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미란(50)의 연기에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존재한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한 그는 극 중 금자(이영애)에게 “왜 이렇게 눈을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라는 한마디로 관객들에게 임팩트를 남겼다. 그 이후로도 영화와 드라마 등에 다양한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하며 ‘약방의 감초’로 활약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알린 작품은 2015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치타 여사’를 맛깔나게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2020년에는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진실만 말하는 국회의원 ‘주상숙’으로 코믹 연기를 선보여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조연부터 주연까지 착실히 본인의 입지를 다져온 라미란은 최근 영화 ‘하이파이브’에서도 탁월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미스터리한 초능력을 가진 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선녀’ 역할로 분해 ‘평범’과 ‘비범’을 오간다. 그는 “연기 초반에는 ‘엄마나 여사님 유의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드디어 ‘미스’ 역할을 맡았다. 연기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모자 관계로 만났던 안재홍과는 이번 작품에서 동료 사이로 다시 만났다. 조연부터 주연, 엄마부터 미스까지 항상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배우 라미란이 ‘하이파이브’에서 보여준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찰떡같은 티키타카의 ‘하이파이브’
관객으로서 영화 ‘하이파이브’를 본 소감은 어땠나요.제가 출연한 영화는 냉정하게 보려고 하는데, 객관적인 시선에서 봐도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특히나 오정세 배우와 안재홍 배우 나오는 장면들이 정말 재미있어요. 이재인 배우가 “나 친구 없다”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는데, 오정세 배우가 나와 바로 웃겨버려서 도무지 울 틈을 안 줘요. 언론시사회와 영화 뒤풀이 분위기도 정말 좋았어요.
장기 기증으로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콘셉트가 독특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장기 기증으로 초능력을 가지게 되고, 초반에는 그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잖아요. 이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초능력을 가졌다고 하면 어떻게 쓸지를 모르고 헤매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도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어요.
‘하이파이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형철 감독님의 유머 코드를 좋아해요. 짧은 신 안에 간결한 대사로 유머를 풀어내는 방식이 특히 재밌어요. 그리고 요즘 멀티캐스팅 작품이 귀해요. 5명의 초능력자가 악인을 물리치는 구조도 좋았고요. 최근에는 존재감이 저에게 몰린 작품을 하다 보니 오히려 멀티캐스팅 작품이 그립더라고요. 이런 가벼운 작품이 필요했죠.
주인공이 여러 명일 때 좋은 점은 뭔가요.
일단 배우로서는 원톱 주연일 때에 비해 무게감이 한결 줄어든다는 점이죠. 막내 재인에게 부담감을 맡겨서 미안하긴 합니다(웃음). 그리고 1~2명이 이끄는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멀티캐스팅 작품은 분량 안배가 잘돼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라미란은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신비한 초능력을 가진 선녀로 분했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기 할 말만 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대사들이 묘하게 잘 이어지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대사가 애드리브가 아닌 대본에 있는 그대로였어요. 그래서 찍을 때는 진지하게 임했고 재미있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너무 재미있게 표현이 됐더라고요.
‘하이파이브’ 멤버들이 야쿠르트 전기차를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 관객들 반응이 좋았어요.
촬영하면서도 완전히 놀이동산에 온 느낌이었어요. 아마도 전기차를 좀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개조해서 속도를 높여놓은 것 같았어요. 전기차 운전을 직접 하는 게 무척 재미있었어요. 특히 야쿠르트 차 위에서 재홍 씨가 야쿠르트를 입으로 던지는 장면도 웃으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촬영 과정만큼이나 관객분들이 즐겁게 봐주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선녀’의 초능력은 베일에 싸여 있는데요.
신장을 이식받은 후 건강하고 예뻐졌죠. 야쿠르트에 빨대를 한 번에 던져 꽂는 능력이 있고요. 하하. 자세한 내용은 극장에서 확인해주세요.
선녀가 극 중 우울증 때문에 방화로 자살을 시도하는데요.
선녀가 1975년생인데 미혼이에요. 가정을 꾸리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유추도 했죠. 선녀가 신장 이식을 받았으니까 몸도 안 좋았을 거고요. 이런 환경이 선녀를 우울증으로 끌고 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불을 내서 생을 마감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안재홍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여전하던가요.
재홍 씨는 이제 대배우가 됐죠.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가 됐잖아요. 재홍 씨는 부담 없이 폭신폭신한 매력을 갖춘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도 사랑스럽고 재미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죠. 그래서 재홍 씨와 제가 일부러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한 부분은 없어요. ‘응답하라’ 작품이 끝나고도 사적으로 많이 만나서요. 이번 영화 촬영장에서도 제가 재홍 씨를 보고 “어 왔니?” 이런 반응이었어요.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하이파이브’만의 매력이 있다면요.
아마 공개된 티저보다 본영화가 더 재미있을 거예요. 이렇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 영화는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잔인함도 없어요. 부담 없이 와서 맘껏 웃고 즐기다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연출에 있어서는 힙하고 스타일리시한 매력도 있어서 MZ의 취향에 맞는 영화일 것 같아요.

“액션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어”
한 가지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싶나요.완서(이재인)의 능력을 갖추고 싶어요. 심장 이식을 받아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된 완서가 동네를 뛰어다니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오토바이보다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면서 날아다니기도 하잖아요. 그 장면을 보면서 심장이 두근거리더라고요. 자유롭게 뛰어다니면서 하늘을 날 때 짜릿한 느낌을 한번 느껴보고 싶습니다.
액션 연기에도 욕심이 있나요.
글쎄, 저한테 들어올까요(웃음)? 하지만 생각해보면 요즘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님들도 액션 연기를 잘 소화하고 계시잖아요. 저도 못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잘 만들어진 액션 장르라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대본을 결정할 때, 캐릭터와 작품 중 어떤 부분을 더 비중 있게 보나요.
전체적인 작품이 우선이에요. 이 작품이 얼마나 흥미로운가를 먼저 봅니다. ‘얼마나 매력 있는 캐릭터인가’를 보긴 하지만요. 결과적으로는 작품이 좋으면 어떤 역할이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더라고요.
예능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중이 저를 잊어버릴까 봐요. 요즘은 1~2년만 안 보여도 잊히는 것 같아요. 그런 빈 시간을 줄이고 싶기도 하고요. 또 여행도 가고, 재미있는 기획이 있으면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하는 거죠. 뭔가를 철저히 계획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에요.
코믹 배우라는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사실 진지한 작품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흥행하지 못했어요. 코믹한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제가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가만히 있어도 분위기로 웃기는 코미디 배우들이 너무 부러워요. 저는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 웃기는 편이에요. 또 계속 코미디 장르만 한다면 저의 연기 기술이 진부하게 비칠까 두렵죠. 그래서 코미디 작품이 들어오면 ‘어느 정도로 연기를 해서 웃겨야 하는 걸까’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영화 시사회에서 13kg을 감량한 것이 화제가 됐어요.
작품 때문에 감량한 건 아니었어요. 건강을 위해서 살을 뺐어요. 살이 찌니까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어느 날 소파에 누워 있는데 일어나는 것이 너무 싫은 거예요.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살을 뺐죠. 1년 동안 13kg을 천천히, 건강하게 뺐습니다. 몸 상태는 아주 좋아졌어요. 허리 아픈 것도 괜찮아졌고요. 아직도 목표치까지는 3kg 감량이 더 남았어요.

하이파이브 멤버들이 야쿠르트 전기차를 타고 악당들을 따돌리는 씬. 라미란도 촬영을 하면서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영화판 바꾸는 초능력 갖고 싶어”
영화를 보고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웬만하면 시사회 때 가족을 초대하지 않아요. 가족들이 제 작품을 다 본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워서요. 그런데 이번 시사회 때는 아들을 불렀어요.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장면에서는 의문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영화 이야기도 하고요. 그 친구가 그 정도면 굉장히 후한 점수를 준거거든요. ‘젊은 친구들한테 통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사이클 국가대표 김근우 선수)의 TV 예능 출연 소식도 몰랐다고요.
가족들이 서로의 인생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에요. 특히 아들이 운동 시작한 이후부터는 자신의 선택에 인생을 맡겨뒀죠. 아들한테 4세 때부터 “이제 어린이집 가면 선생님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너의 사회가 생길 거야. 네가 선택하고 네가 책임지는 너의 인생을 살게 될 거야”라고 항상 말해줬어요. 아들의 삶에 불필요한 간섭은 최대한 하지 않는 편이죠.
영화 ‘시민덕희’와 ‘하이파이브’ 모두 크랭크인 날짜와 개봉 날짜가 4년가량 차이가 납니다.
예전에는 창고에 들어가는 영화가 별로 없었어요. 영화를 찍으면 바로바로 개봉했죠. 그런데 이렇게 제작과 개봉 시기가 차이 나는 일이 자주 생기고 있어요. 드라마나 영화 제작 편수 자체도 너무 줄었고요. ‘개봉일이 미뤄지는 일이 좀 더 빈번하게 생길 수 있겠구나’ 하며 각오는 하고 있어요. ‘시민덕희’나 ‘하이파이브’ 모두 개봉하게 돼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배우로서 이런 상황을 바꾸는 초능력을 갖고 싶네요(웃음).
#라미란 #하이파이브 #여성동아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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