에서 그가 쌓아온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정치를 시작한 걸 후회한 적은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마음 편하게 살면 그게 과연 좋은 삶일까요.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고 ‘나만 편하게 살면 되지’라고 생각한다면 정치를 할 이유가 없죠. 고통 받는 이웃들, 우리 아이가 살아갈 대한민국이 더 좋아지길 바라서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힘들 때도 많았죠. 그래서 바티칸에 가서 추기경 한 분을 만나 제가 의사, 경영인 등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게 좋을지 계속 정치를 하는 게 나을지 고민을 털어놨어요. 그분이 작은 소책자를 줬는데 정치에 대해 이런 말이 쓰여 있더라고요. ‘정치란 가장 순결한 형태의 자선이고 봉사다.’ 이 말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이룬 것도 많았고 편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정치라는 진흙탕 속에 몸을 던져 온통 진흙을 묻히고, 모욕당하고 비아냥 받으면서도 사회를 위해 재능을 쓰는 순수한 진심이 담긴 형태. 그러한 봉사의 마음이 정치라는 깨달음에 용기를 얻었죠.”
아이가 스스로 어려운 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
2017년 대선 당시 도보유세에 나선 안철수 후보 부부와 딸 설희 씨.
안 후보는 “내심 자랑스러웠을 것 같다”는 질문에 “사실 주위에서 가까운 사이인 줄 알았는데 아이가 그런 성과를 낸 걸 뉴스를 보고 알아야 하냐며 원망하는 소리가 많았다”라며 미소 지으면서도 “그래도 딸이 열심히 해서 성취한 것이지, 내 업적이 아니지 않나. 딸은 딸의 인생이 있는 것이고 우린 우리대로 부모의 인생이 있는 것이니 더 자랑스러운 부모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김미경 부부가 말하는 설희 씨는 ‘참 따뜻한 사람’이다. 김 교수는 “설희는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함께 어울리기를 잘하는 아이”라고 했다. 또 “너무 소문나면 아이에게 부담되니까 설희가 자신의 일을 조용히 해나갔으면 했다”라면서도 “솔직히 설희가 그런 논문을 쓰지 않을까 기대는 했지만 그렇게 빨리 쓸 줄 몰랐다”며 자랑스러움을 나타냈다.
부부만의 교육 비법에 대해 김 교수는 “솔직히 설희가 힘들게 자란 건 아니고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때문에 더 걱정이 컸다”라며 “그래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막아주거나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 오래 걸려도 스스로 해결하게 뒀다. 그래야 부모가 세상에 없더라도 잘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대학 시절 의료 봉사하다 처음 만나,
위급한 의료 상황 되면 힘 보태야 한다 생각
2021년 9월 19일 서울 중구 보건소에서 PCR 검사 의료봉사 중인 안철수 후보와 김미경 교수.
두 후보 모두 의혹 있는데
진실 모르고 투표하도록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 아냐
12월 6일 안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닥치고 정권교체가 아니라 더 좋은 정권교체가 돼야”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안 후보는 타 후보에 비해 자신이 갖는 강점에 대해 “너무 많다”고 웃으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저는 회사를 만들어서 돈을 벌어보고 직원들 월급을 줘본 사람입니다. 다른 후보는 국민 세금으로 돈을 쓰기만 했던 사람이죠. 국가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건 제가 제일 잘할 자신이 있어요. 두 번째, 지금 한국은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과학 기술밖에 없죠. 우리가 다른 성장 동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과학 기술의 트렌드, 이해에 대해선 저를 따라올 후보가 없어요. 또 한 가지는 방역입니다. 코로나19가 다음 대통령 임기 초기에도 기승을 부릴 테고 임기 중엔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올 겁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사스,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신종플루,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메르스, 문재인 대통령 때 코로나19 등 매번 다른 형태의 감염병이 찾아왔죠. 때문에 방역을 잘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감염병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나라가 다른 나라를 앞설 수 있기에 큰 위기이자 기회가 되기 때문이죠.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제가 정부에 제안했던 것들이 결과적으로 다 맞았습니다. 확진자가 7천 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정부는 전혀 대비가 안 돼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어요. 이런 점만 봐도 제가 이 시대에 적합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20대 대선의 대권 구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12월 13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8%포인트)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5.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9.7%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안 후보는 3.2%의 지지율을 나타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하지만 안 후보는 “일단 두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아직 풀리지 않았고, 능력도 부족하다”라며 “만약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범죄자고, 몰랐다면 역사상 가장 무능한 행정가다. 그리고 윤 후보는 평생 검사로 산 사람이라 대통령으로서 다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피력했다.
안 후보는 양대 후보 대결 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12월 6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회동을 갖고 ‘쌍특검’ ‘연금 개혁’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정당의 공조에 일각에서는 ‘제3지대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안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각자의 이념과 정체성이 뚜렷합니다. 우리는 중도고 정의당은 진보죠. 민주당은 가짜 진보고요. 그래도 현안에 대해서 생각이 같으면 공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두 후보에 대해 모두 의혹이 있는데, 진실을 모르고 투표를 하게 하는 건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연금 개혁은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니 양대 정당 후보들이 이에 대해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을 같이했고요. 정치공학적인 연대는 전혀 아닙니다.”
※안철수 김미경 부부의 풀 인터뷰는 여성동아 1월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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