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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고 공부 더 시키면 전두엽 기능 마비돼”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윤혜진 객원기자

2026. 07. 14

급변하는 시대가 만든 불확실성이 부모와 아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결국 배움에 민첩한 아이가 반드시 이긴다”고 말한다.



새로운 지식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만들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지식의 유효기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면 올여름부터는 장마의 정의가 새롭게 바뀐다. 최근 여름철 장마가 과거 교과서 속 설명과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기상학회는 장마의 한 축이었던 오호츠크해 고기압을 존재 자체가 불분명하단 이유로 완전히 빼기로 했다.   

정답이 사라진 시대다. 어제 배운 코딩 언어가 내일이면 구식이 되고 오늘의 유망 직업이 미래에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많이 알고, 많이 외우는 게 중요하지 않다. 30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학습 역량을 연구하고 있는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빠른 변화 속에서 겁내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학습 민첩성이란 새로운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과 능력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들을 모아 최근 ‘학습 민첩성의 힘’을 펴낸 신종호 교수를 만났다. 신종호 교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EBS ‘미래교육 플러스’ 등 방송 활동을 통해 전국 학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공부 멘토답게 5년 후에도 쓸모 있을 학습법을 알려줬다. 

‘학습 민첩성’이라는 개념이 낯선 부모들도 있을 듯합니다. 

원래 학습 민첩성은 조직 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이에요. 대학 졸업자들이 기업에 와서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니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거예요. 대학 졸업자들이 배운 대로만 하려고 하는데, 기업은 정해진 트랙과 답을 요구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자신이 새롭게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임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배우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하더라는 거죠. 거기에서 학습 민첩성이란 개념이 처음 나왔어요. 학습 민첩성은 기업뿐만이 아니라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필요한 개념이에요. 학생들이 전통적 지식을 넘어 새로운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경험을 축적하는 게 필요해요. 



AI 시대에는 ‘아는 힘’보다 ‘배우는 힘’이 중요

그럼 학습 민첩성이 지금 왜 더 필요한가요.

인공지능 시대에는 우리가 단순히 과거의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지식에 대한 답은 인공지능이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우리는 지금은 정답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답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요. 공학 분야 같은 경우 1990년대만 하더라도 지식의 반감기가 한 30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지식의 반감기가 5년으로 줄었습니다. 5년이 지나면 공학 분야 지식 전체의 반이 새로운 지식으로 바뀌는 거죠. 결국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배우고 자신의 역량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새 지식이 계속 생겨나니까 불안해지고, 불안하니까 아이에게 더 공부를 많이 시키게 되는데요.  

그래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데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자신감이 없으면 불안이 엄습해올 수밖에 없어요. 진짜 문제는 불안이 뇌의 전두엽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거예요. 뇌의 변연계 안에 편도체라는 부분이 있는데, 편도체는 위기 상황에서 생존과 관련된 기능들을 담당해요. 공포나 불안을 감지하면 편도체가 비상경보를 울리고, 상위 뇌(전두엽)로 가는 정보들이 차단됩니다. 즉, 우리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감을 가지면 그 불안감이 공부하려는 마음과 힘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해요. 

선행학습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네요.

선행학습 프로그램들은 원래 영재 아동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영재들은 어려운 내용도 빨리 학습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가졌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 상태에서 빨리 어려운 내용을 익히라고 자꾸 압박하면 ‘나는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불안감도 커집니다. 아이가 소위 말해 선행학습을 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과감히 포기하세요. 공부할 때는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자신 있게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지식을 축적해나가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어려운 내용도 이해할 힘을 갖게 돼요.   

학업 성취도와 학습 민첩성은 비례한다고 보시나요.

제가 지켜보니 보통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학습 민첩성도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친구들은 공부할 때 그냥 교과서나 정해진 틀 내에서만 배우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관련된 도서를 읽어본다든지 확장해 다른 개념들을 연결한다든지 합니다. 이렇게 다른 관계 속에서 새로운 내용을 탐색하면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요.

학습 민첩성은 타고난 지능이나 불변의 기질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신종호 교수는 학습 민첩성을 지탱하는 핵심축으로 인식(메타인지), 탐구(질문력), 전환(학습 유연성), 실행(자기 주도성), 지속(정서 회복력) 이 5가지를 꼽는다. 결국 호기심으로 시작해 유연함으로 길을 찾고 회복력으로 끝까지 가는 아이가 바로 미래 인재다.

지식의 격차보다 중요한 호기심의 격차

학습 민첩성을 지탱하는 5가지 축 중에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있나요.

호기심이 제일 중요해요. 새로운 것에 일단 관심을 가져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스스로 그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겠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메타인지적인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고, 또 잘못했다면 다른 방법을 적용하는 유연성과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잘 해보려는 의지를 갖게 됩니다. 그 모든 시작점이 호기심이에요. 결국 아이들이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호기심은 타인에 의해 끌려가는 경험을 축적하다 보면 없어집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같이 고갈되고요. 특히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남이 끌고 가면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느라 에너지를 잃게 됩니다. “너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냐”고 닦달할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을 키워줘야죠. 학원도 부모가 다 정해주지 마세요. 어떤 학원이 좋을지 같이 이야기해 정하면 아이도 결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유치원 때까진 질문 많던 아이가 크면서 점점 입을 닫게 되는 게 현실인데요.  

아이들이 왜 점점 질문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면 2가지 이유가 있어요. 먼저 질문을 하면 주변에서 “그것도 모르냐”며 질문한 아이를 무시해요. 또 질문하는 것 자체를 잘난 척한다고 눈치를 줍니다. 질문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부정적이니까 질문하고자 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죠. 그런 점에서 입시의 방향이 탐구력에 맞춰지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에요. 지난해부터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서 시험 중심보단 자기의 진로 관심사 중심으로 교과목을 선택하고, 또 선택한 교과목에서 자기만의 깊은 결과물을 만들도록 강조하고 있죠. 제가 예측하건대 입시에서도 앞으로 정시는 사라지고 수시로 모두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고교학점제 적용 대상자들이 2028년 수능을 보게 되는데, 이때 수능은 고등학교 1학년 공통 기본 교과목만으로 이뤄집니다. 그러다 보니 각 대학에서는 수능 중심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줄이고, 서울대뿐만 아니라 주요 대학들이 이제는 정시에서도 내신이나 자체 심층 면접 등을 통해 학생들이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게 기본 방향입니다.  

탐구력을 길러주려면 아이의 질문을 어떻게 이끌고 대답은 어떤 식으로 해줘야 할까요.

제가 주위에 많이 추천하는 책 중에 히로나카 헤이스케라는 수학자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 있어요.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려서부터 질문을 너무 많이 하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정도의 학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들이 질문을 못 하게 할 수도 없고,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아들이 궁금한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해줬대요. 만약 부모가 직접 아이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힘들다면 다른 해결 방법을 마련해주세요. 요즘은 생성형 AI가 그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나도 잘 모르는데 같이 탐색해보자”고 얘기하면서 함께 공부해가는 거예요. 이때 “우리 어떻게 질문을 해볼까?”부터 시작해, 인공지능이 답을 제시하면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식으로 확장해나가야 해요.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요. 

탐구 과정과 공부를 분리해 생각하지 마세요. 학교와 학원 공부를 할 때도 단순히 외우고 넘어갈 게 아니라, 그 개념을 교과서를 넘어 다른 현상과 연계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넘어져본 아이만이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물론 실패가 중요하다 해서 실패를 너무 많이 하면 안 됩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혼자 하도록 기회를 주고 성공하면 칭찬과 함께 다음으로 넘어가지만, 어려워하면 다시 도전하되 아이와 약속을 하나 하세요. “일단은 스스로 노력하고  막다른 골목이라 느끼면 그때 도와달라고 해”라고요. 예를 들어 안 풀리는 문제가 있다면 바로 해답지를 볼 게 아니라 다음 날 다시 풀어봐야 합니다. 세 번 정도 더 도전해보고, 그래도 안 풀리면 그때 도움을 주세요. 

아이의 미래 바꾸려면 현재의 부모부터 바뀌어야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뭔가요.  

진짜 공부는 책을 덮고 난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책을 읽을 때는 남이 잘 정리한 내용들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이해했고 뭔가 공부를 많이 한 듯 느껴져요. 이를 유창성 착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 공부한 내용을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점검해보는, 메타인지에 기반한 학습이 정말 중요해요. 말로 설명해보려니 생각나는 부분이 없거나, 생각은 드문드문 나는데 이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해가 제대로 안 된 겁니다. 반드시 복습이 필요해요. 제가 제안하는 복습 방법은 신호등 점검법이에요. 공부한 다음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초록색, 애매한 부분은 노란색, 잘 모르겠는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거죠. 이때 포인트는 처음부터 초록색이 많아야 좋은 게 아닙니다. 헷갈리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걸 해결해나가는 게 완성된 공부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민첩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아요.

어른도 자기가 궁금해하는 부분 또는 하는 일과 관련해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해요. 또 지금은 시대가 변했어요. 과거의 자기 경험을 가지고 현재의 아이에게 경험과 능력을 요구하면 안 됩니다. 부모의 역할을 하려면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기 계발을 해야 해요. 또 그 공부하는 과정에서 갖는 생각을 아이와 공유해보세요.   

공부할 때 디지털 기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공부는 디지털 기기보단 종이책을 펼쳐놓고 흔적을 남기면서 하는 편이 좋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공부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행동의 특징들이 공부할 때도 나타나요. 예를 들어 빨리빨리 처리하려 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공부 자체는 아날로그 환경에서 해야 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도 요즘은 ‘챗GPT’의 경우 스터디 모드가 있어요.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질문하고 내가 답하는 대화 과정에서 내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도록 활용해야 합니다. 또는 인공지능과 내가 번갈아가며 선생님 역할을 맡는 역할놀이 방식도 효과가 좋아요.     

#학습민첩성 #인공지능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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