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은 평소 밥 한 끼 함께하기 쉽지 않던 아이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아이 스스로 미래를 고민하게 해줄 좋은 기회다. 하지만 내 아이의 진로 상담만큼 어려운 게 또 없다. 미래가 깜깜한 부모와 아이를 위해, 진로 전문가이자 28년 차 교사로 활동 중인 지하나 씨는 사교육 현장에서 20여 년 일해온 남편 박영민 씨와 함께 책 ‘호시탐탐 내 아이 진로 찾기’를 펴냈다. 현재 경기 남양주시 덕소고등학교에서 한문과 진로·진학을 담당하는 지하나 교사는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 지 교사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새로운 교육 생태계를 위한 ‘본질 패밀리’ 모임을 꾸려가는 중이다. ‘편입으로 비상하라’의 저자인 박영민 씨는 온오프라인 통합 교육업체 ‘통통 인문학’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결혼한 동갑내기 부부는 아들 박하임 군을 일반 학부모의 시각으로 보면 다소 독특한 방법으로 키웠다. 우선 집에 TV가 없다. 그 덕에 아이는 TV 대신 책을 원 없이 읽고 하루에 피아노를 서너 시간씩 쳤다. 심심할 때면 집 안 실험실에서 실험도 즐겼다. 지금은 전국의 이공계 영재들이 모이는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하임 군의 꿈이 영글고 있다. 지하나・박영민 부부는 “우리도 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려서부터 지켜봤다. 진로 탐색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오히려 성장에 중요한 연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지하나(이하 지) | 저도 궁금해서 챗GPT에 질문을 해본 적이 있어요. “예전에는 의사나 검사, 교사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좋아했다면 요즘 아이들은 크리에이티브한 유튜버나 자율성이 있는 직업을 좋아한다”고 하기에 물음표가 생겼어요. 그래서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80% 이상이 옛날처럼 교사, 의사, 공무원을 선호하는 걸로 나왔어요. 이런 가치관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아이들에게 “왜 교사나 의사를 택했느냐”고 물었을 때 “먹고는 살아야죠”라고 답해서 조금 서글펐어요.
박영민(이하 박) | 사람이 불안할수록 안정성에 집착하거든요. 지금 시대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AI 등장으로 없어지는 직업에 대해 계속 얘기를 들어왔어요. 그러니 어떤 직업이 있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더 확실한 안정성을 추구하게 되는 부분이 있죠.
아이들은 진로에 대해 주로 어떤 고민을 하나요.
지 | 제가 아이들에게 물어봤을 때 가장 많은 대답이 나온 것이 ‘진로가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예요.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거죠. 두 번째는 ‘하고 싶은 게 있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이다’, 세 번째는 ‘인서울 대학을 나오면 정말 취직이 잘되는가?’라는 고민이었어요. 그 외 ‘어떤 직업이 돈을 많이 버나?’ ‘내가 원하는 직업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등이 있었어요. 제가 고2 담임만 25년 정도 했는데, 전체의 약 3분의 1은 하고 싶은 게 있고 3분의 1은 관심 정도 있는 상태, 나머지 3분의 1은 아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아이들로 나뉘는 것 같아요.
박 |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아이들이 아는 직업의 종류가 한정적인데, 그 안에서 고르려니 길을 잃는 거죠.
이런 고민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올해부터 고교학점제를 전격 도입하고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진로를 미처 정하지 못한 아이들은 시간표를 짤 때 어떻게 했나요.
지 | 진로가 중요하다는 건 이미 4~5년 전부터 강조됐고, 이제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배울 과목을 정하자는 게 고교학점제의 취지예요. 그런데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들이 문제가 되는 거죠. 진로 탐색이 선행되지 않은 아이들은 등급이 잘 나오는 과목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많은 인원이 모인 쪽이 등급이 잘 나오기 때문에 다수가 선택한 과목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쉽게 패스할 수 있는 과목으로 정하거나요.
아무래도 대학 입시가 중요한 현 상황에서는 진학·진로·직업 교육에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사교육과 공교육 현장에서 각각 바라본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 | 진로 교육의 한계는 명확해요. 현재 교육대학교에는 진로 학과가 없어요.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진로 전담 교사를 맡고 있는 대부분은 다른 교과 교사인데, 몇 시간의 이수를 통해 전담 교사가 되는 거예요.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전문성이 다 다를 수밖에 없고, 그나마도 학교마다 진로 전담 교사가 1명이에요. 학교에서 해줄 수 있는 진로 교육은 한계가 있다 보니 각 가정에서 ‘엄마표 영어’처럼 ‘부모표 진로 교육’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박 | 보통 학부모들은 학원 상담 시 ‘우리 아이의 꿈이 무엇인데 어떤 부분을 채우면 좋으냐’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아요. 대학이 왕의 자리에 있고 진로는 신하 자리로 내려와 있으니까요. 경영 컨설턴트 사이먼 사이넥이 제시한 ‘골든 서클(Golden Circle)’ 이론이 있어요.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는가?’로 시작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흐름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해요.
지 | 지난해 우리 반 1등 학생이 학기 초 상담에서 약사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공부를 잘하니까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성적이 떨어지는 거예요. 5월부터는 학교를 드문드문 나와 아이에게 물어보니 “제가 약사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약사가 되라고 해서 당연히 그게 꿈이 됐대요. 그런데 고2 때 자기가 정말 약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을 해보니 아닌 거예요. 안타깝게도 그 학생은 자퇴를 했어요.

여행을 갈 때도 일정 중 일부분을 아이 스스로 짜게 맡겼다. 다양한 분야를 파다 보면 어딘가에서 진로의 스파크가 튄다(왼쪽). 2023년 ‘서울 ADEX’에서 즐거웠던 모자. 박람회를 갈 때 조사에 대한 부담을 주면 안 된다.
그 일을 ‘왜→어떻게→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하지만 대학이 스펙인 지금, 사회에서 일컬어지는 좋은 대학을 안 가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걸요.박 | 물론 좋은 대학은 중요합니다. 그 대학에 모인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발언하는 내용 등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건 중요하죠. 그런 이유로 진학하는 거라면 좋아요. 하지만 좋은 대학을 고집하는 이유가 취업인 게 문제예요. 졸업 후 직업으로 연결되는 의대, 약대, 사범대 등과 기계공학과 및 전자공학과처럼 전문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과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현실 속에서 뭔가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단 걸 우리가 집단지성으로 알아챌 때가 됐어요. 함께 해결책을 찾는 문화를 만들어가야죠.
불안한 부모와 달리 ‘아르바이트해서 돈만 벌면 되지, 굳이 힘들게 노력해야 할까’ 이런 마인드를 가진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요.
박 | 이 시대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노출이 됐어요. “이불 밖은 위험해” 같은 밈이 익숙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싫어해요. 의대에 가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번다는 장점도 있지만 공부만 쭉 잘하면 직업이 쉽게 결정돼서거든요. 도전은 힘들고 두렵습니다. 진로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career(커리어)’ 안에는 ‘car’라는 어근이 있어요. 긴 시야를 가지고 나아갈 길을 찾는다는 뜻이죠. 지금 아르바이트 몇 개 하면 많이 버는 것 같아도 아르바이트는 나 말고도 하려는 사람이 많아 몸값이 올라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부모는 최선을 다하라고 하니 갈등이 생기는 거 아니겠어요.
박 | 부모가 아이에게 원하는 걸 말로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아요. 열매를 너무 원해서 뿌리에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요. 언제 물을 줘야 할지 호시탐탐 살펴야 해요. 그리고 갈등의 핵심은 부모의 불안이에요. 부모가 먼저 불안해서 전전긍긍하니까 아이가 불안해할 여지가 없어요. 아이에겐 단순히 시험이 아니라 인생에 대해 적절한 불안이 있어야 해요. 또 부모는 아이의 인생 전체를 보며 “실패도 겪어봐야 한다”고 말해줘야 하고요.
지 | 얼마 전 아들이 시험 1시간 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머리가 하얗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두통도 심하고요. 그래서 제가 원래라면 최선을 다하라고 할 텐데, 너무 힘들면 백지 내고 나가라고 했어요. 아들이 시험 보고 와서 밤에 “그렇게 말해줘서 마음이 편해졌다.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흥미로운 건 그 시험 성적이 잘 나왔어요.
한국과학영재학교에 들어가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들은 공부하면서 진로 탐색 시간을 어떻게 가졌나요.
지 | 아들은 중학교에 가기 전까진 예체능 사교육만 하고 교과 학원은 다니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한 건 아니에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책을 읽고,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영어책과 한글책을 읽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30분씩 수학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고, 5학년 때부턴 한글책과 영어책 읽기 각각 1시간, 수학 문제집 풀기 1시간 이렇게 매일 했어요. 대신 주말에는 제가 미리 알아본 전시회, 음악회, 미술관 등 문화예술 체험을 하며 신나게 놀았고요.
박 |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진학하게 된 건 아이 관심사가 군사, 방산 무기, 로봇 쪽이기 때문이에요. 전국 어디든 박람회를 찾아갔어요. 박람회에 참여하고 그 주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재미있는 곳을 가는 투어를 다니면서 아이가 많이 배웠어요. 다양한 체험을 통해 느낀 점은 아이가 직접 블로그에 기록을 남겼고요.
지 | 특히 아이가 국방과학기술원에서 일하고 싶어 해 연구원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줬는데, 그게 영재학교 입학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어요. 인터뷰이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은 영재고나 카이스트 출신이라고 스치듯이 알려줬거든요. 아이가 6학년 말부터 갑자기 영재고를 가겠다고 해서 저도 당황스러웠어요. 수학 선행학습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부랴부랴 찾아보니, 영재학교에 합격시키려면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결국 6학년 겨울방학 때 3개월 동안 수학 과외로 중학교 3년 진도를 나갔고, 중1 3월에 영재고 대비 수학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책을 워낙 많이 읽는 아이라 이해력이 따라주다 보니 3년 과정을 3개월에 떼는 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혼자 공부하다 모르는 개념만 과외 선생님에게 배우는 식으로 진행했거든요.
박 | 구체성이 에너지의 원천이에요. 뜬구름만 잡으면 불안감이 커지죠.
아들이 초등학교 때 진로 결정할 수 있었던 비결
그럼 관심사 탐색을 할 때 깊게 파는 T 자형과 다양하게 넓히는 F 자형 접근 방식 중 뭐가 더 나은가요.박 | 정답은 알 수 없어요. 다만 깊숙하게 탐구하는 경험을 해본 아이는 나중에 어떤 새로운 영역을 접하든 유연하게 잘 대처해나갑니다. 중간에 툭 끊어버리면 아이가 에너지를 낼 수 없게 돼요. 좌절의 경험을 겪었으니까요. ‘내가 지금 모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알아가면 돼’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중요해요.
지 | 아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아이가 무언가 좋아할 때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관심사가 옮겨갈 때마다 그 분야 대표 전문가에게 이메일을 보내 관련 책 리스트 조언을 얻고 몇십 권씩 구해줬죠. 그러면 아이가 한 분야를 관통하며 끝까지 가봤다가 지루하면 빠져나오고 하면서 융합되는 과정을 밟게 돼요.
건축가, 생명공학자를 거쳐 역사와 무기에 빠지고 현대 전쟁사와 현대 무기로 몰입이 이어진 박하임 군은 중1 때 수랭식 탄환을 개발해 중2 때 특허를 냈다. 하임 군의 꿈은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같은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다. 만약 박영민·지하나 부부가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부모는 아이의 작은 단서를 따라가며 관심 분야를 넓혀주는 진로 내비게이션이 되어야 한다.
일상에서 따라 하는 아이 진로 탐색법 4
1_ 재미와 진로 일거양득의 박람회 투어전국적으로 다양한 박람회가 수시로 열린다. 진로의 스파크가 어디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야도 방문해보자. 이때 지하나 교사가 전하는 꿀팁은 한적한 부스를 공략하는 것이다. 박람회 부스를 지키는 스태프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다가 창업했거나 자세한 설명이 가능한 그 분야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홍보가 목적이라 아이가 질문해도 상세하게 알려준다. 명함을 받아두는 등 인연을 만들 수도 있다. 박영민 씨는 “아이가 질문하지 않으려 하면 부모가 먼저 궁금해하고 재미있게 대화 나누는 걸 지켜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모에게도 사업적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람회 정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제공하는 ‘글로벌 전시 플랫폼(www.gep.or.kr)’ 같은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다.
2_ 관심 분야 전문가 인터뷰하기
아이가 에너지를 내게 만드는 요소에는 2가지가 있다. 재미와 멋이다. 아이는 관심 분야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자세한 설명을 듣고 궁금했던 부분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인터뷰이의 눈빛과 억양 등 비언어적 부분에서도 멋을 느끼고 자극을 받는다. 지하나 교사는 “부모가 조금만 용기를 내 부탁하면 의외로 전문가들이 인터뷰에 잘 응해준다. 나만 해도 진로 관련 궁금한 걸 묻는 연락이 오면 내가 아는 한 설명을 해주고 싶다”며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가 만나서 동기부여가 될 만한 사람에게 이메일이나 SNS 메시지를 보내보라”고 격려했다.
3_ 시장 흐름이 눈에 들어오는 주식 투자
주식은 산업을 이해하기 좋은 도구이다. 지하나 교사는 학교 진로 수업에서도 주식을 통한 진로 교육을 한다. 하임 군의 경우도 우리나라 방위산업 기업의 주가 흐름을 조사해 투자하고 싶은 곳을 선택, 부모 앞에서 투자 설명회를 하게 했다. 당시 아이는 조사를 하면서 자신이 이 길로 가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설명을 들어본 후 자료조사가 훌륭하다면 실제로 주식을 사주도록 한다. 아이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4_ 좋아하는 교과목보다 잘하는 교과목에서 힌트 얻기
진로 탐색이 멀게 느껴진다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이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진로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는 걸 기억하자. 다만 교과목은 출발점이 되어야 할 뿐, 단순히 수학을 좋아하니까 수학과나 수학 교사로 정하는 1차적 선택은 지양하도록 한다. 많은 경우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박영민 씨는 “아이들이 아는 직업이나 직무의 수가 너무 적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건 다른 사람도 좋아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와 관련된 직업 역시 경쟁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지하나 교사는 “좋아하는 일을 했는데 막상 그 일에서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면 좌절하지만, 자기가 잘하는 일에서 효능감을 느끼면 더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진로교육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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