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갑자기 팔다리 마비나 언어장애 생기면 무조건 119 부르세요”

이승훈 서울대 신경과 교수

윤혜진 객원기자

2025. 12. 12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겨울철 더 증가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뇌졸중에 대한 오해부터 백년 동안 건강한 뇌로 사는 법을 알아봤다.



‘뇌졸중’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뇌혈관이 막혀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그 영역의 뇌세포가 소리 없이 죽어가면 뇌경색이고, 뇌혈관이 터져 뇌 조직이 파괴되면 뇌출혈이다. 한방에서는 중풍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나마 ‘뇌졸증’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은 과거보다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하루아침에 죽거나 장애인이 되는 무서운 병 정도로 알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흔하게 발생하고 치명적이지만 예방이 가능하다. 2021년 기준 뇌졸중은 약 12분에 1명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약 10% 증가한 수치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사망 원인 4위이며, 성인 장애 원인 1위인 질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질병관리청이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를 보면 뇌졸중 조기 증상 인지율은 59.2%로, 10명 중 4명은 여전히 조기 증상을 모른다. 

뇌졸중 및 뇌혈관 질환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이승훈 서울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노년이 되면 ‘갑작스럽고 불가항력적으로 들이닥치는 병’으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가장 예방이 쉬운 병”이라 단언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예방법을 알리고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고, 얼마 전 뇌졸중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 쓴 책 ‘뇌가 멈추기 전에’를 펴내기도 했다. 언젠가는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가 싹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세닉스바이오테크를 설립하고 뇌졸중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예전과 비교해 진료하는 뇌졸중 환자 수나 특징 등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발생률은 비슷하거나 살짝 줄었는데, 60세 이상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환자 수는 늘었어요. 뇌졸중은 후진국병이에요. 한국이 급격하게 선진국화된 데 비해 발생률이 급격하게 줄지 않는 이유는, 일단 진단 도구가 발전해서 예전에는 뇌졸중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증상까지 다 뇌졸중으로 진단 코드가 올라가기 때문인 경향이 크고요. 또 요즘은 가벼운 증상에도 확인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20~30년 전과 비교하면 병원에 오는 뇌졸중 환자의 중증도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사망률 또한 30년 전에는 2등이었으나 지금은 4등이에요. 사망률 순위가 낮아진 부분은 긍정적이나 달리 해석하면, 환자 수가 늘었는데 사망자가 줄었다는 의미는 장애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환자가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죠.

“뇌졸중은 건강관리 안 해서 생기는 후진국병”

젊은 뇌졸중 환자 수가 증가했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유전적인 소인의 젊은 뇌졸중 환자는 늘지 않았으나 젊은 나이대에 동맥경화성 뇌졸중은 확실히 꽤 늘어났어요. 몸 관리에 신경 쓰는 트렌드에 맞춰 조깅하고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사람도 많지만, 아직까지 상당수는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과 술을 과다하게 먹고 도파민 터질 만한 극단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먹방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이런 생활 습관이 놀랍게도 30~40대에 뇌졸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추울 때가 뇌졸중 발생률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이게 잘못 알려진 사실 중 하나인데요. 계절적 변이에 따른 연구를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했는데 결론이 없어요. 물론 환절기에 갑자기 더워지거나 추워지는 때 더 발생한다는 연구들이 많이 있긴 합니다. 휴일에 더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어요. 여기서 생각할 거리는 혈관이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추워지거나 더워져서 뇌졸중이 생겼을까요? 그럴 리가요. 이 사람은 수십 년 동안 동맥경화가 있지만 반복되는 삶 속에서는 큰 스트레스 없이 겨우겨우 살다가 여행 가서 피곤하게 논다든지, 갑자기 추워져서 생활 습관이 달라졌다든지 했을 때 혈전이 생기거나 혈관이 터졌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애초 장전된 총알이 있었고, 그때가 방아쇠를 당길 만한 자극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죠.

대중이 뇌와 뇌졸중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더 있나요.

뇌졸중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건강을 챙기며 살았어도 어느 순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맞을 수밖에 없는 돌발적인 병이라고 알고 있는 거예요. 스스로는 전혀 몰랐지만 실제로는 병이 생기기 위한 빌드 업이 10년, 20년 꾸준히 있었습니다. 흔히 ‘입이 완전히 돌아가면 뇌졸중’ ‘얼굴 마비가 오면 한방 치료’라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가 있어요. 물론 뇌졸중 때문에 얼굴 마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만, 뇌졸중은 얼굴 마비가 경미하게 생기면서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요. 뇌졸중에 의한 신경학적 증상은, 뇌가 우리 몸을 전부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든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평상시 나쁜 상태를 느꼈는데 더 심해져 증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전혀 모르고 살다가 딱 그날 터지듯이 발생하는 거예요.

처음부터 장전을 안 시키면 뇌졸중이 안 생기겠네요.    

장전을 시키지 말라는 게 바로 제가 책을 쓴 이유예요. 장전이 되게 만드는 요인들을 차단하면 혈관이 깨끗합니다. 깨끗한 혈관일 때는 아주 드문 요인이 아니고선 뇌졸중이 거의 생기지 않아요. 장전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 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방법을 알고 지키면 됩니다. 

책에서 뇌졸중 위험 요인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비만 및 대사증후군, 심방세동 7가지를 꼽았는데 이게 치명적인 순서인가요.

치명적이기보다는 그걸 막았을 때 뇌졸중의 발생 건수가 줄어들 만한 비율로 나열한 거예요. 위험 요인이 아무리 많아도 동맥경화증이라는 중간 단계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뇌졸중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동맥경화는 없고 고혈압만 있는 사람은 뇌졸중에 걸리지 않아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이 있어도 약물이나 여러 방법을 통해 목표한 만큼 수치를 유지하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고요. 설사 동맥경화가 심해도 일상생활을 조심하고 의사를 정기적으로 만나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약제를 복용하면 뇌졸중은 생기지 않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두통도 뇌졸중에 영향을 미치나요.

실제로 스트레스와 두통 때문에 외래 진료를 많이 옵니다. ‘머리가 오랫동안 아프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너무 어지럽다’ 등의 이유로 오시는데, 그런 만성적인 변화는 대부분 뇌졸중 증상이 아닙니다. 만성적인 동맥경화의 진행은 못 느껴요. 뇌세포가 죽어야만 증상이 생기는데, 혈관에 혈액이 들어가는 한 뇌세포는 혈액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므로 스스로가 알아차릴 만한 증상이 전혀 없어요. 두통의 상당수는 근육과 관련한 근육 긴장성 두통, 뇌혈관의 운동 불안정으로 생기는 편두통입니다. 뇌졸중은 말도 안 되게 황당한 증상이 생깁니다.  

뇌를 망치는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뇌가 보내는 뇌졸중 시그널은 무엇인가요. 

갑자기 팔다리가 안 움직이고 입꼬리가 완전히 돌아가서 말이 어둔하게 나옵니다. 또 갑자기 어지럽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한쪽 눈이 안 보이는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증상이 생깁니다. 이런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해요. 그런데도 상당수의 환자가 그 증상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지기도 하니까 응급실에 가질 않아요. 이게 알고 보면 뇌졸중의 전조 증상이에요. 혈관이 막혔다가 운 좋게 다시 열려서 증상이 사라지는 거죠. 엄밀히 말하면 뇌졸중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진 거예요. 이 환자들의 40~50%는 48시간 이내에 확실한 뇌졸중이 재발합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외래 진료가 아닌 응급실로 바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외래 클리닉이 존재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뇌졸중이 있었던 분들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예요. 뇌졸중이 맞다면 시간을 버린 겁니다. 뇌졸중이 생기면 4시간 반 안에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주사하거나, 6시간 안에 그 막힌 혈전을 기계적으로 꺼내는 치료를 해야 해요. 이 2가지 응급치료를 통해 환자의 예후를 극적으로 바꿀 수 있어요. 그러니 증상이 나타나면 ‘요즘 응급실 가기도 힘든데 괜히 가나’ 생각하지 말고 119를 이용해 응급실에 가서 “뇌졸중인 것 같다. 팔다리가 마비됐다” 얘기하세요. 바로 환자를 위한 일종의 고속도로가 열립니다. 뇌졸중 센터를 갖춘 병원은 응급 구조 치료인 패스웨이(pathways)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요. 

혈관이 막혔거나 터질 때, 둘 중 어떤 경우가 더 위험한가요.

뇌경색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술, 담배가 모두 관여하는 반면 뇌출혈은 고혈압과 술이 중요한 요인이 되는 후진국병입니다. 1970~80년대만 해도 뇌출혈 환자가 뇌졸중의 절반 이상이었어요. 지금은 뇌졸중 환자 발생 건수가 늘고 있음에도 뇌출혈 비율이 20%로 줄었어요. 전 세계 평균은 15%, 미국은 5%로 더 적어요. 그러니까 뇌출혈은 기본적으로 잘 먹질 못하고 혈압 관리를 안 하고 술만 마시는 분들한테 생기는 병이고, 뇌경색은 살이 찌고 당뇨와 고지혈증을 앓는 분들한테 많이 생깁니다. 둘 중 어느 게 더 치명적이냐면 뇌출혈이 훨씬 더하죠. 사망률이 40~50% 정도인데, 뇌경색은 사망률이 한 5% 정도입니다. 뇌경색이 장애가 문제가 된다면, 뇌출혈은 살고 죽는 것 자체가 달려 있어요.     

꾸준한 치료나 재활 훈련을 하면 이미 생긴 후유증도 개선이 되나요.

뇌졸중이 온 사람 중 25% 정도는 죽거나 심각한 장애가 생깁니다. 또 25%는 장애가 생기지만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고, 또 다른 25%는 본인은 장애를 느끼지만 외부에선 모르는 정도, 그리고 남은 25%는 장애가 생겼더라도 완전히 회복됩니다. 그렇다면 뇌졸중 환자의 절반은 남이 보기에는 정상이라는 의미잖아요. 그러니 뇌졸중이 생겼을 때 빠른 속도로 치료하고, 예후를 좋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면 됩니다. 우리 몸은 뇌가 망가지고 위아래로 이어졌던 시냅스가 끊어져도 주변에 죽지 않은 뇌세포들이 있어요. 재활은 이 세포들에게 죽은 세포들이 팔다리를 움직이는 역할을 했다고 알려주고 대신 그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재활을 열심히 하면 정상으로 회복되거나, 본인은 약간 불편해도 다른 사람들은 모를 정도까지 좋아질 수 있어요. 특히 젊은 환자라면 초반 3개월에 승부를 보면 굉장히 좋아집니다.  

하는 일이 많은 뇌세포를 잘 관리해야겠네요.

세간에 ‘뇌를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속설이 있어요. 뇌를 구성하는 세포에는 뇌 기능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신경세포(뉴런)와 신경세포 기능을 돕기 위한 3가지 세포가 있어요. 모든 사람이 뇌를 100% 활용합니다. 또 신경세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약합니다. 아주 간단한 자극에도 죽고 재생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 신경세포를 나이 들어서까지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죠.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이 달라 본인이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건강하게 살아야 합니다. 

건강한 뇌를 위해 교수님은 평소 어떻게 신경 쓰고 있나요.

더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보다는 병이 안 생기도록 노력합니다. 뇌졸중은 왜 문제가 생겼는지 명백한 질환이므로 그런 행동들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제가 지금 50세가 훨씬 넘었는데 혈관들이 아주 깨끗합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있는데 깨끗할 수 있는 이유는 동맥경화로 연결되는 고리를 차단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저는 근육질 체형이나 운동을 좋아하진 않아요. 비슷한 체형의 집안 어르신 중에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있어요. 위험하다는 걸 알아서 적당히 움직이고 덜 먹습니다. 운동 열심히 하는 분들이 제 운동량을 들으면 웃을 수준이에요(웃음). 굉장히 쉬워요. 이 간단한 걸 안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아무 증상이 없어도 뇌졸중으로부터 안전한지 궁금하다면 어떤 검진을 받으면 좋은가요.

1년에 한 번 심전도검사를 통해 심방세동이 있는지 체크하고, 당뇨의 경우 국가건강검진을 할 때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로 하겠다고 해서 당뇨 여부를 알아보세요. 집 근처 병원에서 경동맥(목동맥) 초음파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몇만 원 정도로 동맥경화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어요. 특히 가장 큰 위험 요인인 고혈압을 관리하기 위해 혈압계를 사서 집에 두고 장난감처럼 자주 재보는 게 중요해요. 병원에서 재면 긴장해서 부정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 편하게 체크하고, 고혈압 기준치를 130/80mmHg(수은주밀리미터)로 다소 빡빡하게 두는 편이 좋습니다.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