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하우스 넘어 소셜미디어에서도 인기
트렌드는 언제나 런웨이를 통해 증명된다. 이번 시즌, 주요 패션 하우스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라이브러리언 코어 룩을 선보이며 지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사카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베 치토세는 모델들의 손에 실제 책을 들려 런웨이에 세웠다. 셔츠에 니트 베스트를 껴입거나 데님 점프슈트를 입고 안경을 쓴 채 무대를 걷는 모습은 마치 청춘 캠퍼스의 한 장면 같았다. 관객들 사이에서 “쇼가 끝나면 곧장 도서관으로 향할 것 같다”는 농담 섞인 반응이 나올 정도. 클래식의 정수인 샤넬도 프레피 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트렌드에 동참했다. 오버사이즈 셔츠와 카디건 셋업을 원피스처럼 연출해 자칫 고루할 수 있는 분위기에 경쾌함을 더했다. 미우미우 역시 색색의 펜슬 스커트에 백팩을 조합해 전형적인 범생이 룩을 트렌디하게 끌어올렸다. 가브리엘라허스트 역시 주목할 만하다. 유머러스한 컬러 프린트의 폴로 셔츠와 허리선을 높인 하이웨이스트 슬랙스로 너드 스타일을 세련되게 풀어냈다. 도쿄와 상하이 컬렉션에서도 흐름은 분명했다. 일본 기반의 하이크는 티셔츠에 체크 셔츠를 겹쳐 입고 슈트 팬츠를 착용하는 식의 과감한 믹스 매치를 즐겼다. 여기에 플랫폼 샌들과 스냅백으로 스트리트 무드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편 상하이의 신예 슈슈통은 셔츠부터 니트 베스트까지 겹겹이 레이어드한 상의에 미디스커트를 매치하고, 무테안경과 시스루 삭스, 키튼 힐로 마무리해 은근한 관능미를 드러냈다.
실제 거리에서도 헌책을 소품처럼 들고 다니거나, 서적이 그려진 에코백을 멘 패피들이 눈에 띈다. 이런 현상은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Z세대가 갈구하는 내면과 지성을 향한 동경으로 비친다. 라이브러리언 코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 삶의 태도와 이상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코스프레하듯 유행을 좇을 필요는 없다. 라이브러리언 코어의 ‘진짜’ 매력은 본인만의 교양과 취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데 있다. 케케묵은 장롱 속 니트 베스트, 빈티지 숍에서 발견한 카디건, 대학 시절 쓰던 낡은 노트와 책까지 소소한 물건에 담긴 이야기가 모여 곧 스타일이 된다. 트렌드는 바뀌어도 취향을 드러내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게 요즘 책벌레들이 멋져 보이는 이유다.
#책벌레패션 #라이브러리언코어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슈슈통 하이크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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