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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귀할수록 고쳐 쓰는 현명한 명품 생활

오한별 객원기자

2025. 07. 10

불황기가 지속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명품을 세탁하거나 리폼해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옷장 속에서 잠자고 있던 오래된 명품 가방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보자.

명품 가방을 산다는 건 단순히 브랜드 로고를 소유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자신을 위한 보상, 잊지 못할 기념일 등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서리 가죽이 해지고, 핸들의 실밥이 풀리며, 금속 장식은 빛을 잃는다. 이처럼 애매하게 낡아버린 가방은 들기에도, 버리기에도 망설여지는 존재가 된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합리적인 소비가 중요해지는 요즘, 기존 명품을 리폼하거나 세탁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게다가 중고 리셀 시장까지 활성화되면서 외형 상태나 관리 이력에 따라 제품 가격도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오래된 명품 백은 복원에 가까운 세탁, 리디자인에 근접한 리폼을 통해 가방 자체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새 제품처럼 변신하기도 한다. 유행이 지난 투박한 숄더백에 스트랩을 덧대어 크로스 백으로 바꾸거나, 낡은 나일론 가방을 클리닝한 뒤 파우치나 미니 백으로 변형하는 방식도 인기다. 명품 관리업체들도 전문성을 한층 강화해 브랜드별 특성과 소재에 최적화된 장비 및 공정 시스템을 갖추고 맞춤형 상담과 리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남사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 브랜드의 가방을 정교하게 되살리는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

강남사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 브랜드의 가방을 정교하게 되살리는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

전문 세탁과 수선 통해 환골탈태

오래된 명품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리폼 방법은 전문 수선이나 세탁을 통한 복원 작업이다. 오염을 지우고 가죽에 윤기를 더하며 마모된 부위를 보완하는 식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 자리한 ‘강남사’는 1978년부터 명품 가방 수선에만 집중해온 곳이다. 강남사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 브랜드의 가방을 염색, 광택 복원, 스티치 보강 등으로 정교하게 되살리는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 여러 방송을 통해 소개되며 ‘수선의 끝판왕’으로 불릴 만큼 수작업 기술의 디테일과 신뢰를 모두 갖춘 곳으로 손꼽힌다.

세탁 전문 기업 ‘크린토피아’에서도 명품과 고급 소재만을 다루는 프리미엄 서비스 ‘블랙라벨’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가죽, 모피, 캐시미어 등 민감한 소재를 전문적으로 진단한 후 전용 세제를 활용한 수작업 방식으로 세탁을 진행한다. 가죽은 표면을 고르게 정리한 뒤 자연 건조하고, 광택을 살리는 마감 공정까지 더해 소재 본연의 질감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특징. 세탁 요금은 품목과 소재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인 의류는 2만5000원대부터, 명품 가방은 3만 원부터, 가죽의류는 3만5000원, 모피는 6만5000원부터 시작된다. 

해외 각지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와펜과 버튼 등으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방을 만드는 디자이너 ‘히스토리 바이 딜런’.

해외 각지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와펜과 버튼 등으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방을 만드는 디자이너 ‘히스토리 바이 딜런’.

패피스는 전국의 수선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 비교한 뒤, 원하는 곳에 수선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패피스는 전국의 수선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 비교한 뒤, 원하는 곳에 수선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패피스’처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수하면 전국 수선사들로부터 가격, 작업 방식, 소요 기간이 담긴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실시간 채팅 상담과 작업 중 이미지 공유 기능까지 지원해 처음 수선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업체 추천 알고리즘과 수선사 포트폴리오 기능도 탑재돼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복원이나 수선을 넘어 개성을 더한 리디자인 방식도 관심을 끌고 있다. 브로치 또는 단추를 활용하거나, 컬러 도장 또는 그림을 가미하는 방식의 커스터마이징이 대표적. 이른바 ‘마카주(maquage)’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가방 위에 직접 아트워크를 입혀 전혀 다른 무드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션 인플루언서 강희재는 오랜 시간 사용한 가방 위에 아티스트 ‘히스토리 바이 딜런’의 터치를 입혀 개성 넘치는 단 하나뿐인 백을 완성했다. 방송인 최화정 역시 클래식한 루이비통 백 위에 마카주 작업을 해 톡톡 튀는 스타일링 포인트로 활용한 바 있다.

복원이나 수선을 넘어, 개성을 입히는 리디자인도 인기. 강희재는 히스토리 바이 딜런과 함께 버킨백을 커스텀했고(위쪽), 최화정은 마카주로 낡은 백에 새로운생명을 불어넣었다.

복원이나 수선을 넘어, 개성을 입히는 리디자인도 인기. 강희재는 히스토리 바이 딜런과 함께 버킨백을 커스텀했고(위쪽), 최화정은 마카주로 낡은 백에 새로운생명을 불어넣었다.

제품 소재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명품 수선이나 세탁, 리폼을 의뢰하기 전 세심한 확인은 필수다.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활 요소는 ‘소재’에 대한 이해다. 명품 가방은 보통 램스킨, 카프스킨, 캔버스, 패브릭, PVC 등 다양한 소재와 마감 방식으로 제작된다. 브랜드마다 사용하는 가죽의 질감과 염색 방식도 모두 다르다. 따라서 전문 업체는 소재별 전용 세제와 보존 기술, 소재에 맞는 건조 공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램스킨은 광택을 살려야 하고, 캔버스는 매트한 질감을 유지해야 하기에 전혀 다른 방식이 적용된다.

리폼 역시 외형만 바꾸는 과정이 아니다. 가방의 구조, 내장재 상태,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기본 형태를 유지한 채 안감을 교체하거나 스트랩을 탈부착 형태로 바꾸는 방식이 실용성과 스타일 모두를 만족시켜 인기다. 컬러 리폼의 경우에도 단순 덧칠이 아닌 염색과 보존 처리가 함께 이뤄져야 하며, 브랜드 로고나 금속 장식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이 권장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해당 가방이 리폼 또는 세탁이 가능한 소재인지 확인하고, 리폼 범위와 방식 그리고 예상 결과물에 대해 업체와 충분히 상담한다. 과거 복원 사례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작업 이후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 가능한 A/S 정책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작업 전후 비교를 위해 리폼 전 가방의 상태를 사진으로 기록해두는 것도 잊지 말자.

명품은 잘 사는 것 못지않게 얼마나 오래 잘 쓰는지도 중요하다. 버리기 아깝고, 들기 애매했던 제품이라면 지금이야말로 다시 꺼내볼 때다. 세탁과 리폼 그리고 약간의 손질만으로도 충분히 다시 쓸 수 있고,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명품수선 #리폼 #샤넬 #여성동아

사진제공 강남사 크린토피아 패피스 사진출처 언스플래시 유튜브 채널 ‘희재홀릭’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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