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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하게 버티고 싶었지만 결국 이사, 정부에 피해자 인권 숙제 남기고 떠나는 것”

조두순 피해자 아버지 채널A 인터뷰에서 심경 밝혀

인터뷰 조수빈(채널A 앵커) 정리 이현준 기자 사진 채널A ‘뉴스A’ 방송 화면 캡처

2020. 11. 16

조두순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는 조수빈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A’ 인터뷰에서 “이사를 가지 않으려 몸부림쳤지만 결국 이사를 가게 됐다”며 “(피해자 인권 보호에 관해) 정부에 숙제를 남기고 떠난다”고 토로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는 조수빈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A’ 인터뷰에서 “이사를 가지 않으려 몸부림쳤지만 결국 이사를 가게 됐다”며 “(피해자 인권 보호에 관해) 정부에 숙제를 남기고 떠난다”고 토로했다.

2008년 악랄한 아동 성범죄로 공분을 샀던 조두순이 12월 13일 출소한다. 조씨가 출소 후 아내가 있는 원래 거주지(경기 안산)로 돌아가겠다고 밝혀 안산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피해자 가족의 불안과 공포는 더욱 크다. 지난 9월 피해자의 부친 A씨는 한 인터뷰를 통해 “조두순을 안산에서 떠나게만 할 수 있다면 신용대출을 받아 이사 비용을 대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의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보호수용법(흉악범을 형기 후에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해 별도 시설에 수용하는 법안)’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이중 처벌 논란, 소급 적용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결국 뚜렷한 방안을 마련하진 못했다. 결국 피해자 가족은 안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또다시 피해자가 고통을 겪게 된 셈이다. 이에 A씨는 11월 14일 조수빈 앵커가 진행하는 채널A 주말 메인뉴스 ‘뉴스A’(토·일요일 오후 7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사를 결심한 배경, 이중 처벌 논란에 대한 생각 등을 밝혔다. 뉴스에 모두 담지 못한 풀 인터뷰를 공개한다.

정부는 피해자가 떠나야 하는 처지를 알아달라

 A씨는 조두순이 출소 후 안산으로 돌아온다는 뉴스에 가족회의를 통해 이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결심을 내리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도 했다. A씨는 “이사를 가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아이에겐 친구들이 제일의 응원군인데 그들이 모두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가 도망가듯 떠나야 하는 전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면서 견뎌보려 했다. 하지만 아이가 겪어온 심적 고통과 (조두순이 돌아오면) 다시 악몽 속에 살게 될 처지기 때문에 변화를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에 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가 떠나야 하는 이런 처지를 정부에서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실 정부에 숙제를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이사를 가야 하는 형편에서 고민이 상당히 많이 됐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따듯한 마음으로 돌봐주시고 온정을 베풀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간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 피해자 가족의 이사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진행돼 2억원이 넘는 성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두순, 그리고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관계 당국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A씨는 안산시가 CCTV를 2배로 늘리고 1대1 보호관찰관, 24시간 순찰 인력 배치 등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치안을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치안 관리의 의지는 깊이 존중한다”면서도 “안산시가 전국에 혐오 지역이 된 것 같아 안타깝고 우리 가족이 죄인이 된 기분이 들어 너무나 아픈 일이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치안 문제에 힘써 앞으론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우선인가?”

A씨는 “(사건 발생 후) 12년간 대책을 세워달라 요청을 했지만 크게 변화된 건 없는 것 같다”며 보호수용법에 대해 “조두순에 적용 가능 유무와 상관없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이 법은 꼭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지금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법이 없어 처벌을 못 한다거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격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당사자와 가족들은 하루하루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이 점을 헤아려줬으면 한다. 지금껏 성범죄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피해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외쳐왔다. 이런 울부짖음을 꼭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보호수용법이 가해자에 대한 이중 처벌 논란으로 입법에 어려움을 겪어온 점에 대해선 “피해자의 아픔과 인권은 생각해봤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당당히 나서지 못하며 산다. 보호수용법이 가해자의 인권을 짓밟는 법은 아니다. 치료‧격리 목적 아닌가. 이 법안이 가해자의 인권을 논할 정도의 것인지 되묻고 싶다. 그럼 피해자의 인권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A씨는 “가족들 모두 치유에 전념하기 위해 이제는 잊히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안전한 대책을 세워줄 것이라 믿는다. 정말 좋은 사회, 밝은 사회가 오리라 기대하면서 조용히 살려고 노력하겠다”며 말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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