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고 돌아 어쩌면 운명!

지디와 제니의 인연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제니가 YG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때는 2010년 여름이지만 당시는 지디가 한창 빅뱅 활동과 GD & TOP 유닛 활동으로 바쁠 시기라 아이돌 연습생과 톱스타의 접점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두 사람은 2012년 지디의 솔로곡 ‘그XX’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하게 됐다.

특히 제니에게 지디는 연인 감정 이전에 존경하는 대선배였다. 지난 2018년 제니의 디지털 싱글 앨범 ‘솔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드래곤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듣자 제니는 “지드래곤 선배와 비교를 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칭찬”이라며 기뻐했다. 이어 “지드래곤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생각할 때도 있다. 앞으로 그 길을 잘 밟아서 ‘여자 지드래곤’이란 타이틀을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런 제니에게 같은 소속사, 그것도 존경하는 선배와의 공개 연애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터. 두 사람의 한 측근은 언론을 통해 “서로의 친구들에게 남자 친구, 여자 친구로 소개했고 함께 만나기도 했다. 다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열애를 인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며 “두 사람 모두 열애 인정 후 공식적으로 ‘누구의 여자 친구’ ‘누구의 남자 친구’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고 전했다.
# 지디만의 연애 패턴이 있다?

이번 제니와의 열애설 보도에도 YG는 “아티스트의 사생활에 대해 회사가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고 팬들은 이게 오히려 YG식 인정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흔히 말하는 YG식 인정의 포인트는 애매모호함이다. 지금은 부부가 된 빅뱅의 태양과 배우 민효린의 열애설 때는 “태양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사실이면 축하한다”고 대응해 팬들에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안겼으며, 2019년 새해 첫날 제니와 엑소 카이의 열애 기사가 공개됐을 때는 “SM에서 입장을 낼 것”이라며 상대방 소속사에 폭탄을 넘겼다.
결국 팬들은 소속사의 공식 입장과 상관없이 이번에도 직접 매의 눈으로 증거 찾기에 나섰다.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이 담긴 직접적인 사진은 드러난 게 없지만 소소한 퍼즐 조각은 제법 맞춰지고 있다. 연애할 때의 지디는 연인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사랑꾼 스타일이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며 “내가 쓰는 곡들을 처음으로 들려주고 싶고 그걸 듣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연인과 소소한 교감 나누길 좋아하다 보니 열애를 암시하는 소위 ‘떡밥’도 많은 편이다.

지디 누나인 권다미는 블랙핑크 멤버 중 제니만 팔로하고 있다.

지디가 착용한 알파벳 ‘J’가 새겨진 팔찌.
지디 열애설에서 보이는 공통된 패턴 중 또 한 가지는 지디의 매니저가 사랑의 오작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얼굴이 알려진 탓에 직접 챙길 수 없는 지디가 연인에게 해줄 수 있는 달콤한 배려랄까. 일본에서 활동하는 키코가 2015년 3월 한국에 입국했을 땐 YG 관계자가 마중 나와 함께 공항을 떠났다. 또 2018년 이주연과의 열애설이 공개됐을 당시에도 그녀는 지디를 제주도에서 만나기 위해 이동할 때 빅뱅 매니저와 함께했다. 이주연이 지디의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면 이내 지디의 매니저가 나타나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진이 찍힌 적도 있다.

# 연애하게 내버려둡시다

블랙핑크 팬들의 경우 제니가 연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화내기보다는 열애설 기사를 최초 보도한 기자에게 제니의 집 주소가 노출됐다는 점, 열애설로 인한 각종 루머가 퍼지는 점에 분노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팬들은 YG 사옥에 전광판을 실은 트럭을 보내 아티스트를 보호해달라는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블랙핑크 갤러리에서는 두 사람의 연애를 지지한다는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특히 성명문에서 “적당한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훗날 백년가약을 맺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며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 아니겠느냐”면서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를 인용해 큰 공감을 얻었다. 인용한 구절은 ‘사랑을 하고 그것을 잃어버린다 하여도, 전혀 사랑한 적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부분이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중국 내 인기를 대변하듯 중국의 한 언론에선 둘의 열애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과는 열애를 축하한다는 응답이 20만 명, 반대가 4만 명이었다. 물론 모든 팬들이 두 사람의 만남을 응원하는 건 아니다. 열애설 이후 전 세계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히 블랙핑크 해외 팬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디의 SNS에도 제니와 거리를 두라는 항의성 댓글이 달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열애설 기사에 실린 사진 속에서 지디가 ‘턱스크’를 한 채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문제 삼았다. 심지어 한 누리꾼은 지디를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서울시에 신고하기도 했다. 신고자는 “바로 가까이에 2명의 사람이 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사진이라 판단되어 신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시민건강국 감염병관리과 방역관리팀 관계자는 “담배를 피울 때 2m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는 수칙은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며 “마스크 착용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현장 적발이 원칙이라 사실상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평소에도 화제를 몰고 다니는 지디는 달콤한 열애설에서조차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 열애설에 웃은 샤넬

‘완판녀’ 제니 역시 럭셔리 브랜드와 K팝 팬들을 사로잡은 패션 아이콘이다.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국내 브랜드 립스틱부터 영국 출신 디자이너의 원피스, 명품 카디건 등 가격과 종류를 불문하고 여러 제품을 품절시켰다.
특히 명품과 중저가 패션 브랜드를 자유자재로 믹스 매치하며 남다른 패션 센스를 자랑하는 두 사람은 구찌와 루이비통 등 젊고 핫한 뉴 페이스를 찾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로부터 ‘찜’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 브랜드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샤넬이다. 두 사람 모두 샤넬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젠더리스 룩까지 소화하는 지디의 경우 2012년 샤넬 공식 뮤즈로 인연을 맺기 시작해 2016년 글로벌 앰배서더로 승진, 현재까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남자 최초 글로벌 앰배서더이자 국내 연예인 중 가장 오래된 샤넬의 앰배서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의 친분도 유명한데, 그는 지디를 무척 아껴 직접 쇼와 파티에 초대하고 스페셜 에디션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번 두 사람의 열애설을 두고 최대 수혜자는 샤넬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열애설에도 침묵하던 지디가 2주 만인 3월 3일 SNS에 올린 첫 게시물조차 샤넬 광고 사진이었다. 별다른 말없이 광고라 밝히며 팔찌, 시계 등 제품 위주 사진과 함께 샤넬 공식 SNS 계정을 태그했다. 제니 역시 공교롭게도 열애설이 나기 5일 전 공개된 한 패션 매거진 화보에서 샤넬의 파인 주얼리 ‘코코 크러쉬’와 함께였다. 제니가 직접 에디터로 나서 기획부터 스타일링, 모델까지 맡았다.
3월 9일에는 아예 두 사람 모두 SNS에 자신이 출연한 샤넬 2021 F/W 컬렉션 영상과 사진을 업로드했다. 공개한 사진은 샤넬 F/W 디지털 쇼에 초대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컬렉션 박스 속 포토 카드다. 열애설 후속 입장을 기다리던 많은 언론 매체들과 전 세계 팬들이 이 사진들을 실어 나르면서 샤넬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
사진제공 디스패치 샤넬 인스타그램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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