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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별책부록 | 2006 쿨~바캉스 플랜

경북 고령·경남 합천

“가야시대 유물 보며 즐기는 전통문화 체험”

기획·이한경 기자 / 진행·이승민 ‘프리랜서’ / 글·이시목 한은희 유철상 ‘여행작가’ / 사진·이시목 한은희 유철상 동아일보출판사진팀

2006. 08. 04

첫째 날 ♥ 점심(대통밥) → 대가야 유적지 → 숙박(개실마을) 둘째 날 ♥ 개실마을 → 대가야문화학교 → 숙박(해인사관광호텔) 셋째 날 ♥ 해인사 → 점심(사찰음식)

서기 562년에 멸망했다고 전해지는 대가야의 흔적을 쫓아 고령을 찾는다. 주인 모를 수백 기의 거대 고분군락을 비롯, 대규모 순장묘(왕이나 귀족이 죽었을 때 신하나 종을 함께 매장한 무덤) 같은 흥미로운 요소와 볼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봉긋봉긋한 고분군락을 따라 이어지는 4km 길이의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마치 1천5백년 전 대가야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묘한 감흥이 인다. 쌍림면에 있는 개실마을과 대가야문화학교에서는 각종 이색 체험도 가능하다. 고령 가까이에 있는 해인사도 둘러볼 만하다.

첫째 날 - 1천5백년 전 대가야로 떠나는 시간여행, 대가야 유적지
경북 고령·경남 합천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 지산동 고분군 등이 있는 대가야 유적지.


고령에서는 주산(311m)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가야 유적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성산IC에서 고령읍내를 거쳐 거창으로 가는 26번 국도를 타면 30여 분이 채 못돼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 지산동 고분군이 있는 대가야 유적지에 닿는다. 답사는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가야박물관부터 시작한다. 옛 6가야 가운데 가장 강성했던 대가야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유적부터 고대문화의 다양한 면모까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대가야의 유물들을 볼 수 있는 2층부터 간다. 전시 유물들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각종 고고학·민속유물 8천여 점. 이 중 뼈와 함께 출토된 ‘어린이 금동관’과 제철기술을 보여주는 챙 달린 투구, 토기로 만든 원통형 그릇받침 등 고대 유물들이 눈길을 끈다. 1층에 있는 기획·특별전시실을 지나 어린이체험실로 가면 가야시대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대가야 토기 퍼즐놀이부터 탁본, 민속품 체험까지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거리가 많다.
박물관을 관람한 후에는 산책 삼아 뒷산에 펼쳐진 고분군을 둘러보자. 왕릉전시관을 지나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어 20여 분을 오르면 넓은 산자락에 둥그런 고분들이 줄지어 펼쳐지는 장관을 만난다. 발굴을 통해 확인된 고분만 해도 무려 2백여 기. 초록의 봉분과 봉분 사이로 산책로가 완만하게 뻗어있어 주산 정상까지 힘들이지 않고 걸어오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패랭이꽃이며 꿀풀 같은 무덤가의 들꽃을 관찰하며 오르다가 순장묘인 44호분에 다다르면 높이 6m, 지름 27m가 넘는 무덤의 거대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여기서 비탈길을 한 굽이 더 오르면 지산동 고분군 중 가장 큰 47호분이 나오고 연이어 48호, 49호, 50호, 51호 4개의 거대한 고분이 나온다.
고분군에서 내려와서는 왕릉전시관으로 향한다. 고분 속 주인공과 순장자들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대형 석실 3기와 소형 석곽 32기에 36명 이상이 순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44호 고분이 발굴 당시의 모습대로 재현돼 있다. 무덤의 구조와 축조 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 부장품까지 한눈에 관찰할 수 있다. 문의 대가야박물관 054-950-6071~3 www.daegaya.net
-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까지 내려온 후 옥포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를 탄다. 성산IC에서 빠져 26번 국도를 타고 고령까지 가면 고령광장 사거리 못미처 오른쪽으로 ‘대통대맛’(054-956-3012)이란 간판이 보인다. 대통대맛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고령광장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거창 방향 26번 국도를 타고 5분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대가야박물관이 보인다.

둘째 날 - 짚풀공예·떡 만들기 등 체험, 개실마을
경북 고령·경남 합천

짚풀공예, 떡 만들기 등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개실마을.


고령군 쌍림면 개실마을에 있는 점필재 종택은 위엄과 기품이 느껴지는 대문 안쪽에 사랑채와 안마당, 안채가 포개지듯 이어져 있어 하나하나 지나며 보는 맛이 각별하다. 안채에는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이 현재 거주하고 있어 간단한 인사를 한 후 둘러보는 예의가 필요하다. 종택의 대문을 벗어나면 바로 앞으로 체험장이 보인다. 고령군청에서 마련한 체험장에서는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등 전통놀이를 비롯해 떡, 엿 등 전통음식 만들기와 짚풀공예 같은 농촌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또한 오리농법, 우렁이농법, 쌀겨농법 등 친환경농법으로 농사짓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마을 어른들로부터 전통예절도 배울 수 있다. 짚풀공예 체험에 도전하면 잘 씻어 말린 볏짚으로 달걀 꾸러미를 만들 수 있는데, 꾸러미 속에는 삶은 달걀 3개가 만든 이의 몫으로 담긴다. 쫄깃하고 따끈한 떡이 먹고 싶다면 떡을 만들어봐도 좋다. 대개 아빠는 떡메를 치고 아이들과 엄마는 고소한 콩고물을 떡에 묻히는데, 만들자마자 먹는 떡맛이 일품이다. 문의 010-3826-7221 www.gaesil.net
- 거창 방향 26번 국도를 타고 쌍림면까지 간다. 쌍림면소재지에서 합천 방향 33번 국도를 타고 귀원교를 넘어 2km쯤 달리면 오른쪽으로 개실마을이 보인다. 점필재 종택 옆, 마을 입구 33번 국도변에 체험장이 있다.

판각체험·목판화 엽서 만들기 등 이색 체험에 도전~ 대가야문화학교
경북 고령·경남 합천

판각과 고인쇄 체험을 할 수 있는 대가야문화학교.


폐교가 된 월막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대가야문화학교는 팔만대장경 목판인쇄 과정 등을 살펴보고 판각(판에 글씨나 그림 등을 새김)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이색 전통문화 체험공간. 이제는 일반화된 한지공예부터 목판화 채색, 우리나라 전통의 제본 방법인 오침법으로 옛 책 만들기 같은 이색 프로그램까지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한지공예, 도예, 천연염색 같은 대중화된 체험도 이곳에서만은 ‘뻔하지’ 않은 색다른 체험이 된다. 바로 판각과 고인쇄가 체험의 기본이 되기 때문인데, 도자기도 접시·컵보다는 전통문양을 이용한 펜던트가 주를 이룬다. 이 중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목판화 엽서 만들기’와 ‘전통 오침법으로 책 만들기’가 인기가 높다. 목판화 엽서 만들기는 이곳 교장인 안준영 작가가 제작한 현대 목판화가 인쇄된 예쁜 엽서를 동양화 물감으로 채색해 한지로 곱게 접은 봉투에 넣어 완성시키는 프로그램. 책 만들기는 창작판화, 시판화 등 주제별로 나눈 현대 목판화를 예쁘게 채색해 전통 오침법으로 묶는 과정. 책은 가족 기념품으로 소장할 만하고, 엽서는 친구나 선생님에게 보내기 좋다. 체험에 앞서 전시관부터 둘러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판각과 고인쇄의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물을 시대별로 알기 쉽게 전시해, 체험 전 판각과 고인쇄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목판화엽서 만들기는 1세트(봉투+엽서) 2천원, 책 만들기는 1권에 3만5천~5만원. 문의 054-954-0080 http://cafe.daum.net/gcs0080
- 쌍림면 개실마을에서 고령 방향 26번 국도를 탄다. 고령IC 부근에서 반룡사 방향으로 좌회전해 3km를 달리면 된다.

셋째 날 -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는 한국 불교의 성지, 해인사
경북 고령·경남 합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는 해인사 경내.


해인사는 아침 일찍 구경하는 것이 인파도 적고, 분위기도 한결 낫다. 이를 위해서는 전날 해인사 인근 해인사관광호텔(055-933-2000)에서 자는 것이 좋다. 주차장에서 울창한 숲길을 따라 20여 분을 걸으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를 남긴 성철 스님의 사리탑이 보인다. 이곳에서 10분가량 더 올라가면 사찰의 시작을 알리는 일주문. 경례를 하듯 문 양편에 키 큰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일주문 너머에 있는 연못 영지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드디어 해인사의 중심인 대적광전에 닿는다. 팔만대장경은 원래 이곳을 지나 하나의 문을 더 통과해야 있는데, 지금은 장경판전 일대가 공사 중이라 응진전 뒤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모두 8만1천2백58장에 달한다는 대장경은 불교경전의 총서. 문살의 좁은 틈을 통해 구경하는 것이 전부지만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준다. 해인사를 빠져나와서는 주차장 옆에 있는 성보박물관으로 간다. 불교 관련 유물을 모아 전시한 이곳에서는 판에 먹물을 묻혀 새겨진 글자를 찍어내는 인경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가야산 입구로 다시 내려가는 길에는 홍류동계곡에도 들르자. 기묘한 바위벼랑 아래로 세찬 물줄기가 휘돌아 흐르는 계곡에서 잠깐 동안의 탁족을 즐기기에 좋다. 문의 055-934-3000 www.haeinsa.or.kr
- 대가야문화학교에서 26번 국도로 돌아나온 다음, 거창 방향으로 달려 고령IC에서 88고속도로를 탄다. 해인사IC에서 빠져나와 가야·해인사 방향 1084번 지방도를 타면 가야면소재지를 지나 해인사에 닿는다.
맛집 & 숙박

담양 대나무에 담겨나오는 대통밥
경북 고령·경남 합천
서울에서 경북 고령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 거리. 아침 9시경 출발하면 점심 무렵 고령에 닿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허기부터 채운다. 추천 식당은 고령경찰서 부근에 있는 대통대맛(054-956-3012). 담양에서 생산되는 대나무에 담겨나오는 대통밥의 맛이 일품이다. 특히 40분 정도 걸리는 담양 대통밥과 달리 이곳의 대통밥은 주문한 지 15~20분 만에 나오는 것이 특징. 밥을 준비하는 동안 내오는 해물죽과 대나무순무침도 입맛을 자극한다. 4인 가족 이상이라면 주산왕대샤브샤브를 먹는 것도 괜찮다. 대통 속 육수에 쇠고기를 넣어 살짝 익히면 기름기가 빠져 좀 더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통밥정식 7천원. - 고령광장 사거리 근처에 있다.



천연조미료로 만든 사찰음식
경북 고령·경남 합천
홍류동계곡으로 내려가기 전에 허기부터 채우자. 해인사 상가단지 내에 있는 산사의 아침(055-932-7328)은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향신료의 일종) 등 오신채를 전혀 쓰지 않는 사찰 음식 전문점. 오신채 대신 간장과 죽염 등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고 밀가루 대신 콩가루와 들깨가루를 쓴다. 모든 재료는 인근 가야산과 매화산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채취한 것들. 물도 매화산에서 내려오는 약수를 사용해 그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생표고버섯 양념구이와 부각이 돋보이는 음식, 제철에 나는 싱싱한 산채들과 함께 더덕구이 등 20여 가지 반찬이 상에 오른다. 산채정식 1인분 8천원. - 주차장에서 상가단지로 올라와 터미널 앞에서 해인사관광호텔로 가는 골목길을 따라 30m 정도 오르면 된다.

고향의 향수 자아내는 농가에서의 하룻밤 개실마을
경북 고령·경남 합천
대가야의 매력에 취했던 오후시간이 다하면 저녁 무렵엔 개실마을로 길을 잡자. 쌍림면 합가리에 있는 개실마을은 조선 전기 성리학자인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곳. 점필재 종택을 비롯해 도연재 등 1백여 채의 한옥이 밀집돼 있다. 농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고향의 향수를 느껴보기 좋다. 숙박료는 3만5천~4만원 선. 문의 개실마을 부녀회 010-3826-7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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